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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부
4월 15일 목요일 밤 9시 55분
$#1. 재호의 집 전경, 아침
인숙E 야, 너 정말 신형이랑 결혼할 참이야?
$#2. 수돗가
재호, 세수를 하고 있고, 달건 역기를 들고 있다. 인숙, 재호 옆에 서서 잔소리를 늘
어놓고 있다.
인숙 말해봐, 기어이 일을 낼 참이냐구?
재호 (묵묵히, 세수만하고)
인숙 (그런 재호 못마땅한) 야, 자식아... 아무리 사람이 염치가 없 어도 그러는 거
아냐?
재호 (보면)
인숙 사람은 끼리끼리 만나는 거야. 니가 감히 누구를.... 신형이가 지금은 너 좋다고
할지 몰라도 그건 눈에 꽁깍지 껴서 그런거지, 그 꽁깍지 떨어지면 걔두 아이구 이게
아니구 나 싶을 거다. 고생이라곤 눈꼽만치도 안해본 얘가, 이 집안에 들어와서 이 렇
게 살겠니? 침대생활하는 애가 니방 맨바닥에서 어떻게 잘 것이며, 아침 저녁 이 대식
구 밥을 어떻게 질거야?
재호 (듣기 싫다. 목에 있던 수건으로 얼굴을 닦는다.)
인숙 너 혹시 걔 집에 들여놓고도 나보고 밥지란 소리 할라고 그 러니?
달건 (역기나 들면서) 설마, 위아래가 있는제... 그럼 안돼지.
재호, 듣기 싫어, 방으로 들어가려하느데, 인숙, 그런 재호의 팔을 잡으며,
인숙 말하고 들어가.
재호 할 말 없어요.
인숙 할 말이 없긴 왜 할 말이 없어. 너 땜에 지금 이 집안에 손해 가 얼마나 많은 줄
알기나 하니?
재호 (답답하다) 무슨 손해요?
인숙 나는 그 집에서 일자리 떨려났지? 진숙언니는,
그때, 진숙이 방에서 마루로 나오며, 버럭 소리치는.
진숙 너 무슨 소릴하려 그래?!
인숙 (멍한) !?
진숙 (재호에게) 너 방에 들어가.
재호 (답답하게 방으로 들어가면)
진숙 (재호 방에 들어간 것 확인하고, 인숙옆으로 와서 목소리깔고 협박하듯) 너 재호
한테 암말하지마.
인숙 (눈치보며, 작게) 내가 없는 말했어. 재호랑 신형이 일 없었으 면, 언니 돈 빌린
거, 지금처럼 혜자언니한테 닥달 받지 않을 거 아냐...
진숙 (눈치 주며) 조용히 안해. 닥달을 받아두 내가 받구, 갚아두 내가 갚어. 재호 내
가 그 집 돈 쓴거 몰라. 재가 그 사실 알면 나 재한테 챙피해서 얼굴도 못들어. 너,
입단속해. 재갈을 물려놓기 전에. 가서 밥상이나 차려. (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인숙 (들어가는 진숙 보며, 맘에 안 들어 괜히 입술을 실룩이는)
달건 (역기 내려놓고, 인숙에게) 왜들 그래?
$#3. 재호의 방
재호, 도서관에 가려 가방 챙긴다. 재영 옆에 서 있다.
재호 (무심히) 할 말 있으면 해.
재영 (눈치보듯) ...
재호 (가방만 챙기며) 민철이랑은 잘 되니? 그 자식 요즘 뭐가 바 쁜지 통 연락이 없
다.
재영 (미안한) 나, 그 사람 안 만나.
재호 (재영 보고, 다시 가방 챙기며) 다른 애 소개 시켜줄까?
재영 오빠.
재호 (보면)
재영 석구 오빠...
재호 (무섭게 가라앉은) 너 내가 전에 분명히 말했지, 석구 얘기 한 번만 더 하면,
재영 (자기 입 막는) ...
재호 (가방 챙겨놓고) 밥 먹으로 가자.
재영 근데 오빠.
재호 (보면)
재영 왜 현수 언니랑 헤어졌어?
재호 니가 현수를 어떻게 알어?
재영 (아차 싶다) 어... 그때 그때, 민철씨 만날 때 한 번 봤었잖아.
재호 밥이나 먹자. (하고, 나간다)
재영 (혼자 궁시렁) 현수 언니한테 일 부탁하는거 말해야 될텐데...
나중에 알면 난리 날텐데...
$#4. 석구의 방
석구, 옷을 챙겨입고 전화하고 있다.
현수E 6시쯤 저희 집으로 오세요. 재영씨가 아니까 같이 오세요.
석구 네. 그러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5. 현수의 방 안
현수, 자료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공부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손에 펜을 들고
전화받고 있다.
현수 (작고 편한 웃음) 고맙긴요, 저 그리고... 내가 도와준다는 거 재호 몰랐으면 좋
겠어요.
$#6. 석구의 방
석구 그건 저두 바라는 일 이예요. 걱정 마세요. 현수씨가 도와주 는거, 재호두, 이모
님두 몰라요. 재영이랑 나만 알겁니다.
$#7. 현수의 방 안
현수E 그럼 됐네요. (사이) 네. 그때 뵐게요.
하고, 전화내려 놓는데, 벨소리 나고, 현수, 일어나 문을 열면 실장, 들어선다.
현수 일찍 오셨네요?
실장 이리로 바로 출근했습니다. 시키실 일 있으시다면서요.
현수 (웃고) 들어오세요.
실장 (들어와 서 있으면)
현수 차 드실래요?
실장 아닙니다.
현수 그럼, 앉으세요. (하고, 앉는다)
실장 (앉으면)
현수 본론부터 얘기할게요. 지난번 봤던 석구란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요. 그 때, 같이
들으셔서 알겠지만, 그 사람이 돈이 급해 요. 담보가 있대요. 융통해 주세요. 제가 작
은아버지한테랑 저희 아버지한테는 허락을 받아놨어 요.
실장 알겠습니다.
현수 그런데, 직접 도와주고 싶진 않아요. 그쪽에서도 부담스러울 것 같구요. 중간에
사람을 하나 껴서 처리하고 싶어요. 석구씨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사람으로, 그런 사
람을 하나 찾아봐 주세요.
