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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인생독법
인생, 쉽지 않다.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지성과 이성으로 내린 선택과 판단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철저한 자본주의 경쟁에 내몰려 남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세대가 미래를 두려워하며 살아가는 지금이다.
강호동양학’이라는 독자적인 인문학을 개척하며 독창적 글쓰기를 해온, 외곬의 문필가 조용헌의 글 모음. 아웃사이더의 길이었다. 그 길 위에서 써내려간 글은 과학적 합리성이 우선하는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빛을 발했다.
미신으로만 여기던 사주명리학을 좋은 삶을 살기 위한 방편이자, 철학과 인문학으로 대접받는 첫 기단을 올렸다.
인생, 이성으로 풀리지 않을 때 명산대천 속에 나를 풀어놓았다. 천시天時, 우주의 시계로 나의 위치를 가늠했다.
독립불구 돈세무민 : 이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다. 불은 용으로 물은 호랑이로 다스린다. 재다신약 식신생재 : 재물이 많으면 몸이 약해진다. 큰 인물은 하늘과 인간이 만든다. 인생이란 대몽 속에서 소몽을 꾼다. 몸은 보이는 마음이다.
명당 : 잘 먹고 잘 자고 잘 웃는 그곳이 좋은 터다. 산의 관상 : 동네 장날도 아무렇게나 정하지 않았다. 십승지 : 사람을 살리는 땅으로 가라. 황금을 강물에 던져 버리다.
이탈리아 소렌토 : 사이렌 여신과 옥녀의 가야금. 크레타섬 크노소스 궁전 : 고대의 제사장과 시공을 넘나들며 대화하다. 홀로 나를 달래며 철이 들다.
‘주머니 속 작은 종교’가 세계사를 바꾸다. 인생 이모작의 소프트랜딩 비결. 중년에는 살롱으로 가라. 최강의 휴식법, 달빛 아래 강가를 거닐다. 무엇으로 ‘독립’할 것인가. 없으면 제 힘으로 만들며 가라. 이제는 숲에 가서 쉬어야 한다. 빛과 그림자를 알면 인생이 가벼워진다. 피 ․ 땀 ․ 눈물 ․ 여행 ․ 독서. 기복(祈福)으로 보고 따르면 문제가 되지만 삶의 지혜로 참고하면 유익하다.
내일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인생이다. 함부로 덤비지 않고 불행 속에 빨려들지 않는 순간적인 힘을 낼 수 있다. 주역의 64괘에서 28번 택풍대과(澤風大過)를 주목한 이유가 여기 있다. 택풍택과는 위로는 연못물이 출렁거리고 아래로는 센 바람이 불고 있다. 주역에는 ‘독립불구(獨立不懼 )돈세무민(遯世無悶)’하라고 되어 있다. ‘홀로 서 있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세상에 나가지 않고 숨어 있어도 번민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운명은 홀연히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조금씩 바뀌는 것이다. 인생 공부의 길에도 좌도(左道)와 우도(右道)가 있다. 좌도는 빠른 길이고 우도는 느린 길이다.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좌도의 길은 피 · 땀 · 눈물을 흘리며 가는 길이다. 천천히 가는 우도는 ‘독만권서(讀萬卷書)와 행만리로(行萬里路)’의 길이다. 만 권의 독서를 하고 만 리의 여행을 해보는 것이다. 독서는 역사책과 경전을 읽는다. 운명을 뚝딱 바꿀 수는 없지만 날마다 조금씩 노력하면서 비로소 ‘철이 든다’. 철삿줄과 갈빗살의 조화, 오래된 이야기가 인생을 부드럽게 한다.
미국의 어느 통계학자는 상고시대부터 지금까지 인간으로 태어나 살다 간 이들을 약 1,060억 명이라고 추정한다. 그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남겨놓은 이야기는 얼마나 많을까. 살다보면 이성으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싶은 때를 만난다. 저자는 나라 안팎을 주유하며 수많은 이야기를 채집한 채담가이기도 하다. 그는 말한다.
