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인플레 석달만에 4%대로… 이창용 “최근 불확실성 커져”
에너지-택시비 등 공공요금 줄인상
李총재 “올해도 물가안정에 중점”
내일 금통위서 금리인상 여부 주목
경기둔화 압력에 ‘동결’ 예상 많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윤희성 한국수출입은행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통화정책 방향 결정회의를 연다. 뉴시스
“올해도 계속적으로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되 대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좀 더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 현황 보고에서 “최근 한두 달 사이 굉장히 많은 불확실성이 생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23일 기준금리 결정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한은이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시장에선 금리 동결 전망이 다소 우세하다. 하지만 연초부터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다시 4%대로 오른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장기화 우려가 커진 만큼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은은 2021년 8월 이후 총 10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에서 3.5%로 3.0%포인트 인상했다. 이 총재는 “빠른 금리 인상으로 국민의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고물가 상황이 고착됨으로써 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에 더 큰 손실이 초래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날 업무보고 자료에서도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연중 지속되는 점을 고려할 때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간의 금리 인상 파급 효과와 함께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 위험과 금융 안정 측면의 리스크,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해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한은의 긴축 행보가 23일로 예정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마무리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장의 판단이다. 이날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채권전문가 설문 결과에서도 응답자(100명)의 66%가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점쳤다. 경기 둔화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10∼12월) 한국 경제가 0.4% 역성장한 데다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소비마저 위축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경착륙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은 “주택가격 하락이 자산 효과에 따른 소비 위축 등을 통해 성장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쉽게 예단하긴 어렵다. 고물가가 여전한 데다 줄줄이 오른 가스·전기요금과 택시비 등 공공요금으로 인해 기대인플레이션율도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보다 0.1%포인트 상승한 4.0%로 나타났다. 두 달 연속 올라 지난해 11월(4.2%) 이후 다시 4%대로 올라섰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면 경제 주체들은 실제로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올리려는 경향을 보인다.
한은은 “공공요금은 향후 인상 폭 및 시기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크고 여타 상품 및 서비스 가격에 대한 2차 파급 영향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총재는 “국민 경제 전체로는 에너지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공공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인정했다. 에너지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경상수지 적자로 환율에 악영향을 줘서 결국 물가도 올리고, 한국전력의 적자가 커지면 한전채 발행도 늘어 시장금리를 높일 수도 있다는 논리다.
이 총재는 향후 연준의 행보에 대해서는 “미국 시장에서 기본적으로 3월과 5월 0.25%포인트씩은 올리는 것으로 보고 있고, 최근에는 한 번은 0.50%포인트 올릴 수도 있다고 예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1.25%포인트지만 금리 차가 더 벌어지면 환율이 불안정해지고 수입 물가가 높아져 물가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