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을 다녀온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또 지리산이라......
가족들에겐 많이 미안한 마음이었으나 언제부터인가 기회가 생기면 여행을 하리라 ..
오늘은 좀 일찍 출발해서 하룻밤을 '하루'네서 묵기로 되어 있었다.
새 살림을 차린 하루가 보고 싶기도 했고 궁금하던 차여서 더욱 설레고 흥분이 되었다.
남원역에서 내리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하루신랑차를 타고 곧장 하루네 집으로 달렸다.
그 넓은 도로를 약 삼십분 정도 달리는 동안 다른 차를 거의 볼 수 없었다.
너무도 한적한 도로와 주변의 풍경에 놀랐고 감탄했고,
그동안 얼마나 내가 서울에서 사람과 자동차와 건물 틈에서 허덕이며 살았는지 느낄 수있었다.
그리고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지리산 자락의 작은 산들의 어울림이 우선 여행을 실감케했다.
산수유마을!
정말 아름다운 동네였다.
겨울이어서 꽃은 볼 수 없었지만 온통 산수유나무로 둘러진 한적한 농가였다.
그리고 지리산의 둘레 길과 온천도 가까이 있었던 것 같다.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차려놓은 저녁 밥상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는데,
온 종일을 친구들을 위해서 준비했을 하루의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
밤과 온갖 잡곡이 들어간 밥에 고등어김치조림과 배춧국. 알타리 김치와 오이무침 등등...
완전 시골밥상에 정신없이 두 공기씩을 비웠다.
지리산만 가려면 징크스처럼 따라붙는 감기에 편도선이 부어서 침만 삼키려면 아파서
걱정이었다.
내 사정을 알기나 한 듯 끓여놓은 뜨거운 칡과 대추차를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두시가 조금 넘은 듯 할 때 멀리서 닭 우는 소리를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먼 추억속의 소리였다.
구례구역까지 또 우리를 위해서 이른 새벽부터 시간을 내준 하루내외가 얼마나 고마운지.....
구례구역에 도착해서 아침식사를 했고 성삼재로 향했다.
등산을 하기엔 너무도 좋은 날씨였다.
바람도 없었고 걱정했던 추위도 없었다.
눈이 너무 많이 쌓여있어서 처음부터 아이젠을 착용했다.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의 오르막길은 등줄기에 땀을 바싹 나게했다.
노고단을 지나면서는 내리막길과 능선으로 이어진 좁다란 산길을 걸었다.
너무도 폭신한 눈길 덕분에 그리 힘들지는 않았지만 헛디뎌서 미끄러질까봐 신경을 쓰며 걸었다.
하지만 아직도 날이 새지 않은 숲길을 해드랜턴 불빛만을 의지한 채 가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임걸령을 지나 화개재를 지날 때서야 어슴프레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양옆으로 쓰러진 고목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반달곰출현지역’이란 글귀들이
간혹 보이는 걸보면 상당히 높이 올라 온 것을 짐작해 본다.
차가운 바람도 불기 시작했다.
왼쪽 뺨만을 계속 때리는 차가운 바람 때문에 버프를 꺼내서 얼굴을 감쌌다.
처음 지리산을 올 때는 그리도 멀리 느껴졌던 삼도봉도 무척 빠른 시간에 도착했다.
아마도 매년 빠지지 않고 지리산을 찾은 덕이 아닌가 싶다.
맑은 날씨 덕분에 마치 가는 선으로 이어진 듯한 작고 큰 능선을 아주 멀리까지도 볼 수있었다.
조릿대나무 사잇길을 걷고 또 걷고, 가끔씩은 마른나무 숲길을 걷고, 오르막길도 걸었는데,
사실 눈이 너무 많이 쌓인 길을 걷다보니 지난 여름지리산에서 너무 힘들게 올랐던 돌계단도 찾을 수가 없었다.
선비샘에 이르러서는 물을 마셨다.
물은 너무 조금씩 나오고 있었지만 우리의 목을 축이기엔 충분했다.
배낭도 내려놓고 뒤에오는 친구들을 기다렸다.
준비해온 간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연하천으로 향했다.
며칠 전에 내린 것으로 짐작되는 눈은 아직도 부드러워서 바람이 심하게 불 때면 눈이 날려서
마치 눈이 내리는 것 처럼 착각하게했다.
