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4세가 낭트 칙령에 서명했던 장소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그 당시만 해도 이런 장소를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던 시절인데... 짧은 여행 시간 중에 물어 물어 다니면서 얻어낸 몇 장의 사진 중 값진 사진 가운데 한 장이다.
교회사에 관심을 갖게 되고, 신문사에 글을 기고하기 시작하면서 독자들에게 현장감을 전달하기 위해 역사 현장 사진을 올린 것이 내 병의 시작이 되었다. 병이라고 해서 질병은 아니고, 내가 언급하는 역사의 그 현장에 반드시 갔다 와야만 하는 일종의 강박관념이라고나 할까...
유럽에 살고 있으면서도 유럽 전역을 다닌다는 것은 내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나와 비슷한 병을 앓고 있어, 매년 최소 두 차례 이상 유럽을 방문하는 이젠 정겨운 친구가 된 송 편집장이 모든 경비를 부담해 주셔서 그분과 함께 어디든 다닐 수 있었다. 역사를 다루는 내게는 그와의 만남은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현장에 가야 하는 이유는 현장감 뿐만 아니라 그곳에 가야만 얻을 수 있는 그들만이 갖고 있는 역사 자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개혁 탐방에 당연히 카메라는 필수... 나의 첫 카메라는 이제는 단종된 니콘 D 80이었다. 똑딱이 카메라와는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내게 큰 만족을 주었던 카메라였다.
그러나 주로 박물관과 같은 실내 자료 사진을 담는 경우가 많기에 iso를 아무리 올려도 대부분의 사진들이 흔들리거나 노이즈로 제대로 사용할 사진들을 얻기란 쉽지 않았다. 그리하여 기변한 것이 D 7200..
현재 판매가로도 50만원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으니 나한테는 고가의 카메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 놈도 실내에서는 제 기능을 잘 발휘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흑백 사진이다. 흑백 사진으로 변환하면 노이즈를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16세기 스위스 로망드 지역 종교개혁사', 내년에 '16세기 프랑스 종교개혁사'를 출간하게 되면, 그 동안 다녔던 역사 현장들을 다시 찾아가 보다 좋은 카메라로 동영상과 사진으로 다시 담고 싶다. 그 자료들은 ebook으로 활용하거나, 유럽에 나올 수 없는 분들을 모셔 놓고 한편의 영화처럼 우리 영적 선조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보여 드리고 싶다.
올해 목표는 출판사의 도움을 받아 동영상이 가능한 카메라를 장만하는 것이고, 이 전염병이 고개를 숙이게 되면 우선 프랑스 지역부터 영상화 작업을 시작하고 싶다.
함께 다닐 분들이 생긴다면 이 소박한 꿈은 보다 쉽게 이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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