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탐험사 100장면 - 인도양의 베일을 벗기 다몬순의 신비 밝힌 국제공동과학연맹의 탐사(1959~196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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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3.15. 19:19조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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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탐험사 100장면
인도양의 베일을 벗기다
몬순의 신비 밝힌 국제공동과학연맹의 탐사(1959~1965년
요약 인도양 어느 곳에서 상처 없이 죽은 물고기로 바다가 온통 덮여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는 계절풍 ‘몬순’ 때문이었다. 1959년, 국제공동과학연맹이 인도양 탐사를 시작했다. 30개 나라의 과학자와 배 40척이 6년간 인도양 구석구석 누볐고 ‘버림받은 대양’을 만든 몬순의 신비를 밝혀냈다.
인도 해안에 있는 이 반얀나무들은 해마다 5~9월 바다에서 불어오는 여름 계절풍 때문에 내륙 쪽으로 완전히 휘었다.
1957년 스리랑카를 떠나 예멘으로 가던 소련 배가 인도양 어느 곳에 이르자, 바다가 온통 상처 없이 죽은 물고기로 덮여 있었다. 물고기 시체가 너비 160km 길이 1,000km나 덮인 바다를 이 배가 벗어나는 데는 사흘이나 걸렸다. 핵무기나 독극물로도 그토록 넓은 지역의 물고기를 모두 죽게 할 수는 없다. 이 수수께끼는 1965년이 되어서야 밝혀졌다.
'국제 인도양 탐사 계획'에 따라 인도양 학술 탐험에 나선 과학자들이 알아낸 범인은 바람이었다. 몬순이라 불리는 이 계절풍이 겨우내 뭍에서 바다로 불면, 깊은 바다에서 찬 물이 녹지 않은 인산염과 질산염을 품고 솟아오른다.
이 '거름'이 햇볕에 쬐면 플랑크톤이 빠르게 번식하고, 이것이 바다 빛깔을 누르께하게 바꾸리만큼 많아지면, 물고기는 플랑크톤에게 산소를 빼앗겨 숨을 쉴 수 없다. 이런 일은 인도양(인도 동쪽 벵골 만, 아라비아 반도 남동쪽, 아프리카 동쪽 소말리아 앞바다)에서만 일어난다. 몬순이 엄청난 힘으로 조류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곳은 인도양뿐이다.
탐사에 참가한 디스커버리호(영국)와 아르고호(미국)는 소말리아 근처에서 해류가 시속 13km로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 그때까지 제일 빠르다고 알려진 대서양 걸프 해류는 시속 7.4km였다. 소말리 해류는 해마다 방향이 뒤바뀌는 유일한 해류인데, 너비 수백 km, 깊이 수백 m인 어마어마한 물줄기가 바람에 따라 그 흐름을 바꾼다.
이처럼 큰 힘을 가진 몬순은 왜 생기는가? 여름에 뜨겁게 달궈진 아시아 대륙에는 저기압대가 생긴다. 저기압이란 주위보다 기압이 낮아지는 것이므로, 자연히 주변에서 공기가 밀려들게 되어 바다에서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어든다. 이것이 5~9월에 부는 여름 계절풍이다. 겨울이 되면 아시아 대륙에는 고기압대가 생겨 메마른 바람이 바다로 분다. 9~3월에 부는 이 북동 계절풍이 인도양 해류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아득한 옛날부터 사람들은 인도양을 항해했지만 이 바다는 알려진 것이 전혀 없어 '버림받은 대양'이라 불렸다. 사람들이 아는 것은 단 하나, 아랍어로 '계절'이라는 뜻인 몬순이었다. 그러나 몬순이 왜 생기는지, 몬순 때문에 어떤 일이 빚어지는지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국제공동과학연맹이 인도양을 탐사하기 시작한 때는 1959년이다. 서른 나라 과학자와 탐사선 40척이 1965년까지 6년간 인도양을 구석구석 누볐다. 과학자들은 해류 · 바람 · 바닷물은 물론 바다 밑바닥과 물속 생명체도 조사했다. 탐사선 40척은 160만km가 넘게 항해했다. 어떤 배는 조류를 추적했고, 어떤 배는 음파측정기로 바닷속 산줄기와 골짜기를 조사했다. 기상관측기구를 띄운 배도 있었다.