$#8. 진숙의 방
인숙, 재영, 상을 내가고, 자리에 재호, 달건 앉아있다.
석구E 내가 30분 후에 갈테니까, 집문서랑 가게 전세계약서랑 다 준 비해 놓으세요.
진숙 (전화 받고 있다. 재호 눈치 때문에 편하질 않다.)알았어... 그 래, 끊자. (하고,
전화기 내려놓는다)
달건 누구 전화데, 그렇게 쉬쉬 받아요?
진숙 석구야.
재호 ?
진숙 별일아냐. 지 속 볶이니까, 나 한테라두 한탄 할려구.
달건 (떨떠름한) 그 자식두 철들라면 멀였어. 집안 일은 집안 일 이라구쳐두, 밥벌이
는 제대로 해야지. 속 볶인다고 일도 나 몰라라.
진숙 (달건 보며) 자네나 잘래.
달건 내가 뭘요.
진숙 자네 경희 만나나?
달건 ?
진숙 조심해. 인숙이는 참는다고 하지만, 난 아냐. 내 눈에 두 사람이 붙어다는거 띠
기만 띠면 그날로 경희 내 가게에서 쫓아낼거야. 알아서들 행동 해.
달건 처형은... 내가 경희랑 뭘 어쨌다고... (하면서 나가는)
진숙 (재호 보며) 일자리는 구해보는 거니?
재호 (안 보고) 구해봐야죠.
진숙 구해볼 땐 있어?
재호 ... (잠시 고개 숙이고 있다. 진숙 보며) 나갔다 올게요. (하고 나간다)
진숙 (그런 재호 답답하게 보는)
$#9. 재호의 집 앞
재호, 가방 들고 나가면, 석구 한쪽에 서 있다가 잽싸게 재호의 집으로 들어간다.
$#10. 진숙의 방
석구, 앉아있다. 진숙, 장롱에서 집문서로 보이는 서류 찾아서 들고와 석구 앞에 심란
하게 앉아 석구 보지않고 석구 앞에 던져준다.
진숙 집 문서랑 가게 전세계약서다.
석구 (미안한) 고마워요, 이모. (하고 웃옷 안주머니에 넣는다)
진숙 (한숨쉬고 석구 보며 다짐 주는) 돈은 바로 가져올 수 있는 거지? 얼마나 준다
니?
석구 일, 해결할 만큼은 준대요.
진숙 사채업자치고 후하네.
석구 좋은 사람이예요.
진숙 사채업자가 사채업자지, 좋은 사람이면 뭐 별 달러, 돈을 거 져주는 것도 아니
고... (답답한) 당장에 급해서 그걸 내놓긴 했지만, 그거 다시 찾을 일이 막막하다.
야.
석구 (미안하지만, 자신 만만하게) 그런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여기서 돈 쪼금만
떼서, 일을 하나 해볼까해요.
진숙 ?
석구 장고가 좋은 건수를 갖고 있어요. 장고 알죠, 재호 등쳐먹은 놈.
진숙 알어, 너 그 사람 밑에서 일한다며?
석구 그 인간이 양아치 같아도, 일은 기막히게 잘해요. 시장에서 그 인간처럼 계산 밝
은 작자 없어요, 오죽하면 재호 가 걔한테 당했겠어요.
진숙 그래서?
석구 아무튼 그 작자가 일을 벌이는데 나랑 같이 하재요. 돈 좀 벌 거예요.
진숙 무슨 장산데...
석구 그런게 있어요. 절대로 손해보지 않는 장사예요. (진지하게) 내가 이번에 동생
도와준 거 빚 톡톡히 갚을 테니까, 이모 나 만 믿으세요.
진숙 (심란한 표정으로, 석구 안보고) 모르겠다. 내가 여적 돈 갖구 산 것두 아니구,
자존심 갖구 살았느데 돈이나 갚구 보자구.
$#11. 학교 전경
$#12. 길진의 교수실 안
길진과 신형 마주 앉아있다.
길진 니가 재호 잘 좀 설득해봐. 시간이 별로 없어. 오늘이 원서 마감일이야.
신형 (미안한) 형, 마음은 알겠는데 싫어.
길진 (보면) ...
신형 부담스러워 할거야. 기분 상할지도 모르고.
길진 그래, 그렇겠지. 그러니까 저번에도 그렇게 거절을 했겠지. 하지만 그때는 걔한
테 직업이 있었어. 그런데 지금은 아니잖 어? 부모님들이 가뜩이나 걔 주변에 여러 상
황들 맘에 안들 어 하시는데... 당장 직장까지 없다 그러면, 반대가 커질거야.
신형 (서글픈 웃음) 지금도 반대는 너무 커.
길진 재호 기분만 갖고, 직장자리 얻는 일을 마다하는 건 치기다. 설득해봐.
신형 형.
길진 (보면)
신형 안하고 싶다.
길진 (더는 말 못하고, 작은 한숨) ...
$#13. 길진의 교수실
신형, 방을 나와 걸어간다.
$#14. 길진의 교수실 안
길진, 탁자 앞에서 원서 만지작 거리며 생각하고 있다. 그때, 노크 소리나고 길진 고
개 들면, 재호 서 있다.
시간 경과.
재호, 길진 탁자에 마주 앉아있다.
재호 (어렵게 말 꺼내는) 저...
길진 (긴장하고 듣는, 보면) ...
재호 (비참한 기분 들지만, 길진 보고 단호하게) 저 좀 도와주십시 오.
길진 ?
재호 지난번 말씀 하셨던 입사원서 저 주십시오.
가능하면 추천서도 한 장 써주셨으면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길진 (그런 재호 보며, 맘이 놓이는지 굳은 얼굴 풀어지며 작은 웃 음 번진다. 그리고
는 자기 옆에 두었던 원서를 재호에게 준 다.)
재호 (보면)
길진 삼미는 어제 마감이었다. 대현그룹이야. 오늘 오후, 4시가 원 서 마감시간이다.
서둘러.
재호 (인사하고 받으면)
길진 이제야 니가 믿음이 간다.