전나무와 비슷한 구상나무위에 내려앉은 눈은 마치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케했다.
가끔씩 아주큰 바위와 고목위에 쌓여있는 눈은 커다란 솜이불 같았다.
가파른 오르막 계단을 지나고 내리막 계단은 온통 눈으로 덮혀서 계단임을 알아볼 수 없었다.
어린구상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연하천으로 가는 길은 너무 아름다워서 걸음을 떼기가 싫을정도다. 그냥 머물고 싶은 곳이다.
아름다운 숲 속에 자리잡은 연하천은 언제나 아름답다.
지금까지의 피로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청아하게 흐르는 물소리는 내마음을 너무도 투명하게.. ..
그리고 머릿속을 깨끗이 씻어 내린다.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연하천은 마치 어릴 적 동화속에서의 숲속 집을 연상케했다.
‘행복하다’라는것을 피부로느끼고 음미하면서 벽소령으로 향한다.
벽소령으로 가는 길은 바람도 없고 따스한 햇볕이 비쳐서 평화로웠다.
시간에 쫒기지도 않고 지리산과 대화하며 음미하고 즐기며 걸었다.
벽소령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여유롭게 라면과 떡국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과일과 커피까지 즐기고 오늘의 숙소 세석으로 향한다.
여유롭게 휴식을 해서인지 간간히 주변 풍광도 눈에 들어오고,
산아래로 옅게 깔린 구름도 내려다 본다.
너무도 고요하게 안정을 취하고 있는 연회색빛 운해가 신비하고 평화롭다.
세석산장은 운치가 그만이다.
비교적 일찍 도착을 해서 저녁식사를 일찌감치 마치고 여유롭게 잠을 청했다.
잠자리는 추웠다. 너무도 추워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일찍이 온풍기로 데워놓았으면 좋았을걸..... 새벽까지 추위에 떨었다.
새벽 4시40분 천왕봉으로 향했다.
주변은 역시 보이지 않았고 눈에 덮혀서 도대체 깊이를 알 수없는 폭신한 내리막과 오르막을 걸었다.
가끔씩 하늘을 올려다보면 아직도 진군청색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히 밖혀있었다.
날씨가 맑아서 일출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다는 지리산의 일출을 맞을 생각에 좀 더 힘을 내서 장터목에 도착했다.
이제 마지막 천왕봉까지는 약 1키로 남짓....
고사목이 펼쳐져있는 제석봉을 지날 때는 칼바람이 불었다.
천왕봉까지 가는 오르막은 거의 수직이어서 힘은 들었지만,
시간이 단축되다보니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다.
바위틈에서 칼바람을 피하며 얼마나 기다렸나......
강추위를 견디려 몸을 움직이고 발을 동동구르며 일출을 기다렸다.
옅게 깔린 구름때문에 예상보다 조금 늦게 일출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너무도 선명하게 얼굴을 내미는 일출의 아름다움에 탄성은 저절로 나왔다.
너무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일출을 제대로 볼 수있었다.
천왕봉은 너무 추워서 도대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정상주도 마시고 사진도 찍고 할 것은 다했다.
백무동까지의 내리막길은 너무 아름다웠다.
내려 갈 수록 키가 큰 잡목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너무도 의연하게 추운 겨울을 견디고 서있는 겨울나무에 마음까지 뭉클해 짐을 느꼈다.
골짜기가 보이고 커다란 바위틈으로 흘렀던 계곡이 보였으나 얼어붙은 얼음위로 눈이 덮혀있었다.
구름다리를 건너면서부터 흐르는 물소리도 들려왔고, 가끔씩 울어대는 새소리도 들을 수있었다.
약 1키로를 남겨두고선 겨우살이가 나뭇가지 위에 자라고 있었고,
지난 여름 지리산에서 눈여겨 보았던 초록의 고사리숲이 완전 갈색이파리를 눞힌 채 겨울을 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엔 대나무 숲이 자리잡고 있어서 그나마 싸늘한 겨울지리산을 초록으로 지키고 있었다.
올 여름지리산을 기약해본다..
차거운 겨울을 이겨낸 여름지리산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며.....
첫댓글 지리산행기를 넘 생생하게 적어서 함께 동행한듯한 착각을 하게되네. 함께하지 못해 넘 아쉬웠고, 덕분에 모친도 많이 좋아졌다.
