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글즈 7월호] 아름다운 부활 김태원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부활의 김태원은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부활이 결성된 지 30년이 됐다. 최근에 영입한 김동명은 열 번째 보컬이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 유독 보컬이 자주 바뀐 이유는 무엇인가? 팀의 보컬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다. 퍼스트 바이올리니스트나
첼리스트는 그 자체로 실력이 있어서 아름답지만, 지휘자는 아우라와 카리스마, 인기가 있어야 한다. 그게 없으면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듯 음반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했던 보컬이 있다. 내가 독선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슴 아프지만 팀을 살리기
위해서 바꿀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있었다.
최근에 정동하가 탈퇴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나가는 것에 계기가 있겠나? 그냥 나가는 거지(웃음). 일단 마음 떠난 사람은 잡지 않는 게 내 철칙이다.
김동명이 노래하는 걸 유튜브 동영상으로 보고 영입했다. 사실 몇 명 안 봤다. 한 열 명 봤나? 그 정도만 보고 부활의 보컬을 뽑아도 될 만큼 우리나라에는 노래 잘하는 사람이 많다(웃음). 그 친구는 소울이 무척 좋았다. 눈을 감고 들으면, 어떻게 해서 그 소리가 몸에서 나오는지 알 수 있는 공명이 있었다. 음색도 독특했다. 그 다음으로 본 게 얼굴이다.
밴드 보컬 치고는 무척 반듯하게 생겼다. 점점 거칠어지도록 문지르고 있다(웃음).
부활을 얘기할 때 ‘섬’에 비유를 많이 한다. 부활은 고독할 때도 있고, 풍요롭고 아름다울 때가 있다. 음악의 섬이라는 게 그렇다.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만 존재하는 사람들의 특징과도 같다.
유독 ‘아름답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흔히 ‘갓(God)’을 얘기할 때 종교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지 않나. 하다 못해 개신교와 천주교도 다르다. 한쪽은 ‘하나님’, 다른 한쪽은 ‘하느님’이다. 유일신인데 왜 이름이 다를까란 고민을 많이 했다. 나는 신이 존재한다면 그의 이름은 ‘아름답다’일 거라고 생각한다. 아름답다는 말은 신의 울림이다. 그 말은 많이 사용할수록 아름다워질 거라 생각한다. 나에겐 최고의 찬사이자 긍정의 표현이며 행운을 빈다는 의미도 있다. 좋은 말은 어디에 갖다놔도 좋은 말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 구겨도 ‘아름답다’는 말은 아름답다. 좋지 않은 말을 쓰면 자꾸 안 좋게 된다. 나라고 욕하고 싶지 않겠나? 중학교 때 욕을 끊었더니 진짜 긍정적인 일이 많이 생겼다.
화날 때는 어떻게 하나? 화가 나면 자학을 할 뿐 표출하지 않는다. 난 그걸 고독하다고 표현한다.
그래서일까. 부활 가사 역시 시적이고 아름답다. 아름답게 살려고 노력하다 보니 나쁜 말로 가사를 쓸 수 없다. 직접적이고 공격적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음악도 있지만, 난 전체가 다 아름다울 수 있는 이야기만 쓴다.
‘네버 엔딩 스토리’는 세월호 유가족 추모 뮤직비디오에도 사용됐다. 유가족이 손수 편지를 써서 곡 사용을 부탁했는데 바로 답을 하지는 않았다고 하던데. 처음엔 그분의 정체를 모르니까 먼저 어떤 분인지 알아봤다. 그래서 시간이 좀 걸렸다. 하지만 그분의 진정성을 발견하고는 흔쾌히 허락했다. 내 음악이 누군가에게 위로될 수 있다면 누구나 응하지 않았을까?
본스타트레이닝센터라는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음악이 아닌 연기 교육이 주다. 연기든 음악이든 실질적인 건 같다. 그래서 배우가 가수를 가르칠 수도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워낙 영화나 연기에 관심이 많다. 영화를 보면서 음악에 빗대어 생각도 많이 한다. 어제 케이블 TV에서 <킹콩>을 틀어줘서 봤다. 나이를 먹으면 봤던 영화인데도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새롭다(웃음). 원래는 2005년도인가 정동하와 극장 가서 본 영화다. 그때 정동하가 그런 얘길 했다. “김태원의 감성이 궁금했는데, 킹콩이 건물에서 떨어지는 마지막 장면을 보며 펑펑 우는 걸 보고 ‘이 사람의 감성은 뭐야?’했다고.” 평소에 눈물이 거의 없는 편이다. 아마 다른 생각하다 뜬금없이 그 장면에서 눈물이 났을 거다(웃음). 그걸 정동하가 옆에서 본 거지.
10월 9일 한글의 날을 맞아 바른 언어를 위한 캠페인 송 작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나라 말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운데 사람들이 너무 편리함만을 추구한다. 특히 아이들이 말하는 게 굉장히 살벌하다. 이왕 하는 거 좋은 말만 써도 짧지 않나? 그런 것들을 은유해서 가사에 담을 거다. 오래전부터 서경덕 교수와 이 프로젝트에 대해 상의하고 있었다. 댄스일 거라는 말이 있는데 낭설이다. 그런데 댄스면 어떤가?
