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493) - 2016 해파랑길 770 이음단 기행록(27)
~ 통일전망대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리다(거진항 통일전망대 24km)
6월 4일(토), 2016 해파랑길 770 걷기의 마지막날이다. 새벽에 일어나 창밖을 살피니 숙소 앞의 작은 솔밭이 수평선을 가린다. 밖으로 나가 전망이 트인 곳에서 연한 구름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한 달간 긴 여정을 마무리하는 감회에 젖는다. 내일도 태양은 우리를 비추리라.
오전 8시 반, 버스에 올라 고성 걷기축제가 열리는 하진포로 향하였다. 해수욕장 입구의 광장에 도착하니 공중에 둥실 떠서 펄럭이는 애드벌룬이 일행을 반긴다. 10시의 개막식까지는 여유가 있다. 중국인 왕펑 씨에게는 모든 게 생소한 지역, 전날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설명하니 여태 걸어오면서 쳐다본 산맥의 의미를 처음 알게 되었다고 기뻐하는 것을 떠올리며 인근의 김일성 별장과 이승만 기념관에 가자고 하니 흔쾌한 반응이다.
입구에서 한자로 쓴 이승만의 필적을 접한 왕펑은 기념관 내부의 사진과 기록을 살펴보며 대한민국 건국 전후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흡족한 표정이다. 김일성 별장을 돌아보기에는 시간임 빠듯하여 행사장으로 직행하니 식전행사가 막을 연다. 걷기축제의 표제는 ‘희망을 찾아 평화의 길을 걷다’
식전 행사로 펼쳐진 고성풍룰패의 풍물놀이
고성군 풍물패의 신명나는 풍물놀이와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는 강원 어린이 연합의 율동이 펼쳐지고 유명가수(김현정)의 노래잔치가 신명을 돋운다. 개막행사는 10시 반, 윤승근 고성군수는 인사를 통해 해파랑길 고성구간 개통을 축하하며 부산에서 출발하여 고성에 이른 해파랑길 이음단과 축제에 참가한 걷기동호인들을 크게 환영하고 감사의 뜻을 표한다. 더불어 동해안 힐링 걷기의 브랜드로 떠오른 해파링길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고 원산을 지나 북녘 땅으로 이어지는 명품길이 되기를 염원한다. 우리 모두 같은 소망, 그렇게 되어라.
해파랑길의 공식개통을 축하하며 이를 통해 더 좋은 내일을 설계하고 이어가기를 다짐하는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의 축사도 의미가 있다. 최 지사의 조용한 고성이 떠들썩한 고을로 발돋움한 것을 강조하고 해파랑길 이음단의 발걸음을 환영하는 마음이 따뜻하다. 최 사장의 7번 국도를 따라 부산에서 고성까지 이어지는 해파랑길이 동해의 푸른 바다, 백두대간의 웅장한 기상, 보석처럼 반짝이는 백사장과 울창한 송림으로 연결된 환상의 걷기코스인 것을 일깨는 멘트도 뜻깊다. 이를 지켜보며 우리 행로의 의미를 집약한 시나리오를 접하는 감회가 별다르다.
이어서 이음단 일행 모두가 도열한 가운데 부산에서 고성까지 힘차게 펄럭이며 달려온 해파랑길 이음단의 깃발을 배준태 단장이 윤숭군 고성군수에게 전달하자 이를 받아 크게 흔든다. 아름다워라, 큰 뜻을 담고 걸어온 우리의 발걸음이여!
이음단이 770km 걸으며 들고 온 깃발을 배준태 단장으로부터 건네받은 고성군수가 이를 힘차게 흔들고 있다
오전 11시, 개막행사에 이어 화진포에서 거진항까지 5.2km를 행사 참가자 모두 함께 걷는 행진에 들어갔다. 서울에서 내려온 응원단 틈에 아내도 끼어 있다. 일반참가자들과 뒤섞여 걷기, 아내와 나란히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코스는 화진포의 응봉을 올라 거진항 해맞이공원으로 이어지는 환상의 산길, 응봉에 올라 내려다보는 화진포호수가 아름답고 좌우로 펼쳐진 동해의 푸른 바다, 백두대간의 황홀하고 웅장한 모습이 산길 오르느라 힘든 발걸음을 가볍게 풀어준다. 두 시간여 이어지는 산길 곳곳에서는 흐르는 땀을 씻어주는 청아한 음률이 아름답게 울려 퍼지고.
