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광화문에서 밤에 찍은 사진이다. 수문장 교대식도 볼거리 중에 하나이다.
요즈음은 서울 시내 나올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오늘은 광화문에서 오후 2시에 거래처를 만날 있어 왔다. 한 시간 남짓 일을 보고 신대방동의 사무실에 들어가서 또 저녁에 이곳 경복궁 쪽의 모임에 나오자니 사무실에 들를까 말까 망설여진다. 사무실에서 오후에 꼭 일을 처리할 것도 없어 이곳 근처에 있는 친구의 사무실을 방문하기로 하고 전화를 걸어보니 전화를 안 받는다. 자리에 없나 보다. 역시 조금 후에 문자가 오더니 지방에 출장을 가 있다고 한다. 간만에 친구 얼굴 한 번 보려고 한 것이 “가던 날이 장날”이고, 설상가상, 머피의 법칙이 일어났다 보다.
하는 수없이 광화문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마침 교보빌딩 옆을 지나다가 책 세일 판매 매대에 이끌러 교보문고로 들어갔다. “시간이 안 갈 때, 시간 때우기로는 책을 보는 것도 안성맞춤 이지….” 막상 여기저기 둘러보았지만, 볼 만한 책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들어올 때는 보지 못한 책이 입구의 정 중앙에 진열되어있다. 표지의 사진이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나가는 광고를 하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곳에 책을 광고를 하려면 몇 백 만원을 주어야 한다고 자기네들 끼리 이야기를 한다. 책표지의 사진은 파키스탄의 어린 소녀이다. 세수를 언제 했는지 모를 정도로 얼굴은 고양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만, 해말간 웃음을 짓는 동그란 눈동자를 한 소녀 사진에는 마력적인 그 무엇이 있다. 코에서 반쯤 흘러내린 콧물은 귀여워서 마치 아침 이슬 같다고나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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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빌딩 뒷길 광화문으로 연결되는 인공개천 | “아이처럼 행복해라” 라는 알렉스 킴이 지은 책이다. 책의 판매대금의 일부는 파키스탄의 해발 삼천미터의 오지에 알렉스 초등학교 설립기금에 보태진다고 책 서두에 밝혀두고 있다. 저자는 특히 아시아권의 오지인 인도, 파키스탄,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을 돌아다니는 포포그래퍼, 알피니스트 이면서 서울에 알렉스 타이 하우스란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오지의 사진과 그 사진에 대한 느낌을 간단한 수필 형태로 써내려 간 책이다. 매대에 서서 한 장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순식간에 책 속에 몰입되어 이십여 장이 읽혀진다. 인도와 네팔의 아이들과 사람들의 사진을 볼 때에는 더욱 빠져들었다. 저자가 생각하는 것이 공감이 가는 것은 아마도 내가 그쪽에 여행을 갔다 온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특히 아이들 사진이 많다고 한다. 저자는 여행하면서 수많은 장엄하고 아름다운 풍경사진도 수천 장이 되지만, 시간이 흘러도 아이들의 사진만큼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고 하는데, 역시 나하고는 한 차원 높은 휴머니스트 인 것 같다.
얼마를 봤을까? 목뒤의 근육이 뻐근하다.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보기도 하고 오른 쪽 왼 쪽으로 돌려보기도 하고 목스트칭을 하면서 책을 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난다. 그래도 아직 두어 시간은 남아 있다. 교보빌딩을 나와 뒤쪽으로 경복궁 쪽으로 가려 하니 인공개천이 만들어져 있다. 작은 청계천이라고나 할까? 인공으로 만들어진 개천을 따라 맑은 물과 수생식물인 창포를 비롯해서 금낭화, 메발톱등 우리나라 토종 야생화가 심어져 있다. 개천을 따라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등 없는 의자가 있다. 잠시 쉬려고 의자에 앉으려 하니 누가 피우고 간지는 모르지만, 담배꽁초가 열 댓 개는 되는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니 쓰레기통도 없다. “한심한 사람들!! 재떨이가 없는 것을 보면 이곳이 담배 피는 곳은 아닌 줄을 알텐데…,” “휴식을 취하라고 만들어 놓은 장소일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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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9. 경복궁을 놀러갈 때 광화문에서 경복궁 가는 길에 수생식물이 있어 올려본다. 친환경적으로 잘 꾸며 놓았다. | 그런데, 옆을 보니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한 노인이 눈에 들어온다. 담배 연기가 봄바람 타고 솔솔 콧속을 자극한다. 시간 보내기 위해 잠시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담배연기 맡기 위해서 있는 것 같아 노인의 얼굴을 다시 한참 바라보다 자리를 떴다.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조금 후에 노인은 담배를 끈다.