“상식과 이성에 바탕을 둔 사회과학이 철삿줄이었다면 내가 터득한 강호의 동양학은 갈빗살이다. 갈빗살은 연해서 치아가 부실해도 먹기가 편하다. 철삿줄만 가지고는 나이 들어서 힘들다. 나이 들어서도 계속 철삿줄만 씹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쉰 살이 넘어가면 생로병사가 한꺼번에 밀려온다. ‘부질없이 세월만 보냈다. 먹고 산다고 한평생 그냥 보내버렸구나.’는 허무감이 밀려온다. 철삿줄 가지고는 이 50세 이후의 허무감을 달랠 수 없다. 갈빗살이 좀 필요하다. 이 갈빗살은 도시적인 경쟁 메커니즘을 벗어나 산천에서 유람하며 사는 법을 안내한다. 유유자적하며 사는 삶이다.”
추노꾼을 피해 노비들이 최후까지 숨어들었던 한반도에서 가장 안전한 땅은? 왜 충청도는 옷, 전라도는 맛, 경상도는 집을 중시했나? 토끼가 지나는 길을 따라가야 했던 위험천만한 벼슬의 길은? 기러기의 비행을 떠올리는 항렬에 숨은 지혜는? 이 오래된 이야기들을 통해 급속한 사회 변화 속에서 온갖 경쟁에 내몰리며 점점 강퍅해진 현대인의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해준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넉넉해진다고 할까.
천시(天時), 우주의 시계로 나의 위치를 가늠하다 : 삶의 유용함으로 접근하는 오래된 지혜 이야기. 신의 섭리는 세 가지로 나타난다. 지분(知分), 지지(知止), 지족(知足)이다. 자기 분수를 알고, 그칠 줄을 알고, 만족할 줄 아는 것이다. 이것이 지명(知命)이다. 인생의 시행착오는 자기 분수를 모르고 과욕을 부리는 데서 온다. 과욕을 부리는 것을 ‘적극적’이라고 착각하고, 분수를 지키려는 노력을 ‘소극적’인 태도로 평가절하하는 경우가 많다. 팔자의 핵심은 때를 아는 것이다. 내 인생이 지금 봄인지, 여름인지, 가을인지 겨울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눈 내리는 한겨울에 씨 뿌리려고 덤벼드는 사람은 때를 모르는 사람이다.
지리(地利), 길은 늘 사방으로 열려 있다네 : 땅 이야기. 풍수는 음양오행설을 기반으로 땅에 관한 이치, 즉 지리(地理)를 체계화한 조상들의 논리체계이다. 땅의 기운을 접함으로써 복을 얻고 화를 피하자는 것이다. 동네 장날도 주변의 풍수적 원리를 참고해 정할 만큼 자연의 이치를 받든 선인들, 핵심은 균형이다. 강한 부분은 눌러주고 약한 부분은 보강해주는 조화로움이다. 조화를 이루면 모든 것이 통한다고 보았다. 자연과 인간의 유기적 관계를 통해 순응해온, 우리 땅 곳곳에 스며있는 선조들의 발자취를 되새긴다.
인사(人事), 빈손으로 와서 무엇을 가지고 돌아갈 것인가 : 이상을 꿈꾼 혁명가, 풍류가, 철인(哲人)과 도사, 선비, 고승에서 재벌, 문인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사람살이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다. 없으면 제 힘으로 만들며 가라, 입은 곤륜산처럼 무겁게 하라, 꽃을 보라, 토론하라……,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독립(獨立)’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찾아본다.
인생을 바꾸는 여섯 가지 방법! “스스로 자기 운명에 개입하라”
실력과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 충분한 노력에도 이루지 못하기도 한다. 그때의 실망과 우울, 좌절이 깊어지면 삶은 파탄 지경에 이르고 만다. 이때 우리는 어떻게 추슬러야 할까? 어디까지 노력해야 할까? 행복은 어느 정도까지 구해야 할까?
팔자와 운명은 정해져 있는가?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쌓여 나의 현재 모습이 결정된다. 선택의 순간에 저쪽이 아닌 이쪽을 선택한 이유를 파고 들어가다 보면 팔자와 섭리에 닿는다. 당시에는 현실적인 이해타산이나 이성적 판단이라고 여기지만 무의식에 내린 판단이 더 크게 작용한다. 무의식이 이끌어낸 결정과 판단이 결국 팔자가 된다. 쇼펜하우어는 이를 가리켜 ‘맹목적인 의지’라고 표현한다. 지성이라고 하는 것은 맹목적인 의지의 하인이라는 것이다. 불교적인 관점에서 업(業, Karma)이라고 한다.
