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학생독립운동의 산실’인 광주제일고가 3·1 만세운동 100주년, 학생독립운동 90주년을 맞아 친일
잔재 교가(校歌)에 대한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친일 인사 기념비가 교정 한 켠에 수십년째 세
워져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 등에 따르면 광주일고 교문 안쪽에 장학금 기부에 감사하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장학 기적비(記積碑)가 세워져 있다. 이 기념비에는 확인 결과, 친일 인사로
분류된 지정선(池正宣, 1905∼?)을 포함, 2명의 이름이 아로새겨져 있다.
지정선은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 인명사전에 수록된 친일 인사 중 한 명으로, 광주 출신인
그는 충남 대전중을 나와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1933년 5월, 1937년 5월에 전남도 도회의원
(광산)으로 당선했고, 1935년 11월부터 광주부 부회의원을 지냈다.
광주물산창고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전남인쇄소, 광주 붕남농장 등에서 주요 역할을 해온 그는 1939년
조선총독부가 전시체제 강화와 유도황민화(儒道皇民化)를 위해 전 조선 유림을 동원해 조직한 조선유
도연합회에서 참사(參事)를 맡기도 했다.
1940년 광주상공회의소 의원과 옥천(玉泉)합자회사 사장 등을 역임한 그의 형 지창선과 함께 국방헌금
4만원, 광주부 군사후원연맹비 5000원, 광주신사 조영비 5000원, 휼병가족 위문금 5000원 등 모두 5만
5000원을 헌납했다.
해방 후 1949년 4월 국민회(國民會) 전남본부 상임위원을 맡았고, 같은 해 12월 전남도 국민보도연맹 보
도부장을 역임했다.
김순흥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은 ‘오호 통재라 ! 부끄러운 역사’라는 제목의 페이스북글을 통해 “비
석 형태가 전형적인 일제 충혼탑 모형”이라며 “친일인명사전에 올라있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 이흥렬이
작곡한 교가(校歌)도 모자라서 친일 반민족 행위자의 기념비까지 세워져 있어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일고는 3·1운동과 임정수립 100주년, 학생독립운동 90주년이자 개교 100주년을 한해 앞둔 올
해가 역사적으로 뜻 깊은 해라고 판단, 학교 구성원과 동문들의 뜻을 모아 친일 잔재 청산 차원에서 교
가를 교체키로 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쓴 김종률씨를 작곡가로 섭외하는 등 실무작업을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