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6. 불날. 날씨: 미세먼지 없는 맑은 봄 하늘 아래 햇살이 따갑다.
[일놀이 수학-농사와 식물 생태수학]
아침열기 하기 전 1학년 준희랑 종이딱지를 신나게 쳤습니다. 퍽 소리가 커서 딱지 치는 맛이 제대로입니다. 종이 딱지는 한참 치면 땀이 날 정도입니다. 빵 소리에 딱지가 뒤집히면 치는 사람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게 딱지치기 맛입니다. 한참 한 뒤에 교사실에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4학년 현준이가 교사실에 와서 병뚜껑 딱지를 한 판 하자고 합니다. 동무들과 하라고 말해도 굳이 저랑 한 판 하고 싶다고 해요. 선거 운동 해야 되는 거 아니냐 해도 병딱지가 먼저랍니다. 병딱지 한 장 들고 선생 딱지를 다 따려는 마음인데 자신감이 넘칩니다. 정말 현준이가 여섯 개를 내리 따버리네요. 아주 신이 났어요. 그런데 다시 판세가 뒤바꾸어 제가 잃은 걸 다시 다 땄어요. 물론 현준이는 한 개를 동생에게 선물해줬으니 본전입니다. 재미난 한 판을 구경하던 어린이들이 서로 치겠다고 도전했는데 아침열기 시간이 다 되어 보여 일을 해야 한다고 딱지치기를 그만뒀어요.
2학년과 수학 수업은 역시 일놀이 수학입니다. 지난 주 함께 만든 구슬수학 교구를 완성하며 재고 쓰고 더하는 과정을 해야 되지만 미세먼지 없는 날을 놓치기 싫어서 밖으로 나갔어요. 하린이가 대나무자를 챙기고, 선생은 줄자를 챙겼어요. 씨앗이랑 호미를 챙겨 텃밭으로 갔습니다. 텃밭에서 수학을 찾기로 한 겁니다. 가기 앞서 하린이가 예쁜 지우개를 보여주네요. 오각형 별모양 지우개를 만들어왔어요. 그래서 텃밭에서 같은 별모양 오각형 식물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텃밭 가는 길이 막혀서 빙 돌아서 가는데 가는 길에 만난 꽃들이 참 곱습니다. 지난 주 6학년과 심은 꽃들이 활짝 폈네요. 오각형 모양을 찾는데 꽃 모양이 비슷해 보여 가보니 6개 잎이네요. 텃밭 들머리에서 제비꽃과 꽃다지를 찾았는데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니 꽃잎이 4개입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만난 앵두나무꽃과 조팝나무꽃이 별모양입니다. 5개 꽃잎이 하린이 지우개와 꼭 닮았어요. 5각형 모양을 식물에서 찾고 꽃잎을 세보는 것과 수학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자연에서 찾을 수 있고 자연의 감성을 담은 수학을 생태수학이라고 부릅니다. 식물과 곤충에서 규칙을 찾고 수학의 말로 연산을 하고 기하학과 수학 법칙을 찾아내는 건 감성과 감각을 깨우고 길러주는 일입니다. 기후위기 시대 생태교육은 이렇듯 날마다 만나는 자연을 모든 교과 속에 담아내고 자연 속에서 궁금함을 문제해결력과 논리의 세계로 확장해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린이 별 모양 지우개 덕분에 찾아보는 재미를 누렸습니다.
텃밭에 일하러 가는 것이 아닌 수학 공부이니 뭐든지 그렇게 연결됩니다. 들고 간 호박, 옥수수, 박 씨앗을 작은 이랑에 심는 방법은 2학년이 한참 하고 있는 덧셈과 곱셈을 만나게 하는 방식입니다. 씨앗을 넣을 수 있도록 호미질을 하니 작은 구덩이가 생겼어요. 열 개 구덩이를 파고, 쥐이빨옥수수와 찰옥수수를 세 개씩 넣었습니다. 한 구덩이에 세 개씩 넣어가며 숫자를 셌어요. 세 개씩 묶음으로 열 개 구덩이에 넣은 셈입니다. 몇 개를 넣었을까 물어보니 세 개씩 더해 가네요. 아직은 3단 구구단을 바로 연결하지는 않습니다. 호박은 2개씩 10개 구덩이에 넣었어요. 박도 2개씩 넣어가며 10개 구덩이를 채웠습니다. 2묶음, 3묶음을 넣어보며 직파로 씨앗을 심어봤습니다. 이번에는 선생이 미리 만들어놓은 큰 호박 구덩이에 호박 씨앗을 3개씩 심었습니다. 7개 구덩이니까 몇 개를 넣은 거냐 물으니 금세 21개를 말하네요. 더하기든 곱하기든 씨앗도 심고 연산을 꺼낼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하린이가 들고 온 대나무자로 고랑 길이를 쟀어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가 만든 대나무자로 뭐든지 재는 뜻도 있지만 고랑과 이랑을 재보며 내가 가꾸는 텃밭에 얼마만큼 심을 수 있는지 가늠하도록 돕기도 해요. 잠깐 냉이를 캤는데 냉이 잎 나오는 모양이 마주나기로 나 있어 어린이들에게 식물 잎 나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어요. 또 씨앗을 왜 3개씩 넣을까 물어보았어요. 하나는 땅 속 벌레가 먹고, 하나는 새나 곤충이 먹고, 하나는 우리가 먹으면 좋겠다 하니 씩 웃습니다. 나중에 씨앗을 심을 때 기억이 날겁니다.
