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포함 최근 몇년간, 유타의 코어 멤버(데론-부저-AK-오쿠어)가 확정된 이후 가장 짜릿한 승리였던 것 같습니다.
1. 포틀랜드가 이겼어야 하는 경기
- 포틀랜드는 꼭 잡았어야 하는 경기였습니다. 유타는 주전 슛팅가드 브루어를 멤피스로 트레이드 시켰고, 오쿠어는 아내의 출산으로 경기에 뛰지 못했고, AK는 부상으로 경기 초반에 빠졌습니다. 게다가 최근 슛팅 폼이 상당히 안 좋은 데론은 오늘 최악의 슛 컨디션을 보여줬고, 폴 밀샙은 오펜스 파울을 연달아 범하고 특유의 생산력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코버-매튜스-마일스는 특유의 기복있는 슛 컨디션을 자랑했구요. 이런 유타를 상대로 너무 소프트한 경기를 펼치다가 어이없게 역전을 당해버렸네요. 3쿼터까지 20점차 이상 나던 경기였습니다. (아마 25점까지 차이났던거 같습니다.)
- 부상병동이라고는 하지만 전력차는 확실했습니다. 유타 입장에서 최악이었던건 단신 라인업을 가동할 수 밖에 없다는 거였죠. 운동능력이 좋고 팔 다리가 길어 7피트같은 알드리지-캠비 쌍돛대를 상대로 한 유타의 라인업은 6-9, 6-8의 부저-밀샙 꼬꼬마 라인업이었습니다. 원래 유타는 부저-오쿠어의 박스아웃도 좋지만 SF포지션의 AK와 SG 포지션의 브루어의 사이즈와 운동능력이 평균이상이었기 때문에 리바운드 마진이 상당히 좋은 팀입니다. 헌데 주전 3명이 다 빠지다보니 오늘 경기 중반까지는 완전 탈탈 털렸습니다. 전반에만 10개이상 차가 났던거 같더군요.
- 헌데 20점차 이상 난 이후로 포틀의 경기 운영이 상당히 느슨해졌습니다. 유타가 사실 특별히 잘한 것도 없습니다. 데론은 슛팅 컨디션이 좋지 못했고 부저는 장신의 포틀 빅맨을 상대로 상당히 고전했죠. 근데 스물스물 정말 소리 없이 따라갔고 코버의 3점 2방으로 경기의 흐름은 유타로 완벽히 넘어왔습니다. 포틀랜드 입장에서는 최악의 패배인게 사실 캠비까지 영입했다는건 올시즌 최소 서부 컨파까지는 노린다는겁니다. 헌데 3쿼터까지 20점 넘게 차이났던 경기를 이렇게 뒤짚힌다는건 선수들, 코칭스텝의 마인드가 너무 물렁하다는거죠. 그것도 원정팀들이 상당히 꺼려하는 로즈가든에서의 패배입니다.
2. 포틀의 약점
- 현 시점에서 캠비>오든,조엘인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캠비는 너무 소프트하죠. 분명 리바운드도 잘잡고, 블락도 잘하지만 센터다운 거친 모습이 없습니다. 알드리지 역시 마찬가지고. 포틀은 밸런스가 아주 좋은 팀이지만 플레이가 너무 깔끔합니다. 거칠게 밀어붙이는 맛이 없더군요. 오늘 역전의 발판도 결국 알드리지-캠비의 몸빵부재가 컸습니다. 또 하나 안드레 밀러의 3점입니다. 포틀이 선수들이 워낙 슛이 좋아서 가려지긴 하지만 포인트 가드가 3점이 없다는 건 치명적이죠. 경기가 잘 풀릴때는 상관이 없습니다만 오늘처럼 유타가 추격을 시작할때 데론은 밀러의 3점을 아예 신경도 안쓰는 장면이 몇번 나왔습니다. 원래 트레이드라는게 왠지 항상 떠나 보낸 선수에 대한 아쉬움이 많은 법이지만 블레이크와 아웃로의 빈자리가 커보였습니다.
