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06
루카 복음 3장
마태오복음 3장
(루카 3,13)
요한은 그들(세리)에게,
“정해진 것보다 더 요구하지 마라.”
하고 일렀다.
묵상-
광야에 있는 세례자 요한에게
하느님의 말씀이 내렸다는 구절에서,
홀로 외롭게 자신과 싸우며,
하느님께 혹독하게 단련된 영혼에게,
당신 뜻을 전하신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시대 세리들은 고리대금업자나
마찬가지. 가난한 서민들 등쳐먹던
존재였다. 그런데, 정해진 이자말곤
더 요구하지도, 받지도 말란다.
군사들에겐 강탈, 갈취를 하지
말고 너희 봉급으로 만족하란다.
위 두 문장 속에 숨은 의미가
무엇이겠는가! 남의 것 더 탐내지
말고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분수껏
살라는 뜻이다. 이 말씀이 나를
일깨운다. 어떤 처지에서든
만족하는 법을 내 인생의 광야 시절,
즉 가난과 병고와 명예 상실 등,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겪으며
훈련했었다.
‘나는 어떤 처지에서도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비천하게 살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모자라거나
그 어떤 경우에도 잘 지내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필리 4,11-12)
말이 쉽지 욕심과 기대 수준이 높았던
나에게 가당키나 했을까.
맨 정신이라면 엄두도 낼 수 없던
정화의 시간이었다. 탐욕의 반대말은
가난이 아니라,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것임을 그때 배웠다.
정해진 것보다 더 요구하지 말란 뜻은
상대가 무엇을 가졌는지,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에 대한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일 터, 나는 이 부분에서
자주 걸려 넘어진다.
특히나 인간관계에서는 더 심하다.
자식이나 남편을 바라볼 때도 내가
원하는 기준을 세워놓고, 상대가
그 방향대로 따라간다 싶으면
존중하는 척 놔두고, 그렇지 않으면
간섭하고 통제하며 잔소리를 한다.
이유가 뭘까나!! 욕심이 많아서다.
또는 내 안에 숨은 그림자인
두려움과 불안 때문일 거다.
그런 나를 인식하고 바라보며
오랫동안 성찰하고 훈련한 결과,
타인을 대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을
대하는 방식에 그 뿌리가 있음을
알았다. 늘 불안했던 집안의 맏딸로
태어나, 부모에게 많은 기대를 받고
내가 잘해야 내 가족이 평화롭다고
생각했던 신념, 또 부모와 타인에게
특별하고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고픈
욕망 때문에, 나는 늘 정해진 내
그릇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냐, 지금 이대로는 충분하지 않아.
조금만 더 애써봐.’ 라는 말을
주문처럼 외우며, 내 약한 몸과
상처 많은 자아의 한계를 무시한 채,
애쓰며 살아온 거다.
그런데 중요한 건, 나만 그렇게 살고
나만 노력하면 되는데 자식과 남편,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내 맘대로
그들의 수준을 올려놓고 기대했다는 것,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 빵,
상대의 경계 세워주기 빵,
상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 인정하기 빵,
나 자신의 작은 그릇에 대한 인정과 존중도 빵
빵빵빵, 빵점짜리 마인드를 갖고 살았던 거다.
나 힘들고, 남 힘들게 했던 과거의 삶이,
온전히 정화되고 치유가 되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지금도 그런 나의 세계를
탐색하고 성찰하며, 왜곡된 자아상을
치유하고 있다.
세리들에게 정해진 것 외에 더 요구하지
말라는 세례자 요한의 말이 내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되는데, 왜 그렇게
게으르게 살아!‘라며 나와 가족에게
다그쳤던 나, 그래서 아래의 말씀 역시
내게 주는 메시지처럼 와 닿는다.
(루카 3,9)
도끼가 이미 나무뿌리에 닿아 있다.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모두
찍혀서 불 속에 던져진다.
(루카 3,17)
손에 키를 드시고 당신의 타작마당을
깨끗이 치우시어, 알곡은 당신의 곳간에
모아들이시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워 버리실 것이다.
이제는 치유되어 괜찮은 것 같다가도,
나와 가족이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비춰질 때, 불현 듯 부정적인 과거 기억과
분노와 원망, 그리고 불안과 두려움이
몰려와서, 내 영혼을 태우고, 타작마당에서
탈탈 갈아엎어지는 곡식들 마냥 마음이
사나워진다.
그럴 땐 여지없이 도끼가 나무뿌리
즉, 내 상처와 트라우마와 기억의 뿌리에
닿아 있음을 알게 된다. 외과 의사이신
주님께서 그런 나를 직면하게 해주시며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할 것들은 수술로
떼어내 주신다. 그러면 나는 데굴데굴
구르고 싶을 만큼 아픈 수술 과정에
나를 내맡긴다.
하여, 내 안의 알곡은 당신 곳간에
보관해주시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던져 태워버리신다. 이로서 나는
스스로를 힘겹게 하는 나의 그림자가
많음을 다시금 인식하며,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정해진 것 이상의 나는 될 수
없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러면 나는 잠시나마,
‘그래, 지금 이대로 나는 충분한 사람이야.
그래, 지금 이대로 당신은 충분해요.
그러니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말아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영혼으로 거듭나게 된다.
오, 복된 주님의 손길이시여,
찬미와 영광을 받으소서.
고마운 루카복음, 감사한 마태오복음입니다.
첫댓글 묵상글 잘 읽고 갑니다.
박지현 요셉피나님
감사합니다
묵상글에 저도200%공감하며, 저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게 됩니다. 있는 그대로를 존중해줄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
주님, 당신께서 이끌어주소서.
here and now
새롭게 결심하게 되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