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사람이, 풀잎까지 모두 시퍼렇게 칼날을 벼리고 있었다.
그 두려움의 문을 열고 무장해제를 하기 위한 나를 달래고 환한 세상 속으로 나아가기 위한 작업,
그것이 내가 아편 중독자처럼 시 속에 빠져 있는 이유다."
시를 몹시 사랑하는 시인의 독백이다.
싱그러운 5월의 첫 목요일에는 1991년에 『시와시학』 신인상을 받고 등단한 정 숙 시인을 만나고자 한다.
벌써 시집 6권을 상재했으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에 만나는 시집『유배시편』은 '유배'를 테마로 한 연작시집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 모두는
거의 예외 없이 유배된 존재들이라는 기본적 관점에서 이 시집의 작품 의식이 출발하고 있다.
좋은 이와 함께 모여 유배의 시적 형상화와 그 의미를새겼으면 좋겠습니다.
수성못가의 무르익는 봄 정취를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일시 : 2012년 5월 3일 첫 목요일 오후 7시
-장소 : 대구 수성못 레스토랑 '케냐'
-회비 : 없으며 음식은 직접 구매하셔야 합니다
-제공 : 詩 하늘 시 낭송용 소시집
-연락처 : 가우 010-3818-9604/케냐 레스토랑 053-766-8775
*시인 정 숙
-경산 자인 출생
-경북대 문리대 국어 국문학과 졸업
-경주 월성 중학교 전직 국어교사
-1991년 계간지<우리문학> 1993년 <시와시학>으로 신인상 수상.
-<신처용가> <위기의 꽃> <불의 눈빛> <영상시집><바람다비제> 시집과 [DVD] <유배시편>출간
-2010, 1월 현대시 박물관에서 제정한 제1회 만해 ‘님’ 시인 작품상 수상
-대구문학아카데미 현대시 창작반 강의
-인터넷 포엠토피아 '포엠스쿨 정 숙반 강의'
-현대불교 문인협회 대구 경북 지회장
-대구 시인협회 부회장
-대구작가회의 이사
-전국 시와시학 동인회 부회장
*유배시편들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돛-유배시편2
정 숙
살얼음이 칼바람 물고 달려드는 밤
서울역 지하도에 웅크린 사람들
세상사 뭐든지 꿰매고 깁던 버릇 버리지 못해
긴장된 순간들을 모아 시간 조각보 박음질하네
가슴 속 낡은 생의 미싱 바퀴를 돌리고 있네
침침한 바늘귀에 실 꿰어
지친 손가락 마디 호고 감치네
끝내 바늘귀를 찾지 못하고
헛바퀴만 몇 바퀴 드르륵 돌리다가
무연히 드러눕는 사람들
찬 바닥 신문지 몇 장 깔고 누워
허공으로 둥둥 지상의 가족을 내려다보네
미안하다, 사랑한다, 틀 바늘은
간간이 헛소리 하는 제 주인의 꿈 깨우지만
드르렁, 컹, 컹 코고는 소리만
지하도의 밤 울리며 지나가네
속절없이 무너진 가슴 속 세상을 돌리며
길을 묻는 재봉틀 헛바퀴 소리
그 신음 속 밤의 폐부를 가르는 바람소리
부러진 돛대 지키느라 너덜너덜 헤진
저 돛, 누가 촘촘히 박음질해 이어줄 것인가
돛대-유배시편 1
-정 숙
삶의 전쟁터에서 뒤처져버렸다
디지털 속도 따라잡지 못해
한 집안 맏이로서 마지막 보루인
양반 뼈대 지키기 위해 제 안에 담 쌓은
저, 늙은 소나무 하나
겨우 세평짜리 안방에서
뼈만 앙상한 제 면적조차 과분하다며
허옇게 이파리 떨어뜨린다
한 때 바람의 길 찾아주는 길잡이로서
