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텔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은 노숙자(모든 노숙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와 달리 대리운전을 한다든지 이런 저런 경제활동을 하기 위하여 애를 쓰지만 한 달에 17만 원 정도하는 방 값도 밀려서 쩔쩔매고 밥해 먹을 쌀이 떨어져 고등학생 딸 점심을 싸주기 위해(급식비를 내지 못해서) 이웃 집에 쌀까지 빌리러 다니는 모습은 참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2.
그런데 그 다큐의 마지막 장면이 참 가슴에 와 닿았다.
고시원 원장이 고시원에서 고생하는 식구들을 위해 고시원 옥상에서 삼겹살 파티를 연 것이다.
파티래야 소주 몇 병에 삼겹살 몇 근이 전부였는데 소주 한 두 잔이 들어가면서 분위가 좋아져서 서로 웃기도 하고 대화도 나누는 모습이 참 따뜻해 보였다. 고시원 원장의 마음 씀씀이가 참 훌륭해 보였다.
3.
그런 기회가 올 수 있다면
목사가 이런 말해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목사가 타락했다고 욕 먹을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소주 몇 병과 삼겹살 좀 두둑히 사들고 가서
한 번도 마셔 본 적 없는 소주 한 두 잔쯤 같이 마시며 저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눈물 한 주름 쯤 흘려도 보고
어께를 두드려 주며
죽을 때까지 죽지 말고
죽기 살기로 열심히 살아 이겨내 보자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4.
문득 막내아들이 빈티지 옷가게를 시작하면서 한 말이 떠오른다.
‘아빠 돈 버는 거 너무 힘들어’
‘그런데 목사들은 교인들이 그렇게 힘들게 돈 벌어 교회 헌금하는거 몰라’
가슴이 뜨끔했었다.
나는 설교로
말씀으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목사이지만
가끔은 말씀보다 소주 한 두 병 사들고 삼겹살 파티하면서 등두드려 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