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TAL SIN - 30 - 대죄(大罪)의 의미
글쓴이 TIRPITZ
[ 대죄(大罪)의 의미 ]
"이해할 수 없는 건~ 말입니다."
불쑥 튀어나온 에드윈 목사의 말에 가브리엘 신부는 대답없이 그를 쳐다보았다. 에드윈 목사는 팔짱을 끼고 냉정하게 말했다.
"지금 주교님의 태도입니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데 두문불출이신지.... 왜 더 나서서 항의하지 않느냐는 것이죠. 그래 이상한 능력을 가진 인간들이 둘이나 있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죠.
나는 나가면 그만입니다. 이곳에 속한 사람도 따를 사람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세티는 다릅니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엎친데 덮친 격입니다. 그래도 세티는 달라질 게 없겠죠.
하지만 주교님은 그 이전까지 태도는 어디로 사라지고 불쌍한 아이에게 괴물같은 능력까지 나왔으니 세티를 완전히 버리시겠다는 태도군요."
"........."
가브리엘 신부는 그를 지그시 쳐다만 볼 뿐 여전히 묵묵 부답이었다. 에드윈 목사는 나무 십자가를 망치처럼 들고 마치 뭔가 깨닫고 싶어하는 바보같은 학생처럼 톡톡 자신의 머리를 치고 있었다.
그러한 그의 행동에도 여전히 신부가 묵묵하게 책장만 넘길 뿐 대답이 없자 한숨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신부님은 설명해주실 줄 알았는데요?"
"저는 목사님이 이미 알고계신 줄 알았습니다."
가브리엘 신부가 이렇게 대답하고는 정리하고 있던 책들을 일단 옆으로 쓸어놓았다. 그리고 의자에 기대며 목사를 쳐다보았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분이 단지 개인적인 생각이나 느낌의 변화 때문에 그러한 행동을 하셨을거라 생각하십니까?"
"그럼 그게 아니고 뭡니까?"
"모든 감정을 제외하고--"
가브리엘 신부가 말했다.
"신을 섬기기로 맹세한 자는 신 외엔 그 누구에게 전념해서도 자신의 마음을 쏟아부어서도 안되는 것이 기본입니다."
"하지만, 신이 인간을 둘로 갈라놓은 것은 뜻이 있어서 아닙니까? 노골적으로 말해서--"
"신 외에 다른 존재에 마음을 쏟기 시작하면 신을 소흘히 하고 세상의 일들에 신경을 쓰게 되고 결국 신에게서 멀어지는 건 당연한 것입니다. 인간은 정신은 한 군데밖에 집중하지 못하니까요."
"그건 사실이지만--"
에드윈 목사는 눈에 보이는 십자가를 치워 주머니 속에 넣으면서 말했다. 목소리에 약간의 짜증마저도 섞여 있었다는 것을 그 자신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당신들에게 있어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너무 관념적이라는 겁니다. 일반 사람들에게 가까이 갈 수가 없을 정도로 정신이 너무 높은 곳에 있어요."
"당신들에게 있어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너무 현실적이라는 겁니다. 현실은 인간사에 관련된 것이고 우리가 추구하는 건 신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려는 겁니다."
여기 사람들은 추기경부터 신부님까지 모조리 남의 말을 받아치는 교육이라도 받았나. 에드윈 목사는 땀이 젖어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네, 맞습니다. 당신들 말대로 신교(新敎)인 우리는 너무 속세적이라서 문제죠. 하지만 속세가 나쁜건 아니에요. 인간이 속세에 있는 건 너무도 당연한 거니까 말이죠. 제 말은, 그러니까---그리고! 서로 좋아하는 것이 뭐가 그렇게 나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가 말을 멈추었을 때 가브리엘 신부가 입을 열었다.
"[Mortal sin]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네?"
에드윈 목사가 되물었다. 어디서 들어온 말 같기도 하고.... 기억날 것 같기도 하고.... 그가 대답을 기다리는 것 같자 가브리엘 신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손에 깍지를 끼고 말했다.
"Mortal sin은 [지옥에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대죄(大罪)]를 말합니다. 신에게 맹세한 것을 저버리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 십계명(十誡命)을 부인하고 죄를 깊게 함으로서 신에게서 등을 돌려버리는 행위입니다.
누구나 한번씩은 십계명을 어기며 살고 성경책에 명시된 대로 죄는 신께 돌아오면 용서받을 수 있지만, 성직자에게 있어서는 사실상 [가장 무거운 죄]일 수 있습니다."
"십계명에 연애도 결혼하지 말라는 말은 없었던 것으로 압니다."
볼멘 소리로 목사가 대답했지만 신부는 여전히 조용히 말했다.
"신에게만 전념하기로 했다가 다른 이에게 마음을 주는 건 거짓 맹세에 해당합니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한번에 한곳밖에 신경 쓸 수 없는 존재이기에 처음부터 신에게 다가가는 것을 방해하는 어떠한 것도 배제해 오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이성과 잣대로 신의 뜻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신에게 자신을 봉헌한다는 건 분명 결혼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미미한 인간의 이성으로나마 최대한 해석하려고 노력합니다.
당신들 말대로 우리가 관념적일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이곳 사제들에게 있어서 신이 하라는 것은 하고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고, 그것에 대한 무조건 복종과 어떠한 의문도 가지지 않는 것이 기본입니다. [신을 믿는다]라는 말은 그것을 포함한 말입니다. "
"거짓 맹세라고요...."
에드윈 목사가 중얼거렸다. 그의 기억속에 무언가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럴수도..."
그는 가브리엘 신부가 의아하게 쳐다보는 것도 모르고 혼자 중얼거렸다. 잠시 후 에드윈 목사는 고개를 저으며 일어났다. 그리고 말했다.
"주교님께 가보겠습니다."
제 소설에서 가장 쓰기 어려웠고 실제로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_= 지금도 뭔가 모자람을 느끼게 되는군요.(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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