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더 자료를 보충해서 쓸까 하다가. 차일피일 미루면 다 까먹게 되지 싶어서 일단 '초판' 이라는 이름으로 올려봅니다. 2판이 있을지 없을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요. ^^
2008년 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 베이징시 당국은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대대적인 도시정비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지요. 그 중 철도/교통 애호인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교통망 정비 사업이겠습니다.

이허위안 버스종점 ⓒ2006 Techno_H
베이징은 인구 1천만이 넘어가는 대도시지만, 여전히 교통량의 상당부분을 버스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버스의 하드웨어 자체는 서울등 도시보다 양호한 측면도 있음) 지하철 운행개시 자체는 1960년대로 꽤 빠른편이었지만, 단 두개 노선이고 시설이 낙후합니다. 지하철건설의 경우 많은 예산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최근 중국국력이 꽤 신장되고, 올림픽이라는 호재를 맞으면서 중국정부와 베이징시 당국은 10여개노선. 총연장 600km 가 넘는 지하철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실제 착수에 들어갑니다. 공산국가 또는 짱깨 특유의 뻥이 좀 섞여있어서인지 액면 그대로 믿는 것은 무리이고, 자료마다 계획들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 같긴 합니다만. -_-
이 중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우선 착공되어 올림픽 전까지 개통될 예정인 도시철도 노선은
(1) 바통선 * 2003년 개통
(2) 지하철4호선 (28.2km)
(3) 지하철5호선 (27.6km 2002.12)
(4) 지하철9호선1단계구간 (18.3km)
(5) 지하철10호선 (24.6km 2004.03)
(6) 지하철13호선 * 2002년 개통
(7) 올림픽지선 (舊지하철8호선) (5.9km)
(8) 경전철1호선 공항선 (24.5km)
(9) 경전철2호선 이주앙선 (18.8km)
정도로 일단 정리할 수 있습니다.
11호선, 12호선, 14호선은 올림픽 후 착공하여 2015년까지 개통될 예정입니다.
3호선, 6호선, 7호선은 결번인데... 무엇이 무엇으로 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추측컨대 지하철8호선의 경우처럼 이름이 바뀌거나 경전철로 전환된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장황하게 전체노선 계획을 읊는가 하면... 1호선 2호선에서 갑자기 13호선으로 번호가 크게 건너뛰게 된 데 대한 설명 때문입니다. ^^ 한꺼번에 10개 가까운 노선에 수조원의 돈을 쏟아부어 인해전술식으로 밀어붙이는 대역사 중... 가장 먼저 개통된 것이 2002년 개통된 13호선. 단지 그것뿐이었던 것입니다. (서울만 해도 5-7-8-6 순으로 노선이 개통된 예가 있듯) 꿈보다 해몽이 더 좋다고, 광역형노선이라 특별히 10자리로 가는건가? 하고 생각도 했었습니다만. -_-

Beijing Ditie #13 ⓒ2006 Techno_H
13호선의 빠른 개통은 아마도 위와 같은 주변환경 덕에 건설이 비교적 쉬웠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13호선은 전 구간이 지상고가인데다, 기존철도선 옆에 별선으로 지어졌으며... 무엇보다도 별 장애물이 없다보니 말 그대로 신나게 지을 수 있었겠지요. ^^

Beijing Ditie #13 ⓒ2006 Techno_H
기존철도선과 나란히 달린다는 것을 인증하는 인증샷입니다. ^^
地鐵(ditie)라고 해놓고 땅 속을 달리지 않으니 이 동네 사람들도 어색한가 봅니다. 간혹 城鐵이라고 부르거나 표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식표기는 地鐵이 맞음)
2002년 10월 28일 xizimen-houying 간이 1차로 개통되었고, houying-dongzimen간은 2003년 1월 28일 개통되어 전 구간이 완성되었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houying 역은 13호선의 운전취급역이며, 이 역 주변에 차량기지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Huoying Train Depot 항공사진 ⓒ2006 표기된저작권자
다이어그램상으로 보면 houying 역 외에 다른 역에서 별도로 열차가 주박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는 듯하며, houying 에서 5시25분에 각방향으로 첫열차가 발차. 6시경에 각각 xizimen, dongzimen에 도착하는 것으로 해서 운행을 시작합니다. 22시면 막차가 돌기 시작하고, 23시에 모든 운행이 종료됩니다.

DK33 ⓒ2006 Techno_H
대표적인 차량은 DK33형이라 불리는 이 녀석입니다. 일단은 광역형 차량답게 유선형 차체이군요. 중국북방열차차량공업집단공사... 걍 영어로 써서 CNR(China Northern)이란 회사에서 만들었습니다. CNR은 우리나라로 치면 로템 같은 회사입니다. 디젤차부터 고속철도(중화지성)까지 안 만드는 차량이 없고 거의 웬만한 중국의 철도차량은 거의 이 회사의 손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립생산은 일단 CNR이지만, VVVF-inverter를 비롯한 전장품은 Hitachi제로 추정이 되고... 도시바제 에어컨이라던가, 여러가지로 일제부품을 많이 차용한 것 같습니다.
TC-M-M-TC의 4량1편성이고, DC750V전류를 노반에 설치된 제3궤도상에서 받으며, 전동기출력은 180kW. 크기는 대략 우리나라에서 쓰는 차량과 비슷하며, 편성당 940명까지 태울 수 있다고 합니다. 최고속도는 80km/h. 흥미로운 것은, 아직까지는 인건비 걱정이 없는 나라답게... ATO로 운영되는데다 4량짜리 짧은 열차임에도 불구하고 2인승무를 합니다. ^^
사진의 차량 외에 아주 보기 드물게 이런 Variation도 있습니다.

DK32 ⓒ2006 Techno_H

DK34 ⓒ2006 Techno_H
이 노선은 신설노선이라 그런지 운임체계와 환승방법이 상당히 특이하면서 불편합니다.
13호선만 이용할 경우는 3위안(한화 약 400원) 의 요금을 내고 13호선 전용표를 끊을 수 있습니다. 13호선은 북경시내 유일하게 (라고 해봤자 남은 것은 40년가까이 되어가는 1,2호선 뿐이지만) 자동개찰설비가 되어있어서 표도 선진국 필이 납니다.

라기보다는, 너무 똑같잖아 인간들아! 라고 외쳐주고 싶게 생겼습니다.
사실 13호선 AFC 장비를 일본에서 들여왔기 때문이라는군요.
1, 2호선과 팔통선에도 곧 AFC 장비가 설치될 예정이며, 이쪽은 한국기업인 LGCNS가 공사를 따내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동화장비가 무색하게, 환승을 위해서는 이런 구닥다리 표를 사야합니다. 가격은 5위안 (670원) 입니다. 사용방법은, 13호선에서는 검표원에게 이 표를 내밀면 주황색 표딱지 부분을 찢어낸 다음 13호선용 마그네틱 표로 교환해 줍니다. 1,2호선에선 반대쪽의 파란색 표딱지 부분을 찢어내고 출입문을 통과시켜 주지요.
이런 웃기는 방법을 채택한 이유는, 1,2호선과 13호선 역 사이에 환승통로가 없기 때문입니다. (운영하는 회사가 다른 것도 아님) 때문에 환승표를 미리 끊어두지 않으면 갈아타면서 표를 새로 사야하는 불편이 있고, 고육지책으로 저런 표딱지가 등장한 것 같습니다. 환승통로 하나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직 운영시스템 면에서는 많이 뒤처졌다고 볼 수밖에 없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