재호 (보면)
길진 남자한테 자존심보다 더 중요한게, 생활력이야. 우리 아버님 한테 난 그렇게 배
웠다. 오늘 보니까, 너 신형이 굶기진 않겠 다.
재호 (길진 안보고, 작게 웃고, 편한 얼굴로 길진 보며) 고맙습니 다.
$#15. 신형의 교수실
신형, 전화 받고 있다.
신형 뭐라구? 재호... 만났다구?
길진E 재호가 너보다 어른이드라. 큰일, 작은 일 가릴 줄도 알고, 불 필요한 자존심
버릴 줄도 알고.
입사원서 가지고 갔다.
신형 ???
$#16. 대현그룹 정문 근처
재호, 있는 힘껏 뛰어 오고 있다. 그러다 지나가던 사람과 부딪히고, 원서 떨어지면
다시 집어들고 시계 보면, 인써트 - 4시 5분전.
재호, 다시 뛰어간다.
$#17. 대현그룹 로비내 입사원고 받는 곳
몇몇 사람들, 원서를 내고 간다. 재호, 회사 안으로 뛰어들어와 두리번거리고 접수처
발견하고 그리고 뛰어가, 선다. 그리고, 원서 내고, 숨 몰아쉬고.
재호 안 늦었죠.
$#18. 시장 일각
김 실장의 차 한쪽에 서 있고, 실장 그 안에 앉아있다. 카메라, 입구 쪽으로 돌아가면,
업자와 실장의 부하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뭔 가 얘기를 하며 실장 차 쪽으로 걸어오
고 있다. 직원, 차 뒷문을 열어주면 업자 차안으로 들어간다.
$#19. 차 안
업자와 김실장 앉아있다.
업자 (어리버리하게, 인사하는)
실장 (웃고) 얘기 대충 들으셨죠?
업자 네.
실장 박석구씨 잘 아시죠?
업자 네.
실장 좀 있다가 그 사람을 만날 겁니다. 그 사람을 만나면, 아무말 말고 담보잡고,
(돈 봉투 주며) 이 돈을 주십시오.
업자 (돈 받으며) 네.
실장 (주머니에서 봉투 주며) 사례빕니다.
업자 (의심쩍게 봉투 열어 보고, 좋다) 아이구, 이렇게 많이.... 잘해 보겠습니다.
실장 (차창 열고, 직원에게) 타.
$#20. 시장 일각
실장의 차, 가는
$#21. 카페 안
석구, 재영, 현수 앉아있다.
현수 (편하게) 그래서 저두 두 번이 괜히 부담되실 것 같아. 김실 장님한테 시장에서
일하는 분에게 부탁을 해보라 그랬어요.
석구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면 저두 안면이 있을 테니까... 편하긴 한데. 그렇게 큰
돈이 있을까요?
현수 (웃고) 걱정 말아요.
그때, 카페 문 열리고 실장과 업자 들어서서, 현수가 있는 자리로 온다. 실장, 현수
옆에 앉고, 업자(당당하게) 석구 옆쪽에 앉는다.
석구 (업자 보고, 의아한) 어...
석구 (어리버리) 지난번에 돈 없댔잖아.
현수 ?
업자 (석구에게 너스레 떠는) 시장돈이 전부 내돈인데, 왜 돈이 없 어. 그땐 니가 지
금처럼 확실한 보증인을 안 세웠으니까 그렇 지.
석구 보증인?
실장 저희가 보증을 서기로 했습니다. 담보가 적어서, 경매로 넘어 갈 경우 손해를 본
다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경매로 넘어갈 염 려는 없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책임을 지
겠다 그랬습니다.
재영 (현수 보며) 언니, 미안해서 어떡해요.
현수 일단 급한 불이나 끄구 봐야죠.
업자 (돈을 석구에게 주며) 여기 있다.
석구 (현수에게)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하고, 주머닝에서 조심스 레 문서봉투를 꺼
내 업자에게 준다)
업자 (봉투 열어 보고)
실장 (그런 업자 보고)
현수 (담담하게 차 먹고)
업자 (봉투 주머니에 넣고, 석구 보며) 갚은 건 이자만 꼬박 꼬박 주면, 언제든 괜찮
아. 하지만, 이자 못넣면...
석구 이자 널 수 있어. 염려말어. 그리고 돈 얼마 쓰지두 않을 거 야. 곧 다시 문서
찾을 거라구.
재영 맞아요.
업자 그럼 좋고, (하고, 실장과 현수에게 목 인사하고) 갑니다. (하고, 나가고)
실장 잠깐만 나갔다 오겠습니다. (하고, 나가고)
현수 일이 잘된거 같네요. 차 들어요.
석구, 재영 (이제 맘이 편한지 서로 보며, 작게 웃고 차마시고)
$#22. 카페 밖
업자, 주머니에서 문서를 꺼내 실장에게 준다. 실장, 문서 받아 주머니에 넣고
$#23. 공중 전화 안 길거리
석구, 작은 웃음지으며 전화한다. 재영, 서있는.
석구 아버지, 고맙긴 뭐가 고마워요. 일단 석철이 자식 빼내구요, 내가 십만원 더 보
냈거든? 그걸루 소족 하나 사서 푹 우려 가지구 걔 몸 보신 좀 시키세요. (하고, 작게
웃으며) 이제야 장남 노릇 한 번 제대로 하는 거 같아, 저두 기분 좋 아요. 예. 다시
전화 드릴게요. (하고 끊고, 재영 보고 웃고, 어깨 손 올리고 길가쪽으로 걸어간다)
$#24. 현수의 방 안, 밤
현수, 집문서와 가게계약서를 보고 접는다. 그리고는 차마시는데 담담한 얼굴이다.
$#25. 신형의 방
신형, 강사 초빙 광고가 나온 신문지 보며, 재호와 전화하고 있다.
신형 (편하게) 여기 저기서 나를 너무 오라 그러네.
재호 (E, 웃으며) 어디서요?
신형 (신문 뒤적이며)청주에서두 그러구, 대전에서두 그러구, 마산 에서두 그러구,
재호E 오라는덴 많은데 갈데가 없다? 솔직히 말해요. 가구 싶은덴 많은데 오라는데가
없죠?