팔자는 바꿀 수 있는가? 저자는 10% 정도는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 적선, 둘째 스승, 셋째 기도와 명상, 넷째 독서 다섯째 명당(明堂), 여섯째 지명, 자기 팔자를 아는 것이다. 동양의 풍수나 명리학은 2,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음양오행의 거대담론에 기대고 있다.
재다신약한 팔자에서 가장 큰 위기는 재물이 들어올 때다. 대운에서 재물이 들어오는 해에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은 재물이 들어오는 해가 좋지만, 재다신약은 재물이 화근이 된다. 이때에 닥쳐서는 재물을 주변에 많이 풀어야 한다. 결국 재복(財福)이 있다는 것은 돈을 쓸 수 있는 입장을 의미한다. 통장에 수백억 넣어두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색한 사람은 결과적으로 재복이 없는 팔자와 같다. - 1장 2 재다신약 식신생재, 재물이 많으면 몸이 약해진다 (29쪽)
수산(水山) 선생이 내가 사는 아파트를 방문했다. 내가 아프다니까 걱정되어 온 것이다.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온 수산 선생의 얼굴 표정이 굳어지는 게 아닌가.
“왜 그럽니까? 뭐가 있습니까”
“저승사자가 이 집에 와 있네요. 우선 임시방편으로 보냈습니다.”
사람이 죽음에 임박하면 저승사자가 미리 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이사를 가는 것도 방법이다. 우선 번지수를 바꿔야 한다. 다음날 바로 택시를 타자마자 기사에게 주문했다.
“분양 중이거나 어디 분양 안 된 아파트 있으면 그쪽으로 가봅시다.”
이렇게 해서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이 이사를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12년 전인 2006년 병술년에 나는 죽을 수도 있었지만 죽지 않고 명을 이었다. 운명을 바꾸는 방법 중의 하나가 인연복이다.
- 1장 6 인연, 저승사자를 돌려보내다 (42쪽)
해는 남자, 달은 여자다. 체질에도 음체질과 양체질이 있다. 소음인과 태음인은 음체질에 속한다. 특히 소음인은 21세기에 가장 최적화된 체질이다. 책상에 앉아서 하는 업무에 가장 적합하다. 성질을 잘 내지 않는다. 차분해서 말실수도 적다. 양 체질은 쉽게 열을 받아서 ‘질러 버리는’ 성격 탓에 손해를 많이 보지만 음 체질은 그렇지 않다. 요즘처럼 네이버나 구글 같은 인터넷 검색엔진이 발달한 시대에는 소음인 체질을 지닌 사람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양 체질은 성희롱이나 돈 문제 같은 사고를 자주 쳐서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기 십상이다. 양 체질은 영업직이 맞는다. 부지런하게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일을 좋아한다.
- 1장 8 음양오행 ․ 2 조화와 균형을 위한 시스템적 사고 (49쪽)
아사나를 자주 하면 허리와 가슴이 펴지고, 뭉친 근육이 풀어진다. 막혀 있던 기(氣)의 통로가 뚫린다. 몸과 정신의 기운이 잘 돌아간다. 업(業. 카르마Karma)이란 무엇인가. 우리의 말과 행(行)과 생각으로 인해 생기는 모든 결과가 업이다. 원고 쓸 때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나는 자꾸 어깨와 가슴이 오그라든다. 이 오그라드는 업보를 청산해주는 자세가 아사나이다. 농부가 밭에서 일하면서 생긴 여러 병통 즉 농사의 업을 청산해주는 것도 아사나이다.