지난해 11월에 낸 곡 ‘To be One’은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다. 부쩍 공익성 짙은 음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지금 갚는 거다. 노래의 주제가 통일이든, 세계평화든, 인류애든. 음악 하는 사람이라면 죽을 때까지 마땅히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80, 90년대 가요계 전성기를 누린 가수들이 비정상적인 음원 시장 세태에 대한 고민과 지적을 많이 한다. 음악 하는 사람들이 존중 받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그건 법이나 제도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음악 듣는 이들과 하는 이들이 같이 노력해야 한다. 사람들이 뮤지션을 소중히 여겨야, 그들도 ‘내가 소중한가?’ 하면서 더 열심히 할 거다. 아름다운 순환을 해야 모든 부작용이 없어진다.
최근에 시나위 신대철은 디지털 음원 유통 구조에 대한 개선을 주장하며 국내 최초로 ‘바른음원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분만이 할 수 있는 거다. 작은 불씨지만 의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분이 나를 필요로 하면 언제든 달려갈 거다.
백청강, 도원경 등 후배 가수들이 멘토이자 인생의 스승으로 꼽는다. 그들과 인연이 깊다. 난 그저 그들과 함께 있었던 시간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2011년엔 <위대한 탄생>에서 우승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도원경 씨에게도 10년 넘은 일이지만, ‘다시 사랑한다면’ ‘이 비가 그치면’이란 곡을 만들어서 줬다. 몇 명 남지 않은 후배 뮤지션들이 인기가 없어져 사라지고 소멸되는 과정이 가슴 아프지만, 그러다 다시 일어나는 게 인생이다.
딸인 크리스 레오네가 뮤지션 후배가 됐다. 앨범 제목이 인데, 부활 전에 당신이 만든 그룹명도 ‘The End’다. 딸은 생각이 굉장히 깊다. 그 친구는 아빠의 음악 역사를 굉장히 존중한다. ‘The End’가 아빠의 최초 그룹명이라는 걸 각인한 상태에서 가사를 쓴 거다. 물론 그것과 무관하게 가사 내용은 그 친구가 음악을 선택하는 기로에서 고민한 흔적을 담은 거다. 아마 곡명을 정할 때 아빠의 과거와 자신을 대입하고 조합해서 쓴 게 아닐까 싶다.
딸에게 당신은 롤모델이다. 그게 그 친구에게 그리 나쁘진 않을 거다(웃음). 단지 험난한 길이라는 걸 그 친구도 알 거다. 마치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을 테니까. 추구하는 음악은 다르지만 나와 무척 닮았다. 그래서 서로 음악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 나도 그 나이대엔 누구의 말도 안 들었다. 그 친구도 그럴 테니 아무 말도 안 한다. 그건 나의 배려이고, 그 친구를 편하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부활 김태원의 딸이라 받게 되는 비난은 그 친구에게 갑옷이 되고, 더 강해질 거다. 그게 인생이다.
종종 김태원이라는 이름 앞에 ‘살아 있는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살아는 있지만 전설인 건 모르겠다. 별로 마음에 와 닿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나는 아직도 멀었다. 고마운 말이지만 크게 힘이 되지 않는다.
당신에게 힘이 되는 말은 무엇인가? “저 사람은 언젠가 또 아름다운 음악을 쓸 거야”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나이 먹을수록 곡이 잘 안 써지거든(웃음).
그럼에도 부활의 음악은 늘 진화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심하게 진한 음악을 했다면, 지금은 옅어졌다. 어디에 갖다 놔도 어울리는, 튀지 않는 색이다. 30년 동안 진한 색을 빼는 작업을 했다.
부활의 공연장이 경마장 같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롤링스톤즈 공연에서는 경마장에 말이 들어올 때 나는 함성이 들린다. 우리나라에는 그런 게 없다. 부활 콘서트를 찾는 청중의 연령층이 10대부터 50대까지 있는데, 그들의 표정은 마치 시간 여행을 하러 온 것 같다. 그래서 난 공연할 때마다 곡이 나온 연도를 꼭 말한다. 주로 하는 레퍼토리는 이거다. “수도 없이 죽을 뻔했는데 여러분이 살려주셨습니다. 이 곡은 1993년 절벽 끝에 서 있을 때 여러분이 구해주신 곡입니다” 하면서 ‘사랑할수록’이 쫙 흐른다. 청중들이 그때 시간을 감상하러 온다. 오래된 가수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지금은 오래된 가수가 있으면 안 되는 분위기다. 존재하지만 활동하거나 설 수 있는 자리가 없다.
