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금지계(斷金之契)
쇠라도 자를 만큼의 굳은 약속이라는 뜻으로,
극히 친밀한 우정을 이르는 말이다.
斷 : 끊을 단
金 : 쇠 금
之 : 어조사 지
契 : 맺을 계
단금(斷金)은 ‘쇠라도 자를 만큼 강하고 굳다’의 뜻이고,
계(契)는 ‘사귐’을 뜻한다.
그러므로 무쇠를 자를 수 있을 정도의
두터운 우정을 뜻하는 말이다.
역경(易經) 계사전(繫辭傳) 상(上)에 나오는 말이다.
두 사람의 마음이 같으니
그 예리함이 金石을 자를 수 있고,
같은 마음에서 나오는 말은 그 향기가 蘭과 같다
(二人同心, 其利斷金)”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단금지계(斷金之契)는 원문의
기리단금(其利斷金)에서 비롯된 말이다.
비슷한 말로는 금란지교(金蘭之交) 금석지교(金石之交)
금석지계(金石之契) 단금지교(斷金之交) 등 여러 말이 있다.
대나무로 만든 말(馬)을 타고
함께 놀던 죽마고우(竹馬故友),
물과 물고기의 관계처럼 뗄래야
뗄 수 없는 수어지교(水魚之交),
마음이 맞아 서로 거스름이
없다는 막역지우(莫逆之友) 등
우정에 관한 고사성어는 많다.
이는 아마도 사랑을 안 해본 사람이 없듯
친구를 사귀지 않은 사람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
백아(伯牙)의 거문고 선율만으로도
그가 기쁜지 우울한지를 알았던 벗 종자기.
종자기(鐘子期)가 세상을 떠나자
백아(伯牙)는 더 이상 자신의 소리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음을 탄식하며,
거문고 줄을 끊었다는 백아절현(伯牙絶絃)이
동양적 우정의 전형이라면,
서양식 우정으로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Achilleus)와
파트로클로스(Patroklos)를 꼽을 수 있다.
그리스(Greece)의 영웅 아킬레우스가
적에게 전리품을 빼앗겨 실의에 빠지자,
이를 안쓰러워한 친구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 대신 전쟁에 나섰다가
그만 적장의 손에 죽고 만다.
이에 친구를 잃은 아킬레우스가
불타는 복수심을 가슴에 안고
전쟁에 참여하여 대승을 거둔다는 이야기다.
이렇듯 동양(東洋)에서의 친구란
내 마음을 알아주는 또 다른 나의 의미라면
서양에서의 친구는 운명과 모험을 함께하는
동업자로서의 의미가 강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정은 만남의 시기가 다를 뿐
대부분 죽을 때까지 이어지며,
상대가 어렵거나 힘들 때
비로소 우정의 진가가 드러난다.
독일의 여성 혁명가 로자가 룩셈부르크가 살해당하자
그에 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한평생을 보낸
대학 시절 친구 레오 요기헤스(Leo Jogiches)의 우정이 그랬고,
힘들 때마다 한 송이 들꽃을 들고
소설가 황석영(黃晳暎)씨를 찾아간
김남주(金南柱) 시인의 우정이 그러했다.
하지만 우정은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피천득(皮千得) 선생(先生)의 말처럼
우정의 비극은 이별도, 죽음도 아닌 불신에서 온다.
서로 믿지 못하는 데서
우정은 금이 가기 시작한다.
천하를 통일한 한(漢)나라 유방(劉邦)은
일등 공신이었던 한신(韓信)에게
거짓 혐의를 씌워 죽음으로 몰아넣었는가 하면,
임꺽정(林巨正)과 의기투합했던 모사꾼 서림(徐林)은
상황(狀況)이 불리해지자 임꺽정을
배신하고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
최고의 우정이란 무엇일까?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는 그의 저서 우정론에서
최고의 우정이란 신분과 직위와
명리를 떠난 우정이라고 말했다.
동업을 해도 더 많은 이익을 챙겨 갖고,
자주 관직에서 파면을 당했으며
전쟁 때에도 도망을 쳤던 관중(管仲)을
가슴 깊이 감싸 주었던 포숙아(鮑淑牙)와,
“나를 낳아 준 것은 부모지만
나를 알아준 것은 포숙아(鮑淑牙)다”라고 회고 한,
관중(管仲) 사이의 관포지교(管鮑之交)가
최고의 우정이 아닐까?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