노란 송화 가루 뿌려대던 시절 말아
혓바닥에 돌돌 연기 동그라미
허공에 굴리는 저, 사내
부러진 돛대의 자존심 어루만지는가
찢어져 간간이 펄럭이는 무명 돛에 남은
생의 뽕잎을 천천히 갉아먹고 있다
흐린 술 몇 잔으로
낡은 햇볕과 바람에게 감사 편지 쓰면서
늦가을 세한도 완성해가고 있다
미친바람발전기-유배시편 4
-정 숙
불에 타버려 통제 불능 풍력발전기
저 바람의 여자
제 몸 속 발정 난 바람개비들
아직 탈 없이 돌아가고 있다며
삐그덕 삐그덕
몸 바람 일으켜 세운다
그 열기, 그 숨결
가쁘도록 돌리고 또 돌려대지만
헛바람만 온 집안 들쑤시고 돌아다닌다
밤낮 휑한 빈집에 갇힌 찬밥덩어리
그 남자
노을 물들이는 그 미친바람의 발갈퀴가
날마다 으스스스 등골 찔러댄다며
부황봉화불이나 지피고 있다
넝마 아리랑-유배시편 12
-정 숙
일개미에게 공손히 절 하는가
90도로 허리 굽히는 한 할머니
빈 깡통 종이 박스에 담긴
헛바람, 헛꿈을 꾹꾹 눌러 단단히 묶는다
육신의 짐에 파묻혀 리어카를 밀고 가는
그 깜깜한 밤을 노을이 천천히 끌고 간다
시간 밥줄은 달동네 판잣집에서도
허리 제대로 펴지 못하고
끙, 끙 아리랑 고개 아라리오 넘어간다
어린 손자의 밥통 살리려 일평생 고된
그 일이, 버려진 목숨 거듭나게 하는
소중한 일인 것을
아흔이 다 되어도
굽은 허리의 숨은 그 힘 깨닫지 못한 채
넝마 아리랑 고개, 고개를 넘어간다
아날로그 안테나-유배시편 23
-정 숙
어느 날 갑자기
세상사
다 부질없는 짓이라며 넓은 바다도 버리고
내 물결바다에 갇힌
저, 사내
날마다 나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침묵의 긴 꼬리 휘익, 휘이익 휘돌리며
제 성깔 작살에 찍히고
히스테리에 비늘 찢어진 채
범어포구 지키는 귀신고래
무뎌진 아날로그 안테나 지붕 위 세워놓고
호반찻집으로, 회관 바람의 집으로
이리저리 방향 조절하느라
하루가 짧고도 길다
시어 금맥에 혈안인 마누라, 그 가물가물한
야래 향 체취
엿가락 시간 얼기설기 엮어
뒷방 아이비 시든 줄기에 걸어두고
]
경마장 싸나이-유배시편 30
-정 숙
마지막 경주
이제 다시 갈아 끼울 수 없다
목숨의 말발굽 편자 다 닳아빠져
한 때 우렁차던 발굽 소리
그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래도 가파른 산길 막무가내로 달려야 한다
이랴! 이랴! 쉰 소리 죽어라고 자신을 채찍질한다
세상 문 닫은 안방 경마장에서 그는
벌써 구 년째 이불 한 모서리 잡고
비록 세상 풍랑에 밀려나 갈기털 다 빠지고
발굽편자 다 닳아 쓰러지더라도
생의 숨길 마지막 멈추는 그날까지
허덕허덕 달려야만 한다며
그래야 사내다
최소한 싸나이 대접을 받는다며
식은땀으로 이불 푸욱 적시며
죽음과 맞서 싸우고 있다
연꽃들-유배시편 42
-정 숙
1.
굽은 등허리, 흙발, 흙손 제 씨알들 다 여물어도 한 여름 뙤약볕 이고 콩밭고랑 매는 평생 죄수
2.
시난고난 그 허기와 씨받이 압박, 그리고 전쟁 중에서도 은장도 칼날 서슬 하나로 배달의 씨앗 지키고 이어온 이 땅의 어머니들
3.
깊이도 넓이도 끝도 알 수 없는
세상 어둠 산을 통 채로 이고지고
파도와 맞서 깨지고 자빠지느라
그래도 다시 일어서야 하느니
이 악물면서
당신 곪아터진 상처 돌아볼 겨를 없던
아흔 다섯 고사목 내 어머니
마지막 더 캄캄한 길도 당당히 걸어가겠다는
이 땅의 아줌마이길 고집하는
저 산 같은 여자
이.
봉.
화.
