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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부
4월 8일 목요일 밤 9시 55분
$#1. 시장 주차장
재호, 답답한 얼굴로 차에 기대 담배 피우다, 하늘 보는데 눈빛 막막하다.
(엔딩 연결) 그런 재호의 얼굴위로 업무부 사람말 들리는.
업무E 오늘까지 반드시 물건대금 입급시키세요. 오늘까집니다.
재호, 작게 한숨쉬고 무슨 생각이 났는지 그래도 오기부려 차에서 작은 가방꺼 내 들
고 다시 시장쪽으로 간다.
카메라, 한쪽으로 가면, 현수 그런 재호를 서글픈 표정으로 보고 서있다.
그러다 이 앙다물고 다시 다짐하듯 돌아서 간다.
$#2. 택시안
신형, 속상한 얼굴로 가고 있다.
$#3. 재호의 집, 마루
재영, 진숙의 방문에 귀 바짝대고 앉아 얘기 엿듣고 있다.
심각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4. 진숙의 방
진숙과 석구 술상 받아놓고 앉아있다.
상위에는 소주병과 김치종지, 생 오이 접시가 전부다.
진숙, 석구를 측은한 얼굴로 보며 석구에게 소주 한 잔 따라 준다.
석구, 진숙이 따라 준 술 마시고 나서 고개 숙이고 가만 있다.
진숙 (석구가 측은하지만 말투는 그리곱지 않다. 석구에게) 안주 안 먹어?
석구 (술 병 잡아 자기 잔에 술 따르려하면)
진숙 (석구에게서 술 병 거칠게 뺏어 한쪽에 둔다. 석구 보는데 맘 에 들지 않는 얼굴
이다.) 안주 먹으면 줄게. 낮부터 빈 속에 깡술을... 그따위 술 버릇 어디서 배웠어?
니가 젊으면 천날 만날 젊어? 늙어서 곯아, 이자식아.
석구 (진숙 보지 않고) 알았어요. (하며 오이 하나 집어들고) 이거 들었으니까 술 한
잔 따라줘요.
진숙 (마지 못해 석구에게 술 따라 준다)
석구 (한 손이 오이 들고 한손에는 술 잔 들고 잠시 생각하더니 술잔 입에 털어넣고
오이 맛없게 씹다 '흑'하고 울음 토해낸 다.
진숙 (그런 석구 측은하게 본다)
석구 (울다 소매로 코 닦고 어이없다는 듯 웃고) 미안해요. 안 울 려 그랬는데 이모
보니까, 맘이 약해져서, 휴지 있으면 좀 줄 래요?
진숙 (옆에 있는 수건 던져준다)
석구 (받아서 눈물 닦고 코 풀로 술잔 앞으로 내밀며) 한 잔 더 따 라줘요.
진숙 그만 마시고 얘기해. 동생은 어떡하구 있는거야? 어머닌 괜찮 아?
석구 모르겠어요.
진숙 시골집까지 내려 갔다와서 모른다니 말이 돼?
석구 동생은 면회가 안도서 보지두 못했구요. 엄마는... (그러다 눈 물이 난다. 속상
해 더는 말하기 싫은) 아우, 몰라. 잠만 자구, 말두 안해. (눈물 그렁해, 진숙 안보
고) 이모, 나 속상하다,
진숙 (답답한) 가서 자.
석구 네, 이모 미안해요. 속상한데 마땅히 갈데도 없구 혼자 술 마 시다간 애가 나를
감당 못할거 같아서. 이해하죠?
진숙 이해하구 자시구가 어딧어. 가.
석구 (속상한 마음에 일어나 나간다)
진숙 (그런 석구 측은하고 답답한 얼굴로 본다)
$#5. 재호의 집, 수돗가
석구, 마루에 앉아 신발 신고 있다.
재영, 그 옆에서 석구 안스럽게 보다 짐짓 밝게,
재영 오빠 괜찮아? 집에 혼자 갈 수 있겠어? 내가 바래다 줄까?
석구 (신 신고 일어나 재영 보며)재영아. (하다 속상해 눈물이 나 려하지만 애써 웃으
며 하며) 오빠가 너... 아무래도 못 데려 올거 같다.
재영 (울지 않으려 애쓰며) 왜애?
석구 (속상한, 재영 안보고) 왜긴 임마 돈이 없으니까 그렇지.
재영 나, 기다릴수 있는데...
석구 (재영 보지 않고) 기다려두 오빠, 안될거 같애. (하고 재영 보 고 애써 웃으며
하며) 그 민철이라는 놈 괜찮아 보이더라.
(하며 마음 아픈 것 감추고 재영의 어깨 툭툭치며) 잘 해 봐 라. 오빠 간다. (하고 서
둘러 대문쪽으로 나간다)
재영 (가는 석구의 등에 대고 속상하지만 울지 않으려 애쓰며) 오 빠...
그때 진숙, 방에서 나와 재영 보며
진숙 재영이 너, 들어와 봐. (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재영 (진숙이 들어간 방 쪽 보고)
$#6. 진숙의 방 안
진숙, 앉아있고 재영. 문 열고 들어와 진숙의 맞은 편에 앉는다.
재영, 흐르는 눈물 닦는다.
진숙, 그런 재영 맘에 안들게 보며,
진숙 피해자쪽에서 합의금 얼마나 원한대니?
재영 자세히는 말 안하는데 시골집, 논밭 다 팔아두 못댄데...
진숙 (황당한 표정 짓다 한숨쉬며) 하긴, 스물 댓밖에 안먹었다는 데 두 다리가 다 나
갔다니 그 정도는 원하겠지. 그래두 동생 은 별일 없는가 보네? 병원엔 안 가 있구 구
치소가 있는 거 보면.
재영 그런가 봐.
진숙 (속상해 내 뱉듯 말하는) 난리가 났네, 난리. 어유, 정말.
$#7. 재호의 집 동네
신형, 택시에서 '고맙습니다, 수고 하세요' 그리고는 내려 재호의 집쪽으로 간 다. 그
때, 재영 그 옆을 스쳐가고.
$#8. 동네 공중전화
재영, 전화하고 있다. 신호음 가다 떨어지면,
재영 현수언니... 저, 재영이예요.
$#9. 카페
현수, 앉아 핸드폰 받고 있다.
현수 석구씨가 왔다구요? (사이, 걱정스런) 그랬구나. (사이) 그러 지 말고 우리 석구
씨랑 같이 한 번 만나요. (사이) 네네. 그래 요, 다시 연락줘요. (하고 전화 끊는다)
그때, 김실장 들어와 앉는다.
현수 (김실장 보며) 오셨어요.
김실장 제가 늦었나요?
현수 아니예요. 제가 빨리 왔어요.
김실장 (작게 웃고, 가방에서 자료 꺼내 주며) 부탁하신, 국내 하우징 사업현황 보고
섭니다.
현수 (자료 보며) 자료가 많네요. (하다가, 실장 보며) 공적인 일 말고도 제 사적인
일도 상의해도 된다고 하셨죠?
