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은 최고의 물가 대책! 동물복지는 준비된 전환이어야....2030년 임신돈 군사 의무화 미리 준비해야
최근 계란 한 판(30구) 가격이 1만 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정부는 결국 해외에서 더 많은 계란을 들여오기로 했습니다. 이미 신선란 3,139만 개를 수입하고 있으며, 앞으로 총 2억 개를 추가 도입해 매주 2천만 개씩 공급한다는 계획입니다. 평소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 30일 경기도의 한 슈퍼마켓 계란 판매대. 30구 한 판 가격이 1만원을 훌쩍 넘어섰습니다@돼지와사람
정부는 지난 26일 이번 계란값 급등의 원인을 분명하게 설명했습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로 산란계 1,134만 마리(전체의 13.7%)가 살처분됐고, '소모성 질병'이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동물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내년부터 적용 예정인 '산란계 사육밀도 개선(마리당 0.05㎡ → 0.075)'에 따른 생산량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계란값이 오른 사건이 아닙니다. 우리 축산업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첫 번째는 '질병 관리가 곧 물가 관리'라는 사실입니다. 축산 질병은 농장 울타리 안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생산 기반이 흔들리면 공급이 줄고 가격은 오릅니다. 결국 소비자가 부담을 떠안고, 정부는 수입이라는 비상대책을 꺼낼 수밖에 없습니다. 방역은 농가를 위한 정책인 동시에 국민 식탁을 지키는 경제 정책입니다.
두 번째는 '동물복지 정책은 충분한 준비 속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동물복지 확대는 세계적인 흐름이며 우리도 가야 할 방향입니다. 이를 부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한돈산업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2020년 축산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신규 양돈장은 교배 후 6주가 지난 임신돈을 스톨이 아닌 군사 공간에서 사육하도록 했습니다. 기존 농가는 10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30년 1월부터 임신돈 군사 사육이 의무화됩니다.
왜 군사 사육을 해야 할까요. 목적은 분명합니다. 좁은 스톨에서 생활하던 임신돈이 자유롭게 일어나고 눕고 움직이며 다른 개체와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해 동물복지 수준을 높이자는 것입니다. 세계 주요 양돈국도 같은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군사 사육은 칸막이 몇 개를 바꾸는 수준의 일이 아닙니다. 산란계 사육밀도 개선보다 더 어렵습니다. 돈사 구조를 새롭게 설계해야 하고, 개체 관리 방식도 달라집니다. 농장에 따라 생산성 변화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설 개선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 올해 1월 검역을 기다리는 미국산 신선란@농식품부
만약 충분한 준비 없이 의무화만 앞세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시설 투자 여력이 부족한 농가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일부는 사육 규모를 줄일 수도 있고, 생산 기반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ASF나 구제역 같은 대형 질병까지 겹친다면 공급 불안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계란 시장이 보여준 모습이 한돈에서도 재현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물론 올해 계란값 폭등을 동물복지 정책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가장 큰 원인은 HPAI와 소모성 질병이었습니다. 정부도 그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공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생산 기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 변화가 함께 진행되면 시장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점 역시 이번 사례가 보여준 현실입니다.
축산은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이 아닙니다. 오늘 시설을 바꾼다고 내일 생산량이 회복되는 산업도 아닙니다. 생명을 키우는 산업인 만큼 변화에는 시간과 투자, 그리고 현장의 준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2030년은 이제 먼 미래가 아닙니다. 정부는 지금부터 임신돈 군사 사육 전환을 위한 현실적인 지원책을 더욱 구체화해야 합니다. 시설 현대화와 금융 지원는 물론, 인허가 개선(건폐율 조정 포함)과 사양관리 기술 보급까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산업계 역시 변화를 미룰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육 시스템을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계란 한 판이 1만 원을 넘은 현실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질병을 막는 일이 최고의 물가 대책이라면, 준비된 동물복지는 최고의 축산 정책입니다. 최근 계란으로 치른 값비싼 수업료를 한돈에서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출처: 돼지와사람
(사)한국수입육협회 http://www.korm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