학교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모종판을 꺼내 씨앗을 넣었습니다. 모종판을 꺼내 세보라니 50개 모종판이라고 알려줍니다. 세는 방법은 한 줄이 5개라 두 줄씩 10개를 만들어 10, 20, 30, 40, 50으로 올라간다는 걸 손으로 보여주네요. 이번에는 울타리강낭콩과 옥수수 씨앗을 2개씩 넣었어요. 먼저 모종판에 상토를 반쯤 채운 뒤에 저마다 자기 모종판에 두 개씩 넣고, 다시 상토를 덮어줬습니다. 이번에는 2개씩 50번을 넣었으니 더할 게 많습니다. 몇 개나 넣었을까 물으니 한참을 생각해요.
“1개씩 넣으면 몇 개지?”
“50개요.”
“그럼 또 1개씩 넣으면 몇 개지?”
“100개요.”
모종판이 눈에 보이니 한 눈에 알아보기가 쉽습니다. 모종내기를 마친 뒤에 물을 뿌려줬어요. 바로 물조리개를 쓰지 않고 가는 분사기를 찾아 뿌리니 아주 재미있어 합니다. 공기 압력을 만들어 뿌리는 방식이라 나눌 이야기가 있지만 생략하고 물 뿌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더 중요한 때입니다. 따스한 햇볕과 물이 있어야 싹이 튼다는 걸 들려주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과학은 관찰하며 식물의 한 살이를 만나면 되지요.
중간 중간 쉬다 교실로 들어와 마무리를 했어요. 먼저, 들어오며 찾은 오각형 꽃잎을 다시 찾아보고, 선생이 들고 온 쇠뜨기와 꽃다지, 냉이 잎을 놓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물어봤어요. 식물의 잎 모양이 다른 걸 한 눈에 알아차립니다. 그걸 부르는 말을 알려주었어요. 꽃다지 잎은 어긋나기, 쇠뜨기는 돌려나기, 냉이 잎은 마주나기로 났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모양으로 잎이 났을까요? 물 때문일까요, 햇빛 때문일까요? 묻고 다음 시간까지 생각해오기로 했어요. 물론 길을 오갈 때마다 식물의 잎을 보여주며 어긋나기, 마주나기. 돌려나기를 한참 이야기 하고 찾다보면 자연스레 햇빛 때문이라는 걸 알아갈 겁니다.
다음으로 텃밭에서 우리가 한 일을 칠판에 그려보았어요. 호박구덩이 7개를 그리고, 씨앗을 3개씩 그렸습니다. 모종판에 심은 강낭콩과 옥수수 씨앗은 모종판 모양처럼 표를 그렸어요. 그런데 2학년 어린이들에게 표를 그리는 일은 쉬운 게 아닙니다. 한참 익히기를 해야 해요. 선생이 그려 준대로 가로 10개와 세로 5개 표를 그려 50개 모종판 표를 완성하는 건 천천히 해야 합니다. 달마다 달력 만들기를 하며 익숙해가는 과정이 필요해요. 다 완성하지 못한 것은 나중에 해오기로 하고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마지막으로 50개짜리 모종판에 구슬을 3개씩 넣어봤어요. 씨앗으로 했던 묶음에 대한 이해를 이번에는 구슬로 다시 해보는 겁니다. 150이란 수가 바로 나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3개씩 줄곧 넣은 기억, 3개씩 5묶음, 10묶음을 느껴가는 게 중요할 뿐입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3개씩을 줄곧 더해봐야지요. 그렇게 덧셈을 실컷 하다 만나는 곱셈은 얼마나 신통방통할까요. 구구단이 참 쓸모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또 새로운 연산의 세계가 열릴 겁니다.
낮에는 5, 6학년 사물놀이 첫 시간입니다. 지난해 가락은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오랫동안 풍물을 쳐 온 힘들이 그대로 보입니다. 4월은 북, 장구, 쇠, 징 가운데 서로 치고 싶은 걸 골라 돌아가며 쳐보며 새로운 장단을 익혀갈 예정입니다. 계획에 없던 꼭지이긴 한데 오랜만에 사물놀이를 이끄니 또 새롭습니다. 학교 초기부터 학교 풍물과 사물놀이를 맡아서 했던 때가 기억났어요. 아직은 풍물과 사물놀이 지도를 가장 오래 했던 선생인 셈인데, 몇 해 못했다고 감각이 사라지지는 않는 듯해요. 해금은 줄곧 하지 않아 다 까먹었는데 말이죠. 하기야 20대에 배운 장단과 가락, 춤사위를 지금도 기억하고 아이들과 나누고 있으니 참 운이 좋은 편입니다. 배운 걸 줄곧 할 수 있다는 건 재미난 일이지요. 새 풍물 선생을 모실 때까지 신명나게 놀 시간이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