김실장 네.
현수 (차분한) 내가 아는 사람이 있는데, 한 번 만나봐 주시겠어 요?
$#10. 재호의 집 앞
신형,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는, 그러다 용기내 두드린다.
$#11. 수돗가 문 앞
진숙, 방에서 술상 가지고 나오다 문두드리는 소리 듣고, 무심히, '누구야'하고 신자
방문 열고 졸린 눈으로 '누구 왔나', 진숙, '그러게, 집식구가 아닌가, 문 열렸을텐데
' 하며 상 한쪽에 놓고 '누구세 요' 하며 나간다. 그리고, 문 여는데 의아한.
진숙 누구세요?
신형 (멈칫대며) 안녕하세요. 저 이신형이라고 해요.
진숙 !?
$#12. 진숙의 방
진숙, 맘에 안드는 얼굴로, 신형, 죄지은 사람처럼 앉아있다.
신자, 신형을 탐색하듯 보며 앉아있다.
신형 (어렵게 말꺼내는) 저희 어머니 일,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정말 죄송합니다.
진숙 (맘에 안드는) 그 말하러 전화로 해도 될 걸 여기까지 왔어 요?
신형 (미안하게 보면) ?!
진숙 그리고 엄마가 잘못한 일을 왜 그쪽에서 미안하다고해요? 병 은 어머니가 주시기
로 하고, 약은 그쪽이 주기로 두 모녀가 짰어요?
신형 (몸둘바를 모르겠다) ...
신자 (신형 보고, 진숙 보며, 못마땅한) 와따, 면박 한 번 무섭게 주네. 야, 니도 잘
한거 없으면서 우째이러노. 니가 혜자 아니 이처녀 엄마한테 소금 바가지 씌운거 잘한
기가.
진숙 (신자 보며) 언닌, 가만 좀 있어. 우리집안 일이야, 그렇게 쓸 데없이 말 거들려
면 언니방에 가서 자던 낮잠이나 마저 자요.
신자 이 처녀가 불쌍해서 그런다, 불쌍해서... 지도 집안에서 속 볶 일게 안 봐도 뻔
한 긴데, 니 속 달랠기라고 이래 (신형 가리 키며) 옷봐라. 입던 옷 그대로 뛰어온거
안 보이나.
진숙 (신형의 옷 보면)
신자 (진숙 어깨 툭치며) 사람이 그라믄 못쓴다. 아무리 지 성질 볶인다고 남한테 경
우없이... (신형 보며) 처녀, 그래도 우째됐 든 너무 서운해 말어요. 없는 사람도 자
존심은 있는거거든. 진숙이, 아니 재호이모 나쁜 사람아인데, 자존심이 상했거든, 그
래 그래, 이해해요.
신형 (고개 숙이고) 이해는요, 아니예요. (진숙 보며) 정말 죄송합 니다.
신자 참 곱게도 생겼네. (진숙 보며) 낸 나가 볼란다. 앤간히 해라. 앤간히. 이 처녀
본게로, 니가 혜자가 어쩐다고 재호랑 헤어질 거 같지 않다. 성질이 진실을 이기나,
못 이기다. (하고 나가 고)
진숙 (신형 보며) 미안하지만, 나 그쪽한테 더 들을 얘기가 없어요. 재호랑 결혼을 하
든, 살림을 차리든, 난 상관안 할거예요. 하 지만, 엄마한테 가서 이 말만은 똑똑히
전하세요. 내 집에 와 서 나한테 함부로 할 권리없다고.
신형 (눈가 그렁해, 진숙 보며, 단호한) 이해가 안되시면, 용서해주 시면 안 되시겠어
요? 저희 어머닌, 여기와서 경우없이 하신 거, 다 저 때문이예요. 제가 잘못해서...
진숙 (속상한) 잘못? 무슨 잘못?
신형 ?!
진숙 이제 보니까 말을 이상하게 하네? 그러니까 뭐예요. 그쪽 어 머님 뿐만아니라 본
인도, 재호를 좋아하는게 (강조) 잘못된 일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그 뜻이예요? 그럼
우리 얘기할 거 없는거 아냐? 잘못된 일인데 두사람 헤어지면 되는거 아냐.
신형 (눈가 그렁하지만, 단호한) 그 뜻이 아니예요.
진숙 ?
신형 제가 먼저 부모님을 설득한 다음에 재호씨랑 제 관계를 말씀 드리는게 순서였다
는... 전 그 뜻으로... 저, 재호씨랑 못 헤어 져요. 이모님, 도와주세요. (하고, 흐르
는 눈물 진숙 외면하고, 애써 참으며 닦는)
$#13. 재호의 집 수돗가
신자, 신형을 측은하게 보고 있다.
신형, 나와 신발 신고, 진숙의 방에 대고 인사하는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하고
신자에게 '안녕히 계세요'하고 나간다.
신자 (가는 신형 등에 대고, 측은한) 조심해가요.
그때, 진숙(속상한) 방에서 나와 마루에 서서 대문쪽 보는.
신자 (진숙 보고) 기어이는 니 성질대로 했나?
진숙 (심란한 표정)...
신자 (진숙의 방에 대고 말하는) 니 세상에 사람 마음대로 안되는 일이 몇 종류가 있
는 줄 아나? 세종류가 있다. 돈 버는거, 사 람 미운 거, 사람 좋아하는거.
진숙 (심란한, 방으로 들어가고)
신자 (그런 진숙 보며, 고개 절레 절레 흔든다)
$#14. 정류장
신형, 흐르는 눈물 모질게 닦고 서 있는.
$#15. 시장 일각
업자와 재호 앉아 있다.
재호, 주머니에서 어음 열장 정도 꺼내 세어준다.
업자, 그 어음 받아 보고 씨 웃으며,
업자 어음이네.
재호 얼마나 줄 수 있어?
업자 (어음 세서 액수 보고, 재호 보며) 4백이라... 3백주게.
재호 (기막힌, 화난) 전부 3개월짜기 어음이야. 이자를 얼마를 떼길 래, 그것밖에 안
준대? 전부 은행도라구 문방구 어음도 아닌 데... 너무 하지 않어?
업자 (어음주며) 그럼 딴데가?
재호 (어음 거치게 받아들고, 화나 돌아서서 간다)
업자 (재호 등뒤에 대고 야비하게) 그런데... 어디가도 쉽지 않을거 다. 오늘 안에 입
금 시켜야 한다며. 모자 벗고 싶은건 아니 지?
재호 (걸어가다가 그 말에 멈춰선다. 암담하게 눈감는)
$#16. 은행
재호, 돈을 내고 서 있다.
은행원, 재호에게 입금증 주며, '입금됐습니다.'하고,
재호, 입금증 받고, 나가는.
$#17. 현수의 집 안
진우, 현수 앉아있다.
진우, 전화하고 있다.
진두 (짜증스런) 그래서 뭐에요? 강재호, 중개인 자격을 박탈시킬 수 없다 이거예요.
