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지에서 30km 넘으면 '부재부동산' 이 기준 피하면 토지보상 주민과 동등
LH 다수 직원 광명·시흥 땅 30km 이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는 허술한 토지보상법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는 매수한 땅과 거주지 간 직선거리가 30㎞ 이내면 지역 주민과 같은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준을 만족하면 임야도 사업용 토지로 인정된다. 투기 의혹을 받는 수도권 거주 LH 직원들의 상당수가 이런 허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4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2017년 8월 LH 부장 강모(57)씨가 매수한 경기 광명시 옥길동 토지와 그가 거주하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간 직선거리는 약 26㎞다. 강씨는 광명·시흥지구 내 다수 토지를 매입해 '강 사장'으로 불린 인물이다.
주목할 부분은 땅과 거주지 사이 직선거리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 시행령에 따르면, 사업인정고시일 1년 전부터 토지 경계로부터 30㎞ 이내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 소유한 땅은 부재부동산(不在不動産)으로 보지 않는다. 부재부동산이란 해당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토지주가 보유한 땅을 뜻한다.
국토교통부는 억울한 부재부동산 소유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2013년 직선거리 기준을 시행령에 포함시켰다. 덕분에 부재부동산을 피한 토지주는 상당한 혜택을 받는다. 토지보상법에 따르면 대토보상 대상자 간 경쟁이 발생하게 되면 부재부동산 소유자는 뒷순위로 밀린다. 또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부재부동산 소유자의 현금보상은 최대 1억 원뿐이며, 나머지는 채권으로만 받아야 한다. 부재부동산이 아니라면 외지인도 지역주민과 같은 보상권을 쥘 수 있는 셈이다.
세금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농지로부터 직선거리로 30㎞ 이내 거주자가 직접 경작한 경우 해당 토지는 사업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사업용 토지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의 부과 시 절세 혜택을 받는다. 다만 토지주 총소득이 연 3,700만 원 이상이면 농지 경작을 인정하지 않는다. 임야는 땅으로부터 30㎞ 이내에 거주자가 일정 기간 보유하면 사업용이 된다.
광명·시흥지구에서 LH 직원들이 매수한 다수 필지는 부재부동산이 아니다. 부장 박모(55)씨가 2018년 2월 구입한 광명시 노온사동의 논과 자택인 경기 성남시 수정구 사이 직선거리도 약 26㎞다. 부인과 함께 시흥시 과림동 밭을 2019년 6월 산 김모(56) 부장의 분당구 집도 해당 토지로부터 약 22㎞ 떨어져 있다. 다만 이들의 연봉은 3,700만 원이 넘어 농지 절세 혜택은 받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LH 투기 의혹 직원 거주지와 토지 간 직선거리. 신동준 기자
현재까지 나온 투기 방지 대책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단기 보유 및 비(非)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골자로 하는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30㎞ 기준' 관련 개정은 포함되지 않아 이달 중 발표 예정인 신규 수도권 공공택지에서도 토지보상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지방과 달리 수도권만이라도 '30㎞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신도시 위치에 따라 유동적이어도 서울 강남, 분당과 판교신도시 등 부유한 지역이 30㎞ 범주에 포함될 수 있어 투기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투 트랙' 토지보상 제도를 조언한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수도권과 광역시 인근 지역은 '경자유전'(농민이 농지 소유)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며 "지방은 다른 지역의 자본이 원활하게 유입돼 농촌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직선거리 기준을 되레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