신형 (작게 웃으며) 어떻게 알았지?
그때, 방문 노크하는 소리 들린다. 신형, 방문 보고 서두르며,
신형 재호야, 엄마 왔나봐. 어디라 그랬지. 그래 내가 곧 그리로 갈 게. (하고 전화
끊고 신문지며 옆에 쓰다만 이력서를 모두 어 거지로 책상 서랍에 넣는다)
혜자 (방문 열고 들어와 서두르는 신형 보며) 저녁 안 먹고 뭐하 니?
신형 (당황함 애써 감추며) 어, 어 아무것도 아니야. 참, 나 엄마 저녁 같이 못 먹어.
지연이 알지? 고등학교 동창, 걔가 전화왔는데... 보자구 그러 네. 걔랑 저녁 먹고,
올게.
혜자 그럼 말을 하지, 상 다차렸는데...
신형 아버지랑 드세요.
혜자 느이 아부지도 늦는댄다. (그러다, 책상 서랍에, 삐죽이 나와 있는 신문 쪼가리
보고는) 서랍에 뭐가 저렇게 쑤셔져 있니?
신형 (놀라, 얼른 책상앞 가리고 서며) 아, 아무것도 아니야.
혜자 ?
$#26. 병국의 사무실
병국, 여사원과 얘기하고 있다.
병국 (옷 입다가, 황당한 듯, 여사원 돌아보며) 뭐야?
여사원 (미안한) 실장님은 안가신다고 그러셨다고...
병국 간부회식 빠지는 간부도 있냐? 내가 언제 안간댔어. 일이 있어서 뒤에 간다 그랬
지.
여사원 ...
병국 뒤쫓아가보게... 간 곳이 어디야?
여사원 (우물우물) 모르겠는데요.
병국 ?!
$#27. 포장마차 안
병국, 종국과 술을 마시고 있다.
종국 (병국 보며, 어렵게) 그러니까, 간부회식을 너만 빼고 한다 그 말이냐?
병국 (무심히) 그래.
종국 그거 심상치 않다?
병국 (술마시다, 보면)
종국 요즘 간부들 모였다 하면 숙청회의 아니냐... 근데, 널 따돌렸 다 그러면.
병국 ...
종국 (고개 저으며) 아니다, 아니다, 지들끼리 뭐 할 얘기가 있었겠 지.. 증말 니가
안 오는 줄 알고, 지들끼리만 갔을 수도 있고.
병국 (불길한 생각이 든다)
$#28. 길진의 오피스텔 안
길진, 재호와 전화하고 있다.
재호E 원서 넣습니다. 낼 필기시험 본답니다.
길진 이런, 너 취직시험 공부 안 했잖아.
재호E 기본 실력이 있는데, 잘 되겠죠.
길진 (웃으며) 그래. (조금 어색한) 신형인 만났니?
재호E 네.
길진 좋은 시간 보내라. (사이, 끊고)
그때, 문 열리고 병국 들어서며
병국 왜 이렇게 문을 열어 놓고 살어 (하고)
길진 (고개 돌려 병국 보는) ?
$#29. 신형의 집, 공원
신형, 재호 나란히 앉아있다.
신형 시험 자신 있어?
재호 네.
신형 만약에 떨어지면...
재호 만약은 없어요. 붙을 거예요. 누가 날 감히 떨어뜨려요.
신형 (작게 웃으며) 왜 이렇게 강해.
재호 (웃고, 일어나며) 가요, 집에 가서 공부 좀 해야겠어요.
신형 (장난처럼) 기본 실력있다며?
재호 초치기도 실력이예요.
신형 (웃고, 일어난다)
재호, 신형이 어깨에 팔 두르고,
신형, 그런 재호 편하게 본다. 두사람 걷는다.
신형 (재호 안보고, 작게 웃으며) 결혼해서 날 좋은 날, 이렇게 밤 산책 다니면 좋겠
다.
재호 (신형 보고, 작게 웃고)
신형, 재호 걸어가는.
$#30. 길진의 오피스텔 안
길진, 병국 술 마시고 있다. 길진, 병국에게 술 따라주며 병국, 술 받으며 그런 길진
물끄러미 본다. 길진이 술 다 따르면 병국, 술 마시고 잔 내려놓고 길진 보고 말한다.
병국 살만한가 보다. 얼굴 빛이 좋다.
병국 나는 사는게, 사는게 아니다.
길진 회사에서 안 좋은 일 있으세요?
병국 (길진 안보고, 얼버무리는) 회사가 다 그렇지 뭐. 좋은 일이 뭐있나. (그러다,
길진 보며) 옛날에는 여자가 맘에 들면 보쌈두 하구 그랬는데. 너 우리 신형이 보쌈해
갈래?
길진 (작게 웃으며) 재호, 좋은 애예요. 아버님이 재호 맘에 들어하 셨으면 좋겠어요.
병국 맘에 들어할게 있어야지 맘에 들어하지, 아자식아.
길진 뭐가 마음에 안드세요?
병국 ?
길진 신형이만 아니었다면 재호랑 저랑 참 좋은 친구가 됐을 거예 요. 나보다 나이는
어려도 배울게 많아요. 강하구, 노력할 줄 알구, 배포있고, 저한테 없는 걸 많이 가지
구 있어요.
병국 (길진 보며) 너 사실대루 말해봐. 신형이랑 끝났다니까, 그래, 신형이를 동생처
럼 생각하구, 신형이가 니 동생이면 재호한테 주겠니?
길진 (병국 보며 단호한) 네.
병국 미친놈. 속두 좋다.
(하고 술 따라 마신다)
길진 (그런 병국 보다, 어렵게) 아버님.
병국 ?
길진 두사람 절대 안 헤어집니다. 만약에 아버님 반대가 계속되면, 정말 어디로 도망
갈 생각이라두 할거예요. 서로가 서로한테 그만큼 절박해요. 신형이, 지방대학 강사자
리 찾고 있습니다.
병국 ?
길진 지금 학교가 맘에 안드는 것두 이유지만, 두분 반대에 굴하지 않겠다는 생각입니
다. 아버님 재호와의 결혼 허락하세요. 잘못하다간 부모님이 신형일 잃을 수도 있습니
다.