안개꽃 흰 그늘-유배 시편 48
-정 숙
조용히 악보만
넘기고 있는 그림자
연주자에게
조명과 찬사를 돌려주기 위해
있는 듯 없는 듯
너는 누구를 위한 페이지 터너인가
저 빛나는 주인공들을 위해
스스로 흰 그늘이 되어 떨고 있는 너
제 가슴 쓰다듬으며
영혼 깊은데서 두드리는 통증
그 페이지를
밤마다 남몰래 몰래 넘긴다
대들보기둥을 자르다-유배시편 52
-정 숙
사마천 당신,
대들보기둥을 자르고*
천년만년을 살아남겠다니요
한 사십을 살아도 토룡탕도 고아먹으며
아들 딸 낳고 지지고 볶고 살아야지요
그래도 힘이 넘치면 울 넘어 능소화도 힐끗힐끗
눈요기 슬쩍 꺾기도 하고
그렇게 한 세월 꿀맛 단맛 삼키는 것이
세상사는 맛이지요
죽으면 썩어질 몸이라 했던가요
아낀다고 누군가의 가슴 따뜻이 데워줄
참나무 숯이라도 될 수 있나요
하물며 수채 구멍으로 흘러가는
물도 기둥을 세워야 흘러 내려간다는데
*문정희의 ‘사랑하는 사마천 당신에게’서
당신의 추가 무거울 때면-유배시편 69
-정 숙
허구한 날 되풀이하는 일 뿐이라고
가장의 추가 무겁다고 떼버리지 마세요
그 무게가 당신의 안방을 지키고
하늘과 땅을 받쳐주고
당신을 견디게 하는 힘의 원천이지요
그 연장이
시간의 맥박 재촉해서
내 자궁 속 썩히고 낡아가게 한다지만
그 떨림이 새싹을, 이파리를, 꽃을
화르르 피어나게 하는 힘 대가리지요
시계추는 당신 몸 지구의 중심이지요
살 처분-유배시편 9
-정 숙
1
정철은 술상을 마주하고 앉은 진옥에게 수작을 건다.
*"옥(玉)이 옥이라커늘 번옥(燔玉)만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진옥(眞玉)일시 분명하다.
내게 살송곳 있으니 뚫어볼까 하노라."
기생 진옥은 지체 없이 수작을 받아 준다.
"철(鐵)이 철이라커늘 섭철만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정철(正鐵)일시 분명하다.
내게 골풀무 있으니 녹여볼까 하노라."
얼,시구! '굿거리장단'으로 놀고 자빠졌네
잡것이 섞이지 않은 시우쇠라고?
모조품 아닌 참옥이라고?
덩따다다다 꿍따다다다 덩따다다다 꿍따
지난겨울 살처분 당해 가죽도 뼈도 남기지 못한 소귀신들
내 어설픈 장구놀림에 붙어 울분을 풀어놓는다
*"아으 다롱디리 어긔야 어강됴리
달하 노피곰 도다샤 머리곰 비취오시라"
2
엉뚱한 곳에 분풀이가 아니라 수작이 모두 개수작, 내 살아생전 옴짝달싹 못하게 통 속에 가두어 항생제만 처먹이더니 뱃속에서 세상 구경 한번 못해본 내 새끼들만 마구 땅에 파묻어 놓고 금세 돌아앉아 고기살점 불태워 먹으며 '오. 바. 마!*' 소주잔 부딪히는 게
음메~ 너희 인간구제역이여!
사람 짐승들이여! 시방, 음메~ 울어라, 울어
내 뱃가죽 살가죽 찢어지도록
더덩! 더덩! 덩! 덩!
덩더꿍! 덩!
*정철正鐵- 시우쇠, 잡것이 섞이지 않은 쇠.
*섭철鐵)- 무쇠, 정련되기 전의 거친 쇠.
*진옥眞玉- 참옥, 기생 이름.
*반옥半玉- 사람이 만든 모조 옥
*정읍사 부분
*오빠 바라보지만 말고 마음대로 해
첫댓글 낭송하실 시 찜해 주십시오. 선착순입니다.
정 숙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지는예 건강관리 단디 잘해서 5월 3일 꼭 뵙겠습니다.
