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통신 42보> - 여름방학을 돌이켜 보며
누구에게나 방학은 설렘이 있게 마련이다.
다음 학기를 위해 쉬면서 또 다른 준비를 하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여름도 그랬다.
상하이의 무더운 여름을 피해 일찌감치 귀국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 웬걸···.
우리나라에 돌아와도 여름 날씨는 역시 여름 날씨였다.
6월 9일에 귀국하고 나서 바로 다음날 대구 흥사단에서 ‘라이프 사이클과 적성, 그리고 꿈’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게 되어 있었다.
이 주제는 내가 여태 살아오면서 느낀 삶을 내 스스로 정리해 본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회원들이 참석해 박수와 격려를 보내 주어서 대단히 기뻤다.
특히 제 꿈이 '시간당 1백만 원의 강사료를 받아 보는 것'이라고 말했을 때, '우리 즉석에서 1백만 원을 거두어 줍시다'라고 김성수 단우님이 제안을 하자, 모두가 그러자고 한 대목에서는 나는 용기가 저절로 샘솟는 것 같았다.
그리고 흥사단 특강이 끝난 다음날부터는 밖에 나가면 덥기만 하다는 핑계를 대고 6월 23일로 미리 약속해 둔 산학연구원 <智求人> 독서토론 발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발표하기로 한 책이 ‘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는가?(칼 라크루와/데이빗 매리어트 공저)’였다.
무려 5백여 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이었다.
내용은 쉬웠지만 읽고 또 읽어도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았다.
(대구 흥사단 강당 쾌재정에서, <라이프 사이클과 적성, 그리고 꿈> 강의 장면)
지난번에 발표한 책이 생각났다.
‘인간의 역사(미하일 일린)’란 책인데 그건 7백여 페이지였다.
하필이면 내가 발표할 책이 모두 이렇게 분량이 많은가?
자조를 해 보았지만 중국에서 1년 반 정도를 살았다면 이 정도는 읽어봐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다.
이번 기회에 중국에서 직접 살아본 경험과 책을 통해서 알아낸 지식을 동원해서 자칭 중국통 정도는 되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겨 버렸다.
그래서 이 책 한 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을 뒤졌다.
가장 최근에 인기리에 읽히고 있는 중국관련 도서가 무엇인가를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각종 신문에 난 도서평과 중국 전문가의 평가를 모아서 세 권의 중국 관련 책을 더 사 버렸다.
그것은 바로 ‘메가트렌드 차이나(존 나이스비트)’, ‘중국은 미국을 어떻게 이기는가?(이에추화)’, 그리고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마틴 자크)’이라는 책이었다.
그래서 위의 책 ‘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는가?’라는 책과 더불어 페이지 수를 합계해 보니 무려 1천9백여 페이지나 되었다.
단 하루만에 도착한 중국 관련 최신 책을 책상 앞에 펼쳐 놓고 생각해 보니 이 정도는 읽어줘야 중국 관련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독서 토론 발표 제목도 임의로 수정을 했다.
책 네 권에 담긴 전체 내용이 중국이 앞으로 미국을 대신해서 세계의 패권국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 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일간지 평론에서 언뜻 읽은 ‘큰일 낼 중국인가, 큰일 날 중국인가?’라는 대단히 센세이셔널 한 주제를 독서토론 제목으로 붙여 버렸다.
이렇게 되면 독서토론에 참석하는 여러 회원들도 주제가 그저 밋밋하지 않고 뭔가 비범한 내용이 있는 듯하게 보이지 싶었기 때문이었다.
(독서 토론하기 위해 읽은 중국관련 최신 책 네 권. 무려 1천9백 페이지. 히히)
그래서 그런지 한 달에 두 번 있는 독서토론회가 아침 일곱 시에 시작됨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비좁을 정도로 회원들이 몰려들었다.
뒷자리까지 빼곡히 찬 것을 보면 근 5십여 명 이상은 온 것 같았다.
평상시에는 2십여 명 내외가 참석하곤 했는데···.
제목 탓인지, 아니면 주제 탓인지 간에 하여튼 중국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내 발표에 대해 반응이 괜찮았다는 증거는 또 있다.
발표가 끝나고 하루가 지나자 그날 참석했던 비회원 중 한 분이 자기네 모임에도 한 번 와서 발표를 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자기네 모임도 매주 독서토론회가 있는데 벌써 2백 회를 넘겼다며 이번 주제가 너무 좋으니 발표를 해 달라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그 <웰빙산악회 독서토론 모임>은 역사로 따지면 산학연구원보다 정말 더 열심히 하는 독서 모임인 것 같았다.