병국 ?!
$#31. 신형이 집 현관
병국, 길진의 부축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선다. 혜자, 신형 내려와 속상한 얼굴로 서
있는...
혜자 (속상한) 고주망태가 되셨네.
길진, 신형, 병국을 양쪽에서 부축해 쇼파로 가 자리에 앉게 한다.
병국 (길진 보며) 속상하다, 이놈아, 널 내사위로 못 만들어 속상해 죽겠다, 임마.
신형 (속상한) ...
길진 편히 주무세요. (하고, 가고)
혜자 (배웅하러 따라나가며) 잘가라.
병국 (일어나려 하는데)
신형 (부축하며) 아버지,
병국 (신형의 손 탁친다)
신형 ?
병국 (속상한, 가라앉은 목소리로, 혜자 못 듣게) 지방대를 가실라고 그런다고, 그 자
식하고 내뺄 계획을 짜신 다고...
병국 (신형 보며) 나쁜 자식. (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혜자 (현관에서 신형에게) 니 아버지 뭐라 그러셔?
신형 (이상하다는 듯) 모르겠어요.
$#32. 재호의 방 안
재호, 공부하고 있다.
$#33. 석구의 방, 부엌
석구, 기분 좋은 얼굴로 방문 열다가 헉하고 놀란다.
$#34. 석구의 방 안
미선 (웃으며) 오빠, 안녕. 오랜만이야.
석구 (들어서며) 도둑인줄 알고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기집애. (하고, 앉으며) 왜
왔냐?
미선 왜 내가 어떻게 할까봐 무서워?
석구 (황당하게 보며) 이걸 팰 수도 없구, 집에나 가셔. 열 한시 넘 었어. 낼 실밥 뜯
으러 안가? 잠 안자?
미선 (석구 보며) 나, 승진했어.
석구 !
미선 이제부터 나 실밥이라구 부르지마, 나 아이롱 해. 일명 아이 롱 고지. 좀 있으면
미싱대에두 앉을거야. 전문 기술자가 되 는거지.
석구 (미선 보며 황당한 듯) 축하한다. 출세했네. (하고 전화 하려 수화기 잡으면)
미선 (석구의 손 잡으며) 나 우리 엄마한테 변소간다구 그러구 나 왔어. 빨리 들어가
봐야 된단 말이야. 시간 없으니까 전화 나 중에 하고 얼굴 좀 봐.
석구 (미선의 얼굴에 자기 얼굴 디밀며) 봐라, 봐!
미선 (놀라 뒤로 주춤댄다)
석구 (어이없다는 듯 보며, 수화기 들고 버튼 누르는)
미선 (석구의 손 잡으며) 이 야밤에 누구한테 전화해? 재영이지?
그때 신호음 가다 떨어지면,
미선 (석구에게서 수화기 뺏으며) 내가 받을거야.
석구 그래라. (하며 수화기 주고 물러난다)
미선 (수화기에 대고) 너 누구야?
신자E 내 미선이 엄만데, 넌 누구야?
미선 (어리버리하게) 엄마가 왜 거깃어? (하고 석구 보면)
석구 (고소하다는 듯 웃는다)
$#35. 석구의 부엌
미선, 울상 돼 신발 신고, 석구 그럼 미선 고소하다는 듯 내다 보고 있다.
석구 잘가라.
미선 나 울엄마한테 맞아죽음 문병 올거지.
석구 문병이 아니라 문상이다.
미선 (성질내며) 어쨌든!
석구 알았어. 빨리 가기나 해.
미선 (나가고)
$#36. 석구의 방
석구, 장고와 전화하고 있다.
석구 일 껴줄거지?
장고E 어디서 돈을 마련했냐?
재호가 주디?
석구 재호는 모르는 일이야. 이거 재호한테 말하면 큰일난다. 일 그르치고 싶지 않으
면 입 닫구 조용히 있어.
$#37. 시장 일각
장고, 황소 난장에서 소주 먹고 있다.
장고 좋다, 낼 보자, 어. (하고 끊고)
황소 석구야? 이 자식이 어디서 돈을 마련했지?
장고 그것까진 알거 없잖아?
장고, 황소 웃으며 술잔 부딪히고 술 먹고.
$#38. 재호의 집 전경, 아침
$#39. 진숙의 방 안
진숙, 재영과 얘기하고 있다.
진숙 어제 돈 받은 걸 왜 여적 안 가져와?
재영 오빠 집에 있었잖아. 석구오빠가 오빠 나가면 전화하리. 그럼 가져온다구.
그때, 재호 외출복 차림으로 문 연다. 재영, 진숙 놀라고,
재호 ?
재호 네.
진숙 그래, 나가라.
재호 다녀올게요. (하고, 나간다)
재영 (휴하고 한숨쉬고)
$#40. 재호의 집 수돗가
. 신자의 방문 열리고 미선, 신자 나온다. 미선, 기죽은 얼굴로 신자에게 넙죽 절하며
공손하게 말한다.
미선 일 다녀오겠습니다.
진숙, 이상하드는 듯 그런 미선 본다. 미선, 대문쪽 나가다 미선, 다시 사람들에게 넙
죽 절하며,
미선 일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나간다)
신자 (그런 미선 맘에 안 들게 보고)
진숙 (입 헹구고 신자 보며) 미선이가 갑자기 왜 저렇게 나긋나긋 해졌어?
신자 (진숙 보며 손바닥을 들어보인다)
진숙 (웃으며) 많이 때렸나 보네? 저렇게 고분고분해진거 보면. 쟤두 언니한테 하두
맞어서 에지간한 매에는 꿈적두 안할텐 데.
신자 (슬몃 웃으며) 계 좀 태워줬다. 몰아서 한꺼번에 큰 걸로 태 워졌지. (하고 재호
보며) 재호야, 니는 으찌 그리 잘나서 내 속을 태 우나.
재호 (신자 보며) 네?
신자 니 내 딸 싫제? 쯧, (혀 차며) 싫기도 할기다. 가시내가 되가지고 고분고분 한
것도 아이고 내가 니가 내 딸 버린거 이해한다.
진숙 얘가 누굴 버려. 남들이 들으면 정말인 줄 알겠네.
