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 이사야서의 말씀 9,1-6
1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
2 당신께서는 즐거움을 많게 하시고 기쁨을 크게 하십니다.
사람들이 당신 앞에서 기뻐합니다,
수확할 때 기뻐하듯 전리품을 나눌 때 즐거워하듯.
3 정녕 당신께서는 그들이 짊어진 멍에와 어깨에 멘 장대와 부역 감독관의 몽둥이를 미디안을 치신 그날처럼 부수십니다.
4 땅을 흔들며 저벅거리는 군화도 피 속에 뒹군 군복도 모조리 화염에 싸여 불꽃의 먹이가 됩니다.
5 우리에게 한 아기가 태어났고 우리에게 한 아들이 주어졌습니다.
왕권이 그의 어깨에 놓이고 그의 이름은 놀라운 경륜가, 용맹한 하느님, 영원한 아버지, 평화의 군왕이라 불리리이다.
6 다윗의 왕좌와 그의 왕국 위에 놓인 그 왕권은 강대하고 그 평화는 끝이 없으리이다.
그는 이제부터 영원까지 공정과 정의로 그 왕국을 굳게 세우고 지켜 가리이다.
만군의 주님의 열정이 이를 이루시리이다.
제2독서
▥ 사도 바오로의 티토서 말씀 2,11-14
사랑하는 그대여,
11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은총이 나타났습니다.
12 이 은총이 우리를 교육하여, 불경함과 속된 욕망을 버리고 현세에서 신중하고 의롭고 경건하게 살도록 해 줍니다.
13 복된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우리의 위대하신 하느님이시며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우리를 그렇게 살도록 해 줍니다.
14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시어,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해방하시고 또 깨끗하게 하시며, 선행에 열성을 기울이는 당신 소유의 백성이 되게 하셨습니다.
복음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 2,1-14
1 그 무렵 아우구스투스 황제에게서 칙령이 내려, 온 세상이 호적 등록을 하게 되었다.
2 이 첫 번째 호적 등록은 퀴리니우스가 시리아 총독으로 있을 때에 실시되었다.
3 그래서 모두 호적 등록을 하러 저마다 자기 본향으로 갔다.
4 요셉도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 고을을 떠나 유다 지방, 베들레헴이라고 불리는 다윗 고을로 올라갔다.
그가 다윗 집안의 자손이었기 때문이다.
5 그는 자기와 약혼한 마리아와 함께 호적 등록을 하러 갔는데, 마리아는 임신 중이었다.
6 그들이 거기에 머무르는 동안 마리아는 해산 날이 되어,
7 첫아들을 낳았다.
그들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8 그 고장에는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이 있었다.
9 그런데 주님의 천사가 다가오고 주님의 영광이 그 목자들의 둘레를 비추었다.
그들은 몹시 두려워하였다.
10 그러자 천사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11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12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
13 그때에 갑자기 그 천사 곁에 수많은 하늘의 군대가 나타나 하느님을 이렇게 찬미하였다.
14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은총의 시간, 구원의 때>
축하드립니다.
구세주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진심으로 기뻐하며 축하드립니다.
이 세상에는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그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는 분명 오늘 우리가 들은 ‘아기 예수의 탄생 이야기’일 것입니다.
이 ‘구세주의 탄생 이야기’는 너무도 아름다워, 매년 들어도 항상 새롭기만 합니다.
특히 오늘 성탄 전야부터 ‘희년’이 개막됩니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지난 승천대축일에 <희망은 실망하지 않습니다>(로마 5,5)라는 제목으로 <희년선포 칙서>를 반포하시면서, 성탄 전야에 ‘희년’이 개막될 것임을 선포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희망의 순례자들’입니다.
유다의 랍비 전승에 의하면, 세계 역사에는 네 개의 결정적인 밤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 밤은 빛이 창조된 밤이고, 둘째 밤에는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봉헌할 준비를 갖춘 밤이고, 셋째 밤은 이집트의 압제에서 탈출한 밤이며, 넷째 밤에는 메시아가 다시 오시는 밤이라고 합니다.
첫째 밤은 탄생과 창조의 밤이요, 둘째 밤은 순명과 봉헌의 밤이요, 셋째 밤은 해방과 구원의 밤이요, 넷째 밤은 재림과 완성의 밤입니다.
그들은 이 네 밤을 동일시한다고 합니다.
오늘 밤, 바로 이 밤이 이 네 개의 밤입니다.
바로 이 밤이 창조로 새 생명이 탄생한 밤이요, 봉헌으로 하느님과 연결되는 밤이요, 탈출로 이루어진 구원의 밤이요, 다시 오실 예수님에 대한 ‘희망’이 이루어지는 밤입니다.
