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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한 달, 제발 한 달만 더 기회를 주시면 안 될까요? 반드시 만회하겠습니다.” 사장은 깊숙이 머리를 숙였다. 숱 적은 머리카락이 두피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마치 그의 가게에서 파는 밤 만주 같았다.
“잊으셨어요? 인기투표에서 두 달 연속 최하위가 되면 나가야 할 수도 있다고 계약서에 적혀 있어요.”
“알고 있습니다. 알면서도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발 앞으로 한 달만 더 기다려 주세요.”
“그건 무리예요. 새로 들어올 점포가 이미 정해졌어요.” 하루미는 걷기 시작했다.
“제발 좀 봐주세요.” 만주가게 사장은 단념하지 않고 따라왔다.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겠습니다. 자신 있습니다. 부디 기회를 주세요. 지금 여기서 나가면 우리는 이제 버틸 수가 없어요.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시끄러운 소리를 들었는지 경비원이 왔다. “무슨 일이세요?”
“이 사람, 외부인이에요. 내보내세요.”
경비원의 얼굴빛이 변했다. “알겠습니다.”
“아니, 잠깐만요. 외부인 아닙니다. 관계잡니다. 사장님, 무토 사장님!”
만주가게 사장이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하루미는 엘리베이터 홀로 향했다.
이 빌딩의 5층과 6층이 ‘주식회사 리틀독’의 사무실이다. 9년 전에 신주쿠에서 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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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실은 6층에 있다. 여기서는 컴퓨터를 사용한다. 정보를 다시 확인하고 정리했다. 받은 편지함에는 메일이 잔뜩 들어와 있었지만 온통 잡동사니뿐이어서 넌더리가 났다. 스팸 메일은 필터가 걸러주지만 스팸이 아니면 아무리 쓰레기 같아도 들어온다.
몇몇 메일에 답장을 하다 보니 9시가 지났다. 내선 전화기를 들고 단축 번호를 눌렀다. 바로 연결되었다.
“안녕하세요?” 전무인 소토지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 오시겠어요?”
“알겠습니다.”
1분쯤 후에 전무가 왔다. 반소매 셔츠 차림이다. 회사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냉방을 약하게 해놓았다.
하루미는 주차장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했다. 전무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 만주가게 주인 말씀입니까? 담당자한테 들었습니다. 울면서 매달렸다고요. 그런데 설마하니 사장님께 직접 담판을 지으러 올 줄이야. 놀랐어요.”
“어떻게 된 거죠? 알아듣게 설명해서 납득시켰다고 했잖아요?”
“그렇게 했습니다만 만주가게 주인으로서는 역시 포기할 수 없었겠지요. 본점 쪽도 손님이 줄어서 상당히 위태위태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안 되죠. 우리도 사업이니까.”
“맞는 말씀입니다.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전무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