업무E (어렵게) 무립니다. 오늘이 기한이데, 입금을 시켰어요. 문제 가 없는데 어떻
게...
진우 (거칠게 핸드폰 끄고)
현수 (보면)
진우 안 될거 같은데...
현수 (담담하게, 물마시는)
$#18. 재호의 집 전경
재호E 뭐라구요?!
$#19. 수돗가
재호, 세수하려다가 기막히는 듯 서 있고,
진숙 그 옆에서 얘기하고 있다.
인숙, 달건 문 열어 놓고, 속상한 듯 내다보고 있다.
진숙 (화난) 왜 소릴 지르고 그래, 얘가!
재호 신형씨 어머니한테 소금 바가질 씌워요! 그게 무슨 경우예요! 그거 사과하러 온
사람을 그냥 돌려보내요. 그런 또 무슨 경 우예요!
진숙 (화나) 경우? 야, 이 자식아. 아무리 사랑에 눈이 멀어도 그렇 지, 편을 들려면
제대로 들어. 너! 이 집에 다짜고짜 쳐들어 와, 거러지 보듯 사람보면서 계획적이라느
니 어쩌느니 경우 안되는 말 한 사람이 누군데, 그런 말하는 사람은 경우가 있 는거
야? 내가 그 집 찾아가서 그랬니? 그쪽에서 먼저 와서 그런거잖아!
재호 화나셔서 하는 말씀이잖아요. 화나서 하시는 말씀에 같이 그 렇게 하셨어야 돼
요!
진숙 (서운해, 눈가 붉어진)
달건, 인숙에게 '나가서 좀 말려' 하고, 인숙, 나와 진숙을 방으로 밀며,
인숙 그만해, 언니. 그만해라.
진숙 (눈가 그렁해, 인숙 아랑곳 않고 재호 보며, 서운해 소리치는) 야, 자식아, 너
나를 알면서 이러면 안돼. 내가 돈 없고, 남편 없이 이날 입대것 버틴거, 다 내 자존
심으로 버틴건데. 그거 알면서... 내 자존심 짓밟힌거 알면서, 그에 대해선 일언반구
말도 없이 다짜고짜 날 몰아세워? (화나, 재호의 가슴 팍치 며) 에라이 이 자식아!
재호 (속상해, 외면하고)
인숙 (진숙 끌며) 언니... 들어가자, 들어가. (하고, 진숙을 방으로 끌고 들어간다)
재호, 마당 한켠 의자에 앉고, 달건, 그런 재호 보며, 심란하게 문 닫고. 그때, 인숙
나오며, 재호에게
인숙 너 니 이모한테 너무한다. 혜자언니, 신형 엄마가 이 집에 와 서 안할소리 못할
소리 다 하면서... 사람을 얼마나 썩죽였는 데... 그러게 왜 주제에 안맞는 여잘 골라,
고르길.
재호, 일어나 진숙의 방으로 들어간다.
인숙 (그런 재호 보며, 고개 절레절레 젖고)
$#20. 진숙의 방
진숙, 눈물 소매에 아무렇게나 닦고 속상해 앉아있다. 그때, 재호 들어와 앉는다.
재호 (차마 얼굴 못 보고) ... 미안해요.
진숙 입바른 소리 필요없어.
재호 (진숙 못 보고, 진심으로) 정말이예요.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진숙 (보면)
재호 (못보고, 어렵게) 내가 너무 화가나서 이모 마음까지 솔직히 생각 못했어요. (잠
시 그대로 있다가 진숙 보며, 눈가 그렁해 진심으로) 이모.
진숙 (보면)
재호 나 행복하고 싶어요.
진숙 (그 말에 눈가 그렁해지는, 속상한) 행복이 뭔데?
재호 (안보고) 행복이요, 사실 그게 뭔지 나두 몰라요. 한 번두 행 복한 적이 없어
서... (진숙 보며) 이모는 알아요?
진숙 ...
재호 (진숙 못보고) 중학교땐가 첨으로 반에서 일등했을 때, 애들 은 나보고 참 좋을
거라고 했는데, 난 안 좋았어요. 성적표를 보여줄 엄마가 없었으니까... 뒤늦게 공부
해 대학 붙었을 때, 이몬 축하한다 그랬지만 난 걱정만 앞섰어요, 등록금을 어떻 게
내나...
진숙 (재호, 속상하고 안된 눈빛으로 보는)
재호 (잠시 있다가, 진숙 보며) 이모 난 정말 행복이 뭔지 모르겠 어요. 그런데, 그
여자랑 있으면... 편해.
진숙 (보면) ?
재호 행복할 수도 있을 거 같애. 나 그여자랑 살고 싶어, 이모. 도 와줘요.
진숙 (눈가 그렁해 재호 보며, 안된 마음도 들고, 속상해 외면하고)
재호 (고개 숙이고, 가만 있는) ...
$#21. 재호의 집앞, 밤
재호, 대문 열고 성큼성큼 걸어 나온다.
$#22. 동네 다른 일각
재호, 걸어와 차문 따고 여는데, 그런 재호의 얼굴 위로,
신형 재호야...
재호, 돌아보면. 신형, 서 있다.
$#23. 재호의 차 안
재호, 신형 나란히 앉아있다.
재호 (안스런) 도대체 날 몇시부터 기다린거예요.
신형 일곱시간밖에 안기다렸어.
재호 (애처러운) 일곱시간 밖에요?
신형 (애써 웃으며) 삼 십년 동안 너 만날려고 기다려왔는데... 일 곱시간 뭐 많어.
재호 (신형의 손을 잡고) 손이 차다.
신형 (손 빼며) 괜찮아.
재호 우리 이모 만나고 많이 속상했죠?
신형 (안보고) 화내시는거 당연해. (보고) 혹시 이모한테 내 일로 화냈어?
재호 (보면)
신형 그러면 안돼. 지금은 그냥 너랑 나랑 아무말 않고 묵묵히 있 는게 차라리 나. 알
지?
재호 (답답한, 안보고) 알아요.
신형 그리고, 우리 엄마 이해해줘. 좋으신 분인테... 너무 화나셔 서....
재호 이해해요. 내가 부모래도 당신 나같이 아무것도 없는 놈한테 안줘.
신형 무슨 뜻이야?
재호 부모님 화내시는거 당연하단 얘기예요.
신형 (재호 불안한 눈길로 보는)
재호 걱정마요. 포기 안할테니까. 시간 가지고 기다려 보자구요. 내 가 노력하면, 언
젠간 부모님들도 그 노력을 알아주시겠죠.
신형 니 생각이나 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필요할지도 몰라.
재호 알아요, 가요. 어른들 걱정하시겠다. (하고 차 시동 걸고)
신형 (재호 보며, 걱정스레) 포기하지 않을거지?
재호 (신형 보며, 작은 웃음) 바보 같은 소리 좀 하지마요. (하고, 차 몰아가는)
$#24. 오피스텔 전경
$#25. 오피스텔 앞
진우, 현수 현관문 빠져 나온다.
