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열린 평가전에서 한국은 지루한 공방전 끝에 0-0 무승부로 튀니지와의 경기를 마쳤지만 이번 유럽전훈 및 평가전에서 관심의 대상이었던 홍명보(포항)와 안정환(페루자)의 건재를 확인하는 수확을 거뒀다.
홍명보는 지난해 6월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출전한 이후 약 9개월만에 대표팀에 복귀했고, 안정환은 지난해 11월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 이후 약 4개월만에 태극무늬를 달아 각각 중앙수비수와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포지션에서 오랜 공백에도 불구, 실망시키지 않는 플레이를 펼쳤다.
좌우에 김태영(전남)과 최진철(전북)을 둔 쓰리백의 중앙 수비수로 출전한 홍명보는 후반 7분 이천수와 교체될 때 까지 안정된 수비리드와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히딩크 감독의 확실한 믿음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홍명보는 상대 스트라이커 자지리와의 1:1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등 교체될때까지 뚜렷한 체력저하를 나타내지 않아 부상으로 인한 오랜 공백을 완전히 극복했음을 몸으로 입증했다.
또한 이날 공격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아 고전하고 있을 때 몇차례 과감히 중앙선 너머까지 치고나가 패스를 연결하는 모습, 바로 대표팀을 12년간 지켜온 '영원한 리베로'의 명성에 손색이 없는 그것이었다.
한편 안정환은 전날 대표팀과 현지에서 합류해 경기에서는 전반 이동국, 후반 차두리와 각각 투톱으로 호흡을 맞추었다.
비록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전반 35분과 후반 17분 두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해냈고, 또 미드필더들의 부진속에 볼을 받기 위해 쉼없이 움직였다는 점은 그동안 '소극적인 플레이를 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안정환이 '달라졌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전,후반 90분을 뚜렷한 체력저하없이 소화해 냄으로써 '체력이 약하다'는 히딩크 감독의 지적이 틀렸음을 증명했다.
오랜 공백기로 인해 '히딩크호'에 탑승 여부마저 불투명했던 이들 홍명보와 안정환의 부활조짐은 대표팀 주전경쟁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음과 동시에 전술운용에도 숨통을 틔게 할 전망이다.
▲홍명보, 튀니지전서 `부활 몸짓'
'역시 믿을 건 홍명보 뿐'
'아시아 죄고의 리베로'홍명보. 그러나 그가 대표팀에 합류하기까지 그의 실력보다 체력, 스피드 등 새로운 '히딩크식 축구'에 그가 잘 적응할 수 있느냐가 무엇보다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13일 튀니지전을 통해 그는 이러한 우려를 단숨에 날려버렸다. 홍명보는 상대 공격수들과의 몸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고 후반 교체될 때까지 뚜렷한 체력의 저하 없이 활기찬 플레이를 펼쳐 보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날 경기에서 홍명보가 얻은 값진 결과는 고질적인 부상과 함께 그의 대표팀 합류를 가로막았던 체력과 스피드의 불안을 떨쳐버렸다는 점.
이같은 홍명보의 빠른 대표팀 적응으로 인해 히딩크 감독도은 한 숨을 돌리게 됐다.
당초 히딩크 감독은 '경기장 안팎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의 적응 여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 했기에 홍명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주장 자리도 김태영에게 맡겼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를 통해 히딩크 감독은 '홍명보는 전체적인 팀 전력에 안정감(stability)을 실어주었다'며 '전반에 결정적인 찬스를 내주지 않았던 것도 홍명보의 공이 크다'며 홍명보의 능력에 대해 대만족을 표시했다.
선수로서 참가하는 마지막 월드컵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선수들의 든든한 맏형이자 감독의 신임을 얻은 든든한 수비수 '베테랑 리베로' 홍명보의 진가가 발휘되기를 주목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