불러 주면 얼마든지 달려가는 나인지라 바로 흔쾌히 승낙해 버렸다.
7월 13일로 날짜가 잡혔다.
혹시 먼저 번에 발표한 내용 중에 부족한 점이 없나 싶어서 책을 다시 한 번 더 읽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1천9백 페이지가 내 눈 앞에서 또 다시 넘어가고 있었다.
이번 독서 발표도 끝나자마자 또 다른 과제가 생겨 버렸다.
흥사단 <동맹독서팀>에서 날씨도 덥고 하니 8월 한 달은 그냥 쉬고 9월에 다시 하자는 일부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그러면 가볍게 제가 발표할 테니 8월에도 쉬지 말고 계속 합시다’라고 제안을 해 버렸다.
이 말을 하고 나니 바로 후회스럽기도 했다.
여름방학이라고 한국에 들어와서는 벌써 한 달 가까이를 중국관련 책 읽는다고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그렇게도 좋아하는 산에도 한 번 제대로 못 가봤으니 말이다.
집으로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대구 흥사단 동맹독서팀도 발족한 지 벌써 1년이 훌쩍 지나갔다.
어렵게 출발한 독서 모임인데 더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 줄 수 없을까 고민을 해 봤다.
회원들도 많이 오고, 주제도 흥미를 끌 수 있고, 결과적으로 뭔가 획기적인 이벤트가 될 만한 것이 없을까 하고 연구를 해 봤다.
(대 성황리에 끝난 대구흥사단 동맹독서 토론 배틀 장면 : 노희숙 단우님 정말 고마워요...)
그때 조병철 박사님께서 산학연구원에서 중국에 관한 긍정적인 측면을 발표한다는 정보를 얻어내고 퍼뜩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얼마 전에 조선일보에서 읽은 <멍크 디베이트(Munk Debates)>라는 것이었다.
이 멍크 디베이트는 금광재벌인 피터 멍크가 세운 캐나다 오리아재단이 지난 2008년부터 주최하는 글로벌 토론회이다.
연 2회 토론토에서 열리며 국제 현안을 두고 세계 정상급 지식인 2인씩 2개조가 일종의 '토론 배틀'을 벌인다는 것이었다.
방법은 두 시간에 걸친 토론 전후에 청중이 투표를 해서 승패를 나누는 방식이며 너무 인기가 좋아 2천7백여 방청석 표(25~90달러)는 일찌감치 매진될 정도라고 했다.
영국 공영 BBC와 미국 공영 CSPAN이 중계할 정도로 국제적 인기를 더해가고 있음은 물론이고···.
나는 여기에다가 백지연의 끝장토론 방식과 최근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안철수, 박경철, 그리고 김제동 3인의 <청춘콘서트>를 모델로 삼아 정말 흥미진진한, 대구흥사단만의 2인 집중 <토론 배틀>을 개발해 보기로 했다.
내가 토론 배틀 초안을 가지고 임병욱 회장과, 장윤자 부회장, 정용진 수련분과위원장, 이용재 동맹독서팀장, 노희숙 동맹독서 총무, 독도수호대장 조병철 박사, 류경순 단우, 그리고 김철래 뉴스레터편집위원장 앞에서 브리핑을 했을 때 모두가 열렬한 지지를 보낸 것을 아직도 잊지 못 하고 있다.
이용재 동맹독서팀장이 사회를 보고, 나와 조병철 박사가 ‘큰일 낼 중국인가, 큰일 날 중국인가?’라는 주제로 찬반 토론 배틀을 벌이며, 임병욱 회장은 마이크 시스템 등 토론 배틀 전체를 책임지고, 식사와 참여인원 확인 등은 노희숙 총무가 분담하고 하는 등 각자의 역할이 정해졌다.
그리고 행사가 끝나는 날까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일사분란하게 일이 처리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막상 8월 17일 행사 시간이 다가오자 계획했던 대로 흥사단 회원을 비롯하여 각계각층에서 1백여 명 이상의 시민들이 쾌재정 강당으로 몰려들었다.
시작부터 웃음교실 이기애 강사가 웃음을 폭발시키더니 급기야는 계획했던 시나리오대로 멋진 토론 배틀과 방청객의 열화와 같은 환호, 최용호 산학연구원 이사장의 깔끔한 마무리까지 정말 속이 후련하게 진행되었다.
대구흥사단 쾌재정이란 강당이 이렇게 빛나 본 적이 있었던가 싶었다.
