훌라걸스를 우연히 다시 보았다. 예전에 보았을 때 느꼈던 것과 다른 점은 시대의 흐름이다. 탄광이 폐쇄되는 것은 비단 일본만이 아니고 영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발생하고 있고 관련 영화도 많다. 그런데 시대의 흐름에 거스리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는 이번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새벽에 대학때 전공했던 조선과 동문회를 온라인으로 했다. 아마 거기서 들었던 내용과 오버랩되면서 시대의 흐름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 듯하다. 조선은 영원하다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는데 훌라걸스에서도 주인공의 어머니도 영화 초반부에 비슷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남편은 평생 탄을 캐다 탄광에서 생을 마감했고 그녀와 아들도 탄을 캐고 있다. 하지만 인근 탄광에서는 폐광을 하면서 2천명을 해고했고 그녀의 탄광도 정년단축 등을 통해 인력을 정리하고 있다. 그녀 남편이 주장했던 것은 탄을 캐는 것은 국가에도 도움이 되고 사회에서 필요로 하기 때문에 영원하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중요한 착각이 있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석탄이 아니고 에너지라는 것이다. 예전의 에너지는 무척 고가였지만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점차 가격이 떨어졌다.
그러면서 생산성향상이 어려운 채탄분야는 채유와의 가격경쟁에서 뒤지게되고 결국 폐광의 수순을 밟게된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저렴하고 편리한 에너지인데 석탄이 영원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데 이는 선박도 마찬가지다.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수송수단이지 선박이 아니다. 석유나 가스수송용 파이프라인을 제외하고는 아직 더 가격경쟁력이 있는 대체재는 보이지않지만 한국의 조선이 가장 가격경쟁력이 높은 것도 아니다. 중국이 낮은 생산성을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하여 최근 수주량 기준 세계1위가 되었기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오늘 느낀 것은 그녀가 영화 후반부에 말하듯이 탄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녀의 딸이 하고자하는 하와이안 훌라 댄스를 통한 유흥제공서비스도 중요할 수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박건조뿐만이 아니고 서비스도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너무 제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 듯하다. 물론 식량이 부족하다면 농업이 가장 중요한 산업이 되겠지만, 쌀이 남아돈다고 밥을 열끼씩 먹을 수도 없으니 당연히 공업, 그리고 서비스업으로 사회의 필요가 확장되는데 우리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움직이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자율향해가 다가올 것이 확실하므로 향해사 수요의 감소가 물동량 증가보다 커진다면 미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선박운용비용의 1/3이 인건비고 현대중공업의 후배에 따르면 기술적으로는 향해사와 기관사를 한명정도 줄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한다. 아마도 지금 엔진룸에서 24시간동안 3교대로 근무하는 것에서 주간근무와 야간 온콜의 방식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선원은 줄이기 어렵다. 접안시 닷줄을 선수와 선미에서 두명씩은 있어야 하므로 선원 혹은 기관사를 겸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자율향해와 관련된 프로그램개발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을 듯하다.
투자관점에서는 이산화탄소저감에 대해 30년내 기존 디젤기관을 가스기관으로 교체하면서 발생하는 신규 혹은 대체 조선수요를 한국조선업에서 세계시장의 70% 점유율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과 관련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근거가 있냐는 물음에 현재 점유율이 50%에 육박하고 고부가가치분야이므로 중국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엔진은 어차피 선주가 정해준 유럽 등에서 수입하므로 근거가 확실해 보이지는 않는다. 단기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중장기는 경쟁력이 어떠할 지 모른다. 70%라는 수치를 정부에서 정해주었다고 하니 더욱 그러하다.
자율향해도 50%의 목표를 세웠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안전문제와 법규문제가 있어 시간이 더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더 생산성이 높은 서비스분야가 있는데 굳이 리스크를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태의 제조업에 투자하는 것이 그다지 합리적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나와 같이 보수적인 투자자는 더욱 그러하다. 선박의 발주는 가격경쟁력이 좌우되는데 브랜드충성도가 높은 서비스관련 산업이 리스크는 더 적고 성장성은 더 클 것으로 보여 모멘텀투자자에게도 그러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