진우 갈게.
현수 (담담히 보면)
진우 (가고)
그때, 퇴근해 오던
길진, 가는 진우보고 현수와 눈부딪힌다.
$#26. 현수의 오피스텔 안
현수, 길진 탁자를 가운데 놓고 앉아있다.
현수는 길진의 눈치를 피해 책상위를 정리하고 있고,
길진 그런 현수보며 말을 걸고 있다.
길진 너 곧 졸업인데, 어떡할거야? 아버님지사 설립 하면 그쪽에 간다더니, 말이 없다.
현수 (정리만 하며) 작은 아버지회사에서 일 하기로 했어. 한국지 사 따로 설립 안하
신대. 작은 아버지 회사쪽에서 너끈히 흡수 랄 수 있다고 여기시나봐.
길진 그것두 괜찮겠다.
실속없이 회사만 세우는 것두 좋지 않아. (순간, 무슨 생각들 었는지 고개 갸웃하더
니) 그래두 그쪽은 내장재 전문이라 너 희 아버님이 하시는 하우징 사업하구는 성격이
좀 다르지 않 아. 아버님 사업은 단순하게 수주가 들어오면 발주하느게 아 니라 부지
설정까지 해야 되는거 잖아?
현수 (정리한 물건, 한쪽에 놓고, 길진 보며) 그렇지.
길진 당담 부서를 새로 만들어야 되겠다?
현수 (길진 안 보고) 그래서 그 일, 재호한테 부탁할까해.
길진 ?
현수 (길진 보며, 차분한) 왜?
길진 (맘에 안드는) 뭐가 우선이야? 재호한테 일을 부탁하는거? 아니면 니 옆에 그렇
게라도 붙잡아 두구 싶은거.
현수 (길진 보지 않고) 둘 다.
길진 (그런 현수 보며 걱정스럽게) 나, 너 맘에 안든다.
현수 (쓰게 웃으며) 난 오빠랑 다르니까....
길진 진우 만나는 거 같던데, 왜 아직도 재호한테 미련을 갖는 지 모르겠다?
현수 (안보고, 쓴 웃음진) 내가 진우를 만나...
(길진 보며, 차분한) 아니, 난 진우를 이용해서 재호를 나한테 오게 할 순 없을까 그
궁리를 하는거야.
길진 ?!
시간 경과
길진은 없고,
현수, 진우의 전화 받고 있다.
진우E 집에 오니까 업무부 김부장이 전화를 했더라. 재호 일 잘될 거 같애.
현수 (쓰다, 전화기 내려놓고, 한숨 쉬며 머리 쓸어올리는)
$#27. 신형의 집앞, 밤
재호의 차 멈춰선다.
$#28. 재호의 차 안
재호와 신형 앉아있다.
신형 (안전벨트 풀고 자기 보고 있는 재호에게) 조심해서 가.
재호 나 보면 조심해서 잘가, 전화해, 밥먹었어? 그런 말밖에 할 말이 없어요? 그런
말대신 사랑한다, 조금만 더 같이 있구 싶 다. 그렇게 말하면 안돼요?
신형 (어색한 웃음, 못 보고) 미안해.
재호 (그런 신형을 편하게 보다가 손으로 신형의 턱을 돌려 입맞 추는)
$#29. 신형의 집 앞에서 가까운 길
병국, 술 한 잔 마시고 손에 과일 봉지하나 들고 심란한 얼굴로 걸어오다 문득 멈춰선
다.
그리곤 뭔가 이상해 앞을 보면 재호의 차 보인다.
병국, 눈 가늘게 뜨고 고개 빼고 차 안쪽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인써트 - 차안,
신형과 재호 키스하고 있다.
병국, 황당해 술이 다 깨는 기분이다.
작게 한숨 쉬고 다시 차쪽 보면 신형과 재호 차에서 내리는 모습 보인다.
병국, 두 사람이 볼까봐 서둘러 한 쪽 벽에 붙어 서며 눈은 재호의 차 쪽에 도 고 황
당하고 속상한 듯 보는.
$#30. 신형의 집 대문 앞
재호, 신형 차에서 내리고.
재호 (신형 보고 작게 웃으며) 먼저 가요. 들어가는거 보구 갈게요.
신형 (작게 웃으며 재호 보고) 가는 거 보구 들어갈게.
재호 먼저가요.
신형 (작게 웃으며) 그래, 학교에서 보자. (하고 집으로 들어가려다 뒤돌아 재호 보
면)
재호 (신형 보며) ?
신형 시험 준비 잘 하구 있지?
재호 걱정 마십시오, 교수님.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무 염려 마시고 들어가서 푹
주무세요, 내 꿈 꾸면서요.
신형 (웃으며) 잘가. (하고 대문 열고 들어간다)
재호 (신형이 들어가는 모습 따뜻한 웃음 띠며 보다 운전석으로 화 문 열려하는데 뭔
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앞 보면)
병국 (화난 표정으로 재호 보고 서있다.)
재호 (병국인 것 알고 얼굴 굳는다. 그러다 고개 숙여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병국, 재호의 뺨을 냅다친다.
재호 (고개 숙인채) ?
병국 (답답한 듯 작게 한숨쉬고 재호 보며) 날 구세대라구.... 꼰대 라구 생각해도 좋
은데 우리 신형이 만나지마. 결혼은 서로 좋 다구만 되는게 아니야.
재호 (참담한 느낌이다. 하지만 애써 담담하려 하며) ....
병국 너 같이 근본없는 놈한테 우리 신형이 못줘. 신형이가 그런 말을 하드라. 부모없
는게, 가진게 없는게 니 잘못은 아니라구. 그래 나두 그게 니 잘못이라곤 생각지 않는
다. 그런데, 사람 이 너무 가진게 없으면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 꼬인게 있기 마련이다.
맘이 건강하질 않어.
재호 (참담한) ...
병국 지난 토요일 우리집에 왔을 때, 그렇게 챙피를 당했으면서 아 랑곳없이 신형일
만나고, 집안에 어른들 있는 줄 뻔연히 알면 서 집앞에서 입을 맞춰?
재호 ....
병국 난 너처럼 모멸감도 모르고, 뻔뻔스런 놈 싫어 (하고 돌아서 는데)
재호 (가는 병국의 등에 대고, 당당하게)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병국 (돌아 보면) ?
재호 (인사하며) 안녕히 주무십시오. (하고, 돌아서서 차 타고 간 다.)
병국 (답답한)
$#31. 달리는 재호의 차 안
재호, 굳은 얼굴로 참담함 참고 가는.
신형 (E, 따뜻한) 재호야, 나 포기하지마.
재호, 신형의 말 생각하며 이 앙다물고 가는.
$#32. 신형의 집, 안방
병국, 웃옷 벗어 혜자에게 주면
혜자 병국의 옆에서 옷 받아 옷걸이에 걸어 장에 넣는다.
병국 (혜자 보며, 굳은) 신형이 방학은 언제야?
혜자 기말시험 있다니까 곧 하겠죠.