어머님이 편찮으셨구나,볼수있을거라 기대했는데 못봐 서운했다~
하루도 함께 했구나 ^&^
백무동 계곡에서 알탕을 못해 아쉬웠겠다 ^^ .
많이 아쉽지만 심장 정지될까 무서워서.... 여름에나 한번 도전해 보려고.
같이하니 즐겁드라~담에도 뭉쳐보자~~
닭알이 너무 신기했어... 그것이 품으면 병아리되는거지?
함께 한듯한 착각속에 빠져드는 생생함!! 정말 재밌었겟다...내년엔 도전을 해볼수 있으려나!! 추위에 약한편이라 영~~
자신이 없다^^
여름에 한번 도전해봐. 몇번 가보면 긴 거리가 짧게 느껴져
천왕봉정기를 흠뻑 받은 애령~
일지 읽노라니 지난해 여름산행이 몹시 생각 나는구나
추운데 수고 했네~
애령아 !내가 안가서 조금 아쉬웠지? ㅎㅎ 글 잘 보고 간다.
많이 아쉬웠어..여름엔 같이 가자구..ㅇ
부럽네
하루가 선뜻 친구들을 위해 침식을 제공해주고 그것도 모자라 베낭에 가득 가득 채워주고...
신랑한테 점수를 많이 땃나 봐, ㅎ 후기 잼나게 읽었다. 다시 지리산을 걷는 기분으로...
지리산 감상을 애령이 덕분에 집에서 했네~!
하루친구의 김치맛이 일품인 것을 잘 알고 있는데...ㅠㅠ
꼭 내맘이네 ㅎㅎ 여름에 봐야지
함께한 지리산여행 즐거웠어 이글을 읽고 있으니까 가시지 않은 감동이 가슴속에서 잔잔하게 흐르네! 흐믓한 마음에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다 다음 산행도 기약하자!
덕분에 겨울 지리산 산행 잘 다녀온 듯 하다.
생생한 산행후기 잘 읽고, 지리산 정기 생생히 느끼고 나간다.
올 여름에는 꼭 가보고 싶어라!
행복했던 산행의 순간을 생생하게 되새겨 주어서 고맙다~^^ 참 즐거운 시간들이었어~ 수고 많이 했어~
고마운 사람들이 많은 개방에 가입한걸 참으로 행운으로 생각해~ 글 잘읽었어~^^
활발하고 자신감이 넘쳐서 좋았어. 만나서 너무 즐거운 추억 같이했어.. 세석에서 넘춥드라...
애령이를 통해서 늘 지리산 산행을 같이 하는 기분이다..
마음은 짠 하지만 사는게 뭔지 용기를 내기 쉽지는 않아
잘 지내라 령아~~
얼굴 잊어 버리겠어.. 언제보나..
미안하다 꼭같이가려구 했었는데 겨울산행도 사진으로 애령이글로 만족해야하니 ^^ 아직두 아버님이 입원해계시고
베낭은 아직두 그대루다 좋아지시면 꼭 댕겨올꺼다 너무 멋진글 잘읽고 우리 모두 건강하자
기다렸는데 많이 아쉬웠다..마리야 여름엔 꼭 같이가자...
이번 산행은 날씨도 좋고, 일출을 볼수 있어 좋았겠다...산행기 즐감하고 간다...
눈 덮힌 지리산 산행을 생동감있고 실감나게 함께 동행한 것 처럼 착각 속에 잘 감상했다
이번과 똑같은 3년전 지리산행을 생생하게 기억에서 음미하며 잘읽고 간다.혹독하리 만큼 차가운 추위와 싸우며
천왕봉 일출을 바라본 감동이 되살아 난다.기회가 되면 꼭 다시 오르리란 충동을 종종 느끼고 있다. 수고했다!
여운이 아직도 그대로인데 애령의 생생글 읽으니 지리산에 있는 기분..
올여름제대로 종주하고 싶다.
정예멤버답게 정말 산 잘 타더라~함께해서 즐거웠다. 소포 잘 받았지?ㅎㅎ
덕분에 즐거운 산행 행복했구...ㅇ바람막이옷 맘에들어. .ㅎㅎ
나두 함께한 시간 즐겁고 행복했네...
나두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