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센텀 조감도>
제2센텀 개발,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가
제대로 된 개발을 위해서는 방향성을 명확히 해야
제2센텀(센텀 2지구) 개발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개발과 보존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치권은 개발을 주장한다. 환경론자들은 보존을 역설한다. 전문가와 지식인들은 난개발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미래를 위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을 대표하는 시민단체도 개발과 반대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러한 논쟁에 대해 시민들은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제2센텀은 누구를 위해 개발하는가? 부산 시민 전체인가 해운대구 지역주민인가? 첨단산단이 조성되었을 때 지역주민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이익은 무엇인가? 제2센텀 개발이 지역주민에 도움을 주기 위해 특별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소득격차가 극심한 해운대구의 빈부격차는 제2센텀 개발을 통해 줄어들 것인가 악화될 것인가?
제2센텀 개발은 부산도시공사가 공영개발로 추진한다. 반여동, 반송동, 석대 지역 194만 6000㎡(59만 평)에 조성되는 것으로, 기존 센텀시티보다 1.7배 이상의 면적이다. 부산시는 2022년까지 1조6413억 원을 투자해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융합부품 소재, 관광 마이스(MICE),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 블록체인, 바이오·의료, 영상 콘텐츠 분야 1500개 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시는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한 인프라 조성을 위해 사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람이 몰려야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고 부산경제가 활력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현재는 국토부가 부산시 개발안에 제동을 건 상황이다. 개발지의 90% 이상인 181만 2000여㎡ 그린벨트 구역 해제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를 심의하는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심의위원회는 마지막 4차 심의에서 지역 공론화 형성, 녹지비율 상향 검토, 산업시설용지 최대 확보 등을 지적했다. 특히 ‘지역주민 공론화 절차’를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지역 일부 시민단체는 공공개발을 빙자한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분명히 내고 있다.
<풍산금속 그린벨트 반대 시위>
센텀 2지구 내 ㈜풍산 소유 부지는 101만㎡로 사업지의 절반 이상이다. 땅의 규모만큼 보상 액수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 토지보상금은 공사비 1조6413억 원 중 9951억 원으로 책정돼 있다(2016년 말 기준). 이 중 풍산 부지에 대한 토지보상금은 4895억 원으로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
이에 대해 풍산과 시민단체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풍산은 2015년 당시 부산시가 물밑 제의한 1조 2천여 억 원도 적다고 거절했었다. 지금의 5천억 원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런데 시민단체는 현재 5천억 원도 특혜라고 주장한다. 과거 풍산금속이 군수사령부로부터 230억 원의 낮은 가격으로 매입한 점, 방위사업을 하면서 독점적으로 이익을 누린 점, 매매계약서 체결 시 부지 용도가 달라지면 소유권을 반환한다는 특약이 포함됐다가 20여 년 전 해제된 사실 등을 들며 너무 큰 특혜라는 것이다.
풍산 공장의 토지오염 문제도 걸림돌이다.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이 2017년 4월 조사한 결과 풍산 공장 토양에서 기름 성분의 토양오염물질이 기준치의 2배 이상 검출됐다. 해운대구청은 2018년 4월 풍산 측에 정화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는 오염 원인을 찾아 정화작업을 마칠 때까지 그린벨트 해제 절차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여농산물도매시장>
● 반여농산물도매시장 이전 문제도 만만치 않다
15만㎡, 4백여 개 점포, 상인 1300명, 하루 평균 고객 1만 2000명이 찾는 반여농산물도매시장 이전은 간단치 않다. 상인들의 생존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업권 축소에 반발하고 있는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은 2016년에 신축한 건물로 이전하지 않고 아직까지 옛 건물에 남아 버티고 있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 사업도 상인들의 의견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업은 늘어지고 사업비가 대폭 증가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처럼 영업권 축소를 우려하는 상인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이전 후보지를 찾는 일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부산시의 대응은 안이하다. 지금까지 상인들과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전 후보지에 대한 검토도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센텀2지구 도시첨단산업지 (출처 ; 부산일보)>
지금은 센텀시티로 유명한 센텀 1지구도 처음에는 미래형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목표로 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나 기업 유치에 실패한 부산시가 토지이용계획을 바꾸어 토지를 건설사에 팔아넘겼고, 결국 산업단지는 주거와 상업시설로 개발됐다.