병국 (앉으며) 빨리 방학을 해야될텐데. 매에 장사 없구, 술에 장사 없구, 안보는데
장사 없는거야. 방학하면 외국으로 연수를 보 내든지, 방구석에 가둬 두든지 그러자구.
혜자 그래야죠. (하고 방문 열고 나가려면)
병국 (혜자 보며) 어디가?
혜자 당신 딸기 사온거 신형이 방에 갖다 줄려구.
병국 신형이 줄려구 사온거 아니야. 당신 먹으라구 사온거야.
혜자 (황당한 듯 병국 보며) 별일이네. 사이 좋을 때두 안하던 것 을.... 왜? 그 딸기,
독든 딸기랍디까?
병국 (답답하게 혜자 보며) 왜 그러냐, 정말...
혜자 (그런 병국 보고 나가려다 다시 뒤돌아 병국 보며) 나, 진숙 이네 집에 갔었어요.
병국 (혜자 보면)
혜자 신형이 못 준다구 했어요.
병국 (답답한 얼굴로 혜자 외면하며) 잘했어.
혜자 (그런 병국 이상하다는 듯 보며) 웬일이예요? 진숙이 얘기만 나오면 핏대 세우는
양반이.
병국 나두 몇날 며칠 생각해 봤는데 도저히...
그래 그냥 친구로는 몰라도 사돈으로 안되겠더라구. 술집마담 사돈 싫어.
$#33. 신형의 방
신형, 잠옷 차림으로 화장대에서 로션 바르고 있고,
혜자, 침대 맡에 딸기 들고 앉아 신형 보고 있다.
혜자 너, 낮에 그렇게 뛰쳐나가 어디 갔었니?
신형 (로션만 바르며 혜자 보지 않고) 몰라두 돼.
혜자 (속상한) 그렇게 미친 듯 뛰쳐나가서, 재호 만났니?
신형 (혜자보며, 속상하지만 단호한) 그랬어.
혜자 (신형 보며) ?!
신형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엄마 아버지가 어떤 반대를 하셔도 난 재호 만나요. 난,
엄마아버지가 말씀하시는 재호가 안되는 이 유, 이해가 안되요.
엄마 아버지가 안된다고 하는 모든 이유들, 직접적으로 재호 한테 문제가 있는게 아니
잖아. 그 사람 잘못도 아닌데, 왜 그 사람한테 그래. 몇 번만, 아니 한 번만이라도 그
사람만 가지 고 그사람을 평가해봐. 좋은 사람이야, 응, 엄마 제발.
혜자 (신형 보며, 속상한) 이날 이때까지 엄마, 아버지가 단 한번으 라두 니 얘기 귓
등으로 들은 적 있니?
그런데 오죽하면 이러겠어. 너두 우리랑 싸우기 싫지? 우리두 너랑 싸우기 싫어. 사랑
은 내리 사랑이랜다.
니가 암만 엄마, 아빠 위한다구 해두 우리가 너 위하는 것만 큼은 아닐거야. 지금두
그래 너. 넌 니 머리속에 온통 재호 지? 우린 없지? 근데 우리머리 속에는 온통 너뿐
이야. 넌 우 리한테 서운하면 그뿐이지만 우린 칼날위에 서 있는 기분이 라구.
신형 (서운한 맘 든다) 칼날 위에 서 있는 기분까지 가질게 뭐있 어? 나 행복할 수 있
다구. 자신 있단 말이야. 믿어줘. 응?
혜자 (서운한 얼굴로 조금 큰소리로 말한다) 니가 제발, 제발 우리 좀 믿어줘라. 다
너 위해서 이러는 거라구. 믿어줘. 응?
(하다 더는 말하기 싫다) 딸기나 먹어. 니 아빠, 술기운애두 니 생각해서 들고 온거야.
아침에 빈 접시 들구 내려와. (하 고 나간다)
신형 (속상한 얼굴로 한숨 쉬고 딸기 접시 보다 외면하고)
$#34. 재호의 집 수돗가, 아침
재호, 세수하고 있다.
$#35. 신자의 방
신자, 미선을 홀겨 보며 빵과 우유 먹고 있다.
미선 (빵 먹다 신자 보며) 왜 날 그렇게 봐? 빵이나 먹지.
신자 (여전히 미선 홀겨 보며 황당한 듯) 내 니를 어떡해 보는데?
미선 홀겨 보잖아. 왜, 빵이 맛이 없어? 맛 없으면 나 줘.
신자 (빵과 우유 미선에게 주며) 옛다, 이년아, 니 다 쳐묵으라.
미선 (자기 빵 입에 우악스레 우겨 넣고 신자가 주는 빵 얼른 받 으며) 고마워. (하고
우유 벌컥벌컥 마신다)
신자 (그런 미선 보며 황당한) 니를 어따 쓸까? 나이 스물아나 쳐 먹어 가 밥 하난 제
대로 몬짓고, 싹다 태워먹고, 기껏 가게 가 빵이나 사오고, 그래 갖고 무신 시집을 간
다꼬. 걱정이다. 걱정.
미선 (우유 마시고 빵먹으면 신자 보며) 시집을 밥 할라구 가냐? 애 날라구 가지?
신자 (황당하게 미선 보며) 시집 가서 애 낳는건 아나? (걱정스러 운 듯 미선의 얼굴
앞에 자기의 얼굴 바짝 들이대며) 니 증 말 애를 어디루 낳느지 알기는 아나?
미선 (아무렇지도 않게) 배꼽.
신자 (기막힌 듯 미선 보며) 고맙다. 그거는 알아줘서.
낸 또 콧구멍으로 난다 칼가봐 기가 찰뻔했네. (하고 한쪽으 로 고개 돌리고 혼잣말처
럼 작게) 미치겠네, 증말. 울화통이 터져서 살 수가 있나 이기. 아이고.,(하고 문 열
고 나간다)
미선 (신자가 나간 문쪽 보고 씩 웃으며) 내가 이렇게 말하면 엄만 내가 순진한 줄 알
겠지? 천만의 말씀이지. 내가 생긴건 이래 도 알건 다 알지. (하고 빵 먹는다)
$#36. 재호의 방
재호, 수건 목에 걸고 컴퓨터 앞에 앉아 가방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시계 보면 8시 15분이다.
재호, 책상위에 놓인 물 한 모금 마시고 담배 피운다.
그때, 노크 소리난다.
재호, 문쪽 보면 진숙, 우유 한 잔 가지고 문열고 들어온다.
재호, 담배 끈다.
진숙 (우유잔 재호의 책상에 놔주고 재호 보며) 밤새 불켜있던데 잠 한숨 안자구 공부
한거야?
재호 네. (하고 우유 마신다)
진숙 (답답한 얼굴로 재호 보며) 도대체 조기 졸업은 언제 하는거 야?
재호 오늘 시험 끝나면 바로 할거예요.
진숙 (혼잣말처럼) 대학 졸업장이 뭐가 그렇게 대단한건지... 밤을 세가면서.... (하
다 재호 보며) 시장에선 좀 잤니?
