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50131 부도덕의 세습
돈도, 권력도, 지식도, 학력도, 대부분 세습된다. 그런데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부도덕한 아버지의 세대를 소환해서 지금의 시선으로 꿰어 놓고, 인간 본성을 조명하고 비추어서 현재에도 자가당착, 자기 합리화를 하며 부도덕을 포장하고 있는 부류가 있다. 혐오가 강할수록 그 혐오를 동경할 가능성이 큰 것처럼,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면 강할 수록 배신에 대한 혐오가 큰 것처럼 말이다.
지난 2020년,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 문석균이 아버지가 지낸 6선의 의정부 갑 지역구를 아들이 물려 받으려고 했다가 여론에 밀려 취소를 했는데 그가 북 콘서트에 내 놓은 자서전의 제목이 ‘그 집 아들’ 이었다고 한다. 그 지역구에서는 그 집 아들이라고 하면 누구나 다 알아 듣는가 보다. 그가 탈당을 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였는데 결국 8.5% 3위의 득표율로 선거비용 보전도 못 받고 추락했다. 아버지 챤스로 의지하려 했다가 쓴 맛을 본 것이다.
부모와 가문의 음덕으로 자손들이 벼슬자리를 얻고 봉토를 물려받아 호의 호식한 것은 왕조시대, 봉건시대에나 가능했던 일이다. 뼈대 있는 가문에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로 작위를 물려받기도 했고, 과거에 낙방했더라도 음서제에 따라 벼슬길이 열렸던 시대도 있었다. 백성을 양반과 상놈으로 가르고, 귀족과 천민으로 나누던 시대였기에 가능했었다.
공정 정의 평등을 부르짖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부모 챤스로 정치권력을 세습하겠다는 건 몸은 현대에 있으나 머리는 봉건시대에 있는 이중적 사고에 젖어 있거나 신분제적 특권의식에 절어 있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
개인의 실력과 노력에 의해 합격이 결정되는 대학입시를 비롯한 각종 시험 등은 부모가 마음만 먹으면 제 자식 입에 쑥 집어 넣어줄 수 있는 떡이 아니다. 한정된 자리와 권리를 무임승차 티켓으로 올라타겠다는 것은 누군가의 자리와 권리를 눈 앞에서 빼앗는 약탈이고 범죄행위이다.
조국 사태의 본질 역시 공정과 평등의 문제였다. 총장 표창장과 인턴 증명서, 논문 제1저자 등재 등이 보통의 젊은이에게는 엄두도 못 낼 것들인데 힘 있고 잘난 부모를 둔 누군가의 아들과 딸은 말 한마디나 품앗이로 가능
했다는데 박탈감을 느끼고 분노했던 것 아닌가.
끼리끼리 권력의 카르텔을 형성한 집권세력과 이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패거리들이 ‘그게 뭐가 문제냐’ 고 한다든가 ‘그렇게 못하는 사람이 바보’ 라든가 “제도가 문제이지 모두가 그렇게 했다’ 든가 하는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를 너무나 당당하고 뻔뻔하게 얘기하는 모습에서 돈도 빽도 없는 사람들은 극심한 배신감과 좌절감, 분노를 느꼈던 것 아닌가. 이런 꼴 보자고 엄동설한에 촛불 들고 정의와 공정을 외치고,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를 부르짖었던 시민은 없었을 것이다.
공정해야 할 입시나 선거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그 집 아들’ 은 도처에 있고, 무임승차 표를 쥐어 주려는 부모들도 넘쳐난다. 흑수저 물고 태어난 이들은 그런 집안에서 태어나지 못한 것을 잠시 잠깐 억울해하면서 약간의 시기와 시샘의 눈길을 보내고 나서는 언젠가 공평한 기회가 올 거라 믿고 죽자 사자 이를 악물고 절차탁마할 뿐이었는데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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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기회가 평등해야 하고, 정정당당하게 경쟁을 해야 할 분야에서 누군가 부모의 뒷배를 이용하거나 권력의 힘을 빌어 새치기를 하는 것이야말로 이 정부가 그렇게 떠들고 있는 도려내야 할 적폐일 것이다.
불평등과 불공정, 부도덕이 이 시대의 키워드로 여전히 오르고 있다는 건 문제이다.
문재인 정부는 말했다. 취임식에서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는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로 수치이다. 부정과 부패를 적폐하라고 뽑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수신제가 불법부터 게엄 불법으로 입건되는 사태를 보고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이런 부도덕의 세습은 연예계도 마찬가지이다. TV 틀면 유명 가수와 배우, 코미디언이 아들과 딸을 데리고 나와 연예계로 향한 붉은 카펫을 깔아주는 것은 '아빠 찬스'의 고전적 사례다. 연예기획사에서 피나는 훈련을 거치고도 데뷔에 실패한 뒤 우울증에 빠져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는 걸그룹 지망생과 연기지망생의 좌절과 고통은 부모 잘 둔 이들에게는 먼 나라 얘기다.
언제는 ‘아빠 어디가’ 라고 묻더니 ‘아빠를 부탁해’ 라면서 부모와 자녀가 손잡고 동반성장을 노린 건 오래됐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나의 외사친’ ‘우리 집에 해피가 왔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둥지 탈출’ ‘스타 골든벨’ ‘아빠 본색’ 등 수많은 프로그램이 연예인 2세들의 방송계 진출 통로로 활용됐다. 물론 일반인들보다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의 관심에 그들 자녀의 성장과정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노골적으로 이들 프로그램을 자녀들의 방송 진출 코스로 악용하는 건 공정하지 못하다.
대기업에서 노동조합원의 자녀와 친인척을 특별채용하거나 아버지가 퇴직한 자리에 자식을 세습채용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노조가 회사에 공식적으로 요구하거나 단체협상 안건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이 또한 부도덕의 극치다.
우리의 세습사회, 양극화, 빈부격차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공평한 사회를 추구하면서 뒤로는 세습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다면 어느 정권도 <지속가능한정권>이 되지 못할 것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첫댓글 물질적 선진국, 정신적 후진국을 합치면 중진국이 되는게 아니다.
운동회는 꼴찌를 기준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가 남의 탓이 아니라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 라고 하는 말이 보편적인 사회,
모두가 내탓이라고 여기는 투명하고 공정한 노력의 댓가가주어지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