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거래은행으로부터 신용카드의 기한이 만료되었으나 갱신을 해줄 수 없노라는
한 통의 우편물을 받는다.
직장을 다닐 당시만 하여도 은행과 카드회사의 신용카드 여러 개가 있어
때와 장소에 따라 골라 사용하였는데,
정선에 와서 살게 되며 카드를 사용할 일이 없게 된다.
경제적으로 축소된 생활 뿐만 아니라 외상을 허용하는 지역사회의 풍습도 있어
주머니에 돈을 넣고 다니지 않아도 불편을 모르니,
돈을 찾지 않아 동전 한 닢 없이도 한 달을 넘기는 때도 있다.
자연히 해가 바뀌며 기한이 만료된 카드는 하나씩 사라졌지만
자동이체되는 공과금 등을 거래하는 은행의 카드는 유지한다.
그 카드마저도 갱신이 아니 된다 하여 사유를 물으니 거래실적이 없기 때문이라 하며
대신 입출금만 가능한 체크카드는 발급이 가능하다 한다.
그 기능만 되어도 생활의 불편은 없기에 월요일을 기다려
거래은행이 있는 강릉으로 모처럼의 나들이는 시작된다.
나전을 떠난 버스는 조양강을 거슬러올라 멀리 아우라지가 보인다.
이른 봄의 눈녹은 물은 모두 흘러가고 봄가뭄으로 아우라지부터 수량은 줄어
조양강은 바지가랭이만 걷어올리면 건널 수 있겠다.
여량을 지나 만나는 임계 땅은 큰너그니재와 삽당령 사이에 있어
정선에서도 고지대에 속하여 겨울이면 많은 눈이 쌓이는지라,
큰너그니재에서부터 삽당령까지 이어지는 원시림은 지난 겨울 내린 눈으로
큰 소나무는 가지가 찢어지고 허리는 부러지고 아예 뿌리마저 뽑혀,
한 바탕 공습이 지난 자리인 듯 하다.
아무리 어수선하다 한들 산은 깍아지른 절벽이라 손을 대지 못 하니 그대로 두어
썩을 나무는 썩고 해가 가며 새로운 나무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매,
비로 피해를 보면 수해요 눈으로 피해를 입으면 설해라
사람의 눈으로 보아 말함이지 이 것이 자연이다.
산은 첩첩하고 골은 깊어 맑은 물은 사시사철 흐르는데 인가는 드문드문 하고
고냉지 감자밭은 끝이 없다.
지대가 높고 눈은 늦게 녹아 파종시기마저 늦기에 감자와 옥수수는 이제야 싹이 났으니
언제 커서 수확할꼬 하는 의구심마저 자아내지만,
여름의 뙤약볕은 임계 땅 높은 지대에도 고루 혜택을 준다.
은행에서의 신용카드 해지, 체크카드 발급 일은 일사천리로 끝이 나서 기분은 좋은데
이대로 돌아가기에는 어딘가 허전하여 바다와 어시장을 보고자 주문진으로 향한다.
정선과 강릉은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어 마음만 먹으면 며칠에 한 번이라도 올 수 있지만
산골에서의 조용한 생활에 익숙한 마음은 쉽게 나서지 못 한다.
한과가 이름난 사천을 지나고 소금강으로 들어서는 길목인 연곡을 지나면
이내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주문진에 들어선다.
애시당초 주문진은 따로이 읍으로 되어 있었지만 언젠가 강릉에 편입되었다.
검푸른 바다 멀리 수평선은 고요하고 방파제에 부딛는 파도는 물보라를 이는데
주말이 아닌 평일의 주문진은 한산하다.
이른 새벽에 고기를 부려놓은 고깃배는 항구에 정박하여 나란히 쉬고
어부들은 문어통발을 손질하지만 그리 바쁜 품은 아닌 듯...
울긋불긋 파라솔 밑에는 양동이 가득 갓 잡은 문어랑 멍게, 생선이 펄펄 뛰고 있지만
몇 안 되는 길손들은 가격만 물을 뿐 선뜻 지갑을 열지는 않는다.
불황의 여파도 있겠으나 산지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가격은 너무나 비싸
주먹 만한 문어 한 마리에 몇 만원을 부르니 쉽게 살 수는 없다.
가끔 방송에서는 이런저런 고기들이 가득 잡히는 부두에서의 싼 값과
인심 후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다른 모습이라 어딘가 쓸쓸하다.
사람사는 세상에서의 풍성이란 역시 사람이 많이 모여야 함을 알겠지만
정작 살아감은 조용한 산골을 떠나지 못 하니 이 또한 모순이라...
생선회를 좋아하지만 구경하는 동안에도 여기저기에서 지나치게 소매를 끄는 이들로
제대로 구경하기도 어렵고 구미도 동하지 않으니,
그 네들도 무작정 잡는다고 좋은 일이 아님을 알아야 하겠다.
