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포 인생 최고의 날
왕윤이 기회를 보고 초선을 소개 합니다.
"네 제 미천한 딸년 초선이라 합니다. 올해 열 하고도 여섯이지요."
꽃보다도 예쁘다는 열 하고도 여섯살이랍니다...
"늘 규방 안에서만 곱게 지내다가 오늘 영웅께서 왕림하셔서 제가 술 한 잔 치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오늘 여포를 위해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비장의 무기를 공개한다는 말입니다.
"결례가 아니된다면 받으시지요."
"결례라니요? 제가 영광이지요."
"영광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영웅을 제 집에 모신 것만으로 오히려 우리집안 가문의 영광입니다.
초선아~ 지금 뭐하는게냐? 빨리 장군을 위해 한 곡조 올려야지?"
초선은 살짝 여포에게 미소를 보내고 살포시 일어나 여포만을 위한 노래와 춤을 춥니다.
춤과 노래를 보내며 사이사이에 여포에게 살인미소도 날려줍니다.
초선의 춤사위는 하늘의 선녀가 추는 춤이요,
그녀의 목소리는 옥쟁반에 구술을 굴리듯 청아합니다.
게다가 같이 들어온 다른 무희들이 함께 춤을 추니 그야말로 환상의 분위기 입니다.
여포는 눈을 게슴치레 뜨고 그녀의 몸짓과 목소리에 마구마구 빨려 들어갑니다.
술에 취해서만이 아니고 사람에 취하면 정말 혼이 나간 모습입니다.
손에 든 술잔을 자신도 모르게 떨어뜨립니다.
여포는 지금 저 여인을 가슴에 품을 수만 있다면 천하와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영웅은 천하를 호령하지만 여자는 그런 남자를 꼼짝하지 못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는 말... 정말입니다.
여포는 혼자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지금 이 순간이 꿈은 아니겠지? 꿈이라면 제발 깨지 말아라'라고요.
"초선아! 아비가 나이가 드니 술을 마신다는 것도 힘드는구나 잠시 자리를 비울테니 네가 장군을 모시거라.
장군! 결례를 용서하세요."
결례라니 그렇지 않아도 둘만의 달콤한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이제 둘만 남았습니다.
여포는 지금 이 순간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 여인만 품을 수 있다면 동탁도 내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초선은 둘만 남자 더 교태를 부리며 여포의 혼을 뺍니다.
사실 이미 혼이 빠져 있는데 더 뺄 것도 없습니다.
여포는 정말로 내 생에 최고의 순간이라고 감히 외치고 싶습니다.
이윽고 둘만 남자, 초선은 술잔을 반만 채우고 나머지 반은 그녀의 은근한 미소와 정을 넘치게
담아 부끄러운 듯 여포에게 올리고 여포는 그런 초선을 바라보며
"설마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며 받아 마시니 마치 첫 날밤을 치르는 숫총각의 마음입니다.
"제발 꿈이라면 깨지 말고 평생 이렇게 살고 싶다."
라는 마음이 드는 것은 여포만의 간절한 욕심일까요?
잠시후 왕윤이 돌아와
"장군! 즐거우셨습니까? 갑자기 준비하느라고 변변치 못합니다. 용서하세요."
이 말은 이제 가라는 말입니다.
"왕대인! 오늘 제 인생 최고의 날입니다. 언젠가는 제가 은혜를 갚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십시오.
초선 소저와 함께요."
드디어 입에서 초선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 말은 초선이만 필요하다는 의미라는 것을 왕윤도 알고 있습니다.
왕윤은 이미 여포의 마음속 깊이 초선이가 들어가 있슴을 확인하고 다음 작업에 들어갑니다.
"사실은 많은 명문세도가에서 귀찮을 정도로 제 여식 초선이에게 수시로 혼사가 들어옵니다."
정말 여포는 듣고 싶지 않은 말입니다.
갑자기 취기가 달아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입니다.
여포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입니다.
과거는 여포의 것이 아닙니다. 미래도 여포의 것이 아닐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신 이런 일이 여포에게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 아이는 눈도 꿈쩍하지 않습니다. 여포장군 같은 영웅이 아니면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여포같은 영웅이라는 말이 들립니다. 순간 여포는 자기 귀를 의심합니다.
설마 꿈은 아니겠지...?
"여포장군!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어찌하면 좋겠느냐고요? 꿈속에서라도 원하고 바라던 일인데....
순간 여포는 현기증을 느낍니다.
방금 나락으로 떨어졌던 마음이 금방 수직으로 천당까지 튀어오릅니다.
그냥 물러가면 세상을 모두 잃은 것처럼 허탈한 생각이 들고 아마도 평생을 두고 후회할는지도 모릅니다.
지금입니다.
기회란 왔을 때 잡아야지 이런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닙니다.
이제 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습니다. 체면이고 뭐고 없습니다.
여포는 얼른 왕윤의 다리 아래 무릎을 꿇고
"대인 제가 대인을 장인어른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만약 그리 되기만 한다면 제가 평생을
두고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
여기서 馬는 적토마입니다.
그리고 여포가 체면도 없이 지금 왕윤을 장인어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5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