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
도 정 기
대지는 생명의 모체다. 모든 생물은 땅에서 삶의 근원이 시작된다. 산천초목들은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수분과 영양분을 섭취하여 자라고 꽃 피워 열매를 맺는다. 초식동물들도 대지에서 자란 식물을 먹고 생명을 이어가지만, 육식동물들도 먹이가 되는 초식동물들이 땅의 자양분을 먹고 자란 식물을 먹이로 하기 때문에 근원적으로 보며 대지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대지는 모든 생명의 모체인 것이다. 봄이 되면 대지의 자양분을 먹고 산천초목이 훈훈한 봄바람과 함께 새싹을 틔우고 가지마다 새순이 자라난다.
지난 겨울 동안 우리 지방에는 강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청도, 경산, 대구의 일부 지역의 식수원인 운문댐 저수량이 부족하여 대체 식수원으로 금호강물을 이용한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대지는 극심한 갈증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봄의 길목에서 단비가 내려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었다.
며칠 전 생명수 같은 단비가 내린 후 시골 농장의 감나무에 퇴비와 비료를 주기 위해 내려갔다. 고향집 담장 옆에 심어놓은 매실나무와 자두나무는 앙증맞은 꽃망울이 제법 봉곳해지며 입을 벌리려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얼마 후면 분홍빛 꽃송이가 활짝 웃으며 반겨줄 것 같다. 먼저 고향집에 있는 감나무와 매실나무, 자두나무에 거름과 비료를 주고 농장으로 갔다. 지난가을 심어놓은 마늘과 양파는 전례 없는 가뭄과 한파에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견디어내고 봄비에 목 추기고 파릇파릇 새순이 자라고 있다. 농장 양지편에는 파란 냉이가 군침을 돌게 한다. 일을 마치고 갈 때는 냉이를 한 움큼 캐어 가서 봄의 향긋한 맛을 보아야겠다.
지난 가을 추수 후 뒷정리를 미처 못한 고추 대를 정리하고 비닐을 겉어내고 나니 시계는 1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모처럼 하는 일이라 피곤하기도 하고 시장기도 들어 점심을 먹고 쉬어하기로 했다. 봄빛은 완연하나 아직 바람은 서늘하여 양지편에 자리하여 가져간 도시락을 먹었다. 노동을 하고 먹는 밥맛은 보잘것없는 도시락도 꿀맛이다. 특히 야외에서 먹는 음식은 소풍 온 기분이 들어 더욱 맛이 있는가 보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 한 마리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커다란 눈을 굴리며 쳐다보고 있다. 아직 벌레들이 활동하기에 이런 철이라 먹이가 없어 음식 냄새를 맡고 한 입 얻어먹기 위해 찾아왔나 보다. 밥알을 몇 톨 던져주었더니 한참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입을 대어보고는 먹지 않고 가버렸다. 아마 식성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그런데 얼마 후 보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개미들이 찾아와 물고 가고 있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보온병에 가져간 커피를 마시며 가만히 귀 기울려 들어보니 텃밭 여기저기서 두련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와 경칩도 지났으니 봄의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릴 만도 하다. 봄이 오는 소리는 봄바람, 봄비와 함께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대지의 숨소리가 아닐까 싶다.
지금 기지개를 켜고 있는 새싹들이 4월이면 달래, 냉이, 꽃다지, 제비꽃 그리고 민들레, 할미꽃 등 갖가지 풀꽃을 앞다투어 피워 시선을 유혹할 것이다. 그래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올려다 볼일보다 내려다볼 일이 더 많다고 한다.
올해도 나의 농장에서 봄을 온몸으로 느끼며 농작물들과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리라.
2018. 3. 18
첫댓글 농장의 봄맞이 모습이 보이는 듯 합니다. 겨울 지난 과일나무들의 새싹이 움트는 소리, 마늘과 양파의 싱싱한 새싹,
제작년까지 하던 나의 텃밭이 생각납니다. 글쓰기와 함께 농사일도 즐기면서 하시면 몸과 정신 건강에 더없이 좋으리라 생각됩니다.잘 읽었습니다.
모든 생명의 근원은 역시 흙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사람도 흙으로 만든 조물주의 예술 작품에 불과 합니다. 농장에서 느낀 봄이 오는 소리가 정겨운 소리로 다가옵니다. 새 생명이 움트고 자라는 모습을 보면 희망과 행복이 느껴집니다. 올 한해도 풍성한 밭농사와 글 농사로 대풍작을 이루시길 기원하면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봄은 얼어붙은 계곡의 물소리가 들려오면 비로소 느낄 수 있습니다. 3월은 본격적인 영농준비로 바쁜 계절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자연의 묘미와 농사일을 하시는 모습이 그림 그리는 듯한 담백한 글솜씨를 배우고 갑니다.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해 마다 들을수 있는 "뵴이 오는 소리"지만 금년은 드물게 두꺼운 얼음을 뚫고 들려오는 소리기에 더 반갑게 느껴집니다.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고향집을 찾아 봄을 준비하시는 도정기 선생님이 부럽습니다. 고향의 대지에 봄을 심고 봄의 전령들과 인사 나누시는 모습이 보이는 듯 합니다. 내 고향의 봄은 누구에게나 더 특별한 것 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땀 흘려 땅을 일구고 작물을 재배하다 보니 농장 한구석에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나 봅니다. 개구리 개미 모두 한식구기 됐습니다. 새 봄 맞아 농사일이 바빠지겟습니다. 식구들과 봄받이 얘기 나누시기 바랍니다
며칠전 들에 나간 영감이 사과나무 5그루를 사서 심었다고 합니다. 나이는 자꾸드는데 일거리를 장만하는 영감이 미웁네요.
선생님도 조금씩만 하세요. 영감한태 그 사과 몇개 따 먹겠느냐고 힘드는 일은 하지말라고 욕심이 과로가 될가봐 겁이 납니다.10년이 훨씬 넘는 농사가 부담이 되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