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2017년 4월 9일(일), 맑음, 대모산 자락 세곡동 근린공원에서 외
대모산은 아침저녁으로 몰라보게 푸르러진다.
벚나무는 온몸으로 꽃을 피우고 바람이 불면 꽃비가 내린다.
계어(季語)가 봄인 하이쿠 몇 수를 곁들인다.
(류시화의 하이쿠 읽기,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에서)
세상을
사흘 못 본 사이의
벚꽃
(世の中は三日見ぬ間に櫻かな)
―― 료타(蓼太)
이 벚꽃 하이쿠는 에도 시대에 속담처럼 유행했다. 그러나 그 의미에 관해서는 해석이 분분
하다. 사흘 못 본 사이에 벚꽃이 다 져버렸다는 뜻인가, 아니면 만발했다는 뜻인가? 또는 사
흘밖에 볼 수 없는 벚꽃이라는 의미인가? 어쨌거나 사흘을 놓치면 벚꽃뿐만 아니라 인생의
많은 것을 놓친다.
다 보여 준
봄의 모퉁이에서
늦게 핀 벚꽃
(底たたく春の隅より遲)櫻)
―― 기토(几董)
사람 그리워
불 밝힐 무렵이면
벚꽃은 지고
(人戀し灯ともし頃をさくら散る)
―― 시라오(白雄)
꽃에 저물어
집으로 돌아가는
머나먼 들길
(花に暮れて我家遠き野道かな)
―― 부손(蕪村)
이 세상은
나비도 아침부터
분주하구나
(世の中は蝶も朝からかせぐ也)
―― 잇사(一茶)
풀숲에
이름도 모르는 꽃
하얗게 피어
(草むらや名も知らぬ花の白き咲く)
―― 시키(子規)
아픈 승려가
마당을 쓸고 있다
매화가 한창
(病僧の庭掃く梅のさかり哉)
―― 소라(曾良)
첫댓글 역시~
시선이 다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