재호 ...
진숙 몸 조심해. 건강 체질이라 별 걱정은 안 한다만은 너무 과신 해두 안돼.
재호 그럴게요.
진숙 (재호의 눈치 보다 어렵게 말 꺼내는) 석구, 봤니?
재호 (답답하다) ...
진숙 (재호의 눈치 보며) 니 힘이루 안되는건 아는데 그래두 친군 데 아는 척은 해야
되지 않겠어?
재호 (진숙 보지 않고) 돈 한푼 없는데 아는 척은 해서 뭐해요.
진숙 (눈치 보며) 너, 물건대금 잠깐 돌려주면 안되겠어?
재호 (답답한 듯 진숙 보며) 그거 돌려 주면요. 언제 갚을 지도 모 르는데 당장 나는
어떡해요?
진숙 (재호 보면)
재호 (진숙 외면하고 단호하게) 석구 혼자 해결하게 놔둬요.
진숙 (속 상하다) 일 주일내 밥두 안먹구 지방에서 꿈쩍두 안한대. 산 송장 치루게 생
겼다구. 그걸 아는데 어떻게 가만있니?
재호 (진숙의 말에 아랑곳않고 진숙 보지 않고 단호하게)
이제 다는 석구랑 돈 문제로 엮이고 싶지 않아요. 걔 일은 걔 가 알아서 하게 놔두세
요. (하고, 일어나 옷 입는)
진숙 (그런 재호 보고)
$#37. 석구의 집 부엌
재호, 열린 문틈으로 석구의 신발을 물끄러미 본다.
$#38. 석구의 방 안
석구, 까칠한 얼굴로 넋나간 듯 벽에 기대 앉아있다.
$#39. 석구의 집 부엌
재호, 작게 한숨 쉬고 문 닫고 가는.
$#40. 학교 강의실 복도
학생들 우르르 강의실로 찾아가고 있다.
그 중에 현수 끼어있다.
$#41. 학교 계단
학생들 붐빈다.
재호, 학생들 사이 비집고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하며 계단 오르고 있다.
$#42. 강의실 출입구
학생들 우르르 좁은 문으로 들어오고 이어 현수 들어오는데 재호, 현수 의식하지 못하
고 뛰어 들어오다 현수와 부딪힌다.
현수, 뒤돌아보고 재호와 눈 부딪힌다.
재호, 그런 현수 보고 조금 어색하게 서있다.
그때 강의실 앞문으로 신형 들어와 교탁앞에 서서 뒷문쪽 본다.
재호와 현수 보인다. 현수, 신형 보고 담담한 얼굴로 자리로 가 앉고 재호, 어색하게
자리에가 앉는다.
신형, 자기도 괜히 어색해진다.
신형 (교탁위에 있는 시험지 나눠 앞쪽에 앉아있는 학생에게로 가 한 묶음씩 주며) 뒤
로 돌리세요.
학생들 (뒤로 돌린다)
신형 (그런 학생들 보며) 이번 시험이 학기 마지막 시험이니까 불 미스러운 일 없도록
합시다.
(하고 현수에게 시선 주며)
현수 (신형의 시선 느끼지 못하고 재호만 보고 있다)
재호 (그런 현수의 시선 느끼지 못하고 고개 숙이고 펜 돌리며 시 험 내용만 생각한
다)
그때 조교 들어와 신형에게,
조교 나가세요. 제가 시험 감독하겠습니다.
신형 (현수보다, 들킨 듯 어색하게) 그래요.
(하고 담담하게 앞문으로 나간다)
재호 (그런 신형 보고 입가에 작은 미소 띤다)
현수 (그런 재호 보다 답답한 얼굴로 창가쪽으로 고개 돌린다)
$#43. 강의실 앞 복도
복도 창가로 보면 재호, 시험 답안을 다썼는지 시험지 교탁위에 내고 생각없이 복도쪽
으로 걸어 나온다.
그러다 뭔가 이상해 고개 들어앞을 보면 현수, 담담한 얼굴로 재호 보며 서있다.
재호 (현수 보면)
현수 (담담하게) 차 한 잔 마실래?
재호 (현수 돌아보며) 시간이 없다. (하고, 가려하면)
현수 (잡는다)
재호 ?
현수 (차분한) 5분이면 돼.
$#44. 벤치
재호와 현수 앉아있다.
현수 (재호 안보고, 담담하게) 넌, 사랑하면서 살수 있다고 했지? 아직도 그렇게 생각
해?
재호 (보면) ?
현수 (보며) 대답해.
재호 ...
현수 (담담하게) 그게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조만간 알게 될거 야. 내가 가르쳐줄
거거든.
재호 뭐라 그러는거야?
현수 (눈가 그렁하지만, 짐짓 편하게) 길진 오빠가 그러드라, 내가 널 포기 못하는건
사랑이 아니라 욕심이라구. 그런데 난 욕심 부리는 것으로 밖엔 사랑을 표현할 줄 몰
라.
재호 ...
현수 기억해둬. 앞으로 너한테 일어나는 모든 일들. 내가 널 사랑 해서 생기는 일들이
야.
그리고... 그 모든 일들... 용서해라. (하고, 일어나 가는)
재호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가는 현수 보는) ?
현수 (가는데 눈물 흐르지만, 담담한)
$#45. 길진의 교수실 안
길진, 시험지로 보인는 종이 묶음 책상에 앉아 들쳐보고 있다.
그 옆에 조교 서서 길진과 얘기하고 있다.
길진 (시험지 보며) 시험 안 본 학생들 있나?
조교 김민기하고 조동희가 결석했는데요.
길진 (조교 보며) 무슨 사정들이 있대?
조교 민기는 영장이 갑자기 나와서 충격 받은거 같구요, 조동희는 감기가 심하게 걸렸
다는데요.
길진 (시험지 철 뒤적이며 혼잣말처럼) 다들 사정이 있네.
(조교 보며) 걔네들한테는 시험 본 챕터 레포트 내라 그래.
그렇게라두 성적 줄 기회를 한 번 가져 보자구.
조교 네.
길진 가 봐, 점심해야지.
조교 오후에 뵙겠습니다.
하고 나가고, 곧바로 재호 들어온다.
길진 (재호 보며, 편하게) 왔구나, 앉아라.
재호 ?
시간 경과.
길진, 한쪽에서 커피타서 잔 두 개 들고 탁자로 와 앉으며 그중 한 잔 재호에게 주고.
길진 (커피 한 모금 마시고 탁자에 놓인 서류 재호에게 준다)
재호 (길진 보며) ?
길진 대현그룹하고 삼미 그룹입사원서야. 교수 추천서도 넜다.
곧 졸업인데 취직해야지.
재호 (가만있다, 길진 보며, 어렵게) 고맙습니다. 그런데... 송교수님 도움 받고 싶지
않습니다.
길진 ?
