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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리아(Antaria) - 3부. [올바른 띠로 향하는 길] (61)
"으.."
이 목소리의 주인공 란 크로슬리께서는 새로운 육체에 적응이 안되는지 계속 신음
소리를 내며 인상을 찡그렸다. 란은 탄식하듯 말을 내뱉었다.
"젠장.. 이거 뭐가 이렇게 ESP가 적어? 마나도 없고. 하여간.. 내가 왜 이런 육체
를 사용해야 하는지 원.."
이드의 ESP는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그 엄청난 위력(화려한 특수효과 +)을 가진
극광마열참을 시전할 수 있는 ESP이니. 그러나 그뿐이었다.
자그마치 과거 마나 최대 1만 1천 써클이라는 방대한 양을 몸에 축적하고 다녔던
분이시니, 이정도의 ESP에 만족할 리가 없었다. 더구나, 소수의 사람들만이 축적하
고 있는 마나 역시 이드는 있을 리가 없었고. 하지만 자신의 육체가 아공간 이동
ㅡ 원래 안타리아에서 시크로치아스로 이동하는 것과 같은 엄청난 공간 이동은 반
드시 아공간을 거쳐가야 한다. 그런데 그 악독한 베라딘은 아공간을 거치는 때에서
좌표 지정을 끝내버린 것이다. 덕분에 란의 육체는 강제 워프를 하다 아공간에 갇
혀버린 것. 소멸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남아있을 가능성 역시 있다. 하지만 찾
으러 간다 해도 문제는 있다. 그 아공간이 어딘지 모르기 때문에 역시 베라딘이 쓴
방법과 같은 방법을 써 아공간으로 진입해야 하는데, 그러면 역시 아공간에 갇혀버
릴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ㅡ 을 하면서 아공간에 갇혀버려 영혼만 간신히 빠져
나온 것이므로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란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어쨌든 나오는데는 고생했어.. 그녀석, 뭐가 그렇게 의지력이 강하지? 그것
도 좋은 뜻이면 또 몰라.. 그냥 오기로 버티니 내가 고생하지.."
혼자서 제멋대로 이드의 행동을 평가하며 란은 기지개를 쭉 폈다. 찌뿌드드한 느낌
이 한순간에 사라져갔다. 생각해보면 이런 느낌도 오랜만이었지.. 실없는 생각을
하며 란은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은 몸을 적응이나 시킬까 하며 광선검을 들고(또
이 검은 뭐야? 역시 아수라가 좋은데.) 막사 밖으로 나갔다. 막사 밖에는 마침 지
나다니던 크리스티나가 란을 보고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아! 이드! 이제 정신이 들었어?"
란은 멀뚱히 크리스티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소리야? 난 이드가 아니라 란이라구. 란."
크리스티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이드에게 말했다.
"이드. 혹시 너 뭐 잘못 먹었어? 하긴, 날씨도 더운데 더위먹었을 수도 있겠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 란은 ㅡ 그러잖아도 더운데 ㅡ 뭐라고 한마디 쏘아붙이려
는 순간, 한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이 육체는 내 육체가 아니었지.. 쳇.. 그러니까 날 이드로 보는건
가? 깜박 잊어버리고 있었잖아.. 근데 이걸 어떻게 해? 계속 이드 행세를 해야 하
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란은 크리스티나가 자신을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자
급히 말했다.
"음.. 그게.."
크리스티나가 뭔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듯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너 목소리도 다르네? 어떻게 된거야?"
란은 한숨을 내쉬었다.
"설명하자면 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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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넌 이드가 아니란 소리야?"
레인하트가 얼굴을 굳히며 란에게 물었다. 란은 몇번이나 물어보냐는듯 거칠게 말
했다.
"그렇다니까."
레인하트가 인상을 잔뜩 구겼다. 세이나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그럼.. 이드 오빠는..?"
란은 가볍게 말했다.
"일단은 자아의 깊은 곳에 있겠지. 아, 영혼을 말하는거야. 일단은 내가 그를 대신
해 이곳에 나왔으니.. 이드는 저 안 깊숙한 곳에 있을거야."
크리스티나는 이마에 손을 얹으며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더니 애써 밝은 어조로 말
했다.
"그래. 어떻게 된 것도 아니잖아. 모두 그렇게 의기소침해 있을 필요는 없다구. 자
아.. 아! 그러고 보니 우리 네이르비아에 갈 날짜가 지났잖아. 이거 큰일인데?"
"..그것도 문제야."
"뭐?"
레인하트가 고개를 들며 소리쳤다.
"생각해 봐! 네이르비아에 가봤자 뭐할거야? 이드, 아니 란이 수업을 제대로 알아
듣기나 할 것 같아? 설령 알아듣는다 해도, 다른 문제는?"
란이 입술을 뿌드득 깨물며 툭 내뱉었다.
"이봐. 알아듣냐 못듣냐의 문제가 아니라, 필요하냐 필요하지 않느냐의 문제지. 난
이미 ESP도 너희보다.. 아니, ESP는 이드의 ESP니 관두고. 난 마나로 치자면 너희
들의 ESP의 몇백배 이상의 양을 갖췄고, 어빌리티도 거의 알고 있다구!"
"..그래서 결론이 뭔데?"