신자 (진숙 보며) 여기 남이 어딧어? 내가 오죽 답답하면 못 먹는 감 가지구 이리 찔
러보고 저리 찔러보고 하겠나. 아이고 답답 시럽다. (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진숙 (들어가는 신자 보고 웃고 재호 보며) 시험 잘 쳐라.
재호 네. (하고, 나가고)
재영 (방에서 나오면)
진숙 석구한테 어서 오라 그래.
$#41. 인숙의 방
인숙, 희진 학원 가방을 챙기고 있다. 달건, 외출복 입으며 인숙에게,
달건 오후 주택 부금 찾어, 전번에 돈 빌려줬던 친구가 돈이 더 필 요하대, 해줘야 할
것 같아.
인숙 (달건에게 대답하지 않고 희진의 가방 챙기며)
읽기책은 안가져가?
희진 학교에 있어요.
인숙 요즘은 참 좋아졌다. 우리때는 사물함이 없어서 맬 가방이 한 짐이 었는데...
달건 (짜증내며) 내 말 안들려?
인숙 (달건 보지 않고 다부지게) 주택 부금은 못깨요
달건 이 여편네가 간이 부었나. 남편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할 것이 지 무슨 말이 그렇
게 많어!
희진 (달건 보며 큰소리로) 아빤 왜 엄마한테 소릴 질러!~
달건, 인숙 놀라 서로 얼굴 보면,
희진 아빠 이상해. 요즘 새 엄마한테 돈두 안 갖다주고, 내 옷두 안 사다주면서 무슨
돈이 그렇게 필요해? 경희 언니 때문이 지?
달건 (희진의 말에 놀라 버버대며) 너, 너 무슨 그딴 소릴해, 임마.
희진 아빠, 나 분명히 말하는데, 엄마, 둘인것두 챙피해. 셋까지 가지기 싫단 말이야.
그리구 제발 집에 일찍 좀 와, 맨 날 밤 늦게 오구, 아침엔 잠만 자구, 아빠 얼굴도
잊어먹 게 생겼어. (하며 달건을 문쪽으로 밀어낸다) 새 엄마 그만 괴롭히구 빨리 나
가, 나가.
$#42. 재호의 집 수돗가
달건, 희진에게 밀려 나온다. 희진, 달건 째려 보며 말한다.
희진 아빠, 나뻐.
달건 아자식이 오냐, 오냐 했더니 아빠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희진 (째려보면)
달건 (희진 아랑곳 않고 방 쪽에 대고) 야, 여인숙, 돈 찾아 놔. 안 찾아 놓기만 해봐
라. (하고 대문 열고 나간다)
희진 (달건 째려보고 방으로 들어간다)
$#43. 인숙의 방
인숙, 훌쩍이고 있다
. 희진, 휴지 풀어 인숙에게 주며,
희진 울지 마세요.
인숙 (희진에게서 휴지 받으며) 고마워.
희진 (인숙이 불쌍한 마음이 든다, 일어나서) 학교 다녀 올게요. (하고 책가방 들고
문 열고 나가려다 인숙 보며) 우리 아빠가 속썩여도 어디 도망가지 마세요. 내가 있잖
아요.
인숙 고마워, 희진아.
희진 딸한테 그렇게 말하는 엄마가 어딧어요? 우리 아빠가 너무 순진해서 그러는 거니
까 새 엄마가 이해해야 되요. 내가 처음으로 하는 부탁이니까 들어줘야 되요. 갈게요.
(하 고 나간다)
인숙 (울면서도 그런 희진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44. 진숙의 방
석구, 진숙 보고 웃고 있고 진숙, 돈다발 들고 심란하게 앉아있다.
석구 이모, 세 봐?
진숙 (돈 한쪽에 놓고 석구 보며) 집에는 돈 부쳤어?
석구 네. (미안한 듯 눈치보며) 그리고 (손가락 다섯 개 피며) 이 건 내가 잠깐 빌렸
어요. 장고랑 하는 사업에 투자할려고.
석구 (미안한) 그리고 또 십만원 빌거예요. 아버지랑 동생이랑 몸보신....
진숙 괜찮아. 가.
석구 네. (하고 일어나, 진숙 보며, 진심으로) 진짜루 이번일 잘해 서 반드시 신세 갚
을 게요.
진숙 ...
석구 (나가고)
진숙, 잠시 가만 있다 수화기 들고 버튼 누른다. 신호음 가다 떨어지면,
혜자E 여보세요?
진숙 (심란한 얼굴로) 진숙이야.
$#45. 신형의 집 거실
혜자, 차 마시다 전화 받는 듯하다.
진숙E 돈 갚을려구 그래, 언제 볼 수 있어?
혜자 ! (잠시 있다가) 은행 계좌번호 불러줄까?
$#46. 진숙의 방
진숙 얼굴보구 주구 싶어.
$#47. 신형의 집 거실
혜자 (사이) 떼돈을 주었나보지? 갑자기 어디서 그렇게 큰 돈이 생겼을까? 니네 술집
오가는 놈팽이 물었니?
$#48. 진숙의 방
진숙 (모멸감 느낀다. 작게 한숨 쉬고 이 앙다물고 말한다) 오늘은 가게 손님 많은 날
이니까, 낼 저녁 니네 집으로 갈게.
$#49. 신형의 집 거실
혜자 우리집이 어디라고 니가 와? 그리고, 이건 분명히 하자. 니가 내 돈을 갚는다고
해서 재호랑 신형이랑 결혼 할 수 있는건 아니야.
$#50. 진숙의 방
진숙, 다짜고짜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전화기 보며,
진숙 애들 결혼... 그건, 두고 보자구.
$#51. 중학교 전경
인써트 - 학교 입구의 팻말, (대현그룹 신입사원 채용시험)
$#52. 교실 안
여러사람들 틈에 끼여 재호 시험을 보고 있다.
$#53. 중학교 앞
신형, 초조하게 재호를 기다리고 있다. 그때, 사람들 우르르 나오지만 재호는 없다.
신형, 두리번 거리며 재호를 찾는다. 그때, 재호 멀리서 ' 이신형씨' 하고. 신형, 보
면, 재호, 웃으며 뛰어온다.