재호 오해하지 마십시오. 그냥 전 지금. 누구의 도움도 받고 싶질 않습니다. 어떤 거
하나라도 남에게 의지하게 되면 힘들때마 다 도움 받을 사람을 찾아 나설 것 같습니다.
누구 날 도와주지 않나... 누가 날 도와주지 않나하면서.... 이 해해 주십시오.
길진 (그 마음 이해하겠다. 서글픈 웃음, 잠시 재호 안보고 있다가, 재호 보며,) 그래.
재호 고맙습니다.
길진 (재호 보며) 신형이랑 좀 어렵다구?
재호 ...
길진 약해지지 마라.
재호 (길진 보며)
길진 (재호의 눈 피하며) 어떤 말로라도 위롤해주고 싶었다.
재호 (보면)
길진 가끔 너 몰래, 신형이 몰래 두사람 훔쳐 본다. 너두 신형이두, (어색하게 웃으며,
안보고) 많이 어른스러워졌어. 난 신형이가 약한 앤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 (재호
보며) 보기...좋다.
재호 (길진 보다 미안한 마음에 찻잔으로 눈 돌려 찻잔만 본다)
길진 (재호 보며 조금 걱정스럽게) 나, 늙었나보다.
재호 (길진 보며)
길진 괜한 걱정이 들어. 너, 현수한테 흔들리지 마라.
현수 많이 힘들어. 그래서 자기가 뭘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뭘 생각해야 하는지 분
간을 못해. 미워하지 마라.
니가 지난날 한 행동에 대한 댓가라구, 그렇게만 생각해.
재호 (길진 못보고 진심으로) 네.
길진 (마음이 불편하지만 되도록 그런 재호 따뜻하게 본다) 차 마 시자.
재호 (차 마시다 고마운 눈빛으로 길진 본다)
$#46. 진숙의 방 안
진숙, 전화 받고 있다.
그 옆에 신자 앉아있다.
진숙 (조금 자존심 상한 듯) 이번달은 안돼. 니가 내 목을 조른다 구해두 일원 한푼
나올데가 없어.
혜자E 그럼 언제까지 되는데?
진숙 반년만 기다려.
혜자E 못한다면?
진숙 죽이든 살리든 니맘대로 해.
$#47. 신형의 집, 안방
혜자 (어이없는 웃음) 아주 막가는 구나. 좋아. 그 돈, 니 맘대로 주고 싶을 때 줘.
뭐.
내가 은행이자를 갚는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돈 그 갚을때까지는 받기 싫은 내 전화 하루에도 열 두번씩 받아야 할거다.
너 애 목소리도 듣기 싫지. 내 목소리 듣기 싫으면, 하루라도 빨리갚어. (하고 전화
끊는다)
$#48. 진숙의 방
진숙, 황당하다. 수화기 내려놓고 잠시 생각한다.
신자, 그런 진숙에게.
신자 가 뭐라캐?
진숙 (속상해, 외면하는) ..
신자 재호는 니가 신형아버지 돈 쓴거 모르지?
진숙 응.
신자 말해야 안되나?
진숙 (속상한) 그걸 걔한테 무슨 낯으로 말해. 또 말하면 뭐하고, 돈이 나올 것도 아
닌데....
신자 니 신형 아버지 한 번 만나봐라.
진숙 (보면)
신자 혜자는 우예 됐든, 신형아버진 너한테 좋은 감정이 있은까. 돈도 빌려주고 한거
아이가... 내 생각엔 그 사람 만나서 돈 문제도 해결하고, 재호랑 그 처녀문제도 해결
해야 될게 아인 가 싶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닌 재호편이 되줘야 안되겠나.
진숙 싫어.
신자 그래 말하지마라. 솔직한 말로 니가 여적 재호한테 해준게 뭐 있노.
진숙 (보면)
신자 재호 여적 밥을 먹어도 지돈 으로 먹었고, 학굘 가도 지 돈으 로 갔다. 그런데
이제 장가간다 카는데, 닌 자존심 하나 땜에 이래 쏘가지를 부리고. 니 난중에 이러다
가 진짜 재호한테 원 망 듣는다.
진숙 원망하라 그래. 하나두 안무서. (하고 나간다)
신자 (진숙 나가는거 보며) ?
$#49. 수돗가
진숙, 바가지에 수돗물을 받아 찬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신자, 진숙 방에서 나와 그런 진숙 보며.
신자 속 타나. 니 속타면 재호 속타는 것도 알아라. 으이고. (하며, 자기 방으로 가
고)
진숙, 바가지 한쪽에 내려넣고 답답한.
$#50. 진숙의 방
진숙, 출근하려 옷 갈아입다가 전화기 본다. 그런 진숙의 얼굴 위로.
재호E 한 번만 도와줘요. 이모. 나, 그 여자랑 살고 싶어.
진숙, 자리데 앉는다. 신형 생각하는.
인써트 - 회상
신형, 진숙이 방에서 머리 조아리고 있던 모습.
진숙, 잠시 생각하다 맘 다잡고 전화기 든다. 신호음 가다 떨어지면.
병국E 네. 이병국입니다.
진숙 (어렵게) 저 정진숙이예요.
병국의 책상위에 서류들 널려 있다.
병국, 책상에서 와이셔츠 소매 걷어 부친 모습으로 무겁게 전화 받고 있다.
진숙E 아직 사무실에 계셨네요. 제가 지금 그리로 가면 잠깐 뵐 수 있을까요?
병국 ....
$#52. 진숙의 방
진숙 왜 아무 말씀이 없으세요? 저 보기 싫으세요?
병국E 네.
진숙 (자존심 상하는) ?!
$#53. 주방
진숙, 속상한 얼굴로 맥주를 따라 벌컥벌컥 마신다.
그리고, 내려놓고.
진숙 (속상하고) 시간이 없어? 언제는 시간이 남아 돌아서 날 보 러왔나....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안면몰수다 이거야. 뭐야? (속상한, 눈물이 날 지경이다)
$#54. 병국의 사무실
병국, 굳은 얼굴로 앉아있는.
$#55. 분식점 앞
신형, 밖에 서있다.
재호 (분식점 안에서 문 열고 신형 보며) 여긴 애들 없다. 들어와 요.
신형 (괜히 주변 두리번 거리며 안으로 들어간다)
$#56. 분식점 안
재호, 신형 김치찌개 백반 놓여있다.
신형 뭐? 우리 아버질 만났어?
재호 (밥 먹으며, 무심히) 네.
신형 (걱정스레 재호 보며, 어렵게) 심하게 하셨어?
재호 (밥 먹고, 신형 보며, 안심시키려는) 아니요.
신형 ...
재호 신형이 데려가 잘 살 자신있냐, 그러시더라구요.
그래서, 네. 그랬더니, 알았다 그러시더라구요.
신형 (믿기지 않는) 정말...
재호 (작게 웃으며) 밥 먹어요. (하고, 밥 먹는)
신형 (재호의 말이 거짓말인줄 알겠다. 밥 뜨려다 재호 보며) 재호 야.
재호 (신형 보면) ?