3. 유타의 하승진 - 퍼센코
- 오늘 경기의 MVP입니다. 이 선수가 없었다면 유타는 대 추격의 발판을 이뤄내지도 못했을꺼고 승리를 이끌어 내지도 못했을겁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약간 소개를 한다면 이 선수는 유타 입장에서는 완전 잉여급입니다. 입단 초기에는 코스타 쿠포스라는 유망주 라이벌에게 밀리기도 했고, 슬로안에게 싫은 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최근에는 가비지 타임에는 가끔 모습을 드러내면서 D리그로 쫓겨난 쿠포스에게는 비교 우위를 보이는 선수죠. 사실 두 선수 기량은 별 차이가 없기에 AK의 옆동네 출신인 퍼센코가 인맥빨로 버티는게 아닌가 하는 (물론 농담입니다) 생각도 있었는데 오늘 생애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 신인 선수들 안쓰기로는 래리 브라운 감독과 쌍벽을 이루는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도 1년은 무조건 벤치죠. 데론이 폴에게 밀린다는 인식이 생긴 것도 슬로안의 영향이 큽니다. 1년차에는 자신의 능력을 거의 발휘를 못했다고 봐야 될정도였으니 말이죠.) 슬로안이기에, 유타 팬들이 제발 써보라고 난리를 쳐도 3년째 꿋꿋이 가비지 타임에만 가끔 나와서 이 선수가 정말 기량이 딸려서 못나오는지 아님 슬로안의 성향으로 못나오는지 사실 팬들도 아리까리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처음으로 가비지 타임이 제대로 된 경기에서 뛴 것 같은데 정말 최고였습니다.
- 오늘 제대로 된 시간에 본 퍼센코의 모습은..'하..하승진?' 이었습니다. 지역방어에서의 움직임이 아주 어수선하더군요. 아마추어 수준도 안되보였습니다. 또한 2:2나 지역방어 로테이션시에 공잡은 사람에게만 시선을 고정시키는 초딩농구수비를 보여주기도 하더군요. KCC에서 어느정도 조련된 하승진이 아닌 예전의 하승진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불안한 자유투마저도 (5할도 안됩니다.) 하승진과 판박이더군요. 하지만 하승진이 아무리 못해도 하승진인것처럼 7피트 1인치의 거대한 몸을 가진 퍼센코로 인해 포틀랜드는 말리기 시작합니다.
- 원래 마인드가 좋은건지 아님 생애 처음으로 제대로 된 게임, 제대로 된 시간에 나와서 그런지 열의가 넘치더군요. 그 왜 농구 처음 시작하는 분들 보면 실력은 없어도 완전 찰싹 달라붙어서 수비하시는 분들 있지 않습니까? 반칙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지만 무조건 열심히 하는 분들. 오늘 퍼센코가 딱 그모습이었습니다. 귀여울 정도로 열심히 하더군요. 밀샙-부저 그리고 사이즈가 작은 마일즈-매튜스로 이루어진 단신 라인업에서는 탈탈 털리던 리바운드가 퍼센코가 들어오면서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부저가 오늘 23개의 리바운드를 잡은건 퍼센코의 우산 효과도 상당부분 영향을 줬습니다.
- 또한 실제로 기록한 블록 슛은 두개지만 포틀의 돌파를 상당부분 막아줬습니다. 유타 팬들이 그렇게 기대하던 7피트의 블럭커가 탄생한거죠. 로이와 루디는 퍼센코의 블락을 피하기 위해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에서 슛을 쏘거나 플로터를 던져야했고 알드리지와 캠비 역시 쉽게 슛을 하지 못했습니다. 24분동안 8득점, 6리바운드, 2블락을 기록한 것도 상당히 좋은 기록이지만 실제로 경기에 미친 지배력은 스탯의 3배수준이었습니다. 정말 오늘 최고였습니다. 유타팬들이 그렇게 찾던, 그래서 이번 데드라인까지 헤이우드나 달렘베어 영입까지 바라던 7피트의 블록커가 우리팀 벤치에서 잉여놀이를 하고 있을줄은 몰랐네요. 오늘 덩크를 3방을 터트렸는데 골대가 휘청거릴정도로 파워도 대단했습니다. 연장전에 터트린 앤드원 덩크는 오쿠어의 센터같지 않은 플레이로 인해 항상 답답했던 유타 팬들에게는 10년 묶은 체증이 쑥 내려갈 정도의 청량감을 선사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3. 팀 유타의 앞으로의 행보
- 유타 팬들이 항상 아쉬워했던게 유타 선수들의 마인드죠. 우승권 전력이지만 보스턴, 샌안, 엘에이와 같은 근성과 열정이 없던 유타였습니다. 또한 지난 시즌과 올 시즌은 초반엔 최악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그래서 슬슬 유타팬들 사이에서도 데론 빼고 다 트레이드해서 새 판을 짜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 정도였죠. 근데 기대도 안했는데 갑자기 연승 행진을 하고 팀 캐미나 경기력 또한 아주 좋아졌습니다. 서부 10~11위에 랭크되서 플옵도 못나갈꺼 같았는데 한달만에 단숨에 서부 3위까지 치고 올라갔죠. 헌데 구단주가 돈 아낀다고 팀 내 주전 슛팅가드 브루어를 트레이드해버렸습니다. 데론은 상당한 실망감을 표시했죠. 그리고 오늘 AK, 브루어, 오쿠어가 빠진 상태에서 3쿼터까지 20점차까지 벌어진 경기. 누가봐도 질 경기였는데 연장접전 끝에 잡아버렸습니다.
