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의 큰 유학자 남명(南冥) 조식의 시다. 제목을 보면, 가볍게 지은 시처럼 보이지만 세태를 준엄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의식 구조를 꼬집은 말이면서도 구체적인 사건을 염두에 둔 말로 보이기도 한다. 올바르고 훌륭한 인물을 누구나 사랑하고 존경할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가 살아있을 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깎아내리고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든다. 그가 죽으면 그때야 "훌륭한 인물인데 아깝게도 죽었다!"며 아까워한다. 호랑이가 살아있으면 내 목숨을 앗아갈까 두렵듯이 뛰어나고 올바른 인물은 나의 비속한 생존에 큰 방해물이 될까 두렵다. 호랑이는 가죽이 너무 좋아서 죽임을 당한다. 진정으로 훌륭한 인물은 이 속된 세상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것, 그것이 슬프다.
ㅡ 안대회 엮고 쓰다
빛과 어둠을 만나는 시 '새벽 한시' 중에서...
世人罕畵虎憂狗之似
세상 사람들이 호랑이를 잘 그리지 않은 것은 개처럼 될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此幅却令眞虎自愧
그러나 이 그림은 도리어 진짜 호랑이가 스스로 부끄럽게 여길 정도이다.
朝鮮西胡散人畵虎水月翁畵竹菱山道人評
조선의 서호산인 김홍도가 호랑이를,
수월옹 임희지가 대나무를 그리고, 능산도인이 그림을 평하다.
ㅡ 황기천(黃基天, 1760~1821)
산 호랑이보다 더 사실적인, 단원 김홍도의 맹호도
대나무는 상록과 장수를 뜻하는 길상이며 불 속에서 터지는 소리로 귀신을 쫓아낸다는 축귀벽사逐鬼辟邪의 도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더욱이 대나무는 선비의 절의를 상징하는 사군자의 대표격 소재이다. 또 예리하고 날카로운 호랑이는 군자를 나타내는 영물로도 꼽히며 본래 궁중의 세화로서 악귀를 막는 벽사의 의미를 지닌다.
화면은 상하로 구분하여 녹죽綠竹과 적황색赤黃色의 호랑이는 색 대조를 이루면서 그림의 격조를 더한다. 죽엽竹葉의 삽상颯爽한 기운과 호虎의 당찬 기세는 상호 조화 속에 마치 한 사람의 일관된 솜씨인 양 나이를 초월한 단금우斷金友만이 가능한 경지라 하겠다. 세필로 나타낸 화려한 호피의 질감을, 흰색 털 주변에는 서늘한 푸른 그림자를 드리워 더욱 돋보이게 표현했다. 결정적으로 광채를 발하는 맹호의 눈은 김홍도가 그린 영모화 중에서도 가히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