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ious Artists 스트릿 우먼 파이터(SWF) 2 (LP) (한정반 LP) 24년 2월 29일 입고 예정 가격/44,500원
SIDE A
01 Chill - 화사 HWASA
02 Smoke (Prod. Dynamicduo, Padi) - 다이나믹 듀오, 이영지
03 SHOW YOU CAN (Prod. Czaer, JAKOPS) - MAYA & COCONA of XG
04 Baby Back Home (Feat. 릴러말즈 Leellamarz) (Prod. Czaer) - 미란이 MIRANI
05 트월ㅋ (Prod. Czaer) - 미연(여자)아이들, 우기(여자)아이들
06 HEAT - CAMO
07 시간과 같은 안녕 – 권진아
SIDE B
01 걸어 (Prod. Czaer) - 기리보이, YUNHWAY
02 시뻘게 (Prod. Czaer) - BewhY 비와이
03 Click Like (Prod. Crush) (Feat. Paul Blanco) - Crush
04 Chemistry (Prod. Czaer) - 효린
05 Busterz - INI
06 Move! (Prod. Slom) - pH-1
07 Lost Dreams - 조우리
여성 댄스 크루들의 리얼 서바이벌 <스트릿 우먼 파이터2>의 스폐셜 한정판 바이닐
악마의 편집으로 유명한 Mnet의 여성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2021년 처음 선을 보였을 때
나는 조금 걱정했다. 그들은 시청률을 위해 여성과 여성들이 부딪히는 순간들을 분명히 앞세울 것이다.
그들은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오랜 편견을 자양분 삼아 시청률을 삼킬 것이다.
댄스 크루를 발탁한 방법도 그러했다. 어떤 크루의 리더는 다른 크루의 멤버들과 악연이 있었다.
또 다른 크루의 멤버는 심지어 다른 크루의 멤버와 악연이 있었고 몇 년간 대화도 하지 않았다는
고백이 크루들 사이에서 이어졌다. 댄서들은 연예인이 아니다.
그들은 카메라 앞에서도 연예인들처럼 숨기거나 속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댄서 판 <여인천하>를 보게 되는 것이었을까?
그렇지 않았다. 물론 <스우파>는 여성과 여성의 대결이었다.
서로를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했다. 다른 팀의 퍼포먼스를 무자비하게 깎아내리기도 했다.
서로에 대한 애증을 마음껏 드러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스우파>는 ‘여적여’를 이용해서 시청률을 올린 나쁜 프로그램이 되지 않았다.
<스우파>의 여성들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건 춤이었다. 실력이었다.
그들은 실력을 바탕으로 카메라 앞에서 전투를 벌였다.
전투가 시작될 때는 으르렁거리던 그들은 전투가 끝난 뒤에는 멋지게 서로를 껴안으며 승복했다.
우리는 사실 이런 프로그램을 한국에서 거의 본 적이 없다.
격렬한 전투와 뜨거운 승부욕과 그 모든 것을 껴안는 우정은 언제나 남성들의 영역이었다.
<스우파>는 그런 편협한 편견을 박살냈다.
굉장했다.
물론 <스우파>의 또 다른 주인공은 음악이다.
사실 댄스 음악은 생명력이 조금 짧은 편이다. 오랜 댄스 음악의 팬인 나는 댄스 음악의 유행이
10년마다 바뀐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1980년대 뉴잭스윙(new jack swing)은 1990년대 일렉트로니카
(electronica)열풍에 사라졌다. 2000년대 이후는 EDM(Electronica Dance Music)의 시대였다.
데이비드 게타(David Guetta)의 댄스 음악은 2020년대에는 어째 조금 촌스럽게 들릴 수 있다.
어떤 세대가 춤을 추느냐에 따라 댄스 음악의 결은 변화하고 진화한다.
<스우파>는 조금 유행이 지났다고 생각되던 노래들을 춤의 힘으로 되살려냈다.
<스우파1>은 EDM 전성기의 신이었던 데이비드 게타의 2014년도 히트곡 를
2021년 한국 음원 시장의 가장 압도적인 히트곡 중 하나로 만들었다.
모두가 이 노래에 맞춰 댄스 챌린지를 찍어 틱톡과 유튜브에 올려댔다.
댄서 노제의 역동적인 안무가 이미 지나간 댄스플로어의 역작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이다.
한해 전 공개된 보아의 역시 방송에 등장하자마자 다시 음원 차트를 휩쓸었다.
춤의 힘이 지나간 노래들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한 셈이다.
<스우파2>도 마찬가지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만약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의 쇼츠를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지난 몇 달간 끊임없이 들어야만 했던 노래가 있었다.
바로 다이나믹 듀오와 이영지가 함께 부른 다.
<스우파2>의 댄서 바다의 강력한 안무와 결합된 이 노래는 발매되자마자 모든 음원 차트의 정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여전히 주요 음원 사이트의 상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리더 계급의 댄스 비디오는 공개 하루 만에 200만 건의 조회수를 넘겼고 지금은 2,000만 회를
넘어가고 있다. 다이나믹 듀오와 프로듀서 Padi가 공동으로 프로듀싱한 이 노래는 춤추기 좋은
드럼 비트와 개코, 이영지의 무시무시한 펀치 라인으로 가득한 힙합이다.
물론 이 곡의 진가를 알기 위해서는 다소 귀찮더라도 틱톡이나 릴스의 챌린지를 함께 보는 것이 좋다.
방탄소년단의 뷔와 정국, 아이브의 안유진, 박재범 등 춤 좀 추는 스타들은 모조리 챌린지에
몸을 던지는 중이다. 크러쉬의 , (여자)아이들의 미연과 우기가 부른 <트월ㅋ> 역시
<스우파2>가 내놓은 2023년의 댄스곡이라고 할 만하다.
물론 당신은 이렇게 묻고 싶을지도 모른다.
<스우파2>의 댄스곡을 바이닐로 들어야 할 이유가 있냐고.
오랫동안 바이닐을 수집해 온 음악 팬으로서 나의 답변은 당연히 ‘있다'여야만 할 것이다.
내가 처음 산 바이닐 중 하나는 1980년대 후반 가장 인기 있었던 댄스가수 폴라 압둘(Paula Abdul)의
데뷔곡이자 명곡인 의 싱글이었다. 나는 아직도 그 바이닐을 소중히 갖고 있다.
내적 댄스가 필요할 땐 반드시 그 바이닐을 재생하곤한다.
바이닐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걸 보며 AFKN으로 보며 열했던 폴라 압둘 뮤직비디오 속
기겁할 정도로 멋졌던 춤사위를 떠올린다.
사실 현대적인 댄스 음악이 시작된 것도 바이닐 덕분이었다.
방구석 디제이(Disc Jockey)들이 바이닐을 손으로 돌려가며 믹싱(Mixing)을 시작한 것으로부터
우리가 지금 즐기는 모든 현대적 댄스 음악이 출발했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것이 가장 미래적인 것이다.
물론 이 한정판에는 당신의 어깨를 탈골할 정도로 움직이게 만드는 거친 댄스 음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유리의 와 권진아의 <시간과 같은 안녕>은 잠시 느린 리듬 속에서 살짝살짝 고개를
움직이게 만드는 서정적인 노래들이다.
‘진짜 언니들의 싸움'은 당신의 몸만 움직이게 만들지 않는다.
당신의 마음마저 움직이게 한다.
그러니 이 싸움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어야 한다.
글. 김도훈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