10, 20대 어린 친구들이 부활의 음악을 듣는다고 하면 신기할 것 같다. 전형적인 애가 김동명이다. 그 친구도 그 세대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고독하게 인생을 살다 우리를 만난 거다. 음악의 힘이다. 부활의 음악이 아무리 오래됐어도 늙었다는 느낌은 아니다. <불후의 명곡>이라는 방송을 하면서 쟈니리의 ‘뜨거운 안녕’이란 곡을 편곡했다. 그때 10대들이 좋아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요즘 사람들은 음악적 센스가 많이 발달했기 때문에 올드 앤 뉴가 뒤바뀐 음악도 즐길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의 감성은 어디서 파악하나? 평소 음악을 듣지 않는다. 그냥 젊은 친구들이 순수하다는 건 안다. 이런 음악을 던져주면 그 음악에 빠진다. 순수의 극이다. 그들이 하는 말만 거칠 뿐이다. 난 ‘물들인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한겨울에 길거리에 서 있는데 버스정류장에서 어떤 사람이 지루한지 손으로 리듬 타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점점 주변 사람들에게 번지는 걸 봤다. 젊은 사람들에게 좋은 걸 주면 좋게 되고, 나쁜 걸 주면 나쁘게 된다. 그러니까 어른들이 아름다운 얘기를 많이 들려주고, 아름답게 살아야 한다.
예전만큼 좋은 노래가 떠오르지 않을 때 어떻게 버티나? 가족이 있어서 그나마 버틴다. 결혼 전, 음악 밖에 모를 때는 뮤지션으로서 나를 알리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삶이 불행했다. 지금은 내가 음악을 할 수는 있다는 안도감이 있다. 그건 예능의 힘이 컸다. 예능이 없었다면 평생 동안 ‘음악을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라는 공포 속에서 살았을 거다. 지금은 예능에서 음악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부활 역시 그 자격을 얻은 거다. 최소한 사라지지 않을 수 있는 작은 카드를 얻었다. 5년간 예능의 역사가 만든 거다.
그래서 14집 앨범은 언제 나오나? 한창 곡 쓰고 있다. 올가을에 6곡 정도 수록된 미니 앨범이 먼저 나오고, 내년에 한 장의 앨범으로 나온다.
1 1986년 1집 부활 Vol.1
‘100대 명반’으로 꼽힌다. 이승철의 미성을 담은 곡 ‘희야’ ‘비와 당신의 이야기’ 등이 수록돼 있다.
2 1987년 2집 Remeber
김태원의 신들린 기타 연주를 들을 수 있는 명반. ‘회상’ 시리즈 곡이 담겨 있다.
3 1993년 3집 기억상실
보컬로 영입한 김재기의 유작 앨범. 불의의 사고로 죽은 그가 부른 ‘사랑할수록’은 명곡이다.
4 1995년 4집 잡념에 관하여
고 김재기의 동생 김재희가 보컬을 맡았다. 실험적인 곡들을 시도했다.
5 1997년 5집 불의 발견
부활 보컬 중 가장 파워풀한 목소리인 박완규가 부른 ‘론리 나이트’ 는 가장 사랑 받는 부활의 노래 중 하나다.
6 1998년 6집 이상 시선
보컬이었던 김기연이 성대결절에 걸리면서 제대로 활동도 하지 못했던 비운의 앨범.
7 2000년 7집 Color
역대 부활 앨범 중 최고로 꼽을 만큼 완성도가 높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8 2002년 8집 새벽
이승철과 6년 만에 재회해서 만든 앨범. 대중성을 얻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 곡 ‘네버 엔딩 스토리’가 수록돼 있다.
9 2003년 9집 Over The Rainbow
부활표 록 발라드 정수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사실’ 등이 담겨 있다.
10 2005년 10집 서정
허스키한 정동하의 목소리로 표현한 김태원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앨범.
11 2006년 11집 사랑
가장 서정적인 음반으로 꼽힌다. 결성 21년째를 맞은 부활의 음악성을 오롯이 담았다.
12 2009년 25th Anniversary : Retrospect
부활 결성 25주년을 맞아 발매한 음반. 신곡과 리메이크 곡이 골고루 담겨 있다.
13 2010년 12집 Retrospect II
관록 있는 연주와 열정을 담고 있다. 김태원이 예능에 진출한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보냈다.
14 2012년 13집 Purple Wave
가장 최근 앨범으로 김태원이 3년 넘게 심혈을 기울여 만든 앨범이다.
에디터:전소영 | 월호:2015년 7월
출처:http://blog.naver.com/guidebank4m?Redirect=Log&logNo=220423571201
첫댓글 헉.. 새벽이 8집 이구나..ㅎㅎㅎㅎㅎㅎㅎㅎ
퍼플 웨이브 ..어떤 건지.. 비와당신의이야기가 1집에도 있엇어요? 음...
아..사랑할수록 앨범은 LP인데 형집에 담보로 잡혀있다는 ㅎㅎㅎㅎㅎ 왜 CD가 없나 했다요...정신머리 하고는 ㅎㅎㅎㅎㅎㅎㅎ
Color..과 퍼플을 끌린다요
김태원님 음악이. 인생이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