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소각 근절 캠페인 벌였더니 초미세먼지 농도 41% 줄었다
유기탄소-칼륨 크게 줄어들며
농촌 미세먼지 기여율 12%P 감소
농경지에서 영농 폐기물과 잔재물을 태우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국립환경과학원 전북권 대기환경연구소는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농촌이 밀집한 전북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분석한 결과, 영농폐기물 불법 소각을 줄이면서 이 지역 초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떨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농사를 짓고 난 뒤 나오는 영농폐기물은 공동집하장에 폐기하거나 종량제 봉투에 넣어 생활폐기물로 버려야 하는데 폐기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천에서 불법 소각하는 일이 빈번했다.
전북 지역은 2019년 기준 영농폐기물 소각 작업이 초미세먼지 자체 배출량의 24%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특히 추수가 끝나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 보리 수확기 직후인 6월에 농업용 비닐, 농약병 같은 영농폐기물과 잔재물을 대량으로 소각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북도청과 전북지방환경청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3월까지, 그리고 2022년 6월 농가를 대상으로 불법 소각 근절에 스스로 참여하도록 하는 캠페인성 저감 정책을 실시했다.
전북권 대기환경연구소가 이 정책의 효과를 미세먼지 성분 분석을 통해 확인해 봤다. 먼저 전북 지역의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의 농도는 전년 대비 뚜렷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6월 전북 지역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농도는 각각 ㎥당 27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16μg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7.5%, 41.2% 줄었다. 미세먼지 성분 분석을 해보니 미세먼지를 구성하는 물질이자 영농폐기물이 연소할 때 높아지는 지표인 유기탄소, 칼륨이 두드러지게 감소했다. 영농폐기물과 잔재물 불법 소각을 줄인 것이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한 셈이다.
이에 따라 불법 소각의 미세먼지 농도 기여율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포인트(18%→6%)나 떨어졌다. 단, 연구진은 “2022년 6월에는 강수량이 전년보다 많았고 대기 정체 일수도 전년보다 적었다”며 “양호한 대기 조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전북도와 대기환경연구소는 공동 간담회를 갖고 가을철 수확기 불법 소각 근절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대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장은 “앞으로도 관측 자료를 기반으로 해 실증적인 지역 맞춤형 대기 정책 지원을 위해 지자체와 지속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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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소각되는 하우스 비닐-농약병… 농촌 미세먼지-산불 일으킨다
농촌 환경 위협하는 영농폐기물
모종판-호스 등 폐기물 종류 다양, 화학물질 함유돼 토양-수질 오염
지난해 영덕 산불 원인으로 지목
농촌 고령화로 방치-투기문제 심화… 처리비용 현실화 등 관리 강화해야
충북 진천의 한 농촌에 마련된 농업용 비닐 폐기물 공동집하장이 텅 비어 있다(왼쪽 사진). 비닐하우스 등에 사용된 농업용 비닐은 이곳에 폐기해야 규정에 맞게 재활용 혹은 소각 처리할 수 있다. 농약 용기도 별도의 수거함에 분리배출해야 한다(오른쪽 사진). 환경부 제공
전남 보성은 최근 한 달간 4700만 원을 들여 도로 주변과 야산에 방치된 영농폐기물을 포함한 쓰레기 120여 t을 수거했다. 대부분 지난해 추수가 끝난 뒤 방치되거나 몰래 내다버린 폐기물이었다. 전남 나주는 영농폐기물 수거율을 높이기 위해 공동집하장(농민들이 영농 폐비닐 등을 분리 배출하는 곳) 수를 기존 4곳에서 올해 18곳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집하장까지 갖다 버리기 귀찮다는 이유로 폐기물을 방치하거나 불법 투기하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서다.