가장 기억할 만한 일로는, 기상학 책임자인 미국인 래미지 박사의 모험을 들 수 있다. 그는 관측 비행기를 몰고 사이클론 한복판으로 날아들어 갔다. 사이클론은 허리케인(카리브 해)타이푼(태풍 · 동아시아) 월리월리(남태평양)와 더불어 세계의 4대 열대성 저기압 폭풍이다.
폭풍 한가운데인 '눈' 자체는 무풍 지대이지만, 눈을 에워싼 소용돌이의 위력은 초속 40~50m가 넘으므로, 여기에 뛰어드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관측대원들은 눈 둘레에 일고 있는 시속 192km 회오리 바람을 측정했다. 인류 역사상 보기 드문 대모험이자, 인간의 도전 의식이 과학 탐사를 성공시킨 본보기이다.
인도양은 한 꺼풀씩 베일을 벗었다. 오스트리아의 하인리히 베란은 6년 동안 모든 자료와 조사 결과를 지도에 담았다. 해저 지도에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 지질탐사반이 조사한 해저 산맥과 계곡이 그려졌다.
소련의 비티아즈호가 만든 지도에는 4,000m 높이로 칼날처럼 솟은 길이 4,800km 해저 산맥이 처음 드러났다. 미국 탐사선 파이오니어호는 수마트라 북쪽에서 이상한 바다를 찾아냈다. 그곳 물속에서는 찬 물과 따뜻한 물이 70여 m나 되는 산더미같은 물결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때까지 바다 위에서 일어난 제일 큰 파도보다 두 배나 컸다.
미국 탐사선 네이틀호는 6만 4,000km를 항해한 끝에 아프리카의 희망봉과 마다가스카르 섬 사이 해저에서 4,880m나 되는 산봉우리를 발견했다. 그 꼭대기는 수면 아래 18m까지 솟아 있었다.
과학자들은 또 인도양에 Y자를 거꾸로 세운 듯이 뻗어나간 산맥을 발견했다. 3,000m 높이로, 2,400km나 뻗은 해저 산맥이 아라비아 해에서 남극해까지 이어진 것으로, 전세계에 걸쳐 있는 중앙대양산맥의 일부분이었다. 이 산맥의 골짜기들은 6만 4,000km에 걸쳐 구불구불 전세계 바다 밑을 달린다.
이를 따라 따라 지진대가 이루어지는데, 바닥이 얇은 이곳에서는 봉우리기라 잡아당기는 장력(張力)이 작용해 땅껍질이 갈라지기도 한다. 여기서 새로운 물질들이 솟아나와 해저가 1년에 5~8cm씩 솟아오르고 있었다(지구물리학자들은 이를 '해저확장설'이라고 한다).
찢어진 지구 거죽
Y자를 거꾸로 세운 듯 인도양 해저를 가른 이 단층이 연쇄작용을 일으켜 홍해를 만들고, 아메리카에는 대협곡을 만들었다.
탐사팀은 '대륙표류설'을 증명할 자료도 많이 찾아냈다. 2억 년 전 원시 대륙이 남극 · 아프리카 ·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으로 갈라졌다는 주장이다. 이 때 마다가스카르에서 떨어진 인도가 아시아에 붙으면서 땅이 밀려서 히말라야 산맥과 티베트 고원이 솟구쳤다.
이 학설은 영국 탐사선 오웬호와 디스커버리호가 긴 단층을 발견함으로써 학자들로부터 인정받았다. 그 단층은,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아프리카 동부 계곡)와 홍해를 만들고 멀리 아메리카 대륙에까지 이어져 있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바다가 1960년대에야 밝혀진 것은 때늦은 일이지만, 인간의 줄기찬 도전과 과학 탐험 덕분에 인류의 4분의 1이 큰 혜택을 입게 됨은 퍽 다행스런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