산학연구원 최용호 이사장이 ‘옛날 흥사단 본부의 <금요개척강좌>와 같이 대구흥사단에서 새로이 시도해 본 이 <토론 배틀>이 세계적인 <멍크 디베이트> 못지않은 대구흥사단만의 <토론 배틀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라고 한 말씀처럼 되었으면 한다.
이렇게 새로운 꿈을 꾸다 보니 여름방학이 다 지나가 버렸다.
여기는 다시 새 학기가 시작되는 중국 베이징이다.
2011년 9월 2일
베이징에서 멋진욱 서.
<참고>
멋진욱 중국 상하이 직통 전화 : 187-0149-2322
한국휴대폰 요금 정도로 싸게 전화하는 방법 : 1688-0044 연결후 86-187-0149-2322-# 하면 됩니다.
제 한국 로밍폰 011-530-1479는 고장이 나서 연결이 안 됩니다. 참으로 답답···.
첫댓글 알찬 여름방학을 보내고 가셨네요..많은 박수를 보내며..앞으로의 활동에 훌륭한 밑거름이 될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멋진욱씨!! 화이팅!!!..^&^
매번 일부러 우리 부부 나간다고, 그리고 들어왔다고, 품위있고 고급스런 레스토랑에서 식사 대접까지 해 주시더니... 저는 올 때 도망 오듯 했습니다. 이번 겨울에 들어가면 기필코 제가 한 번 식사 대접 올리겠습니다. 히히.
아주 멋진 독서 토론 배틀이 이었습니다,
김 총무님은 우리의 보배입니다. 부디 열정 식지 말고 끝까지 같이 가입시더... 파이팅! 히히.
잊지못할 2011년의 여름을 선물해 주고 가신~~단우님~~
와이카노~~~ㅋㅋㅋ 사랑하는 벗씨가 안계셨더라면~~ㅋㅋ
단우님이 계셔서 흥사단의 앞날은 더욱 변함없이 빛날거라 생각하니 자랑서럽고 신바람 납니당~~
공부많이 하셔서 얼릉 컴백하셔요~~ㅋㅋㅋ
참~~~타국서 홀로 명절은 어케 보내셨는지요??? ㅠㅠㅠ
어제 중국으로 전화해서 뭐시라... 이쁜 여학생 사귀어 재미있게 지내라 캤다믄서? 힝 미워잉~~ㅋㅋ
어? 그 정보를 우째 알았지? 우리 둘이서 몰래 한 대화였는데... 앞으로 전화도 조심해야겠군, 다 듣고 있다니... 히히.
아직도 방학을 즐기시다니 부럽습니다. 방학, 긴 여운이 있는 단어네요. 부디 많이 배우고 건강하게 귀국 바랍니다.
회장님, 늘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도와 드리지도 못 하고... 만날 걱정만 시키고... 히히.
ㅋㅋ 꿈꾸다 끝낸 방학~~꿀맛같은 방학이었죠. 이제 이번 학기만 즐기면 하산하는건가요?
강요하면 하산 안 하는 수가 있어요. 히히.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은 역시 産苦의 통증이 수반되는데 그 수고를 마다않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고 멋지게 , 성황리에 끝낸 그대와 우리 단우들에게 갈채를 보냄다요. 정말 보람된 방학을 보낸 것을 축하드리고 객지에서 건강조심하시라요
늘 신나게 웃고 사시는 우리 이모... 겨울에 들어가면 한재 미나리 먹으러 한 번 가입시다. 벙개 모임으로... 회비는 1만 원... 히히.
오케이, 기꺼이 수용함다요
토론 배틀 넘 멋졌고요~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겨울 방학에 오면 수익 모델로 추진 해보지요~ 근데 결론은 방학이었습에도 오나 가나 중국 공부했네요~ㅎㅎ
전 선배님 졸졸 따라다니며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히히.
9월 독서토론 발표를 하면서 한 얘기지만,
예전에 취미란에 '독서' 라고 칸을 채우는 풍조가 ? 있었지요.
'독서토론' 이란 단어는 진부하지만, 김지욱 단우가 그 내용과 방식을
혁신하니 새롭고 신선한 대구 흥사단의 새로운 방향이 설정 된듯 합니다.
본디 배우는 사람에게는 여름방학이란 휴식을 취하며 심신을 충전 하는
시기인데, 혹, 하절기의 지나 친 열성적인 활동에 의한 방전으로 건강에는
이상은 없었는지요? 수우고 많았으며 멋진 욱의 무용담은 계속이어지기를
바랍니다.
하하하, 늘 열정적인 선배님, 본 받고 싶습니다. 대구 흥사단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