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짓기도 전에 임차 끝나”... 새 빌딩 늘었는데 공실률 상승은 ‘찔끔’
오은선 기자입력 2023. 8. 18. 18:00
서울 오피스 2분기 공실률 1.45%
공급 부족에... 여의도 등지서 ’先임차’ 활발
애초 ‘사옥’ 목적으로 활용
새 빌딩 7곳 중 6곳이 소형빌딩
서울에 새로 지어진 빌딩 수가 늘어났어도 ‘준공 전 선(先)임차’로 인해 공실률 상승 정도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피스 빌딩 공급이 부족하다보니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임차 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사옥을 목적으로 짓는 경우가 많아지면서다.
대형 오피스 빌딩이 밀집한 서울 대로변. /조선DB
18일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2분기 서울 오피스 신규 공급 빌딩 수는 7개로 전 분기 대비 3개가 늘었다. 그런데 공실률은 0.24%p 상승해 1.45%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난 1분기에는 빌딩 4개가 공급됐지만 오히려 공실률은 전 분기 대비 0.09%p 떨어져 1.21%를 기록한 바 있다.
빌딩이 새로 지어지면 공급량이 늘었다는 점에서 공실률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올 들어 공실률이 상대적으로 조금 밖에 늘지 않은 이유는 준공 전에 미리 임차계약이 완료되는 빌딩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에 오피스 빌딩 공급 부족 현상이 심해지면서, 입주 기업들이 착공 하자마자 오피스를 선점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선임차 계약은 주로 여의도권역(YBD)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안타 증권은 하반기 준공 예정인 앵커원 빌딩으로 사옥을 이전할 예정이다. 마찬가지로 하반기 준공 예정인 TP타워에도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의 선임차 계약이 완료됐다.
애초에 사옥을 목적으로 지어진 경우가 많다는 점도 공실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최근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 신사옥 등 부지를 개발 중이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도 처음부터 사옥을 목적으로 건물을 짓는 대표적 업종에 속한다. 공급은 늘어도 공실률은 늘지 않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심혜원 JLL 코리아 리서치 팀장은 “최근 서울 3대 권역 A급 오피스 시장은 활발한 임차 수요에 비해 신규 공급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신규 공급이 일어나더라도 오피스 시장에서는 드물었던 준공 전 선임차가 발생하면서 공실이 빠르게 사라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신축 건물들이 주로 소규모 빌딩이라는 점도 ‘낮은 공실률’을 기록하게 하는 이유다. 올해 2분기 신규 공급되는 빌딩은 서초구 서초동의 OPUS 407, 성동구 성수동의 루프스테이션 서울숲 등 7개다. 7개 빌딩 중 6개가 소형오피스로, 나머지 1개도 대형이 아닌 중형이다. 올해 2분기 공급 연면적(하나의 건축물 각 층의 바닥면적의 합계)은 5만6357㎡로, 전 분기 대비 2만7015㎡가 줄었다.
실제 1만평(약 3만3057㎡) 이상 대형 오피스 공급도 줄어들고 있다. 2020년 2분기부터 2023년 2분기까지 지난 2년간 공급된 1만평 이상 주요 오피스를 살펴보면, 올해 1분기에 지어진 강남구의 스케일타워가 유일하다. 지난해 대형 공급은 한 건도 없다.
권상우 교보리얼코 리서치파트 연구원은 “2분기 공급 건수는 지난 분기보다 늘었지만 소형 공급이 많아 전체 공급 연면적이 오히려 감소한 수준”이라며 “대기중인 신규 공급 예정 건도 있지만 대기업의 사옥 임차 등으로 공실률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