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아도 정작 국내에서는 관객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던 비인기 종목 핸드볼이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의 흥행에 힘입어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우생순' 이전, 암울했던 한국 핸드볼
국내 핸드볼, 특히 여자핸드볼의 역대 전적은 자못 화려하다. 서울올림픽 1위, 바르셀로나올림픽 1위, 아틀란타 올림픽 2위, 아테네올림픽 2위 등 세계 무대에서 동양인의 체력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한국 여자핸드볼은 그동안 최강의 전력을 자랑해왔다.
그러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꺼지면 현실은 너무나 초라했다. 현재 남자 5팀(74명), 여자 6팀(77명)의 실업팀이 운영 중이지만 끊임없이 해체의 위기에 시달리고 있으며, 여자핸드볼의 경우 광주시청, 알리안츠생명의 연쇄 해체와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던 효명건설의 부도 등 악재가 이어지기도 했다.
그나마 팬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가장 큰 규모의 국내 대회인 '핸드볼큰잔치'도 텅 빈 관객석이 당연한 풍경의 하나로 굳어진 지 오래다.
<편파 판정으로 얼룩졌던 지난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예선전>
게다가 지난 2007년은 한국 핸드볼에 있어 최악의 한 해였다. 잠깐이나마 국민적 관심을 모을 수 있는 무대인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에서 중동국가가 실권을 장악한 아시아핸드볼연맹(이하 AHF)의 텃세에 밀려 베이징행 티켓을 빼앗긴 것.
현장에 있던 다른 나라 취재진들도 반발할 만큼 AHF는 극심한 편파 판정을 남발했지만 국민적 공분도 잠시, 한국 핸드볼의 억울함은 금세 뇌리에서 잊혀가고 있었다.
<핸드볼을 소재로 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우생순'의 등장, 당연했던 우려
영화 '우생순'의 성공은 쉽게 장담할 수 없는 것이었다. 흔히 충무로에서 흥행을 위해 피해야 한다고 꼽히는 요소들을 골고루 갖춘 '결과를 누구나 알고 있는 실화를 바탕으로 여자 주인공들만을 내세운 비인기 종목의 스포츠 영화'였던 때문.
그러나 핸드볼을 소재로 한 영화가 선보인다는 자체로도 대한핸드볼협회 등 한국 핸드볼계는 적잖이 흥분했다. '우생순'의 문소리와 김정은을 핸드볼 홍보대사로 위촉하는가 하면 "영화의 성공과 함께 이를 통해 위축된 한국 핸드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개봉 첫 주 '우생순'은 단번에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며 관객들의 호응을 얻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문소리, 김지영, 엄태웅 등 '우생순'의 출연진들이 의욕적으로 시구에 참여했던 지난 15일 안동에서 치러진 '핸드볼큰잔치'의 전체 관객은 고작 200여명.
때문에 현장에서는 "영화만 흥행하면 뭐하냐, 여전히 경기장은 텅텅 비었는데"라며 자조적인 목소리가 쏟아지는가 하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며 관객들 또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아테네올림픽 여자핸드볼 결승장면을 배경으로 네티즌들이 제작한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29·30일 도쿄, '우생순'의 감동을 현실로
입소문을 타며 개봉 3주 만에 '우생순'이 24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 초기 영화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 3주 연속 예매율 1위라는 꾸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우생순'은 악조건 속에서도 올해 첫 흥행작으로 떠올랐다.
영화의 감동은 자연스레 위기의 한국 핸드볼로 이어졌고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당시 경기 동영상이 인기를 끄는가 하면, 다시 한번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의 편파 판정이 공분을 일으켰다.
여기에 AHF가 일본에서 열리는 재경기에 참가한 회원국을 제명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29일과 30일, 도쿄 요요기 국립실내체육관에서 외로운 싸움을 앞둔 한국 핸드볼 대표팀에 뜨거운 응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29일 치러지는 여자핸드볼의 경우 실제로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임영철 대표팀 감독의 지휘 아래, 오성옥, 홍정호 등 실력있는 '아줌마' 선수들이 대거 참여한다.
이처럼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예선전 재경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자 비인기 종목임에도 지상파인 MBC와 SBS가 각각 29일(여자)과 30일(남자) 양일간 황금시간대인 저녁 7시 20분에 독점 생중계를 결정하는가 하면, 대한핸드볼협회와 문화관광부가 마련한 좌석 2000여장은 이미 동이 났다. 여기에 '우생순'의 김정은과 문소리도 현지에서 응원에 나설 예정이다.
<영화 '우생순' 개봉 이후 대한핸드볼협회 홈페이지에 쏟아진 격려 메시지들>
문제는 '우생순' 이후다
부도로 해체 위기를 맞았던 효명건설 여자핸드볼팀을 벽산건설이 나서 인수했다. 오는 6월 창단 예정인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은 '우생순'의 실제 모델인 임오경(37, 히로시마 메이플레즈 감독)이 감독으로 나선다.
이처럼 영화를 통해 촉발된 핸드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실질적인 결과로까지 나타나고 있지만, 이것이 반짝 인기에 그치지는 않을까 핸드볼계는 여전히 걱정이 많다.
협회 관계자는 디시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중요한 것은 이같은 국민적 관심이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수 있느냐"라며 "한국 핸드볼은 여전히 국내 대회가 활성화되지 못했고 아테네올림픽 당시 선수들이 지금도 뛰고 있을 만큼 세대교체에도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지만 세계 대회뿐 아니라 국내 대회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며 "끊임없는 위기와 어려움 속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주었던 우리 선수들이 그동안의 고생을 보람으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영화 '우생순'을 계기로 한국 핸드볼은 오랜 설움을 씻어낼 값진 호기를 잡았다. 지금의 고조된 열기를 현명하게 이용하여 한국 핸드볼이 온 국민이 아끼고 사랑하는 인기종목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앞으로가 더욱 주목된다. |
첫댓글 음... 울나라 사람들 냄비근성때문에 과연...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