이토록 깊고 오묘한, 구원이 탄생하는, 참으로 아름다운 밤입니다.
오늘이 바로 그 밤입니다.
기쁜 성탄입니다!
성탄!
이는 하느님께 드리는 인간의 “예”에 대한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오늘이 바로 이렇게 “예” 하고 답하기만 하면, 우리 안에서 예수님께서 탄생하는 날입니다.
하느님이 내려 온 날입니다.
하느님이 내 안에서 인간이 되는 날입니다.
그리하여 ‘인간이 하느님이 되는 순례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참으로 복된 날이요, 참으로 거룩한 날입니다.
성탄!
이는 '그분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짐입니다.
나를 껴안은 당신의 포옹으로 모든 이가 그리스도 안에 있게 되고,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이 안에 있게 된 날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이신 예수님과 함께 순례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참으로 은총의 날입니다.
이토록 놀랍고 경사로운, 오늘이 바로 그 날입니다.
기쁜 성탄입니다!
성탄!
이는 오늘 제1독서에서 예언자 이사야가 말한 대로, 어둠 속을 헤매는 백성이 큰 빛을 보게 된 것이요, 캄캄한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빛이 비쳐옴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가 말한 대로, 하느님의 구원의 은총이 모든 사람에게 나타남이요, 위대하신 하느님과 구세주께서 영광스럽게 나타나실 것을 희망하게 됨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의 천사가 말한 대로, 우리의 구세주가 탄생하심입니다.
이토록 오늘 우리 안에 빛이 찾아들고, 영광된 은총이 스며들고, 구원자가 탄생하셨습니다.
이토록 빛나고 영광된, 그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기쁜 성탄입니다!
바야흐로 하느님의 자비는 온 땅을 적시고, 하느님의 생명은 온 누리에 돋아나는 밤입니다.
오늘 밤 정의가 하늘에서 굽어보고, 진리가 땅에서 움터납니다.
정의가 아기 예수에게서 돋아나고, 진리가 마리아에게서 탄생하셨습니다.
하늘에서는 영광이, 땅에서는 평화가 울려 퍼집니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오니, 참으로 찬양하고 흠숭하올 기쁜 밤입니다.
이토록 넘치게 자비로운, 그 밤이 바로 지금입니다.
기쁜 성탄입니다!
오늘 우리는 죄와 어둠에서 벗어나 빛을 입었으니 일어나 빛을 비추어야 하고, 자비를 입었으니 자비를 베풀어야 할 일입니다.
우리는 질병과 죽음에서 일어나 생명을 받았으니 생명을 꽃피워야 하고, 평화를 받았으니 평화를 이루어야 할 일입니다.
바로 오늘, 하느님께서 내려오시니 우리도 따라 내려가야 할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비우시니 우리도 비워야 할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가난해지셨으니, 우리도 가난해져야 할 일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새 인간이 되어야 한다.
참 생명이 되어야 할 일입니다.
이토록 눈부시게 아름다운, 낮아지고 비워짐이 아름다운 밤입니다.
오늘이 바로 그 밤입니다.
기쁜 성탄입니다!
바로 지금이 은총의 시간, 구원의 때입니다.
오늘 이처럼 우리 가운데 구세주 살아계시오니, 우리는 천사들과 함께 찬양합시다!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평화!”
(루카 2,14)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루카 2,11)
오늘밤, 우리의 아기! 구세주 나셨습니다.
왕방울의 소의 눈이 기쁨에 경악하고, 어린양의 떨리는 탄성에 잠들었던 만물이 깨어납니다.
포대에 싸여 있듯, 뭇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머리 둘 곳조차 없으시다가 눕지도 않은 채 십자가에 못 박혀 세워질 연약한 아기,
내가 휘두른 채찍에 온몸이 부서질, 그러면서도 생명을 주시고자 저를 부르신 이여!
당신을 품에 안게 하소.
안은 당신 가슴에 머리를 묻고 새로 나게 하소서!
“목마르다”라고 외치는 당신 음성을 듣게 하소서.
제 생명을 주신 임이여!
당신은 남북이 철조망으로 가로막힌 우리의 마음 속 투박한 담 벽이 세워진 이 곳에 ‘평화의 왕’으로 오십니다.
여기, 다윗의 조그마한 고을 한반도, 가로막은 울타리를 걷어내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우리의 아성을 부수소서!
오, 임마누엘, 저희와 함께 계신 아기 예수여!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첫댓글 당신을 품에 안게 하소.
아멘 신부님 푸른잎새 님 늘 고맙습니다 🙏
기쁜 성탄 축하드립니다.
아멘
아멘. 감사합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주님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아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