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무역협정, "자유무역·관세" 대신 디지털, 환경, 비관세 장벽 등 특정 이슈 초점
O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일본, EU, 인도, 페루 등과의 무역 논의에서 ‘자유 무역’, ‘관세’ 등은 의제에 거의 오르지 않고 있음. 새로운 무역 협상의 세계에서는 관세 인하 대신 디지털 저작권, 대기질, 기술 및 제품 표준 등 구체적인 쟁점들이 전면적 조약이 아닌 정부 차원의 협정 형태로 중개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음.
-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편은 변화하는 경제 흐름과 정치적 동향에 의해 주도되고 있음. 서비스와 온라인 상거래의 부상으로 세계 무역에서 실물 상품의 역할이 줄어들었고,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 간의 임금 및 생산 비용 격차가 좁혀져 환경 규제 등의 간접 비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
- FTA는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자유시장 경제가 승리를 거둔 것처럼 보였을 때 시작되었음. 1994년 북미자유협정(NAFTA)이 발효된 이후 국가 간 관세를 인하하는 협정들이 이어졌으며, 이에 따라 1990년대 미국의 무역가중평균 관세율이 46% 하락했음. 이런 추세는 2000년대 오바마 행정부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을 통해 정점을 찍었음.
- 최근의 국제 무역 협정들은 관세 이외의 문제를 강조하는 추세이며, 미국의 국제 경제 외교도 마찬가지임. 바이든 행정부는 일본 및 EU와의 협상에서는 인플레이션감축법의 청정에너지 보조금에 대한 접근 권한을 제공하고, 인도·태평양 및 미주 지역과의 지역 협정에서는 관세를 건드리지 않고 경제 관계 강화, 공급망 연결, 표준 평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 이 중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활동은 없음.
- 무역 협정에서 관세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줄어들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사실상 현재 관세가 너무 낮기 때문임. TTIP의 불운한 요소는 대부분 규제 및 산업 표준과 같은 비관세장벽에 관한 것이었음.
- 댄 해밀턴(Dan Hamilton)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대학원 외교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지금 미국과 유럽은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을 하고 있다"고 분석하듯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EU 상품에 대한 관세는 평균 2.5%로 전 세계 기준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임.
- 따라서 무역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부분은 자동차 범퍼 디자인, 제약 공장 청소 규정과 같이 사소해 보이는 비관세장벽을 줄이는 것일 수 있음.
- 비관세장벽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음. 2011년 체결된 한국-EU FTA는 자동차, 화학, 의약품 분야의 장벽을 허물었고, 이후 한국은 EU 법률을 모델로 한 화학물질 규제를 도입하여 한국 기업들에 거대한 EU 경제 시장이 개방되었음.
- 협상에 참여했던 유럽위원회의 고위 관리인 시그네 라소(Signe Ratso)는 "관세를 철폐하더라도 비관세장벽이 남아 있으면 시장에 접근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함.
- 협정들이 범위가 좁아진 이유 중 하나는 FTA가 광범위해지면서 정치적으로 실행되기 어려워졌기 때문임. 새로운 협정 중 일부는 규제 당국 간의 협정으로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음. 예를 들어, 2008년에 미국과 EU는 양자 간 항공 안전 협정을 체결했으며, 이 협정은 본질적으로 규정은 서로 다르지만 효과가 동등하고 상호 교환이 가능함. 그러나 급진적인 접근 방식에 대한 의회의 논란으로 인해 협정이 발효되기까지 3년 가까이 표류했음.
- 미국은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비관세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했음. 2017년 미국과 EU 식품 및 의약품 규제 당국은 활성 의약품 성분에 대한 우수 의약품 제조 관행에 대한 상호 인정 협정을 체결함. 이 협정을 통해 두 규제 당국은 서로의 시설에서 중국과 인도와 같이 잠재적으로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시장으로 검사관을 보낼 수 있게 되었음.
- 미국과 EU는 보험 및 재보험 부문의 규제에 대해서도 유사한 협정을 체결했음. 트럼프 행정부의 2020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은 디지털 무역, 지식재산권, 멕시코 공장의 노동 조건과 환경을 다루는 표준을 포함한 비관세 문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음.
- 기업들은 이와 같은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음. 미국 상공회의소 마조리 촐린스(Marjorie Chorlins) 유럽 담당 선임부회장은 “규제 부담이 점점 더 커짐에 따라 재계는 더 폭넓은 대화와 공통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장려하고 있다”고 말함.
출처: 월스트리트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