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703 (수) 채상병 특검에 더 멀어진 尹-韓… 고립이냐, 자립이냐
야권의 채상병 특검법 처리가 임박한 가운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일명 '배신자 프레임'도 더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특히 용산 대통령실에서 채상병 특검법은 위헌적이며 그에 따라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한동훈 전 위원장과의 사이는 멀어지고만 있다. 이에 전당대회 이후 거부권 행사를 놓고 당정관계가 갈등을 빚으면서 총선 때의 1~2차 '윤-한 갈등'과는 달리 봉합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한편에서는 한동훈 전 위원장과 당권을 놓고 경쟁 중인 나머지 세 후보(원희룡 전 국토부장관·나경원 의원·윤상현 의원)가 채상병 특검법을 놓고 일제히 연합 전선을 펼치는 형국이 되면서, 당 안팎에서는 한동훈 전 위원장에 대한 우호적인 시선이 차츰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표면적으로 친윤계의 반격이 '당심'을 자극할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한동훈 전 위원장이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판세를 굳힐 것이란 반대 전망도 동시에 제기된다.
◆ 운영위가 드러낸 '특검 입장차'…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용산 VS 한동훈'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7월 1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채상병특검법'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법안은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석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의 질의에 "재의요구권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권한인 동시에 의무, 책무"라며 "위헌 사항이 분명한데도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직무 유기"라고 답했다.
야당의 추천만으로 특검을 임명할 수 있는 독소조항을 놓고 위헌적이라며 반대해 온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게 없는 것으로, 특검 도입 자체에 재차 위헌적 소지를 걷어내고 대법원장에게 추천권을 주자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중재안에도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정진석 실장은 또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 중인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미진하고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가서 특검을 발의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라며 "채상병 사건의 본질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정당한 이첩 보류 지시 명령을 박정훈 수사단장(대령)이 어긴 항명 사건이 그 실체이고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정훈 대령이 주장하는 이른바 외압은 실체가 아직 규명된 바 없지만, 항명 부분은 직속상관인 장관의 정당한 명령 지시를 이행하지 않음으로 해서 그거 때문에 (박정훈 대령이) 기소되지 않았느냐"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는 '민심'을 명분삼아 채상병 특검법을 수용해야 한다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외압 의혹 등 실체 여부를 떠나 다수 여론조사에서 의혹이 있다는 전국민적 시각을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해 왔다.
반면 한동훈 전 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장 지금 민주당이 추구하고 있는 특검은 정말 위험한 특검"이라면서도 "민심에 따르는 게 필요하다. 민심이 정답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정진석 실장이 채상병 사건에 대한 양측의 기본적인 시각 차를 반복해 드러내면서 한동훈 전 위원장을 사실상 '배신자'로 낙인 찍게 된 측면도 있다. 이런 가운데 한동훈 전 위원장이 신임 당대표가 되면 '총선 승리'라는 공통의 목적이 사라진 상황에서 양측 모두 자신의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고,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3년을 남기고 여당을 적으로 돌리게 되는 셈이다.
◆ 친윤계에 수세 몰린 韓… 당심·민심은 어느 쪽을 지지할까?
대통령실과 세 후보가 채상병 특검법을 놓고 연일 협공하는 모양새가 취해지면서 오히려 친윤계의 입김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도 하다. 한동훈 전 위원장에 대해 융단폭격에 가까운 공세가 쏟아지자 특검법 수용 발언 이후 성난 당원 민심이 다소 가라앉았다는 당내 반응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친윤·친한 사이에서 입장을 정하지 않고 관망하던 당원들이나 의원들 일부는 한동훈 전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듯한 모습에 '지난 전당대회 당시 연판장 사건이 떠오른다'고 하기도 한다"며 "이 흐름대로라면 한동훈 전 위원장이 결선 없이 승부를 확정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친윤계의 지원을 등에 업은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전당대회를 정정당당한 축제로 만들자'는 한동훈 후보의 발언을 문제삼아 연일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원희룡 전 장관은 "지금이 축제를 말할 때냐. 총선 패배는 대통령 탓이고 한동훈 후보는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냐"며 "적어도 총선 참패 주 책임자가 할 말은 아니다. 당론으로 반대하는 채상병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내부 갈등을 촉발한 당사자가 할 말도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윤상현 의원도 한동훈 전 위원장의 중재안에 대해 "한마디로 민주당 대표나 할 소리를 하는 것"이라며 '윤심(尹心) 마케팅'에 가세했다. 연일 배신자 프레임 협공이 이어지자 한동훈 전 위원장은 "저는 대안을 제시했다"며 "나머지 세 분께 여쭤보겠다. 이거(민주당의 채상병 특검법) 어떻게 막으실 거냐"고 반문했다. 여론이 채상병 특검법을 원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은 역으로 윤석열 대통령으로 하여금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정국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하고 있다. 이에 차라리 중재안을 찾는 편이 낫다는 것이 한동훈 전 위원장의 셈법이지만, 세 후보는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려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또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수록 여론은 싸늘해질 텐데, 눈앞의 이익(윤심)만 보는 후보들과 아닌 후보가 비교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역주행 차량, 인도로 돌진"… 서울 시청역 인근 9명 사망
7월 1일 밤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에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등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운전자는 급발진 사고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27분쯤 서울 중구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이 갑자기 인도로 돌진해 다수의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했다. 소방당국은 사고 직후 “시청역 1번 출구 앞에서 승용차가 사람 여러 명을 치고 갔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곧바로 현장으로 출동했다. 오후 9시 33분쯤 현장에 도착한 소방당국은 3분 뒤 구급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인력 134명과 장비 37대를 투입했다. 9시 45분에는 현장에 임시응급의료소를 설치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10시 30분 기준 9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 9명은 서울 영등포장례식장(6명)과 국립중앙의료원 외상센터(1명), 신촌세브란스병원(1명), 국립중앙의료원(1명) 등에 각각 옮겨졌다. 부상자 4명(중상 1명, 경상 3명)은 서울대병원(2명)과 적십자병원(2명)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가해 차량을 운전한 A씨(68)의 신병을 확보했다. A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A씨는 가슴 부위 등의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술을 마시거나 약물을 복용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사고가 난 현장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차도와 인도 경계를 구분하는 철제 가드레일이 뿌리째 뽑혀 인근 상점 유리창을 깬 채로 박혀있었다. 부서진 철제 울타리 근처에는 차량 파편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인근에서는 한 여성이 “어떻게 하냐”며 발을 동동 구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저희 이 근처에 같이 있었는데 여기 피해자가 있는 것 같아요” “아니야 아닐거야. ○○형 아니야” 등 다급한 외침도 들려왔다. 함께 모임을 했던 일행이 사고를 당한 건 아닌지 병원에 전화를 돌려보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소방대원들은 이런 현장을 분주히 오갔다.
