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 화요일 날씨: 무지 맑음.
낯선 곳이라 그런가
아님 어제 넘 일찍 잤나부다.
일어나니 엄만 벌써 세수를 끝내고 들어오신다.
원래 아침일찍 일어나 일출을 보려구 했는데.
엄마가 더 자라구 알람을 그냥 끄셨단다.
하긴 들었어도 그냥 잤을걸 뭐.
오늘 하루도 바삐 움직여야 목적지인 언양에 도착할것 같다.
서둘러 민박집을 나왔다.
하하..근데 그냥 가기가 넘 아깝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푸른 바다를 두고 어이 발길이 떨어질까.
해수욕장에 왔어도 발만 잠깐 담근게 끝인데 말이야.
그래두 별 수 있나.
사진 몇장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구룡포를 떠나 경주로 출발했다.
덜컹덜컹!!
통일호는 꼭 지하철같다.
새마을호보다 더 시원하고 깨끗하고.
경주에 내려 일단 온천으로 가려구 관광안내소를 찾았다.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니까.
불국사 온천이 좋단다.
일단 불국사 가는 버스를 타고 도착을 하니 하하..온천은 어디에 있는고야.
물어보니 한참 지나왔단다.
우짤쓸끄나.
해서 일단 불국사 구경을 먼저 하기로 했다.
엄마는 불국사가 처음이시다.
아이가 다섯인 우리 엄마.
아이 다섯을 모두 수학여행으로 이곳 경주를 보내주셨다.
근데 그런 엄마는 이곳 경주가 처음이시다.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왔다.
참 내가 그동안 염치없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 혼자 즐기고 나 혼자 느끼며 다닌곳이 또 어디어디일까?
다행히 수학여행철이 아니라 불국사안은 그리 북적대지 않는다.
가족과 함께 온 사람들이 많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그늘에 앉아 잠깐 쉬며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 남는건 사진뿐이니까.
예전에 비해 변한게 하나도 없다.
하하..나 여기서 중학교때 친구랑 찍은 사진있는데.
혜경이랑 광환이도 한마디씩 한다.
나두!
나두!
그래 변하면 안되지.
광환이가 새로운걸 발견했다.
스티커 사진기...이야~~여기까지 이게 있네.
저마다 손에 들려있는 카메라 앞에 민망한듯 점포옆 한켠에 덩그라니 서있다.
여기저기 둘러보기를 사십여분.
흐르는 땀에 견딜수가 없다.
약수 한모금 마시고 어제 해용님이 주신 복숭아를 먹으며 불국사를 나왔다.
알고 보니 여기에도 온천이 꽤 있다.
이곳에서 식당을 하시는 아저씨의 소개로 근처에 있는 온천엘 갔다.
나중에 꼭 밥먹으로 오라는 홍보용 멘트를 뒤로하고.
정말 조금 밑으로 걸어내려가니 온천이 있다.
문앞에 붙은"인삼탕"이라는 문구에 웃음이 나왔다.
엄마랑 혜경이 광환이를 온천에 들여보내고 난 지금 커피숍에 앉아있다.
비싼 팥빙수를 앞에 놓고.
하하..근데 맛 디따 없다.
광환이가 먼저 나오고 좀 있으니 엄마랑 혜경이가 나온다.
번쩍번쩍...하하..광이 난다.
엄마가 나중에 외할머니랑 왔으면 좋겠단다.
그래..맞다 엄마두 할머니 딸이구나..
아까 그 아저씨네 집에서 산채비빔밥 비스무리한걸 먹고 언양행 버스를 탔다.
차가 막힌다.
예정시간보다 한시간을 넘어 도착한 언양.
저기 은경이가 삼촌이랑 마중을 나와있다.
차를 타고 20분쯤 들어가니 가지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난히 구름이 맑다.
은경이 할머니가 계신 보덕사로 갔다.
조용하고 작고 아담하다.
스님께 인사를 드리니 반가이 맞아주신다.
저녁 다됐다고 조금만 기다리라 하신다.
오늘 이곳에서 법회가 있어 사람들이 많다.
한 할머니랑 엄마가 말씀을 하신다.
나를 보더니 할머니께서 손주자랑을 하신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야야 니 내랑 가자. 갸가 니랑 동갑인데 참 착하다"
"하하...아~~네."
"(엄마를 보며)보소. 야 내 주소"
"하하..^^;;"
저녁을 먹고 엄마는 법문을 듣기위해 절에 남으시고 우린 은경이네 이모님이 하시는 민박집으로 내려왔다.
은경이가 준비한 살겹살을 먹기위해..하하..
저기 산속에서 물흐르는 소리가 시원하다.
한낮의 더위가 기억나지 않을만큼.
낼 아침에 꼭 계곡에 가야지.
이곳은 미나리가 유명하단다.
상추를 펴고 깻잎을 깔고 장을 찍은 고기랑 미나리를 얹어 한잎에 쏙!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며 고기를 먹으니 배두 안부르다.
오가는 술잔에 싹트는 우리 우정.
하하..은경이가 술을 좀 하는걸.
어라?...광환이두 장난이 아니다.
술 한잔에 제사지낸다구 은경이가 타박이다.
아까부터 은경인 나랑 밤새야된다구 신신당부를 한다.
자면 안돼...알았지?
그래 알았어..너두 자만 안된다.
어느새 하늘엔 총총 별이 깔리고 숯불도 점점 꺼져간다.
엄마랑 혜경이 광환이도 잠을 자러 들어간지 오래다.
기분좋게 취한 은경이랑 한참을 얘기하다 너무 추워 방으로 들어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얘기를 하다 은경일 보니 잔다.
하하..내 그럴줄 알았다.
고마운 녀석
12년을 알았지만 늘 한결같다.
이제 나도 자야겠다.
왜?
계곡에 가야 하니까...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