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5일 부활 제6주간 월요일 사도행전 16,11-15 요한 15,26─16,4ㄱ
-김 대열 신부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너희가 떨어져 나가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요한16,1) 어쩌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우리의 마음보다, 우리를 당신 나라에 들어오게 하시려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가끔 묵상 중 떠오르는 것 중의 하나는 ‘안타까워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이다. ‘안타깝다’라는 말의 의미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손이 반드시 닿아야만 하는데, 아무리 손을 뻗어보려 하지만 닿을 듯 말 듯 하다가 끝내 닿지 않을 때의 그 마음, 들으라고 고래고래 소리쳐보지만, 듣지 못하고 군중 속으로 사라져가는 이의 뒷모습을 쳐다보아야만 할 때의 그 마음, 바로 이와 비슷한 마음으로 하느님께서는 매일매일의 우리를 바라보시고 계시지 않을까? 언젠가 묵상 글에 우리가 하느님께 비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빌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사랑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그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거부를 당하고 무시를 당하고 내동댕이쳐져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장 좋은 것을 주려고만 애를 쓰는 모습은 더욱 안타깝다. 하지만 사랑의 생김새가 그런 것이고, 그 사랑이 시작된 곳이 하느님이시니, 하느님께서는 그 길을 계속 가실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어떤 실존적 아픔들과 부딪혔을 때, 절대로 하느님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그분께서 우리보다 더욱 아파하며 안타까워하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나약함과 이기심 그리고 욕망을 먼저 바라보아야만 한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밀어내시는 것이 아니다. 밀어내는 것은 오히려 우리 쪽임을 기억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그분의 안타까워하심을 줄여드릴 수 있는 우리라면 얼마나 신나는 일일까? 아니 그분의 거룩한 마음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 우리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글라렛선교수도회, 김 대열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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