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490) - 2016 해파랑길 770 이음단 기행록(24)
~ 38선 지나 하조대, 낙산사 거쳐 속초로(죽도정 - 속초해맞이공원 34.3km)
6월 1일(수), 어느덧 달이 바뀌어 6월이 시작된다. 호국보훈의 달에 해파랑길 이음단은 38선 지나 통일전망대를 향하여 열심히 걷고 있다. 호국의 영령들이여, 편히 잠드소서.
새벽에 일어나니 수평선에서 붉은 해가 힘차게 솟아오른다. 따가운 햇살일 것을 염려하였는데 의외로 바람 불고 기온도 다른 지역보다 5,6도 낮아 걷기에 적절하여 다행이다. 오늘 코스는 해파랑길 양양 ~ 속초 42~44코스. 아침 8시, 숙소를 출발하여 잘 닦은 해안 길을 따라 죽도정을 한 바퀴 돌아 차도로 나서 한 시간여 걸으니 38선에 이른다. 국토분단의 상처를 그대로 간직한 38선에 휴게소가 들어서고 그 옆에는 양양군에서 설치한 38선미니주제체험관이 아픈 역사의 한 자락을 되새기게 한다. 젊은 대원들이 38선의 의미를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38선 지나 한 시간 거리에 하조대가 있다. 차도에서 10여분 이상 걸어가는 산자락 끝의 정자에는 조선개국공신 하륜과 조준이 한때 은거하여 머물렀다는 설명문이 적혀 있고 건너편에는 등대가 운치 있게 자리 잡은 명승지다. 두 군데를 30여분 둘러보고 나오니 지원팀에서 시원한 수박을 한 조각씩 나눠준다. 백사장이 넓은 하조대해수욕장을 지나 차도로 나오니 멀리 설악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송림이 아름답고 버찌와 딸기도 열린 숲길을 열심히 걸어 동호리해수욕장에 이르니 12시가 지났다.

풍광이 아름다운 하조대 등대에 오른 대원들
해수욕장 입구의 식당(솔향왕갈비)에서 점심(메뉴는 생선조림 된장찌개)을 들고 13시 20분에 오후 걷기에 나섰다. 큰 길 따라 열심히 걸어 수산항 지나 남대천에 이르니 낙산대교를 통과한다. 다리에서 바라보는 강물과 바닷물이 하늘과 더불어 파랗게 물들고 반대편으로는 백두대간의 굵고 높은 산줄기가 길게 뻗어 있다. 강물이 출렁이자 큰 물고기가 수면 위로 솟는다. 곳곳에 ‘송이와 연어의 고장’이라 적힌 팻말을 보며 뛰는 물고기가 연어인가 다른 어종인가 궁금해진다. 송이는 어디에서 캐는지도.
남대천 지나 바닷가로 나아가니 낙산해변, 두 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걸어 모두들 피곤한 기색이다. 오션리조트 앞 그늘에 앉아 지원팀에서 준비한 오이를 한 개씩 입에 물고 발을 뻗는다. 평일이어서인지 레저시설이 잘 갖춰진 해수욕장 주변이 한산하다. 낙산사 옆으로 돌아 큰 길에 나서니 고개 넘어 설악해변에 이른다. 이곳에서 마지막 휴식, 응원 차 멀리 찾아온 명단심 대원의 부군(조현우 씨)이 오전부터 함께 걸었는데 대원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대접하여 감사하다.
설악해변에서 주위를 살피니 멀리 보이던 설악산이 곁으로 다가서고 속초해맞이공원도 선명하게 눈에 잡힌다. 힘을 내서 마지막 피치, 흰 물살 일으키는 파도소리 들으며 나무 도크로 잘 다듬은 해안 따라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한참 걸으니 물치천이 나온다. 고기 이름인가 하였더니 보기 드문 한자로 沕淄, 다리 건너니 물치항과 물치해변도 반듯하다. 잠시 후 또 다리가 나온다. 쌍천교, 그 다리 건너니 속초 시계에 접어들어 초입의 해변이 속초해맞이공원이다. 공원에 도착하니 오후 5시 10분, 34.3km를 걸었다. 꽤 먼 거리를 열심히 걸은 수고를 서로 치하하며 하이파이브, 인근의 숙소(산과 바다 스포츠모텔)에 여장을 풀고 속초 시내에 있는 영랑정가든에서 돼지갈비로 저녁식사를 맛있게 들었다.

설악해변 지나 잘 닦은 도크에서 바라본 속초해맞이공원
공원에 붙은 해파랑길 이정표를 살피니 부산 오륙도에서 이곳까지 688.5km라고 적혀 있다. 내가 적은 기록표의 전날까지 누계가 650.4km. 오늘 걸은 34.3km를 더하면 684.7km로 큰 차이가 없다. 고성통일전망대까지 남은 거리는 85km쯤, 막판에 이르렀으니 열심히 걸어 유종의 미를 거두자.
* 38선을 지났다는 소식을 접한 친구가 보낸 메시지, ‘38선을 넘었으니 내친 김에 고성을 경유하여 금강산과 원산, 청진을 거쳐 두만강까지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모두의 소망이요 염원이기도 하다. 그날이여, 어서 오라.

38선에 들어서는 대원들, 그 발걸음 두만강까지 이어지라
첫댓글 지금도 걷고 계시네요^^ 저희는 실내에서도 덮다고 하는데~~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