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친구 / 홍속렬
시방 한국은 밤 세시. KBS 1FM에서는 명곡감상 시간입니다.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이 들려 나옵니다.
이번 주는 운동장 사정으로 일주간 운동이 없어 집에서 편히 쉽니다.
참 쉬기도 어려워요. 그래 시간을 쪼개 잘게 썹니다. 공중에 뿌리죠. 그럼 시간이란 놈이 몸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습니다. UCA 대학에 나가 캠퍼스를 네 바퀴 돌고 스트레칭을 하면 두 시간 가고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면 네 시간이 갑니다.
그럼 다시 돌아와 방송을 들어요.
음악친구? 참 좋은 친구를 뒀어요.
내 어린 시절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은 선택된 사람 특별한 사람들만이 듣는 음악인줄 알았어요. 초등학교 교과서에 베토벤의 월광 음악이 소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서양음악 클래식 음악에 대해 알게 되었고 늘 꿈으로 간직하며 동경했었습니다. 그리고 군대생활 속에서 밧데리로 돌리는 이동식 전축을 미군부대에서 구입 LP 판 베토벤의 운명을 사다가 들었어요. 당시가 1964년도입니다. 그런데 전방부대 의정부에 제대로 된 음악상점이 없어 구멍가게 비슷한 곳에서 구입한 PL판이 굽은 것이었어요. 그래도 그걸 들으며 좋아 했지요.
시방은 동서가 된 친구가 이등병 전입을 와서 축구부에 데리고 나가 운동을 시킨 인연으로 동서가 됐습니다.
그 친구와 산골짜기로 빨래를 하러 가서 흐르는 여울물에 빨래를 다 하고 텐테불로 운명을 걸어 돌리며 이등병은 잠을 자야겠는데 잠을 못 자게하며 이 음악 좋지 ? 하고 계속 다구쳐 묻더랍니다. 시방 생각하면 참 웃기는 장면이었겠죠.
그렇게 독학으로 음악공부? 를 해서 요즘은 모든 클래식 음악은 내 손바닥 안에 다 있습니다. 첫 음절만 나와도 이건 어느 작곡가 스타일이다. 첫음절만 들어도 압니다.
최전방에서 모처럼 서울 외출을 나가도 종로에 있던 르네쌍스를 찾아가 몇 시간이고 잘 모르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그 곡명을 다 적어 와 일일이 사전을 찾아가며 머리에 익혔습니다. 그런데 좋은 음악은 합 번 들으면 금방 머리에 인식이 돼 다음에 들으면 그 곡을 기억해 내는 겁니다. 음악을 기억해 내는 인지능력이 뛰어납니다.
나도 내 자신이 놀라겠어요. 어릴 적 배운 동요를 아직도 가사부터 곡을 다 외우니까요 악보를 읽는 교육을 못 받았습니다. 초등학교 때 천막교실에서 풍금도 구경하기 힘들었고 음악선생은 없었으니까요. 비가 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매우 추운 날은 책보를 싸 갖고 집으로 갔습니다. 나이가 많아 입학한 초등학교를 4년 만에 졸업 했습니다 . 당시는 결혼한 친구들도 있었어요.
노래도 잘 부릅니다. 악보대로 부르지 못해 흠이지.
라디오에서나 오디오에서 나오는 곡을 듣고 배운 겁니다. 산과들을 뛰어 다니며 맘껏 소리 나는 대로 맘껏 불러 대서 때로는 가사도 많이 틀립니다.
한번은 이수인 선생님 댁을 방문 내가 노래를 부르는데 뒤에서 “가사가 틀렸어”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아 그런데 용기와 용사로 생각했던 나 자신이 그 다음부터 죽을 쑤기 시작해서 엉망이 돼 버렸습니다. 그 장면이 요즘도 유트브에 떠다닙니다.
그러나 부끄럽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아서인데 부끄러울 게 뭐 있겠습니까. 나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으면 남과 같이 잘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방도 동요를 100여곡 이상 부르고 혼자 있을 때는 맘 내키는 대로 맘 컸 불러댑니다.
아내는 음악에 심취해 있는 나를 위해 아이 둘을 음악을 전공 시켰습니다.
하나는 현재 뮤지컬 감독이 됐고 하나는 바이올린을 전공 제자들을 잘 가르쳐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를 양성해 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당신이 성악을 전공했더라면 . . . . 하고 아쉬움을 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