- 20점차가 벌이지기 전에도 따라갈 기회가 있었는데 놓쳤고, 거의 다 따라간 후에도 다시 점수차가 벌어졌고, 경기 막판 뼈아픈 실책에 자유투 미스, 연장 첫 슛을 로이에게 3점을 얻어맞는등 포기할 수도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헌데 연장 접전 끝에 승리를 잡아내내요. 스포츠라는게 양면성이 상당히 크죠. 승자에게는 최고의 기쁨을 주지만 패자에는 최악의 아픔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포틀에게는 너무나 뼈 아픈 패배지만 유타는 올시즌 포함 최근 몇 시즌 동안 이렇게 악조건 속에서, 또한 팀의 모멘텀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승리한 적이 있나 싶을정도로 최고의 승리였습니다.
- 다만 걱정은 AK 요새 좋은 폼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시즌 초반에도 등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결장했습니다. 아까 대충 들어보니 다시 등부상이 도진 것 같은데 큰 부상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슬로안 감독이 오늘 경기를 보고 깨달음을 얻어서 제발 좀 두명의 7피트 잉여자원 퍼센코, 쿠포스를 써보기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단점이 명확한 선수들이지만 또한 지금 유타 로스터에는 없는 장점도 분명히 있는 선수들입니다. 예전에 유타포럼에 유타가 레이커스를 이기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우리의 잉여 유망주 2명이 오늘과 같은 활약을 보여준다면 유타의 천적이라 할 수 있는 바이넘-오돔-가솔의 레이커스와도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슬로안 감독이 좀 더 융통성 있게 선수 기용을 해줬으면 좋겠네요.
- 덧붙여서 오늘 승리는 데론의 사이즈, 데론의 수비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경기였습니다. NBA에서 포인트 가드 중에서 포스트업을 가장 잘하는 선수 중 한명인 밀러가 데론 앞에서는 아무것도 못하더군요. 밀러의 올드스쿨 훼이크도 하나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데론이 파커를 완전히 묶어버린 경기가 있었는데 그 경기가 생각날 정도로 오늘 밀러는 데론에게 막혀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포틀 입장에서는 이게 패인의 한 원인이 됐습니다. 또한 경기 막판 데론의 수비력을 믿고 로이와의 1:1이 있었는데 이 역시 상당히 좋았습니다. 로이도 제 컨디션은 아니고 데론도 제 컨디션은 아니었기에 진검승부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데론 수비력이 빛났던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유타 입장에서는 브루어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 자리였죠. 만약 브루어가 있었다면 로이의 수비는 브루어의 몫이었을 겁니다. 브루어 트레이드로 인해 데론의 부담이 한층 더 커진게 플옵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p.s. 로즈 가든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로이는 상당한 수준의 어드밴티지를 받더군요. 다른 콜은 홈코트 어드밴티지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정도였는데 로이가 돌파할때의 콜은 어드밴티지가 있는것 같았습니다. 조 존슨과 슛팅가드 넘버 쓰리를 다투는 로이지만 아직까지 슈퍼스타급 어드밴티지를 얻을 위치는 아닌 것 같은데 페이스업 돌파시 콜이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하더군요. 유타에게 불리한 콜이라는 걸 지적하려는건 절대 아닙니다. 경기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치는 콜이 아니었고 딱히 '저건 너무 대놓고 밀어주는거자나' 하는 느낌이 든 것도 아닙니다. 다만 뭐랄까 일관성있게 우대해주는 느낌이 들더군요.
첫댓글 말론&스탁튼님의 글입니다.
오늘은 부정할수 없을 정도로 멋졌습니다
막판 로이를 데런이 수비한거였군요. 역시~! 페스는 정말 시간좀 줘봤으면 좋겠습니다. 쿠포스는 시즌초반 좀 봤으니 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