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합(羅閤)
고종 때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세도가 안동 김씨 가문 아시죠?
그중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김좌근의 소실입니다. 원래는 기생이었죠. 나합이란 건 이름이 아니라 별명입니다. 옛날 합하(閤下)라고 해서, 정1품의 고관들에게만 붙여주는 칭호가 있었습니다. 각하 비슷한 뜻이라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그런데 이 기생이 워낙 세도가 당당하여 그 '합' 자를 붙여서 합부인이라고 부르게 된 겁니다. 고향이 나주라서 나주 합부인, 줄여서 나합이죠.
일설에는 자기 첩이 너무 설친다는 소문을 들은 김좌근이 "사람들이 너를 나합이라고 부른다며?" 하고 언짢은 듯 웃자, "합(閤)이 아니라 합(蛤, 조개. 아들을 낳으면 고추고 딸을 낳으면 조개잖아요. 여자를 뜻합니다)자를 붙여서 그렇게 부르는 겁니다"라고 변명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합부인
관찰사나 수령들에게는 반드시 합부인이 있어 뇌물을 챙겼다.
요즘 장관 부인이 직접 돈을 챙기다가 발각된 사례가 있는데, 옛날에는 첩을 시켜 돈을 먹었다. 한번 암행어사가 오는 날에는 일망타진, 합부인들이 감옥을 가득 메우기도 했는데, 곧 석방되었다는 것이다.
안동 김씨 우두머리 김좌근(金左根)에게도 합부인이 있었는데, 나주기생 출신이라 세상사람들이 나합(羅閤)이라 불렀다. 김좌근이 지방수령의 임면권을 혼자 거머쥐고 있었기 때문에 먼저 나합에게 가서 뇌물을 바쳐야 그 액수 여하에 따라 발령이 났다.
그래서 나합에 대한 소문이 자자하였다. 나합이 젊은 미남자를 보면 수령자리를 주고 비단을 많이 바치면 경기도 양주 수령으로 임명하였다는 소문이 자자하였다.
하루는 김좌근이 집에 돌아와 나합에게 묻기를 『세상 사람들이 자네를 나합, 나합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하였다.
나합이 받아 말하기를 『세상 사람들이 여자를 희롱하기를 합(蛤, 조개)이라 하지 않사옵니까. 그러니 저를 나합이라 할 때, 합은 조개합자입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출처] 나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