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갑산 노래를 부르면서 칠갑산을 올라보지 못했다.
아침에 여수에게 드릴 쌀 20kg과 찹쌀을 차에 싣고 월드컵경기장 북문쪽으로 간다.
비엔날레 주차장에서 여수의 차로 옮겨 싣는데 차에 오른 그의 손에 솔병이 들려 있다.
달콤한 청주에서부터 막걸리까지 아침부터 해장을 몇 잔 한다.
여수가 다시 오더니 내게 술 두 병을 준다. 다른 이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앞의자 주머니에 넣어두고
배낭으로 가린다. 연말 경주 형제 모임에 가져가서 내 놓아야겠다고 하면서도 술꾼들에게
같이 나누지 못하는 내가 조금 째째하게 보인다.
신청이 많지 않아 빈자리가 많았는데 사람이 많아졌다.
코리아나는 고창고인돌휴게소에 들러 아침을 먹게 해 준다.
아침에 도시락을 준비하던 바보가 비가 와 산행취소 연락이 있을지 모른다더니
비가 개이고 미세먼지도 없는 파란 하늘이 나타나 다행이다.
10시가 다 되어 장승공원 앞 주차장에 내려준다.
장승이 많다.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에서부터 학교폭력추방 남북 세계평화까지
온갖 구호들이 적힌 장승들이 길 가와 동산에 서 있다.
콩밭매는 아낙네 상을 지나 장곡사로 오르는데 일주문이 서 있는 찻길을 두고
하얗게 굽어져 있는 시멘트 길을 오른다.
밭 둑 위에서 일행을 보다가 걸음을 빨리 해 앞으로 나간다.
레이서와 도리포는 이미 장곡사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가고 있다.
2층 누각인 운학루 뒷쪽 장곡사 마당 여기저기 나이드신 관광객들이 앉아 있다.
파란 장곡사 현판과 설선당이 붙어 있는 건물이 동향으로 앉아있고 대웅전이 남향으로 있는데
윗쪽에 또 대웅전이 있단다.
자세히 보지 못하고 앞서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는 도리포와 레이서를 따라 간다.
능선까지 긴 계단이 구비져 있다.
절에 오신 노인들이 힘들게 올라가고 있다.
능선 한구비를 돌아 소나무 아래 도리포와 레이서가 배낭을 푼다.
여수의 남은 막걸리를 막 마시고 있는데 천리님이 오시고 금방 신사형님도 오신다.
뒤에 오는 일행도 절에 들르지 않고 오셨나 보다. 하긴 우리 산악회는 문화답사단이 아니다?
능선길은 부드럽다. 양쪽길에 소나무가 도열하고 가끔 참나무도 하얀 길 위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레이서와 도리포의 빠른 걸음을 따라가기 바쁘다.
천리님이 레이싱이 시작되었다고 하시며 가볍게 오른다.
난 숨이 가빠오지만 떨어지지 않고 기를 쓰고 따라간다.
나 혼자의 걸음이라면 벌써 몇 번 쉬었을 테지만 무리 속에 따라가니 견딜만하다.
무리 속에 휩쓸려가는 걸음 속에 여유있는 산행보다 이런 강도의 빡센 걸음이 좋기도 하다.
11시 10분을 지나는데 레이서가 길에서 벗어나 테크 전망대로 들어간다.
아흔아홉골 칠갑산 구비 전망대란다. 사진을 찍어주며 숨을 돌린다.
10여분 따스한 능선을 걸으니 정상을 오르는 계단이다.
칠갑산 청석 정상석 앞에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무리지어 줄을 서라고 한다.
우리 일행 몇은 줄을 서는데 난 그 모습만 찍는다. 한쪽에서 점심 자리를 찾던 도리포가 저 아래로
내려가자고 배낭을 다시 들쳐맨다.
남향의 따듯한 큰 나무 와상에 앉는다. 레이서와 청죽우님이 라면을 끓이신다.
신사형님과 차기회장 등이 옆자링 앉아 난 양쪽의 반찬을 먹는다.
신사형님이 백소강 중국술을 따뤄 주신다. 술이 잘 들어간다.
점심 자리가 은성하다. 뒤오신 일행은 저쪽 낙엽 위에 자리를 잡으신다.
1시간 가까이 점심을 먹고 챙겨 일어난다.
도리포와 여수 등은 정상석 인증샷을 한다고 다시 정상에 다녀온다.
천장호까지 내려가는 능선도 꽤 길다. 오후들어 추워진다더니 능선의 바람이 차다.
몇은 모자를 눌러쓴다. 한 시간가량 능선을 오르내리며 전장호 저수지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테크에 닿는다. SBS방송사에서 나왔다는 젊은 남녀가 커다란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사람들에게 소감을 묻고 있다. 우리 일행도 촬영에 응해 준다.
계단을 내려와 용과 호랑이 조형물을 지나 천장호 현수교를 건넌다.
꽤 길다. 가운데 주탑은 산에서 본 이정목처럼 빨간 고추를 본 땄다.
세상에서 가장 큰 고추라고 써 있다.
늘어져 나온 작은 산줄기를 지나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도 콩밭매는 아낙네 조형물이 보인다.
관광버스 몇 대가 서 있는 주차장에 오니 관리요원이 술상을 펴지 못하게 한댄다.
먼저 온 이들은 식당에서 한잔 하고 온다.
우리 몇은 관리원의 눈을 피해 돌언덕 아래로 내려가지만 또 관리원이 쫒아온다.
우린 주차장을 벗어나 길에서 아침에 바람 회장(2019년)이 선물로 주신 소라 과자를 안주삼아
소주를 마신다.
차를 타고 잠깐 이동해 정산농협목욕탕에서 한시간 남짓 목욕시간을 준다.
차 앞에서 술을 마시고 다시 고속도로를 달려 고창 흥덕 기사휴게소에 들러 저녁을 먹는다.
술에 취해 차 안에서 2차 결정이 나는데 난 풍암동에 내려서 양해를 구하고 취한 걸음으로 집으로 온다.
바보도 약속이 잇어 늦다기에 취한 몸에 또 기훈이를 불러 술을 마시고 온다.
늦겠다던 바보도 빨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