신형 나 학교 옮길까?
재호 왜요?
신형 만약에 우리 부모님이 허락 안하시면... 그러면 그땐 서울은 좀 힘들지 않을까?
재호 (걱정스럽게 신형 보면)
신형 (짐짓 밝게) 오늘 신문 봤는데 청주쪽에있는 대학에서 강사 초빙한다더라.
이력서 한 번 넣어 볼까? 너 돈 잘 버는거는 알지만, 같이 맞 벌이 하면 좋잖아. 나
배운 것도 너무 아깝고.
재호 (신형이 마음이 고맙다) 고마워요.
신형 뭐가?
재호 나랑 상의해줘서요. 그런데 나두 돈 버는데...
돈 걱정 때문이라면 강의하지마요. 어차피 당신 만나고 돈 생 각은 접었으니까.
신형 (기분 조금 상하는, 밥 먹는)
재호 (밥 먹으며) 학생 가르치는게 좋구, 배운게 너무 아깝구, 그런 거면 혹시 또 모
르죠.
신형 ?
재호 공부 더 한다그래두 뒷바라지 해 줄 수 있어요. 논문 남았다 면서요. 중개일만
해두 우리 둘 사는덴 전혀 지장없어요.
신형 (웃음 띤) 내가 사람 하난 정말 잘 골랐다.
재호 (웃으며) 어서, 밥 먹어요. 오후 강의 있다면서, 늦겠다.
신형 (무심히) 자긴 오후에 뭐해?
재호 (신형 보며) ? 자, 기요?
신형 (당황해 어리버리하게) 내가 언제 자기라 그랬어.
재호 (웃으며) 오후에 시장 가야돼요. 오늘밤은 밤에 경매가 있어 서 바빠요. (하고
밥 먹다가 장난치듯 작게) 자기라고 한 번 더 불러봐요?
$#57. 분식점 앞
재호, 차 안에 있고, 신형 밖에서 배웅한다.
신형, 따뜻하게.
신형 일 조심해서 하구, 돈 많이 벌어.
재호 네. 돈 많이 벌어 올게요. 가요. (하고, 가고)
신형 (그런 재호 보고)
$#58. 달리는 재호의 차
$#59. 업무부 사무실
진우, 업무부 부장과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하고 있다.
$#60. 카페
재영, 석구, 김실장, 현수 만나고 있다.
김실장 (석구에게 얘기하는) 증인들도 모두 동생 잘못이라고 한다 그 거죠?
석구 네.
김실장 증인이 몇이나 되요?
석구 (잠시 생각하다, 어눌하게) 네명이요....
김실장 (난감한, 물 마시는)
현수 (걱정스런) 왜 그러세요?
김실장 (현수 보며) 증인이 너무 많아요. 한두명 정도면 혹시 다른 증이을 찾아볼수도
있겠지만 네명이면 너무 많아요.
현수 하지만, 그 증인들이 모두 피해자쪽 친지들이라 잖아요.
길실장 사실 이런 경운 증인보다 더 문제가 되는게 속도예요.
이런 상황에서 괜히 소송을 걸었다간 변호사 비용만 더 짊어 지게 되요. 합의을 보는
수밖엔 달리 도리가 없겠어요. 그리고 합의금에도 시골이니까 그정도 나온겁니다. 서
울이면 두배는 더 달라그럴거예요.
현수 (석구 안스레 보면)
석구 (눈가 그렁한) 고맙습니다. (하고 일어나 간다)
재영 (가는 석구 보고 일어나며, 현수에게) 언니 미안해요.
현수 내가 미안해요, 도움이 못되줘서.
재영 다음에 또 연락할게요. (하고, 나간다)
김실장 (재영 나가는 거, 확인하고, 현수 보며) 어떻게 하실겁니까?
현수 (담담하게 차마시는데) ....
그때, 진우 들어오고, 현수, 그런 진우 보면.
진우, 일이 잘 성사됐는지 야비한 웃음 번진.
현수, 그런 진우를 보고, 창가로 시선 돌리는데 서글프다.
$#61. 시장 일각, 방
재호, 작업복 차림으로 서있다.
재호 옆에 장사꾼1 서있다. 옆에 게짝 놓여있는.
재호 (장사꾼1에게 돈 받고 기분 좋은 얼굴로 세고 있다.)
장사1 (돈 세는 재호 보며) 돈 맞지?
재호 (돈 다 세고 돈다발로 손바닥 탁탁 치며) 맞아요.
장사1 그럼 게 좀 같이 옮기자.
재호 네.
재호, 장사1 게짝들을 트럭에 싣는다.
그때, 중개인 멀리서 소리치는
중개 재호야, 경매 안가!
재호 (밝게) 가요!
$#62. 주차장 차 안
재호, 모자를 찾아 차의 앞뒤쪽을 찾는다. '내 밥줄이 어디 갔냐?' 하며,
찾다가 차바닥에 떨어진 모자를 집어드는데, 핸드폰 울리고 재호 핸드폰 열고.
재호 여보세요?
$#63. 신형의 집, 2층 베란다
신형, 누가 들을세라 조용히 전화거는.
신형 밥 먹었어?
재호E 또 그 소리예요?
신형 (작은 웃음 띤) 전화 받네. 메시지만 남겨놓을려 그랬는데. 경 매 안해?
재호E 지금 들어갈려 그래요. 내가 오늘 경매 잘해서 돈 벌면 맛있 는 거 사줄게요.
신형 (작은 웃음) 신난다.
$#64. 주차장
재호, 웃으며
재호 그렇게 신나요.
신형E 응.
재호 맨날 신나게 해줄려면, 진짜 돈 많이 벌어야겠네. (웃고, 사 이) 이제 그만 자요.
너무 늦었다.
신형E 그래.
재호 잘자요. 낼 봐요. (사이, 웃고) 네. (하고 전화 끊고, 핸드폰 던져두고, 모자 바
지에 탁탁 털어서 잘 쓴다. 그리고 차문 닫 고)
$#65. 경매장
중개인들, 장고도 함께 모여있다.
경매사, '자, 이제 시작합니다' 하던.
일꾼들, 물건 푼다.
중개1 좀만 있다하죠. 205번 강재호 아직 안왔는데...
경매사 (난감한) 강재혼....
그때. 재호 멀리서 '잠깐만요, 잠깐만' 하며 뛰어온다.
사람들, 모두 돌아보고 재호, 뛰어와 무리에 서며, 밝게 '죄송합니다, 좀 늦었습 니다
'하고 경매사 보며, '시작하죠'한다.
그때, 경매사 잠시 난감한 표정 짓는다.
재호, 그런 경매사 얼굴 못보고 주머니에서 펜 꺼내는데, 그런 재호 얼굴위로.
경매사 205번 강재호씨.
재호 (보면)
장고 (재호 보면)
경매사 (재호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단호한) 오늘부로 중개자격 박탈 입니다. 경매장
에서 나가십시오.
재호 ?!
그런 재호의 얼굴에서 엔딩.
(제 22 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