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22-09-10)
< 퇴비장 >
- 文霞 鄭永仁 -
“나 죽거든 거름으로 뿌려다오”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장례방식이다. 사람이 죽은 뒤, 매장이나 화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거름흙으로 만들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장례방식이라 한다.
이 장례방식은 시신을 철제용기에 담아 풀과 꽃과 나뭇조각, 짚 등 생분해 원료를 넣은 뒤 6주~8주 동안 바람을 통하게 해 미생물, 박테리아 로 주검을 천천히 자연분해 시켜 거름으로 자연에 돌려보내는 것이라 한다.
자연 생태계의 3대 요소는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이 과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미생물과 박테리아 등 분해자가 없는 세상은 지구의 멸망을 가져올 것이다. 지상의 최대 소비자였던 인간은 죽은 뒤 자기 몸을 미생물에 맡겨 분해시켜 자연으로 환원되는 것이 자연의 생태계의 원리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대명제에 순응하는 것이다. 모든 생물체의 주검은 마지막에 분해자에 의해 자연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이런 분해자인 미생물은 죽어서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을 때도 끊임없이 우리를 생명에 관여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요즘 한창 떠들고 있는 유산균 등이다.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간다’라는 진리의 완전한 귀결인가 보다. 그래서 우리는 죽음을 ‘돌아가신다’라고 한다. 구멍에서 나왔으니 구멍으로 돌아가고 흙에서 왔으니 종내에는 흙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낙엽귀근(落葉歸根)이라 했다. 이파리 한 장도 낙엽이 되어 자기를 길러준 뿌리로 돌아간다.
부활신앙이 주요 믿음인 가톨릭계에서는 신체를 일회용 취급한다고 반대를 하고 있다. 가톨릭의 사순절이 되면 성지가지를 태운 재를 머리에 얹는 ‘재의 수요일’이라는 예식이 있다. 사제는 재를 신자의 머리에 얹으며 다음과 같이 기도를 한다,.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
하기야 인류의 원조인 아담은 하느님이 흙으로 빚어 숨을 불어 넣었다고 한다. 이브는 흙으로 만든 아담의 갈비뼈를 하나 취하여 창조했다고 한다. 결국 인류의 원재료는 흙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은 항상 흙을 딛고 산다. 본향(本鄕)이 그리운 것인가.
자연 구성의 4대 요소는 지수화풍(地水火風)이다. 흙, 물, 불, 바람이다. 죽음도 지수화풍으로 귀결되는 것인 아닌지……. 그래서 죽어서도 매장(埋葬), 화장(火葬), 수장(水葬), 풍장(風葬), 조장(鳥葬) 등으로 마무리한다. 이제는 시신을 퇴비로 만들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퇴비장(堆肥葬)이 생겼다. 살아생전에도 사람은 미생물이나 박테리아 등의 분해자의 도움을 받다가 죽은 후에도 분해자에게 그 역할을 맡겨보는 것도 어떨까 한다.
인생은 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 네 가지 관문을 통과하여야 한다. 그중에 죽음 다음의 마지막 관문이 장례이다. 이것도 네 가지 관문이 있다. 지수화풍(地水火風)이다.
천리포 수목원을 설립한 귀화인 민병갈 씨는 죽어서도 자신이 사랑했던 수목원의 나무 옆에 묻혔다. 죽어서도 자기 몸을 거름으로 바친 것이리라.
이즈음, 친환경 장례를 ‘녹색 죽음’이라고 한다. 녹색 죽음은 시신을 자연으로 환원 시키는 것이다. 마지막 주검조차 퇴비감으로 자연에 보시(布施)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세상에 변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고정불변인 것 같던 장례방식도 이렇게 변해만 간다. 매장에서 화장, 납골묘나 납골당 대신 수목장, 잔디장, 해양장, 퇴비장 등으로 변해만 가고 있으니 말이다. 다음에는 우주장이 아닐까?
“인간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
첫댓글 감사합니다
새로운 장례방식을 알았습니다
죽음에 대한 논의도 점점 많아지는가 봅니다.
서구에서는 안락사도 나오고, 퇴비장도 나오고 ....
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명제인데 말입니다.
죽어서 무엇이 될까?
여러가지 생각을 해 봅니다.
퇴비장,한번쯤 생각해 볼 장례의 한 방법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마 죽어서 무엇이 딜까는 인간의 영원한 화두가 될 것 같습니다.
잘 죽는 것이 무엇인지?
고 박완서 작가는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것이다' 라고 했습니다.