- 1장 15 신외무물, 몸은 보이는 마음이다 (81쪽)
고대의 북방 유목민족들에게 칠성은 하늘에 매달려 있는 거대한 시계였다. 칠성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야만 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면 ‘내 인생은 지금 몇 시인가’에 대한 의문을 칠성이 알려준다고 믿었다. 몇 시인가만 알면 대처가 어느 정도 된다. 그런데 우리는 인생의 시간, 즉 타이밍을 알기가 어렵다. 지금이 아침인지 저녁인지, 여름인지 가을인지를 모른다. 봄에 추수하고 가을에 씨를 뿌리면 되겠는가. 봄에 씨를 뿌려야지. 타이밍을 모르는 사람을 가리켜 우리는 ‘철부지’라고 부른다. ‘철(時)’을 ‘부지(不知)’한다는 의미다. 즉 시간을 모른다는 말이다. 삼복 여름에 오리털 파카 입고 다니고 겨울에 바람 숭숭 새는 삼베 속옷 입고 다니면 철부지가 아닌가.
- 1장 16 북두칠성, 하늘의 시계를 보고 나의 위치를 알다 (84쪽)
사람이 강력한 지자기를 쐬면 업장이 떨어져나간다. 이걸 ‘자비’와 ‘심판’이 동시에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상처 입은 부분을 보듬어주고 품어주는 게 ‘자비’라면, 욕망과 에고(Ego, 자아)를 칼로 치듯이 떼어 버리는 게 ‘심판’의 개념이다. 순례자들은 카일라스산을 한 바퀴 돌면서 기운을 받는다. 라운드 트레킹은 ‘탑돌이’와 같다.
- 1장 17 사십구일, 우주의 자궁에서 머무는 시간 (87쪽)
3년 정도 살아봐서 건강에 이상이 없고, 큰 사건사고가 없고, 소송분쟁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면 그 터는 명당이라고 봐도 좋다. 터가 안 좋으면 3년 이내에 사단이 발생한다. 3년이 지나도 문제없으면 검증된 셈이다. 좋은 집터는 그 터에서 하룻밤 자고 나면 아는 수도 있다. 잠을 잘 때 숙면이 되는가의 여부다. 잠이 깊게 들고, 자고 나서 몸이 상쾌하면 좋은 터이다.
- 2장 1 명당, 잘 먹고 잘 자고 잘 웃는 그곳이 좋은 터 (93쪽)
인터넷 등 각종 영상문화가 발달한 현대는 ‘화면발(畵面發)’의 시대다. 화면발의 시대에 가장 맞는 팔자가 도화살 팔자다. 단, 지성(知性)을 겸비해야 돈이 된다. 지성이 결여된 도화살은 색난(色難)이 발생한다. 색난은 이성 문제로 시끄럽고 어지러운 일을 겪는 것이다. 도화살이 좋다, 나쁘다 가를 수는 없다. 타고난 사주는 인생의 방향에 대한 힌트이다.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 지성을 갖춘 도화살은 성공의 밑거름이다.
- 3장 2 꽃을 보며 인생템포를 늦추다 (232쪽)
어떻게 해야만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경지에 들어갈 수 있을까. 그 사람이 공부가 됐나, 안 됐나를 가늠하는 기준은 바로 독락(獨樂)에 있다. 독락이 되는 사람은 공부가 된 것이다. 100세 시대라고 떠들 때마다 밀려오는 걱정은 말년궁핍(末年窮乏)과 말년고독(末年孤獨)이다. 나이 들어 힘 떨어지고 돈 떨어졌을 때 밀려올 고독을 과연 나는 감당할 수 있을까!
- 3장 4 홀로 나를 달래며 철이 들다 (234쪽)
신경을 써야 먹고사는 게 현대인의 삶이다. 신경을 안 쓰면 어떻게 먹고살 수 있겠는가! 그 신경 쓴 머리의 열을 식히려면 물 옆을 걸어 다니는 게 좋다. 제주 올레길은 이런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 바닷물 옆을 걸어 다니면 민물에는 없는 소금기가 몸에 들어온다. 짠 기운은 우리 몸의 신장을 강화해준다. 짠맛과 신장은 연결되어 있다. 신장은 우리 몸에서 수기(水氣)를 만들어내는 장부(臟腑)다. 따라서 바닷가 길을 돌아다니면 짠 기운이 신장을 강화해 우리 몸의 수기가 증강된다. 수기가 증강되면 머릿속의 불을 끄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즉 스트레스를 해소해준다.*
- 3장 14 최강의 휴식법, 달빛 아래 강가를 거닐다 (2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