목격자들은 사고 당시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증언했다. 인근 선술집에서 일하는 김모(43·여)씨는 “차량 3대가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폭발음처럼 들렸다. 처음에는 사람을 친 줄도 몰랐다”며 “현장을 내려다보니 소방관들이 쓰러진 사람들을 심폐소생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보행자가 치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 김모(60)씨도 “70년대 가스통 폭발 참사 때처럼 폭발음이 났다. 돌아보니 인도에 사람이 쓰러져있는게 보였다”고 했다.
경찰 등 당국은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대부분이 횡단보도 앞에서 대기하던 사람들인 것으로 보인다. 사고 차량이 역주행 후 다른 차량과 부딪힌 뒤 인도로 돌진했다는 목격자 진술이 있어 이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청 안전건설교통국장은 “사망자 신원이 확인되는대로 유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사고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행정안전부 장관과 소방청장에게 “피해자 구조 및 치료에 총력을 다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7월 1일 오후 9시 27분경 대형 교통사고로 최소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 일대는 소방차와 구급차, 인근을 통행하다가 멈춰 선 차량들로 마비됐다. 오후 9시 반경 본보 기자가 찾은 사고 현장에는 사상자 10여 명이 인도와 도로 여기저기에 쓰러져 있었다. 시청역 교차로를 지나는 횡단보도에 약 6명이 쓰러져 있었고, 교차로 한복판에는 사고 차량에 치여 튕겨나간 것으로 보이는 사상자 2, 3명이 쓰러져 있었다. 인근 도로에도 사상자 3, 4명이 쓰러져 있었다.
동아일보가 확보한 사고 현장 폐쇄회로(CC)TV에는 인도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서 있던 시민 11명을 가해 차량이 들이받는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또 다른 CCTV 장면에는 가해 차량이 약 50m를 역주행해 오토바이 2대를 들이받고 그 충격으로 오토바이가 인근의 가게로 날아가는 순간이 담겼다. 사고 직후 오후 10시 40분경 소방당국은 중상을 입은 가해 차량 운전자를 포함해 최소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사상자 중 남성이 12명, 여성이 1명이었다. 소방당국과 목격자 등에 따르면 사고 직후 가해 차량인 제네시스 G80 차량에서 68세 남성 A 씨와 여성 한 명이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경찰은 현장에서 가해자에게 음주 측정을 실시했으나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가해 차량에 동승했던 여성은 현장에서 본보 기자를 만나 자신이 가해자의 아내라고 밝혔다. 그는 기자에게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차가 막 여기저기 다 부딪혀서 저도 죽는 줄 알았다”며 “남편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왼쪽 갈비뼈 부근이 아프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은 음주를 하지 않았다. 사고 직후 경찰이 바로 측정했다”며 “남편 직업이 버스 운전사라 매일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셨다”고 말했다. 또 “남편은 현역에서 은퇴한 뒤 시내버스를 운전해왔다”며 “착실한 버스 운전사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갑자기 급발진하면서 역주행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는 소방차와 경찰차, 응급차 등이 계속 몰려오고 구급대원들이 사상자들을 긴급히 실어 나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구급대원들은 사상자 중 쓰러져 있던 7명에 대해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한 뒤 병원으로 이송했다. 참사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한 시민들은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는 듯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사고 수습 과정을 지켜봤다. 현장 목격자 김모 씨는 “가해 차량이 갑자기 인도로 달려오며 오토바이 2대와 시민들을 덮쳤다”며 “충돌 당시 순간 천둥 소리 같은 굉음이 들렸다”고 말했다.
운전자가 고령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최근 잇달았던 노인 운전자 사고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4월 22일 경기 성남시 판교노인종합복지관 주차장에서는 90세 고령 운전자 박모 씨가 몰던 차량이 복지관을 찾은 노인 4명을 덮쳐 1명이 숨졌다. 2021년 9월에는 60대 운전자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앞의 횡단보도에서 자신이 몰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행인들을 치어 6세 여자아이 1명과 아이 엄마 등 총 6명이 다쳤다. 행정안전부는 현장상황관리관을 사고 현장에 보내 사고 수습을 지원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가용할 수 있는 인원을 총동원해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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