현재 센텀 1지구는 대형 백화점과 문화시설을 갖춘 화려한 고층 주거·상업단지로 대표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 17개, 공장건물 14개가 오히려 어색하게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센텀 2지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조사와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도 부산시의 준비는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첨단산단에 입주할 업체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부산시는 입주 희망 업체가 전체 산단 면적 120만㎡ 중 90만㎡로 74%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실제는 과자 만드는 업체를 지식산업으로, 도로 안전시설물 업체를 첨단사업체로 발표했다. 가짜 입주의향서에 대한 실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엉터리 부실 수요 조사는 중앙정부로부터 그린벨트 해제 결정과 산업단지계획 승인을 받는 데 어려움을 줄 것이다. 나아가 전체 사업 성공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첨단산업단지 조성이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는 점이다. 부산시가 추진하는 첨단산업단지 내 산업분야는 국내에서 최초로 추진하는 분야가 아니다. 이미 수도권에 조성되어 있는 첨단산단의 분야들과 중복되기 때문에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센텀 2지구가 계획하고 있는 분야는 디지털 콘텐츠와 융복합, 정보통신기술, 바이오·의료와 융합부품 등 모든 종류의 첨단산업들이다. 판교테크노밸리는 국내 대표 IT 지구로 KT와 CJ 등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 유망 벤처기업이 입주키로 돼 있다. 충북 오송의 생명과학단지는 국가산단 후보로 선정돼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 이에 비해 센텀 2지구는 후발주자인 데다가 수도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센텀2지구 진입도로 (2018.9.12. 부산시청 제공)>
● 교통문제 대책도 미흡하다
센텀 2지구 개발에 따른 교통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3,200억 원을 들여 6.38km의 해운대 신시가지 연결도로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709억 원을 들여 1.9km의 석대로를 신설해 외부순환도로와 연결해야 하고, 330억 원을 들여 기존 반여로를 800m 연장해 센텀시티와 연결해야 한다. 이들 3개의 진입도로 없이 센텀 2지구를 조성하면 교통은 최악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산시는 주변 도로의 확장이나 정비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살피다 보면 사업을 추진하는 부산시와 산하 부산도시공사가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부산도시공사는 최근에 실시한 주요 개발사업 대부분을 실패하고 빚만 늘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역량에 대해 신뢰가 가지 않는다.
4조 원 규모의 오시리아 관광단지는 여전히 미분양이다. 해운대관광리조트 및 엘시티 사업은 사업 적절성 논란과 비리로 얼룩졌다. 강서구에 추진 중인 에코델타시티 사업은 한국수자원공사의 들러리로 참여한다는 비판만 사고 있다. 모두 도시공사 본연의 사업과는 거리가 먼 개발사업들이다. 참고로 도시공사의 본연의 사업은 중서민층 주거안정 사업이다.
<센텀 2지구 부산대책위 결성>
● 센텀 2지구, 반여·반송동 지역 발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센텀 2지구 개발을 둘러싼 시민단체도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산대책위(김재하 위원장)는 개발 반대 입장이다. 부산지역 40여 개 시민사회·환경·노동단체로 구성돼 있는 부산대책위는 센텀 2지구 개발사업이 개발 예정 부지에 공장이 있는 방위산업체 풍산에만 막대한 혜택을 줄 수 있다며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여·반송동 주민자치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주민대책위(심경도 위원장)는 개발을 촉구하고 있다. 주민대책위는 반여·반송지역은 그간 인구가 급격히 감소되고 지역 낙후가 심화돼 개발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지역을 살리고 일자리 창출에 대한 주민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주민의 높은 기대 내면에는 세부적으로 유심히 살펴야 할 부분이 있다.