신형 시험 잘 봤어?
재호 (장난스레 고개를 젖는다)
신형 ?
재호 전부다 아는 문젠 거 있죠?
신형 어머나. (하고, 재호를 안고)
재호 (신형 안으며, 좋고)
$#54. 다방 안
석구와 장고, 황소 얘기하고 있다.
장고 (수표 세 장 보고, 답답한 얼굴로 석구 보며) 너 장난질 하 냐?
석구 그것두 나한테 큰 돈이야.
장고 재호 끼자.
말들어 보니까 도매상에 푼 대금들 아직 안 땡겼대드라.
석구 그런 말은 하지도 마. (하고 일어나며) 만약 나 안 끼면 내가 형들 하는 일, 서
에 가서 불어버릴거야?
장고 (답답한) 알았어. 알았어, 가봐.
석구 (웃으며) 그럼 낼부터 본격적으로 나두 일 하는 거다. (하고, 나가고)
장고 (혼잣말한다) 이거 갖곤 어림두 없는데, 재호를 끌어 들여댜 되는데, 어떻게 해
야 되나.
황소 장고야, 귀 좀 대봐?
장고 ? (황소의 입에 귀대면)
황소 (귓속말하는)
$#55. 학교 안
재호(웃음진 채, 고개숙인) 걸어가고 있다. 카메라, 앞으로 가면 멀찌감치 신형 (웃음
진 채, 고개 숙인) 이 걸어가고 있다.
$#56. 신형의 교수실 앞
신형, 문 열려다가 돌아보면, 재호, 한쪽에 서 있다. 신형, 입 모양만 '가' 하면 재호,
웃으며 입 모양만 '도서관에 있을게요.' 하고 간다. 신형, 웃고 문 열고 들어가고,
$#57. 도서관 앞 복도
재호, 고개 숙이고 도서관으로 가려는데, 그때 현수 나오다 그런 재호 보고 멈 춰선다.
재호, 이상해 고개 들어, 현수 보고 잠시 어색하게 있다가 도서관안으로 들어 가려하
면.
현수 사과하고 싶어.
재호 (돌아 보면) ?
$#58. 학교 벤치
재호, 현수 나란히 앉아있다.
현수 낼 드디어 졸업식이네.
재호 ...
현수 직장 구해야지?
재호 ...
현수 작은 아버지 회사에서 신입사원 뽑아. 원서 안 넣어 볼래? 재호 다른 회사에 벌
써 넣어.
현수 어디? 대산 보다 좋은 대야?
재호 대현 그룹이야.
현수 안될 수도 있잖아.
재호 (답답한 마음 든다. 현수 보지 않고) 되든 안되든 내 힘으로 하고 싶어.
현수 도와주고 싶어.
재호 (현수 보며) 나중에 몰라두 지금은 널 보고 싶지 않아.
현수 (재호 보며) 나중엔 볼 수 있다는 얘기야?
신형이 언니랑 결혼하면 처제 보듯? 그 뜻이야?
재호 너한테 잘못한게 많을 줄 안다. 근데 지금은 미안하다고 말할 여유조차 나한테
없어. 일어날게. (하고 일어나면)
현수 직장 필요하지 않아?
재호 (현수 보며)
난 변했는데 넌 안 변했구나. 이런 니 모습보니까 전에 내 모 습같다. 갖고 싶은거,
차지하고 싶은거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 가 안하는 (하고 돌아서 가려하면)
현수 (재호의 등뒤에 대고 서글프게 말한다) 욕심이 난다구 말하고 있는게 아니잖아.
널 갖고 싶다구, 차지하구 싶다구 말하는게 아니잖아. 도와주 고 싶어.
재호 (보며) 왜?
현수 사랑하니까.
재호 (단호한) 사랑하지 마라.
재호 (하고 간다)
현수 (그런 재호 보며 서글픈 웃음 짓는다, 눈가 그렁하다. 모로 고개 들고)
카메라, 돌아가면 한쪽에 신형, 손에 서류를 들고 현수를 보고 있다. 그러다 시선 들
어 가는 재호를 본다. 맘이 안 좋다.
$#59. 회사
실장, 자기 자리에서 전화받고 있다.
현수E 대현그룹에 아는 사람있어요?
실자 대현그룹이요? 인사부장이 제 동기입니다. 왜 그러시죠?
$#60. 벤치
현수 (핸드폰하는) 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하고, 끊고, 담담하 게 일어나 걸어
가는)
$#61. 거리
재호의 차 와섬 멈춰선다.
$#62. 차 안
신형과 재호 앉아있다.
재호 버스 여기서 타면 되죠?
신형 (힘없이) 응.
재호 기분이 안 좋다. 왜 그래요?
신형 (어색하게) 아니야...
재호 집에까지 안 바래다줘서 화났어요?
신형 (보면)
재호 오늘은 안 되요. 일이 있어 시장가야 하는거든요. 아는 사람 이 물건을 샀는데,
자기가 시간이 없다구 그걸 가계에 좀 돌 려달래요. 일당 준다구. 그래서 좋다, 그랬
죠. 일당 칠 만 원 짜리 일을 마다할 수가 없잖아요. 그리구, 도매상에 깔아논 수금도
이젠 거둬 들어야 할 거 같고...
신형 (미안해, 고개숙인) 미안해.
재호 느닷없이 뭐가 미안해요?
신형 잠깐 내가 의심했어.
재호 ?
신형 낮에 현수 만나길래...
재호 (잠시 굳은 얼굴로 있다가, 어이없는 웃음 지으며) 날 그렇게 못 믿겠어요?
신형 (눈치 본다)
재호 (짐짓 굳은 얼굴로) 내려요, 보기 싫어.
신형 화났어?
재호 (신형 보고, 편하게) 한 번 믿으면, 영원히.
한 번 사랑하면 영원히
신형 ...
재호 당신 만나고 생긴 신조예요. 현수 만난건,
신형 ?
재호 사과하드라구요. 직장일 받아줬어요.
신형 (못 보고, 미안한) 그랬구나...
재호 (장난스레) 의심많은 아가씨, 이제 가요. 나 일하러 가야 되.
$#63. 고급 술집 안, 밤
병국, 종식 술을 마시고 있다.
