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최근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종교인들에게 세금을 걷겠다는 원칙을 밝혔죠.
아직 세부적인 내용은 결정되지 않아서 앞으로 결정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요.
각 종교마다 상황이 다르다 보니 남겨진 숙제가 많습니다.
최유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통해 내놓은 종교인 과세 방안의 기본 원칙은 종교인의 소득을 사례금과 같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한다는 겁니다.
기획재정부 김낙회 세제실장입니다.
“여러 종교단체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협의를 했는데 가장 큰 불만은 세금 내는 것은 동의하지만 종교인을 근로소득자로 보는 것은 부담이었습니다. 근로소득이 아닌 다른 소득으로 부담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되면 소득의 80%는 종교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경비로 인정해 빼 주고, 나머지 20%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합니다.
결국 주민세를 포함해 전체 소득의 4.4%를 세금으로 내게 됩니다.
종교계는 세금의 많고 적음을 떠나 기타소득으로 분류한 결정을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깁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세정대책위원장 김진호 장로입니다.
“근로자로 봐서 근로소득세를 매기게 되면 근로기준법이나 노동법을 적용하게 됩니다. 개신교 같은 경우 철야예배, 새벽기도회, 심야 다 하는데 초상이 나고 경조사가 있으면 휴일도 없이 다니는데 연장근로, 오버타임 어떻게 다 줄 것이냐...세금을 안내겠다는게 아니라 종교의 특성을 살리고 종교가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도록 납세제도를 마련해달라...”
불교계도 올해 초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올해 초 종교인 과세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을 밝힌 만큼 납세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특히 자기 수행을 기본으로 하는 종교 특성상 근로소득 보다는 기타소득이 적절하다는 입장입니다.
세무법인 삼성 대표이사 한명로 세무사입니다.
“성직자들은 용역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불교도 스님들이 하는 말씀이 내가 내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을 대가로 받는 것은 이상하지 않느냐. 그런 측면에선 사례금도 어느 정도 그런 개념이 들어가야 하지 않나. 불교에선 이견이 없습니다.”
천주교회는 고려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이미 지난 1994년부터 교구마다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해왔기 때문에 모든 행정적 절차를 기타소득에 맞춰 전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회계법인 원 대표이사 문길모 공인회계사입니다.
“그동안 조항이 없는 상태에서 임의적으로 근로소득으로 냈기 때문에 새로운 세법이 일괄적으로 기타소득으로 본다면 당연히 바꿔야할 것 같아요. 내부적으로 준비하시는 것은 필요하겠죠. 세법이 바뀌지 않았으면 종전대로 하면 되는데...”
그러나 아직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원칙만 정해졌을 뿐입니다.
각 종교마다 종교인에게 사례하는 명목이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불교의 경우 승려들에게 수행비 명목으로 최소한의 활동비가 지급됩니다.
때문에 이것이 사례금으로서 기타소득에 포함될 지, 경계가 불분명합니다.
한명로 세무사입니다.
“스님들이 조계사 조계종에 100여 분 근무하시는데 지금 뭘로 주냐면 수행비로 줘요. 나는 그 수행비는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례금하고는 조금 달라요. 사례의 의미가 일하고 대가를 주는 것 아니에요? 사례금이란 말 속에는 함정이 하나 있어요. 논란이 있을겁니다.”
천주교 사제들이 받는 명목은 세 가지입니다.
식비와 생활용품비 등으로 주는 사제생활비와 차량유지비 등으로 쓰이는 성무활동비, 그리고 미사예물.
이 세 가지 가운데 어디까지가 소득이고, 어디까지가 활동경비인지.
경비라면 이 비용을 모두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행정적 부담이 커졌습니다.
문길모 공인회계사입니다.
“세법개정안에도 사례금은 소득이다. 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내야한다. 소속 종교단체 등으로부터 직접 받을 때 소득으로 보기 때문에 직접 안 받으면 개념이랑 안 맞는다 이거죠. 모든 성무활동비, 사제생활비 받지 말고 기관에서 비용 처리하는 것으로 하면 굳이 신부님 소득으로 잡아서 번거롭게 비용처리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
아울러 종교인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안입니다.
김진호 장로입니다.
“문체부에서 발표한 그밖의 종교인이 20만명이 넘어요. 무속인까지 포함하는 것 같아요. 기타 무속인 포함 이런 사람드을 대부분 자기 이익을 위해서 종교활동이란 이름 아래 활동이 이뤄지고 있단 말이에요. 정부가 상당히 심도 있게 논의해서 그들 모두 종교인에 포함해 적절한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종교인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최소한의 활동비로 생활하기 때문에 세수 확보에 큰 기여는 할 수 없지만 사회지도자로서 납세의 의무를 다하고 조세 형평성에 기여한다는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또 불교의 경우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승려들이 많기 때문에 납세의 의무를 다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종교인 과세는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015년부터 본격 시행됩니다.
시행령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종교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종교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PBC 뉴스 최유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