모처럼 바다를 보고 그 내음을 맡은 보람과 함께 다음을 기약하고
삽당령을 넘어 정선으로 돌아온다.
첫댓글 주문진 항에서 회 먹던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짭짜름 하면서 비릿하기도 했던 바닷가~~~
풍성한 어시장을 기대하고 갔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한산했지요.
1년이면 수번씩 드라이브 겸 다녔던 강릉, 주문진, 속초...
사고로 몸이 불편하면서 다니지 못한지가 3년 수개월입니다.
형님 덕분에 앉아서 좋은 여행을 합니다..ㅎㅎㅎ
반갑네요. 어서 몸이 완쾌되어 자주 왕래하기를...
셋째님 아직도 안 좋으신갑네~
그래도 그 전에 다녀오신 기억으로 오래 위안 삼으소서.
정선님께서 주문진 얘길 꺼내시니
불현듯 울낭군 강릉에서 근무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일주일만 지나도 그리워지는 산하로세~~~~~!!
주문진 바닷가에서 회먹던 생각과 동전한닢 던저 넣으면 배호의 파도라는 노래가 흘러 나오던 생각이 나네요.
그랬군요. 누구에게나 동해바다의 추억 속에 주문진은 빠지지 않습니다그려...
좀 비싸도 생선회 좀 드시고 오시지~~요,,,,
그렇게 자꾸 피해가시니 신용카드도 쓸모가 없게 되는거 아임니꺼....ㅎㅎ
하시고 싶은거,,드시고 싶은거 ,,,다 하시고 사세요.
정선님,주머니 돈 곰팡이 쓸지 않을려나,,,ㅎㅎ
관광지 식당에서 혼자 앉아 먹는 모습이 별로라...ㅎ
나그네님 모처럼 나들이 하셔네요,주문진 몇년만해도 가격이저렴하고 싱싱햇는데 요새는 관광객이 많아서그런지 동네횟집보다 많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도 회사근처 차로 10분거리 소래포구 가보면 가격도 비싸고 대접도 제대로 못받아서 서울서 주로 먹는편 ㅎㅎ~~정선엔 아직도 훈훈한 인심이 넘치네요,외상,...
비싸기도 하려니와 구경도 못 하게 잡아끄는 바람에 기분을 잡치고,
내 사는 동네 나전에서는 어느 집이나 외상이 되니 좋습니다.ㅎ
일 년에 한 번만 써도 된다고 하면서
만들어 주겠다고 하는 약은 놈들도 있는데
님이 어지간히 안 쓰시는 모양입니다.
며칠 걸러 계속 카드 결제일이니
님이 생활이 부럽습니다.
카드를 쓸래야 쓸 곳이 없어요.ㅎ
신용카드 관계로 전화가 오면, "나는 원시인이다. 카드를 안쓴다."
다들 먹고 살려고 그러는데 전화를 퉁명스럽게 받기가 그래서, 연구 해낸 것이, 카드와 관련된 전화번호는 각시 전화번호로 바꾸어 나간다.
잘 하셨어요~ㅎ
글을 보고있는 제가 주문진 어시장에 같따온듯 훤 합니다...카드는 쓰지않는게
마음 편 합니다..체크카드로 잘 바꾸신것 같습니다..좋은 하루 되시길..
체크카드 하나는 있어야 현금없어도 살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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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는 일반두 안 된다나...ㅎ
주문진 시장은 좀 작았던 기억이 있어요
처녀적에 주문진 해수욕장 다녀왔고
2004년도에 주문진을 갔더니 쓸쓸하기 그지없었지요.(겨울이여서 그랬나봐요)
정선님 글 보니 강원도 구경을 다 한듯 합니다 ㅎㅎㅎ
그렇습니다. 그저 여름 휴가철이나 되어야 북적이지요.
고국으로 돌아와 가족 여행으로 강원도 동해안을 한바퀴 돌고 내일 정선의 5일장이라 하니
정선을 가보게 되었네요, 그러다보니 정선나그네님이 생각이 나서 잠깐 시간내어
글을 올려봅니다....어디쯤 사시는지요..?.ㅎ
그렇지 않아도 내일이 장날이라 나가려 하는데...
주문진마실잘댕겼습니다
주문진도 삐끼가 대단한가봅니다
내가 제일 삻어하는 것이 저들것 사라고 오라고 손짖하거나 소매를 잡아당기는것들 진짜 시장구경이든 어디든 그러면 나는 살것도 안사고 그냥집으로 갑니다
딴에는 친절을 베푼다 하는데 마음대로 구경도 못 하고 부담이 되어 짜증나지요.
저도 같은 곳을 수 차례 지나 가고,오고 했던 기억이 더 생생합니다.
참으로 가슴깊숙히 파고드는 글 솜씨에 오늘도 기가차다, 라는 품평하고 갑니다.(굿),굳이라는 말씀 드리고 가요^^~?
오랜만에 뵙는군요. 감사합니다.
아, 네에.
바쁜일정이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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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하지 않답니다. 구경거리가 많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