흔히 미세먼지 배출원이라고 하면 공장과 자동차의 배출가스나 국외로부터 유입되는 대기오염물질을 떠올린다. 하지만 공장이 없고 교통량이 적은 농촌에서는 영농폐기물 소각이나 방치로 발생하는 미세먼지양이 상당하다. 영농폐기물은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로, 비닐하우스 등에 사용하는 농사용 비닐과 농약 용기(병·봉지), 모종판, 호스 등이 있다. 올해 농사가 시작되는 봄을 맞이해 지자체들이 지난 농한기에 발생한 영농폐기물을 치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농업용 비닐 쓰레기만 연 30만 t
경기도는 20일부터 ‘영농폐기물 집중 수거 기간’에 들어간다. 4월 30일까지 약 두 달간이다. 도 관계자는 “영농폐기물은 (불법 소각, 매립되면)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며 “깨끗한 농촌 환경 조성을 위해 농가에 영농폐기물을 적극적으로 수거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폐기물의 양은 엄청나다. 환경부에 따르면 농사용 비닐 폐기물 발생량만 해도 매년 30만 t이 넘는다. 2020년에는 30만7157t, 2021년에는 31만9194t이었다. 폐농약 용기는 7039만 개, 2021년 7331만 개에 달했다.
문제는 영농폐기물의 수거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래 영농폐기물의 폐기 절차는 다음과 같다. △농민들이 가까운 영농폐기물 공동집하장에 폐기물을 갖다 놓으면 △수거사업자가 수거사업소로 운반하고 △이후 상태에 따라 정부 혹은 민간 재활용시설이나 소각시설로 이송하는 순서다.
그런데 초기 수거 단계부터 구멍이 발생하고 있다. 으레 그래 왔다거나 또는 번거롭다는 이유로 공동집하장까지 폐기물을 배출하지 않는 농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폐비닐만 해도 2020년 기준 약 4만6000t이 수거 단계부터 불법 소각 또는 매립·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농한기 농촌을 방문해 보면 농지 혹은 도로 한편에 쌓여 있는 농업용 비닐이나 농약 용기 등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이런 영농폐기물은 대기·토양 등 환경오염을 유발할 뿐 아니라 농약, 비료 등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수질오염도 일으킨다.
정전이나 화재 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2월 축구장 400개 규모의 임야를 태운 경북 영덕 대형 산불도 영농폐기물 소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국에서 겨울철 바람에 날리는 물질(비산물)로 인해 136건의 크고 작은 정전이 발생했다.
● 영농폐기물 대부분 관리 사각지대에
폐비닐과 폐농약 용기 외 폐기물들은 별도의 수거 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영농폐기물은 생활폐기물에 속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거·처리 의무가 지자체에 있다. 비닐과 농약 용기는 그 양이 많아 정부가 수거와 관리에 관여하고 있다. 모종판, 그물망, 고정끈, 호스, 하우스 재배용 스티로폼 등 나머지 모든 영농폐기물은 지자체 관할이다. 비닐, 농약 용기 외 영농폐기물에 대한 처리 지원을 하는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폐기물은 버려지거나 불법 소각·투기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자체적인 수거 시스템이나 시설을 구축하기도 쉽지 않다고 지자체들은 주장한다. 농촌지역 인구는 줄고 농업 인구의 고령화는 가속하는 탓에 앞으로 영농폐기물 방치·투기 문제는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농촌을 지키는 고령층의 경우 폐기물을 직접 공동집하장까지 나르는 게 어렵고 새로운 제도나 지원을 교육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영농폐기물을 수거한 농민 등에게 주어지는 지자체 수거보상금의 국고 지원 비중을 2배로 늘렸다”며 “정부 지원이 늘어난 만큼 지자체의 폐기물 관리 여력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환경부는 고령자나 소규모 마을 주민이 멀리 가지 않아도 쉽게 폐기물을 배출할 수 있도록 현재 전국 9885곳인 영농폐비닐 공동집하장도 2025년까지 1만30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환경경제학회장을 지낸 임동순 동의대 경제학과 교수는 “영농폐기물 처리 비용도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영농폐기물 처리와 재활용에 높은 보상을 하면 그만큼 관련 업체들이 알아서 뛰어들 것”이라며 “민간 수거운반비 등을 시장이 왜곡되지 않는 범위에서 보조하는 등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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