땀 흘리며 응봉에 올라 화진포 호수를 배경으로 취한 포즈
거진 항에 도착하니 오후 1시가 넘었다. 전날 저녁을 들었던 식당(경기이천횟집)에서 물회 정식으로 점심을 들고 다시 버스에 올라 통일전망대 입구의 통일안보 공원으로 향하였다. 이곳에서 통일전망대에 들어가는 수속을 밟고 다시 제진검문소까지 버스로 이동, 오후 3시에 검문소 장병의 엄격한 통제와 인도를 받아 통일전망대까지의 마지막 걷기를 시작하였다. 특별한 경우 외에는 도보통행이 금지된 도로, 그길 따라 걸으니 북녘 땅이 지척이고 두 번 가본 금강산 줄기가 해안으로 뻗어 있는 모습도 시야에 들어온다.
한 시간 넘게 걸어 통일전망대 광장에 이른다. 대열을 갖추어 전망대의 오르막길에 접어드니 전망대를 돌아보고 내려오는 큰 무리의 일행들이 박수로 격려하며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전망대 아래의 넓은 마당에 오르니 선상규 한국체육진흥회 회장을 비롯한 응원단들이 일행들에게 일일이 꽃다발을 안기며 환영한다.
배준태 단장이 이음단 걷기 행사를 주관한 선상규 회장에게 해파랑길 770km를 무사히 완보하였음을 보고한 후 ‘최고의 길, 해파랑길! 힘차게 걸었다, 걸었다, 걸었다’를 다 함께 외쳤다. 배준태 단장이 말한다. 우리에게는 남은 길이 있다. 우리는 그 길을 더 걸어야 한다. 유일한 외국인 참가자 왕펑 씨는 꼭 걷지 않아도 될 길, 오늘 구호의 선창은 그에게 맡기겠다. 의미심장한 퍼포먼스, 우리는 그런 마음으로 여기에 섰다. 북녘으로 이어지는 발걸음이여, 속히 이루어지이다.
29일간 부산- 고성 통일전망대 770km를 완보하고 응원단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오후 5시, 버스에 올라 통일전망대를 뒤로하고 해단식을 갖는 거진읍사무소로 향하였다. 해단식은 오후 6시, 음사무소의 회의실에서 2016 해파랑길 770 이음단 행사를 주최한 한국관광공사의 최종학 본부장과 한국체육진흥회의 선상규 회장, 서울에서 내려온 응원단 등이 함께 하였다. 배준태 단장은 경과보고를 5월 7일 부산 오륙도를 출발하여 29일간 770km를 걸으며 부산, 울산, 영덕, 강릉, 고성의 걷기축제에 참여하고 50개 해파랑길 코스를 전원 무사히 완보한 과정을 감회에 젖은 어조로 차분하게 술회하였다. 최종학 본부장과 선상규 회장은 대장정의 임무를 무샇 마친 일행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큰 행사를 차질 없이 치른 쾌거를 고무하고 격려하였다. 이 발걸음이 통일의 밑거름이며 관광한국의 초석이 될 것임을 자부하며.
이어서 이음단에서 준비한 영상물을 감상하고 완보 패와 긷기 인증서 수여, 특별상 수상 등의 순서로 한 시간여 의 해단식을 마치고 다시 버스에 올라 고성읍의 식당으로 이동하였다. 두 시간여 가진 만찬은 그동안 내려진 금주령을 해제하고 맥주와 소주를 곁들인 성찬이다. 저녁 9시 넘어 버스에 올라 숙소(금강산콩도)에 돌아오니 10시가 가깝다. 아득하게 여긴 긴 여정 무사히 마치고 마지막 잠자리에 눕자 긴장이 풀리고 뿌듯함이 녹아든다.
해단식의 영상에서 이음단원 모두 걷기의 소회를 피력하였다. 나는 젊을 때 열심히 공부한 밑천으로 4,50년의 삶을 잘 살아온 것을 새기며 두 달의 대만걷기, 한 달의 해파랑길 걷기에서 다진 극기의 연습이 남은 생애의 건강하고 보람된 삶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영상에 담았다. 모두에게 각기 소중한 추억과 의미를 지닌 ‘2016 해파랑길 779 이음단 걷기축제’에 참여하여 무사히 완보한 것을 감사하며 뜻깊은 행사를 마련한 정부 당국과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16 해파랑길 770 이음단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첫댓글 축하드립니다!! 29일간 770km 완보. 대단하십니다~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