정숙선생님!환영합니다♥~
연꽃들ㅡ 5월 낭송회에서
제가 하겠습니다
그날은 더욱 예쁜 모습 하시고 오세요^^
하모님을 모른데서야 이것 섭섭 하시겠다요. 여잔 무신 무뚝한 남자 갱상도 남자 아닌교^^ 그야말로 갱상도 대표의 진국이지라.
해피하모님캉 하모하모님캉~
다르신 하모님ㅎㅎ
선생님, 환영합니다.^^ 그 날 아름다운 시간 가지기로 해요.^^
저두요. 낑깁니다.
정숙 샘님 모신다니 반가운 마음에 달려 가고 싶습니더..
그리운 시하늘 지기님, 회원님들 마카 보고 싶어서 조금 늦더라도 가겠심니더
그동안 정신 읍다가 이제사 죄금 정신을 차리고 삽니더
하모하모님 아름다운 5월에 오신다고예? 신발 벗고 막 뛰나갈께예 어서 오이소예.
자화상이 떠오르네요^^
세상에 세상에 어찌 그리도
멋진 커플이~
현재에도 존재한다는 말쌈?
하모님~질문 있는데예에~
녀자쌤 아니신가요?
저는 넝마 아리랑 낭송하고 싶네요
연화님도 기다릴께예 저번참에 감기몸살땜에 못봣는데 봄처녀 맨치로 예쁘게 해가 오세요.
지회장님, 시집 상재 축하드립니다.
저는 <안개꽃 흰 그늘>을 낭송하고 싶어요.
정숙 시인과 함께 5월을 열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낭송하실 시를 찜해 주세요
1. 돛-유배시편2 / 진실 박선주님
2. 돛대-유배시편1 / 장미 조선경님
3. 미친바람발전기-유배시편 4
4. 넝마 아리랑-유배시편 12 / 김연화님
5. 아날로그 안테나-유배시편 23
6. 경마장 싸나이-유배시편 30 / 뚜버기 박종천님
7. 연꽃들-유배시편 42 / 파라하늘호수 류경화님
8. 안개꽃 흰 그늘-유배 시편 48 / 릴케 이설야 님
9. 대들보기둥을 자르다-유배시편 52
10. 당신의 추가 무거울 때면-유배시편 69 / 박경조님
11. 살 처분-유배시편 9 / 찜하신 분이 있답니다
살 처분은 이미 정숙 시인께서 찜하신 분이 하신대요, 죄송합니다.
찜하지 않은 걸로 미리 정하십시오. 하모님.
안녕하세요? 정숙 선생님!!! 축하 드립니다~
제가"돛" 낭송은 못하구요? 낭독을 하겠습니다~ 그날 뵙겠습니다` ~♬~
어떤 분이실까 궁금하지만 5월 3일까지 기다려야 겠지요?
고맙습니다_()_
현불문에 박선주 시인입니다. 보리향님~~ ^^
안녕하십니까? 처음으로 참석할려 합니다
"돛대'를 낭송하겠습니다
장미님이 조선경님이라고 하시네요. ^^ 에효~~ 죄송합니다.
박경조시인께서 "당신의 추가 무거울 때면" 낭송 하신답니다~
화창한 봄날 좋은 시간 보내시고 계시지요?♬~
5월3일 뵙겠습니다~
저는 경마장 싸나이를 찜하겠습니다,
저는 대들보 기둥을 자르다 찜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_()_
모처럼 뵙겠습니다
보리향님 이일을 우짜꼬예...
독감이 들었는데 오늘 푹 쉬면 좀 나을줄 알았더니 더 심하고 목이 완존히 가벼렸습니다
이번 감기는 목과 몸살이 심하고 최소한 1주일은 고생을 해야 한다네요
에그 또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겠습니다. 죄송하고 아쉽습니다.
모처럼 하모하모님 낭송을 듣나 했는데.............,
조리 잘하십시오!
정숙 시인님 축하드립니다 꼭 참석하고 싶지만 너무 멀어 힘드네요 고국 방문 할 때면 다시 뵙고 싶습니다^^
지난번 박숙이 시인님 출판기념일에 함께 찍은 사진 이해리 시인님 카페 올렸습니다^^
가우 선생님 수고가 많으시죠 고맙습니다^^
내일 저녁 7시에 케냐에서 뵙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반가운 얼굴,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