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過猶不及)
모든 경기에는 강자와 약자가 존재하고, 그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그러나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 오늘의 강자가 내일은 약자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스포츠 세계는 냉정하면서도 늘 긴장감이 흐른다.
요즘 프랑스 롤랑가로스에서 4대 그랜드슬램 테니스 대회가 열리고 있다. 나는 테니스를 직접 즐기기도 하지만 관전하는 재미도 좋아한다. 한 경기를 보면서 ‘영원한 강자는 없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몸 상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느꼈다.
2회전 경기에서 세계 랭킹 1위 신네르가 세계 56위 선수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경기는 5세트 가운데 3세트를 먼저 따내야 승리하는 방식이다. 신네르는 초반 두 세트를 먼저 이기며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다. 그러나 3세트에서 5대1로 앞서다가 흔들리며 결국 5대7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어 4세트와 5세트마저 각각 1대6으로 내주고 말았다. 두 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그것도 3세트에서 크게 앞서고도 왜 무너졌을까. 더위와 무릎 부상으로 인해 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경기를 보면서 선수들의 기량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자신의 실력을 온전히 보여줄 수 없다. 결국 최고의 경기력은 철저한 몸 관리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언젠가 오월에 대전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그 대회에 참가한 이유는 딸과 제자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어서였다. 당시 딸은 카이스트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고, 제자는 학부 과정을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학업의 어려움을 토로하곤 했다. 그래서 나는 마라톤을 통해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도전의 메시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이 앞선 나머지 평정심을 잃고 초반부터 무리하게 ‘오버 페이스’를 했다. 결국 근육통이 생겨 제대로 뛰지 못했고, 절룩거리며 힘겹고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완주해야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습이 오히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전달되어 딸과 제자에게 더 큰 힘이 되었다. 이후 딸은 박사학위를 받았고, 제자는 학부를 졸업한 뒤 MIT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나는 무리한 마라톤으로 결국 무릎까지 다쳐 수술을 받게 되었다. 그 일을 통해 지나친 욕심과 무리는 오히려 몸을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당시에는 몸이 무리하니 감기에도 자주 걸렸지만, 이제는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간다. 내 몸 상태를 알게 되니 감기와도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테니스 그랜드슬램 경기를 보면서 다시 느낀다. 뛰어난 기량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몸의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지난날 ‘과유불급’을 몸소 겪었기에 지금은 무리하지 않는다. 적당히 걷고, 적당히 뛰며, 지나침보다 조화를 택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