란은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에.. 결론은.. 난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거지."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레인하트가 냉소적으로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게 문제라구! 갑자기 수업을 듣지 않으면 교수님들이 뭐라고 할 것 같아? 당연
히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그럼 넌 뭐라고 설명할건데?"
처음으로 란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그렇군.. 하지만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어. 이미 그와 내 모든 정신적 링크
는 그가 스스로 몽땅 끊어버린 상태라구. 뭔가 엄청난 충격이 오거나.. 아니면 엄
청난 심리적 충격이 오지 않으면.. 그가 다시 외면으로 돌아오는 건 힘들걸."
"젠장! 그럼 어떻하라는 거야?"
"어떻하기는. 그냥 있으면 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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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려던 이야기는, 당신들이 우리 로드 군에서 싸워주지 않겠냐는 것이오."
한참 란 일행 ㅡ 이드 일행 ㅡ 이 설전을 벌이고 있을 무렵, 백태자는 체포된 레나
와 케일, 로멜을 설득하려고 하고 있었다. 로멜은 낮게 웃었다.
"후후훗.. 뭔가 착각하고 있나 본데, 백태자. 난 절대로 당신들 '반역자' 들에 가
담해 싸울 생각이 없소. 아마도 당신이 그런 목적으로 날 설득하려 든다면 아까운
시간만 날릴거요."
백태자는 그런 로멜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로멜은 계속 말했다.
"뭐, 원한다면 이 자리에서 죽어줄 수도 있지만, 아쉽게도 그렇게는 못하겠군.. 난
계속 국왕 폐하를 도와야 하니까. 하긴, 그분은 어리시니 당신에게 쉽게 넘어가시
겠군! 하지만."
"..하지만?"
로멜은 당당히 말했다.
"그것은 내가 없을 때만이오."
"흠.."
백태자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 이 사람은 더이상 설득할 수 없다.. 그렇다면..
"좋소. 가시지."
"..풀어주는건가?"
백태자는 천천히 걸었다. "뭐,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지.. 단, 그쪽으로 가는 건
당신의 역량에 달렸소. 거기까지 도와줄 순 없으니까."
"하! 알량한 동정심을 발휘해 영웅 행세를 해보시겠다?"
로멜이 노골적으로 백태자를 비꼬아도 백태자는 그저 서 있을 따름이었다. 그의 입
이 열렸다.
"글쎄. 나도 정치가 이전에 전략가, 전략가 이전에 검사니까.. 어쩌면 당신과 다시
한번 같은 조건에서 싸워보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로멜은 후후 웃었다. 그러더니 바로 일어섰다. 그리고 나가려는 순간 한마디 툭 내
뱉었다.
"잘 있으시지.. 영웅 나리. 하지만.. 다음번에서 만날 때는 나 아니면 당신의 죽음
이 있을 뿐이오. 잘 기억해 두시오!"
그리고 그는 사라졌다. 그리고 백태자는 몸을 돌려 레나를 응시했다. 레나는 쾌활
하게 말했다.
"뭐, 지금 상황에서 선택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당신과는 한번쯤 같이 싸
워보고 싶었으니까, 로드 군과 같이 싸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참가하죠."
백태자는 낮은 웃음을 흘렸다.
"글쎄. 전에는 한번쯤 서로 싸워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냥 넘어가요. 그냥."
"후후."
그리고 그는 케일을 보았다. 케일은 짧게 긍정의 뜻을 표했다. 백태자는 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병사들에게 그들을 각자의 막사로 데려다주라고 일렀다. 그리고 모
두 사라지자, 그는 보이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최대의 고비였던 게
이저 성 공략전이 끝나고, 더불어 구상성단 최고의 창술가와 최강의 격투가를 끌어
들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백태자는 다시 한번 미소를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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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는 고마웠소."
"아니, 저희도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로드 군의 진지 밖에서 백태자와 란 일행이 서로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애초
에 게이저 성을 공략하면 계약이 끝나기로 되어있었기에. 란은 약간 아쉽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백태자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백태자는 잊고 있었다는 듯이
허리에 찬 아수라를 끌러 란에게 건넸다. 란은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걸 왜..?"
"당신 것이라고 했잖소."
란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아.. 한데.."
"..?"
란은 굳은 표정을 지었다.
"이 아수라가.. 어떻게 당신에게로 넘어갔는지 좀 들어도 될까요?"
백태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이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모세스에 접속해 메일로 보내주도록 하겠소. 라에
비스에도 소수이긴 하지만 그런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지."
란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느새 멀어지는 백태자를 향해 손을 흔들
었다.
"잘가요! 당신 정말 멋진 사람이야!"
그 끝말을 백태자가 들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백태자가 몸을 돌릴 때 약간이
나마 환한 미소가 보였다는 것뿐.
[게이저 성 공략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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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예정보다 엄청나게 길게 끌었던 게이저 성 공략전이 끝났습니다. 후.. 그
러니까 3부의 나머지는 좀 짧게 잡아야겠군요. 네이르비아 생활을 싸악 빼버린다든
지.. 어쨌든 드디어 다음 편이나 다다음편에서 백태자가 아수라를 어떻게 가졌는지
가 설명될 것 같습니다. 참 질질 끌었죠.. ㅡㅡ;; 그럼.
=백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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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미르[소설방]
아무래도 아수라 얻는 과정도 전투신의 연속이 아닐까...(그게 가장 맘에 드는 점이지만...냥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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