종식 (병국에게) 회사문젠 아직 모르는 거잖아. 결정도 안난 일에 너무 지레 짐작해서
힘들어 하지마. 여기 분위기도 별로 안 좋고, 오랜만에 애인처럼 정사장에 가자.
병국 싫어.
종식 너, 신형이 일 맘 못 정했니?
병국 ...
종식 술집마담 사돈이 그렇게 싫어?
병국 그뿐만이 아니야, 내가 너한테 차마 챙피해 말을 안했는데, 걔 부모도 없고...
가진게 너무 없어.
종식 (차분한) 너 실망이다.
병국 (보면) ?
종석 임마, 나두 홀홀단신이야, 너 잊었냐?
병국 (아차 싶다)
종국 일사후퇴때 돌아가셨다는 말씀만 듣고... (술한잔 따라 먹고) 그래두 나 잘 컸다.
안그래?
병국 (미안한) ...
종식 너 너무 그렇게 눈에 보이는 거에 연연해마라. 진숙씨, 술집 하는거 그게 뭐 어
때서, 직업에 귀천 있냐? 막말로 너 요즘 회사에서 위태위태한데, 그러다 짤려서 먹구
살려구 포장마차라도 할라 그러는데, 누가 그것 갖고 이렇다 저렇다 하면 좋냐? 도둑
질, 강도질 빼고 먹고 살라고 하는 일 중에 천한 건 없 다. 신형이 만난다는 얘, 앞
뒤 얘기 대충만 들어도 고생 꽤 나하며 자랐겠는데, 고생 안 한 놈보다 고생한 놈이
났다. 온실의 화초 보단, 잡초가 험한 세상살기에 백 번 났다 이 말 이야. 돈도 지위
도 있다가 없다가 하는 거다. 성실하면 밥은 먹고 사는 게 세상이야, 애만 봐라. 다른
거 보지 말고.
병국 그 얘긴 그만하자. (하고, 술 마시는)
병국, 생각하며 걷고 있다. 그런 병국의 얼굴위로.
종식E 우리 젊어서 생각해봐. 얼마나 가능성이 많았냐. 애만 괜찮으 면 신형이 그리
로 보내.
길진E 신형이만 아니었다면 재호랑 저랑 참 좋은 친구가 됐을거예 요. 아버님 허락하
세요. 자칫하면 신형일 잃을 수도 있습니다.
병국, 문득 멈춰서서 한숨쉬고 생각하는.
$#65. 거실
혜자, 신형 TV 보고 있다. 그때, 전화벨 울리면. 신형, 긴장하고, 혜자 받으며.
혜자 네, 합정동입니다.
병국E 신형이 좀 바꿔.
혜자 (뭔가 말하려다가 전화기 신형주며) 아버지다.
신형 (전화 받으며) 네.
병국E 니 엄마 없는데서 전화 받어.
신형, 티브이 보는 혜자 눈치 보며, 전화기 들고 주방 쪽으로 간다.
$#66. 주방
신형, 주방으로 들어서서,
신형 말씀하세요, 아버지.
병국E 재호 일한다는데가 어디냐?
신형 !
$#67. 시장 일각
재호, 땀흘리며 물건을 리어커에 담고 있다. 카메라, 돌아가면 병국 그런 재호를 담담
하게 보고 있다. 재호, 병국의 존재를 못 느끼고 리어카를 끌고 간다. 병국, 그런 재
호 보다 돌아서서 간다. 착찹한 마음이다.
$#68. 신형의 집 전경, 낮
$#69. 신형의 집 거실
혜자, 식탁에서 시금치 다듬고 있다. 그때, 벨소리 난다. 일어나 나간다.
$#70. 거실
신형, 출근차림으로 내려오는데, 혜자, 주방에서 나오다가,
혜자 너 올라가 있어.
신형 왜요? 누구 온 거 같은데. 내가 나가면서 문열어 줄게요.
혜자 (짜증) 올라가 있어.
신형 학교 가야 되는데...
혜자 몇번을 말해, 올라가 있으라구!
신형 (더는 말 못하고, 올라간다)
혜자 (신형 올라가는 것 확인하고 인터폰 화면 확인하면 진숙이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버튼 눌러 문 연다)
$#71. 안방
진숙, 혜자 앉아있다. 혜자, 돈 세다가 이상하다는 듯 진숙 본다.
진숙 남는거 이자다.
혜자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돈 마저 세고나서 옆에 놓는다.)
진숙 (혜자 보며) 이제 너랑 나 사이에 더는 빚진거 없다.
혜자 (진숙 보며) 물로 빚진것두 없구, 볼 일두 없어졌지.
진숙 (슬몃 웃으며 일어나 혜자 보며) 볼 일은 남은 거 같은데?
혜자 (그런 진숙 보며) ?
진숙 잘 있어라.
혜자 (일어나 가는 진숙의 등에 대고 화나 가라앉은 목소리로)
너 내말 똑똑히 들어.
진숙 (돌아보면)
혜자 다시 말하는데, 니가 내 돈을 다 갚았다고 해서 신형이랑 재 호랑 결혼할 수 있
는건 아냐. 그런 알구 있지?
진숙 (슬몃 웃으며) 글세. 그건 걔들 일이지.
혜자 무슨 뜻이야?
진숙 아무래도 난 걔들 니 짝 날거 같다. 너랑 니 신랑두 결혼하기 힘들었다며, 근데
결혼했잖아. 요즘 애들 무서운데 어른 때문에 지들 하고 싶은 결혼을 못 할까? 내가
보기에는 니 딸 아주 똑똑한거 같은데 바른 결론 내리겠지. (하고 나간다)
혜자 (진숙 돌려 세우며) 뭐!
진숙 (화난 얼굴로 돌아서 혜자의 손 탁 친다)
혜자 (진숙 보면) !
진숙 빚쟁이 대하듯 그러지마. 나 니 빚 다 갚았잖아. 사람 대접을 할려면 바로 해라.
사돈 될지도 모르는 사람인 데. 안 그래요, 사부인?
혜자 (화나고 기막힌 얼굴로 진숙 본다)
그런 두 사람 얼굴에서 엔딩.
(제 24 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