뒷길을 걸어가니 미대사관 건물 옆에 이마빌딩이 눈에 들어온다. 이 이마빌딩은 30여년 전 직장생활을 할 때 에이전트에 검사증이나 서류를 발급받으려 쥐살나게 들락거렸던 건물인데, 지금은 여유롭게 그 옆을 지나가니 격세지감이라고 할까??? 조금 지나니 무슨 건물인지 공사중이다. 전에 광화문에서 안국동 쪽 도로변은 공원같이 잘 꾸며놓아 사진을 찍어 놓았던 기억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서울은 옛날의 서울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웬만한 국제도시에 견주어 봐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얄밉도록 깨끗한 일본의 대도시와 비교할 수는 어렵지만, 여타의 나라 도시에 비하면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있고 나무도 많은 것 같다.
새로 꾸며 놓은 광화문을 들러 사직공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곳은 어렴풋이 고등학교 때 와본 기억이 있는 곳이다. 이율곡과 심사임당 동상이 있는 공터에는 주변학교의 여학생들이 야회체육활동을 하고 있는지 공놀이, 줄넘기 등, 먼지가 일 정도로 놀고 있다. 사직공원 입구에서 우측의 계단 쪽으로 올라가니 종로도서관이 나온다. 이곳은 고등학교 때 몇 번 왔던 기억이 있다. 옛날에는 사직도서관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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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9. 경복궁을 놀러갈 때 광화문에서 경복궁 가는 길에 수생식물 꽃 위에 잠자리가 정취가 있다. | 도서관 숲 속에 있으니 달콤한 꽃향기가 난다. 주변을 둘러보니 파릇파릇 싱그러운 연록색의 나뭇잎 뿐 꽃을 보이지 않는다. 라일락 꽃이 있는데, 다 져 꽃대만 남아있어 향기를 낼 수는 없을 것 같고, 은은히 향기가 났다가는 없어지고, 또 맡아진다. 아카시아 꽃 향기인 것 같은데, 주위에 하얀 아카시아 꽃이 보이질 않는다. 아마도, 이번 주에 산에 가면 흐드러진 아카시아 꽃과 달콤한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 같다.
시계를 보니 6시가 넘었다. 가까스로 광화문 근처에서 약 4시간의 시간 죽이기에 성공한 셈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보낼까 걱정스럽고 아득했는데, 지나고 나니 어떻게 보냈는지 빨리도 지났다. 문득 지나온 세월의 시간을 돌이켜 본다. 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너무도 빨리 가버린 시간에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소중하기만 하다. 20대의 시간은 시속 20Km 속도지만 지나가지만, 60대의 시간은 시속 60Km의 속도로 세월이 지난 간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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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쉘부르님
감사합니다
우선 쉘부르라는 필명(닉네임이라고 해야 맞나요...)에
와락 반가움이 몰켜 나옵니다
쉘부르라고 하면 참으로 이야기꺼리가 많은 곳인데요...
4시간을 보내시기 위해
머무시고 걷던 그 장소들을
조곤조곤 가슴에서 끄집어 내 보니 어느덧
글의 말미에 와 있네요
아마도 어느 해의 5월경이셨나 봅니다
아카시아 향기를 의식하고 계심이.....
네...그러게나요
60대의 시간이 너무나 빠른 것....
전 이제 내년이면 60이지만...미리 겁먹지는 않습니다
50대도 충분하게 속도감을 느끼고 있으니
60대에는 어느 정도일지....^^
좋은 기억을
새록새록 끄집어 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평안하세요^^
멋진 댓글 감사합니다. 짧은 댓글에서도 곳곳에 님의 필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쉘부르 필명은 아니고요, 그저 닉이지요.., 제가 좋아하는 닉은 아니랍니다. ^^
글이 요사이 와는 맞지 않는 몇개월 전에 제 블에 써 놓은 글이랍니다. 이 카페는 아직 많이 낯설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ㅎㅎㅎㅎㅎ 서울도 요즘은 다른 나라 도시 못지 않지요.
깨끗하고 안락하고 ....
이왕 나선 길 삼청동길도 걸어 보셨으면 더 좋았을 것을 ....
삼청동 길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아직 가보지는 못했답니다.
옛날 고등학교 다닐 때 갔던 기억이 있는데, 혼자 가기도 거시기 해서....
아씨님이 잘 아신다면 번개 한 번 쳐 주시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