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詩 : 문익환
당신을 묻으며 나는
당신의 대타로 나서기로 마음을 먹었다오
높아만 가는 저 담장 너머로
당신의 눈 같은 마음
홈런으로 날리려고
그 동안
아 14년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다오
당신을 죽인 사람은 궁정동에서 더럽게 죽어갔다오 그러나
그의 양아들이라는 번대머리는
빛고을을 피바다로 만들고는
기고만장해서 그 자리를 이었지요
저울에 달면 한 금도 기울지 않을
내외는 똥집도 크더군요
속탈도 안 나고 잘도 집어먹더군요
지금도 어느 절간에 들어가서
새김질을 열심히 하고 있지요
이 세상이 좋아서 절대로 열반에는 안 들겠다는군요
지금은 6공이라지만 모두들
5. 5공이라고들 하지요
당신은 7 · 4에 머리가 돌아
모든 통일은 좋은가 그렇다 모든 통일은 좋다며
김구 선생님 뒤를 따르다가 갔지만
나는 7 · 7에 머리가 돈 건 아니지만
젊은 학생 노동자들이 김구 선생 또 당신의 뒤를 따라
민족 제단에 희생제물로 몸을 바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몽상가니 미치광이니 동끼호테라는 말을 들으며 갔다 왔다오
학생 노동자 농민들이 내 손에서 당신의 밧다를 빼앗아 휘두르는데
뒤통수를 얻어맞고
정신없이 갔다 왔다오
나는 그 보고를 국민에게 드리려고 오늘 법정에 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