첫째, 토지이용계획도 상의 상업용지, 주거용지, 산업용지 배치 문제다. 부산시는 2015년 7월 토지이용계획도에는 수영강 쪽에 상업용지와 그 뒤편에 산업용지를 배치했다. 주거 및 주상복합용지는 가장 뒤쪽 반송동 가까이에 배치했다. 그런데 부산시가 2017년 3월에 발표한 토지이용계획도에는 반송동 쪽에 붙어 있던 주거 및 주상복합용지를 앞쪽으로 당기고 산업단지를 가장 뒤쪽인 반송동 쪽으로 배치했다.
반송지역은 수재민과 철거민의 이주 정착 지역으로 협소한 주택문제가 지역 발전의 최대 걸림돌이다. 11평, 15평 땅에 4층씩 다닥다닥 붙여서 지은 연립주택은 여유 공간이 없어 재개발을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이에 따라 반송지역 주민들은 센텀 2지구 개발에 맞춰 지역의 고질적 주택문제 해결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즉, 센텀 2지구 주거지역에 반송동 일부 주민을 이주시키고 이주한 공간에 주택을 재개발하고 재개발한 주택에 다시 주민을 이주시키는 등 순차적인 개선을 이뤄가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5년 토지이용계획도는 반송지역의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2017년 변경된 토지이용계획도는 지역주민의 염원이 일절 배제된 안이다. 부산시가 주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센텀 2지구 안에서의 개발만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한다면 반송지역 주민 전체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이다.
둘째, 반송동 주민에게 첨단산업단지의 산업분야가 실질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부산시가 첨단산업단지에 유치하겠다는 산업분야는 지식정보통신산업, 영화영상게임 등 콘텐츠산업, 엔지니어링 등 지식서비스산업,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 및 연구시설, 청년창업 거점시설 등이다. 제2의 BCC(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를 건립하고 더존ICT 등 각종 첨단기업도 유치하며 로봇산업 협동화 단지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반송지역에는 첨단산업에 종사할 고급인력이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어쩌면 매우 부족할 수 있다. 반송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일자리는 중소기업, 굴뚝 없는 공장, 그리고 손이 많이 가는 제조업 등이다. 디자인산업, 섬유산업, 신발산업, LED전구조립 등 에너지산업, 문구·완구·캐릭터·장난감 등 게임산업, IT 제품 조립산업, 젊은이들이 일할 자리가 많은 테마파크 산업 등이다.
<반송시장은 이곳 주민의 생활 안정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부산시가 센텀 2지구 첨단산업단지에 유치하려는 1500개 기업 중 반송 주민이 실제 종사할 수 있는 맞춤형 기업이 얼마나 많은 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주민대책위 반송 주민들은 센텀 2지구에서 반송 주민들이 일용 잡역부 일자리만 갖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나아가 반송 주민들이 고향을 떠나 흩어지지는 않을까도 걱정하고 있다. 반송지역이 첨단산단 종사자의 배후지로 점차 재개발되면 물가가 인상되어 소득이 낮고 일자리가 없는 주민들은 결국 고향 반송을 떠나야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반송시장의 시장 물가는 매우 싼 편이어서 반송 주민의 생활 안정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알뜰한 인근 지역 주민들이 이곳 시장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센텀 2지구 개발로 반여도매시장이 이전되면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가져와 파는 반송시장의 상품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상과 같이 살펴볼 때 부산시는 깊은 고민과 충분한 준비 없이 안일하게 사업을 추진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제대로 된 개발을 위해서는 방향성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부산시 전체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개발을 할 것인지, 대표적 서민 주거지역으로 점점 낙후되는 지역의 균형 발전을 꾀할 것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산의 미래를 위한 개발을 추진한다면 그에 걸맞은 충분한 준비가 이뤄졌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가장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놓인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수용이 불가하면 어떤 보상책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제시가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
좋은 도시는 번듯하고 화려한 건물로만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주택, 일자리, 복지에 기반해 시민이 행복한 생활을 할 때 완성되는 것이다. 더 좋은 도시 만들기를 위한 부산시의 분발이 요구된다.
/ 이창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